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5일 (화)
(백)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 - 남북통일 기원 미사 두 사람이나 세 사람이라도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나도 함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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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묵주이야기] 134. 미시시피강 다리 위에서 받은 검은 유혹 / 강남돌 로즈메리(미국 일리노이 세인트루이스 성 김대건 안드레아 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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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 [kimhh1478] 쪽지 캡슐

2015-07-30 ㅣ No.85388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나의 묵주이야기] 134. 미시시피강 다리 위에서 받은 검은 유혹

 

강남돌 로즈메리(미국 일리노이 세인트루이스 성 김대건 안드레아 본당)

 

 

언젠가 오랜만에 혼자 있을 시간이 있어 벽난로 위에 모셔진 예수 그리스도 성화 앞에

촛불을 밝히고 마음을 가라앉혔다. 그러면서 고통의 신비를 묵상했다.

“예수님께서 우리를 위하여 피땀 흘리심을 묵상합시다”라고 기도를 바친 뒤

주님의 기도를 하는데, 그 순간 눈앞에 어린 두 아들, 리처드(한솔)와 필립(하영)을 데리고

일리노이에서 미시시피 강을 건너 세인트루이스 성 김대건 안드레아 성당을 오가던 길이 떠올랐다.

두 아들을 데리고 외짝 교우로서 첫 공동체 생활을 한 나는 사람들 앞에선 늘 웃으며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맘속으론 많은 순간 울고 있던 아주 미숙한 엄마였다.

첫 공동체 생활이었기에 본당 어른들이 부르면 “예” 하고 달려갔다.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한

레지오 마리애 단원 생활, 봉사 활동, 피정, 여러 영성 프로그램….

뭐라도 배우겠다고 열정적으로 달려가던 그때였다.

그러나 혼자 있을 때면 방황했다. 한국인이지만 국제결혼을 한 나의 정체성, 친정 식구 하나 없는

외톨이 미국 생활 등 옹고집으로 선택한 내 삶이었지만, 마음속은 롤러코스터 같았다.

어느 날 아이들과 주일 미사에 참례하고 집으로 가는 길이었다. 차를 타고 미시시피 강 다리를

건너던 중 이런저런 상념에 빠져 문득 파란 하늘을 쳐다봤다. 멀리 혼자 떨어져 사는 삶,

평화유지군으로 나라의 불림을 받아 현직 경찰 유니폼을 벗고 군복으로 갈아입고 멀리 보스니아로

훌쩍 떠난 남편, 텅 빈 집…. 눈물이 왈칵 솟았다. 갑자기 출렁이는 강물을 보며

여기서 내 인생 끝내고 싶다는 충동이 불끈 솟았다. 자동차와 함께 넘실대는

흙빛 미시시피 강물 속으로 그대로 처박고 싶다는 생각이 퍼져 나갔다.

“그래, 남돌아, 넌 사람들 눈치를 너무 봐. 이젠 네 맘대로 한번 해봐!”

은근하면서도 어두운 목소리가 내 귓가에 속삭였다. “아니야. 남돌, 너 그런 사람 아니야!”

가슴 한쪽에선 그렇게 또 한 음성이 천둥처럼 들려왔다.

나는 문득 뒷자리에 앉은 아이들을 봤다. 아이들은 엄마 가슴 속에서 넘실거리는 거대한 파도 같은

검은 유혹의 목소리에 아랑곳없이 너무나 평화스럽게 잠들어 있었다.

그때 어떻게 그 다리를 지나왔는지…. 그리고 나선 그때 일은 까맣게 잊어버렸다. 그날 그 시간

혼자 예수 그리스도의 자애로운 모습이 그려진 성화를 바라보며 고통의 신비를 묵상할 때까지.

기억 저편으로 사라진 그 날 다리 위에서 받은 유혹의 순간이 재현되면서 내 눈에서

눈물이 펑펑 쏟아져 나왔다. “예수님, 제가 잘못했어요. 저 용서해 주세요. 다시는,

다시는 그런 생각 안 할게요. 용서해주세요. 주님!”

지나치게 감성적이고 감정의 기복이 심했던 나의 모습들. 물가 어린아이처럼,

때로는 달팽이처럼 혼자만의 껍질 속에서 갇혀 울던 나의 못나고 미숙했던 모습.

그 순간에도 주님은 혼자 피땀 흘리시고 우시는 것을 나이 오십이 돼서야 나는 알게 된 것이다.

묵주를 잡고 구원의 신비를 묵상하면서 내 삶의 한순간 한순간에 나를 인도하시고 지켜주셨던

주님의 손길, 성모 마리아의 따스한 손길을 이 무딘 가슴으로 느낀다.

먼 타국에서의 나의 삶에서 나는 결코 혼자가 아니었음을,

나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이끌어주시는 예수님의 손길이 늘 함께하심을 느끼면서 내가 초라하고

작아질 때 또 나의 아집 속에 기어들려고 할 때 나는 묵주를 잡는다. 구원이신 예수 그리스도께

기대면서. “천주의 성모 마리아님, 이제와 저희 죽을 때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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