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9일 (토)
(홍)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너는 베드로이다. 나는 너에게 하늘 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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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Re:용서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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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개 [115.94.171.*]

2014-08-20 ㅣ No.10688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1. 용서, 세상에서 가장 하기 어려운 일  

 

 

 
세상에서 가장 하기 어려운 것 두 가지를 들라면 그것은 죄를 안 짓는 것과
내게 상처 준 사람을 용서하는 일일 것이다. 죄를 짓지 않는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가? 인간이 육신을 지니고 있는 한 죄를 짓지 않을 수 없다.
인간은 흙으로 빚어졌기에 쉽사리 부서지는 존재다.
 
우리가 새롭게 시작하고 싶은 마음으로 하느님 앞에 고해성사를 보지만 어느
고해신부도 다시는 죄짓지 말라고 얘기하지 않는다. 또 죄를 지을 것이기
때문이다. 신학자 R.C.스프라울의 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죄를 짓기 때문에 죄인이 아니라 죄인이기 때문에 죄를 짓는다.'
 
그런데 죄를 안 짓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것은 용서하는 일이다. 
우리 모두는 용서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체험으로 안다.
인간이 아닌 다른 피조물은 자연 그대로 살다가 아무 원한도 남기지 않고
사라진다. 그런데 인간만은 그렇지 못하다. 용서할 수 없는 상처를 가슴에
안고 살다가 그대로 죽어 간다. 이런 얘기가 있다.
 
어느 도시에 경쟁관계에 있던 장사꾼 두 사람이 있었다. 두 사람의 가게는
서로 마주보고 있었다. 이들은 아침에 눈을 뜨고 일어나 밤에 잠들 때까지
어떻게 하면 상대방을 망하게 할까 하는데만 마음을 썼다. 
 
보다 못한 하느님께서 두 사람을 화해시키려고 한쪽 상인에게 천사를 보내셨다.
천사가 이렇게 말했다. "하느님께서 그대에게 큰 선물을 내리실 것이오.
그대가 재물을 원하면 재물을, 장수를 원하면 장수를, 자녀를 원하면 자녀를
주실 것이오. 단 조건이 하나 있소." 천사는 잠깐 생각하더니 이어서 이렇게
말했다. "그대가 무엇을 원하든 그대 경쟁자는 두 배를 얻게 될 것이오.
 
그대가 금화 10개를 원하면 그는 금화 20개를 얻게 될 것이오."
천사가 웃음을 지으면서 "이제는 화해하시오. 하느님은 이런 방법으로
그대에게 교훈을 주려는 것이오." 하고 말했다.
 
천사의 말을 들은 상인은 한참 생각하더니 "제가 무엇을 바라든 다 그렇게
이뤄진다는 말씀이지요?" 하고 물었다. 천사가 그렇다고 하자 상인은 크게
한숨을 쉬고는 결심한 듯 말했다. "그럼 제 한쪽 눈을 멀게 해주십시오."
 
-W.R.화이트, [진짜 이야기를 찾아서] (서울:바오로딸,1993),127-128.
 
용서한다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옛말에 '은혜는 바위에 새기고
원한은 냇물에 새겨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 반대다.
사람들 대부분이 원한은 바위에 새기고 은혜는 냇물에 새긴다. 
 왜 용서하기가 어려운가? 복합적인 이유가 있을 것이다.
 
* 나에게 상처 준 사람이 분명 잘못했는데 어떻게 용서할 수 있는가 하는
  물음이 올라오기 때문이다.
* 나에게 상처 준 사람을 용서하면 이 세상이 더 이상 정의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 나에게 상처준 상대방을 용서한다는 것은 마치 상대방의 잘못된 행위를
  인정  해 주는 것 같아서 용서할 수 없다.
* 나에게 상처 준 상대방을 용서하면 그 사람은 아무 죄의식 없이 살아갈 텐데 
  공연히 남 좋은 일만 시키는 것 같아서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
* 나에게 상처 준 상대방을 용서해 주면 내게 벌어진 비극을 되돌릴 길이 없다.
 
 위에 언급한 이유들을 제쳐두고라도 자존심이 용서를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용서해 주면 내 자존심을 회복할 길이 없다고 보기에.
 사소한 잘못을 저지른 사람도 용서하기가 쉽지 않은데, 하물며 내게
끊임없이 상처를 주는 사람, 나를 미워하고 괴롭히는 사람, 나에게 원수가
된 사람을 용서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달마 대사는 '마음, 마음, 마음이여. 참으로 알 수가 없구나.
너그러울 때는 온 세상을 다 받아들이다가도 한번 옹졸해지면 바늘 하나
꼿을 자리가 없으니.'라고 한탄했다. 용서를 못한다는 것은 마음이 상처를
받아 오그라들어 옹졸해진 탓이다.
 
용서하기 어려운 사람들 중 대다수는 한때 얼마나 다정한 사이였던가?
상처는 친밀감을 먹고 산다.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 나에게 상처를 주는
경우는 드물다. 설령 상처를 주었다 해도 별로 개의치 않고 금방 잊어버린다.
하지만 내가 잘 아는 사람, 친한 사람이 준 상처는 쉽게 잊을 수 없다.
한때 다정했던 사람, 신뢰했던 사람에게 상처를 받으면 바늘조차 꼿을 수
없을 만큼 마음이 굳어지고 오그라든다.
 
어느 잡지에서 신년 특집으로 유명인사 몇 사람에게 새해 소망을 물으면서
한 가지 이상한 질문을 했다. 새해에 제발 죽어 주었으면 하고 바라는 사람이
있는가 하는 것이었다. 예의에 어긋나는 당돌한 질문이긴 하지만 사실 우리가
누군가를 미워 할 때는 저 사람만 없어져 주면 모든 게 잘될 것 같은 생각이
들 때가 있지 않는가. 내게 상처를 안겨준 원수를 미워하고 증오하면 그런
부정적 감정이 생기는 것이 보통 인간인 것이다.
 
  인간의 마음은 유리판과 같다.
  쉽게 금이 가고
  쉽게 깨지기에
  그렇게 비유되기도 하지만
  어느 한 부분만 충격을 받아도
  전체가 금이 가거나 깨지기에
  그렇게 비유한다.
  -익명
 
송봉모 신부님의 미움이 그친 바로 그 순간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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