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9일 (토)
(홍)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너는 베드로이다. 나는 너에게 하늘 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따뜻한이야기 신앙생활과 영성생활에 도움이 되는 좋은 글을 올려주시기 바랍니다.

어머니와 나물

스크랩 인쇄

조진수 [fr1004] 쪽지 캡슐

2000-10-12 ㅣ No.1898

 

어머니와 나물

 

 

 

     나는 시장에서 푸성귀를 살 때면 덤을 달라고 하지 않는다. 집 떠나 10년 동안 자취생활을 하느 동안 시골의 집에서 쌀이며, 양념,       고구마,감자등등 농산물을 갖다 먹었다. 그렇게 했던 것은 우리의 필요에 의해서라기 보다 어머니의극성스러운 사랑 때문이었다.

 

     동생과 나는 탁상시계 벨 소리가 울리면 버튼을 누르고는 ’5분만 더’를 찾다가 출근시간이 임박해서야 허둥지둥 집을 나서곤 했다.

     그러다보니 아침 식사를 챙겨먹기는 커녕 출근해서 자동판매기의 커피나 율뮤차로 고픈 배를 채우고는 했다. 그리고 저녁시간에는

     누구나 그렇듯이 야근이 많았다. 야근을 하다 보면 식사는 해결되기 마련이고 설사 일찍 퇴근한다 해도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거나

     동료들과 시간을 같이 보낼 때가 많았다.

 

     일요일에도 오전에는 늦게까지 잠자다가 오후에 약속이 있어 나가면 늦은 밤에 들어와음악을 크에 틀어놓고 다시 잠이 들곤 했다. 결국

     집에서 밥을 하는 날은 거의 없었다.

 

     어쩌다 ’밥 좀 해 먹어야지.’ 하고 큰 마음먹고 냉장고 문을 열면 집에서 가지고 올라온 미나리며 쑥이며 갖가지 푸성귀와 농산물들이

     상해 있었다. 어쩔 수 없이 버리면서도 아까웠고 어머니에게 죄송스러웠다.가끔 집에 내려갔을 때 어머니께서 농산물을 싸 주시면 안

     가져가겠다고 사양했지만 가져가기 귀찮아서 그러는 것이라고 생각하시는 어머니의 말씀을 번번히 새겨 들어야만 했다.

 

     "얘야, 시장에서 사먹는 채소는 농약을 많이 살포한 거라는 말이 많더구나. 또 싱싱하지 않아서 몸에도 별로 좋지 않아."

 

     거기다가 언젠가 한번 ’밥도 안 해 먹는데...’ 하고 말했다가 어머니께 호되게 야단을 맞은 적도 있었던 터라 사실을 알리지도 못하고 울며

     겨자 먹기로 한

 

     하지만 이제 직장을 그만두고 집으로 내려와 농사일을 도우면서 많은 것을 깨달았다.채소는, 거름을 내고 경운기나 소로 밭을 갈아 둑을

     만들어 씨를 뿌리고 김을 매주는 등등 뜨거운 햇볕을 온 몸으로 받으며 허리 평 살이도 없이 바쁘게 일을 해서 얻은 소중한

     농산물이었다. 그냥 혼자 자라는 것이 아니었다.

 

     시장에 내다 판다고 할지라도 값이 너무 헐해 비료나 농약값을 제하면 남는 게 거의 없다는 걸 알았다. 힘들여 수확한 채소인지라 너무나

     소중했지만 어머니는 무공해 채소라고 이웃이나 친척에게 아낌없이 나누어 주셨다. 그럴 때마다 속좁은 마음으로는 아깝게만

     생각했다.

 

     어머니는 아마도 풍성한 인심을 같이 나우고 싶으셨던 것 같다. 좋은 것을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이셨다.

 

     오늘 어머니께 서울의 동생에게 다녀오겠다고 말씀을 드렸다. 동생은 아직도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기 때문에 혼자 자취를 하고

     있으므로 가끔 동생을 돌봐주기 위해 서울을 올라가곤 한다.

 

     어머니는 잠깐 기다리라는 말을 남기신 후 바쁜 걸음으로 동생에게 보내줄 미나리를 뜯으러 개울과 논으로 가셨다. 나도 가끔 시간이

     있으면 쑥이나 냉이, 미나리를 캐러 다니지만 생각같이 나물 캐는 일이 쉽지가 않다. 개울주변은 내다 버린 쓰레기로 지저분한데다가

     여기저기 떨어진 유리 조각 때문에 발을 다칠 염려까지 있다. 또 물이 풀숲까지 올라 잘못 발을 디디면 발이 빠지기 쉽기 때문에 나물

     뜯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

 

     농사일로 바쁘셨지만 어머니는 딸에게 보내기 위해 바쁜 시간을 내어 미나리를 뜯고 쑥과 취나물도 캐어 여행 가방을 가득

     채우셨다.나는 어머니가 건네 주시는 가방을 받으며 씁쓰레한 기분을 느꼈다. 어머니의 사랑을, 그 가슴을 자식이 얼마나 알아줄까

     싶어서 였다.

 

     오늘 동생의 자취방에 가서 이 미나리를 깨끗이 씻어 삶아 무치고 쑥국을 끓이면서 동생을 기다려야겠다. 이제는 어른이 되어서일까,

     채소의 덤이 가당치 않게 느껴지며, 지금은 건강을 생각해서 꼬박꼬박 밥을 챙겨 먹는다. 또 아까운 농산물을 상하게 내버려 두는 일도

     없다.

 

     사람은 너무 쉽게 얻은 것은 그 고마움을 모르게 되는 것 같다



491 0

추천 반대(0) 신고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