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9일 (수)
(홍) 복자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밀알이 땅에 떨어져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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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런 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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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형 [largo7a] 쪽지 캡슐

2001-09-25 ㅣ No.4696

맑게 개인 가을 하늘 같은 짧은 얘기를 들려드립니다.

 

언제나 못난 나를 피를 나눈 형처럼 따르는 형제가 있습니다.

그 동생이 새로운 근무지에 온 지도 거의 7개월 째인 데도 그의 사무실을 방문할 마음의 여

유가 없었습니다.

어제 오후에 틈을 내어 그의 사무실을 찾아가는 길이었습니다.

동생은 그의 사무실이 강서 구청 옆이라고 알려주었습니다.

나는 쉽게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였습니다.

김포공항으로 향하는 국도 우측의 물길이 흐르지 않는 몰골이 흉측한 "인공폭포"를 지나 약

1Km 지점을 운전하던 중, 신호등을 만났습니다.

내 옆 차선에는 택시가 멈추었습니다.

나는 차창을 내리며,

"강서 경찰서가 어디쯤 있습니까?"하고 길을 물었습니다.

택시 기사는 내게 다음다음 네거리에서 좌회전 그리고 강서구청 옆 건물이라고 위치를 가르

쳐 주었습니다.

그러면서 1차선에 정차한 나를 2차선으로 들어서도록 기다려 주었습니다.

나는 고맙다는 표시의 목례를 한 후, 택시가 서있는 2차선으로 들어가 사거리를 지나쳤습니

다. 그리고 잠시 가다 보니까 도로 위에 흰색 페인트로 칠한 좌회전 표시가 눈에 들어왔습

니다.

나는 좌회전하기 위하여 다시 1차선으로 들어섰습니다.

들어 선 후 차내의 거울에는 나의 차 후면의 도로상황이 그대로 비추어지고 있었습니다.

내게 길을 가르쳐 준 2차선의 택시기사는 거의 정지하였다고 생각될 정도의 느린 움직임으

로 뒤에서 이어지는 차를 막아주고 있었습니다.

나는 그 순간 1차선으로 잘못 들어선 자신을 깨닫고, 재빨리 다시 2차선으로 차를 진입시켰

습니다.

그 택시기사는 나의 차가 강서구청으로 가는 네거리에서 좌회전하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비로소 그의 갈 길을 가버렸습니다.

 

나는 내 시야에서 사라지는 택시를 감동 어린 시선으로 한참동안 쳐다보았습니다.

승객이 타지 않은 빈 택시, 개인택시도 아닌 회사 택시였습니다.

 

그 순간 한 동네에서 살고 있는 이웃끼리도 좁은 골목길에서 서로 교행할 때 상대방에게만

양보를 강요하는 오늘날 자동차문화의 현주소가 클로즈업되어 왔습니다.  

 

 

이런 경우는 정말 희귀한 경우이며, 경험일 것입니다.

아마도 이 각박한 세상에서는 기대하기 힘든, 아니 전혀 기대할 수 없는 아름다운 마음이었

습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길을 묻는 사람에게 성의를 다 하여 길을 인도"해 준, 가장 사람다운 사

람의 마음을 만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차가 인성(人性)을 지배하는 이 슬프고 답답한 세상에서,  차를 운전하는 사람다운 사람을

만났습니다..

택시의 차량 번호는 서울 34 아 또는 하 8287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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