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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묵주이야기] 134. 미시시피강 다리 위에서 받은 검은 유혹 / 강남돌 로즈메리(미국 일리노이 세인트루이스 성 김대건 안드레아 본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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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나의 묵주이야기] 134. 미시시피강 다리 위에서 받은 검은 유혹
강남돌 로즈메리(미국 일리노이 세인트루이스 성 김대건 안드레아 본당)
언젠가 오랜만에 혼자 있을 시간이 있어 벽난로 위에 모셔진 예수 그리스도 성화 앞에 촛불을 밝히고 마음을 가라앉혔다. 그러면서 고통의 신비를 묵상했다. 주님의 기도를 하는데, 그 순간 눈앞에 어린 두 아들, 리처드(한솔)와 필립(하영)을 데리고 일리노이에서 미시시피 강을 건너 세인트루이스 성 김대건 안드레아 성당을 오가던 길이 떠올랐다.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맘속으론 많은 순간 울고 있던 아주 미숙한 엄마였다. 첫 공동체 생활이었기에 본당 어른들이 부르면 “예” 하고 달려갔다.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한 레지오 마리애 단원 생활, 봉사 활동, 피정, 여러 영성 프로그램…. 뭐라도 배우겠다고 열정적으로 달려가던 그때였다. 외톨이 미국 생활 등 옹고집으로 선택한 내 삶이었지만, 마음속은 롤러코스터 같았다. 건너던 중 이런저런 상념에 빠져 문득 파란 하늘을 쳐다봤다. 멀리 혼자 떨어져 사는 삶, 평화유지군으로 나라의 불림을 받아 현직 경찰 유니폼을 벗고 군복으로 갈아입고 멀리 보스니아로 훌쩍 떠난 남편, 텅 빈 집…. 눈물이 왈칵 솟았다. 갑자기 출렁이는 강물을 보며 여기서 내 인생 끝내고 싶다는 충동이 불끈 솟았다. 자동차와 함께 넘실대는 흙빛 미시시피 강물 속으로 그대로 처박고 싶다는 생각이 퍼져 나갔다. 은근하면서도 어두운 목소리가 내 귓가에 속삭였다. “아니야. 남돌, 너 그런 사람 아니야!” 가슴 한쪽에선 그렇게 또 한 음성이 천둥처럼 들려왔다. 검은 유혹의 목소리에 아랑곳없이 너무나 평화스럽게 잠들어 있었다. 혼자 예수 그리스도의 자애로운 모습이 그려진 성화를 바라보며 고통의 신비를 묵상할 때까지. 눈물이 펑펑 쏟아져 나왔다. “예수님, 제가 잘못했어요. 저 용서해 주세요. 다시는, 다시는 그런 생각 안 할게요. 용서해주세요. 주님!” 때로는 달팽이처럼 혼자만의 껍질 속에서 갇혀 울던 나의 못나고 미숙했던 모습. 그 순간에도 주님은 혼자 피땀 흘리시고 우시는 것을 나이 오십이 돼서야 나는 알게 된 것이다. 주님의 손길, 성모 마리아의 따스한 손길을 이 무딘 가슴으로 느낀다. 먼 타국에서의 나의 삶에서 나는 결코 혼자가 아니었음을, 나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이끌어주시는 예수님의 손길이 늘 함께하심을 느끼면서 내가 초라하고 작아질 때 또 나의 아집 속에 기어들려고 할 때 나는 묵주를 잡는다. 구원이신 예수 그리스도께 기대면서. “천주의 성모 마리아님, 이제와 저희 죽을 때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