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라틴어로 퇴학은 당했지만...

십자가를 안테나로!

  얼마 전에 어느 신학생 어머니로부터 저는 이런 안타까운 전화를 받았고 또 이런 안타까운 말씀을 드릴 수밖에 없었답니다.

"신부님, 저의 아들이 신학교에서 성적이 좋지않아 퇴학을 당했습니다. 혹시 수도원에서 공부할 수는 없는지요?"

"죄송합니다. 저희도 얼마전에 신학교 성적이 좋지않은 수사님을 퇴회시켰답니다. 양해바랍니다."

  그리고 저는 그 어머니에게 왜 진작 저에게 연락을 하지 않았냐?며 미리 알려주셨다면 제가 신학 과외지도를 해서라도 성적을 향상시킬 수 있었을 텐데...하는 안타까움과 라틴어 때문에 퇴학을 당했던 성요한 마리아 비안네사제(8월 4일축일)를 예로 들며, 희망을 버리지말고 함께 기도하자고 격려를 했습니다. 그리고나니 저의 신학교 학창시절이 회상이 되었습니다.

  신학교의 저희 선배들은 라틴어 수업시간이 되면 "수난기약 다다르니..."의 사순절 성가를 불렀다고 하고, 엄한 교수 신부님의 분필탄을 맞거나 재시험을 치르는 어려움을 겪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저는 1985년도에 서울 신학교 2학년으로 편입을 하여 1, 2학년과정을 한꺼번에 하느라고 몹시 고생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편입생들의 이러한 고충을 그당시 라틴어를 가르치시던 백민관 학장 신부님이 잘 이해를 해주셔서 저희들은 그 어렵다던 라틴어로 큰 어려움을 겪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재미있는 수업일화가 생각이 납니다. 한번은 라틴어 받아쓰기 시간에 어느 수사님이 손을 번쩍 들고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학장 신부님, 신부님의 발음이 너무 나빠, 도저히 받아 적을 수가 없습니다. 다시 읽어 주십시오!" 그러자 같이 시험을 치르던 학생들은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었고 모두 학장신부님의 표정을 조심스럽게 살폈습니다. 하지만 학장신부님은 아무 일이 없었다는 듯 다시 그 구절을 읽어 주셨습니다. 라틴어 수업시간을 마치고 반장 신학생이 그 수사님에게 "어서 가서, 학장님께 사과를 드려라"라고 권고를 했지만 그 수사님은 "발음이 나쁜 걸 나쁘다고 했는데 내가 잘못한 것은 없다"라고 그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한주간을 가슴 조마조마하게 보내고 다음 라틴어 시간을 맞이하였습니다. 이번에는 저희가 라틴어 책을 읽게 되었는데, 학장님의 발음이 나쁘다고 했던 그 수사님이 책을 읽고나자, 학장님은 "자네, 지금 독일어로 읽었어? 아니면 영어로 읽었어? 하하하"하고 보복성(?) 평을 하시자 저희는 배를 잡고 뒹굴 수 밖에 없었답니다.^^*

  프랑스 혁명으로 불안정한 시기를 산 요한 마리아 비안네 신부는 초등교육도 제대로 받아보지 못했지만, 바리에르의 소신학교에서 철학을, 리용의 대신학교에서 신학을 공부하였습니다. 그런데 1814년, 결국은 라틴어 때문에 신학교에서 퇴학을 당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18세부터 시작되었던 에퀼리의 신부 아베 발레의 지속적인 개인교수와 특별시험 주선으로 1815년 그레노블에서 사제서품을 받았습니다. 신학교의 지도신부들은 그의 열렬한 신심과 선함에 큰 감명을 받았고, 비안네 신부는 본당사목을 통해 특히 고백성사를 통해 신자들에게 착한 목자 예수님을 보여주었습니다. 그의 직설적인 강론과 충고는 간단명료했으나 늘 사랑에 넘쳤으며, 그는 매년 2만여명의 순례자, 본당 신자들에게 고백성사를 주었다고 합니다. 하루 평균 18시간을 고백소에서 보냈으며 1859년에 선종후, 1905년에 시복, 1925년에 ’사제들의 주보성인’으로 시성이 되셨습니다.

"성요한 마리아 비안네 사제여, 공부 때문에 실망하거나 좌절하고 있는 신학생들과 젊은이들을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   가브리엘통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