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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Fi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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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ystefano] 쪽지 캡슐

2002-12-19 ㅣ No.4357

12월 20일 대림 제 3주간 금요일-루가 1장 26-38절

 

"이 몸은 주님의 종입니다. 지금 말씀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진정한 Fiat>

 

마리아의 위대한 Fiat(예!,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소서) 앞에 참으로 큰 부끄러움을 감출 수가 없습니다. 물론 저도 가끔은 기쁘게 "예!"라고 응답합니다. 예를 들면 "생맥주 한잔하러 가자"는 형제들의 초대 앞에 저는 만사를 제쳐두고 기쁘게 일어섭니다. 뿐만 아니라 "손맛" 좀 보러가자는 사람이 있으면 아무리 바빠도, 아무리 날씨가 추워도 설레는 마음을 겨우 가라앉히며 낚시도구 챙깁니다.

 

이런 Fiat은 진정한 Fiat이 아니라는 생각을 합니다. 남들이 다하는 Fiat이니까요. 진정한 Fiat은 바로 성모님의 Fiat입니다. 고통스러운 길, 정말 가기 싫은 가시밭길이지만 주님께서 원하시는 길, 주님을 위한 길이기에 기꺼이 길떠나는 Fiat이야말로 진정한 Fiat입니다.

 

다가오는 삶의 모든 국면들이나 사건들, 사람들을 거부하지 않고 관대한 시각으로 바라보며 기꺼이 직면하는 자세가 진정한 Fiat의 자세입니다. 정말 이해하지 못할 일, 억울하기 그지없는 사건들 앞에서도 나대지 않고 조용히 마음에 간직하며 그 안에서 하느님의 의도를 파악하는 자세야말로 참 Fiat의 자세입니다.

 

오늘 선포되는 "예수님의 탄생 예고"를 주제로 한 복음은 "복음중의 복음", "복음의 정수(精髓)하고 할 수 있는 내용입니다.

 

단란하고 평화로운 가정을 꿈꾸며 요셉과 약혼한 마리아는 당시 나이 아직 10대인 산골소녀였습니다. 마리아에게 있어 천사의 가브리엘의 예언은 한 마디로 마른하늘의 날벼락이었습니다.

 

천사의 탄생예고 앞에 마리아의 심리적인 상태가 어떠했는지에 대해서는 우리가 잘 상상해볼 수 있습니다. "이 난감한 사실을 약혼자 요셉에게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과연 요셉이 이 사실을 믿을 것인가? 요셉이 과연 끝까지 나를 보호해 줄 수 있을 것인가? 혹시라도 요셉이 이 일 때문에 머리가 확 돌아버려 사고라도 친다면 내 인생은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닌가?" 등등의 생각으로 마리아의 머릿속은 복잡했습니다.

 

만일 천사의 제안을 수락할 경우 마리아 앞에 펼쳐질 상황은 암담하기만 한 것이었습니다.  "나자렛의 공동 우물가에 모인 아낙네들의 입방아를 어떻게 견뎌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습니다. 마리아의 친구들조차 마리아를 슬슬 피해갈 것입니다. 한 가냘픈 소녀가 불러오는 배를 주체 못하고, 또 그것에 대해 똑 부러지게 변명 할 수도 없게 될 상황, 그것이 바로 마리아 앞에 펼쳐질 미래였습니다.

 

그렇지만 마리아는 용감하게도 "예"라고 대답합니다. 구세주의 어머니가 됨으로 인해 그녀에게 다가올 갖은 시련들을 빤히 예견하면서도 기꺼이 "예"라고 응답합니다. 이렇게 마리아는 오직 하느님께만 신뢰를 두었습니다. 오직 하느님께만 자신의 전 존재를 걸었습니다.

 

이러한 마리아의 평생에 걸친 노력에 대해 하느님께서는 기쁘게 응답하십니다. 이제 마리아는 하느님께서 거처하시는 성전, 새로운 성도(聖都) 예루살렘이 됩니다. 이제 마리아는 그 안에 메시아가 끊임없이 살아 계시는 계약의 궤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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