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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명곡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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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세자요한 신부 [john1004] 쪽지 캡슐

1999-06-04 ㅣ No.111

 

■20세기 비운의 음악들

숨은 명곡이 아름답다

 

"20세기 음악은 싫다."

 

어렵잖게 들을 수 있는 얘기. 심지어 클래식 음악에 어느 정도 이골이 난 사람들조차 심심찮게 하는 말이다. 동시대인들조차 거들떠보지 않는 20세기 음악의 비운(悲運). 그러나 개중에는 '20세기'라는 시간대에 함께 휩쓸려 제 빛을 내지 못한 음악도 적지 않을 터이다. 새로운 세기를 앞둔 지금, 동시대인들로부터 외면당했던 비운의 음악을 다시 한번 찬찬히 되짚어 숨겨진 '보석'을 찾아보는 것도 의미로운 일이 아닐까? 미국의 '워싱턴포스트'지가 주요 작곡가별로 '과소평가된' 명작들을 뽑았다.

    

● 에어런 코플랜드

미국인들은 서민적이고 소박한 코플랜드를 사랑했다. '로데오', '빌리 더 키드', '애팔래치아의 봄' 같은 곡은 그러한 코플랜드의 매력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공인된 걸작들. 그러나 그와 전혀 다른 특성을 보여주는 작품들, 예컨대 피아노 변주곡이나 피아노 소나타, 피아노 환상곡 같은 작품들은 그 예각적이고 강건하며 강렬한 특성으로 인해 도리어 무시당했다. 그것들은 미국적 모더니즘을 성공적으로 표현한 걸작으로 재평가받아야 한다.

 

● 프레데릭 델리우스

영국의 자연주의 작곡가로 존경받는 델리우스. '봄에 뻐꾸기의 첫 소리를 듣고', '여름의 노래' 같은 곡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손에 잡힐 듯이 그려보인다. 그러나 그도 '해류'보다 더 나은 걸작은 쓰지 못했다. 그는 월트 휘트먼의 시를 합창과 바리톤, 관현악 속에 잘 녹였다.

 

● 에드워드 엘가

익히 알려진 '수수께끼 변주곡'이나 '위풍당당 행진곡' 대신 세 곡의 오라토리오 - '제론티어스의 꿈', '사도들', '신의 나라'를 들어볼 것을 권한다. 엄숙하고 찬란하며 헌신적인 느낌을 안기는 걸작들이다.

 

● 조지 거슈윈

진지한 클래식 작곡가로 대접받고자 했던 그의 그릇된 시도는 잊도록 하자. 정작 그가 사랑받는 것은 '랩소디 인 블루', '파리의 아메리카인', '포기와 베스' 같은 작품, 특히 그것들이 지닌 아름다운 멜로디 때문이다. 클래식 작곡가가 아닌, 멜로디의 마술사로서의 거슈윈을 새롭게 탐험한다면 예상 밖으로 즐거운 결실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 필립 글래스

'해변의 아인슈타인'은 그 맹렬할 정도의 반복과 엄청난 길이로 필립 글래스의 명성을 높여 주었다. 그러나 순수한 음악적 경험으로만 본다면 '사티아그라하'(Satyagraha) 쪽이 더 만족스럽다. '아인슈타인'이 오페라의 모든 전통적 규범을 깬 것은 사실이지만 그 전통을 가져다가 글래스 자신의 음악 세계에 제대로 옮겨놓은 것은 사티아그라하다.

 

● 파울 힌데미트

그를 유명하게 만든 것은 전성기에 씌어진 대규모 관현악곡인 '교향적 변용'이나 발레음악인 '네 가지 기질' 같은 작품이지만 좀더 젊은 시절에 작곡된 '실내악'도 매력적이다. 바흐의 브란덴부르크 협주곡을 재즈 스타일로 옮겨놓은 듯한 맛이 난다.

 

● 구스타프 말러

20세기 음악 중에 말러의 것처럼 사랑받은 작품은 드물다. 교향곡의 경우 2번, 5번, 6번, 9번 등은 낭만주의 시대의 교향곡들 못지 않게 자주 연주되고, 또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천인교향곡'으로 알려진 대곡 8번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적어도 500명 이상의 대규모 합창단을 요구하고, 성악 솔리스트만 십수명에 이르는 8번 교향곡은 연주하기도 쉽지 않을뿐더러, 90분 동안 참고 듣기도 어렵다. 그러나 8번은 참을 만한 가치가 있고, 그것이 펼쳐 보여주는 주마등 같은 환상은 압권이다.

 

● 카를 오르프

때때로 너무 자주 듣는 것 같은 느낌도 들지만 '카르미나 부라나'가 안겨주는 그 광휘와 흥분은 대단한 것이다. 그러나 이 이교도의 칸타타는 본래 그만한 매력을 갖지 못했다. 대부분은 오르프의 빼어난 음악적 재능에 힘입어 재탄생한 것이다. 그리스의 비극을 음악으로 옮긴 '안티고네'나 '외디푸스' 같은 곡들도, 구하기는 어렵지만, 꼭 들어볼 만하다.

 

● 프랑시스 풀랑

오늘날 20세기 전반의 가장 위대한 프랑스 작곡가 중 한 사람으로 평가받는 풀랑의 또다른 매력을 맛보고 싶은 사람은 그의 피아노 음악들을 들어볼 일이다. 서늘하고 가늘며 우아한 맛을 느낄 수 있다. 금방 귀에 들어오기 때문에 종종 가볍게 치부되기도 하지만 그의 피아노곡들에는 경건함과 진지함이 들어 있다.

 

●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

20세기 가장 인기 있는 두세 작곡가 중 한 사람으로 꼽힌다. '피터와 늑대'는 이맘때면 어김없이 연주되고, '고전교향곡' 듣기도 어렵지 않다. 피아노협주곡 3번도 연주상의 어려움과 더불어 명성을 누린다. 그러나 여기에서 권하고 싶은 것은 피아노협주곡 제2번이다. 폭풍치듯 격렬하면서도 엄숙미가 있는, 아주 드문 작품이다.

 

●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

프로코피예프와 더불어 20세기에 인기를 누리는 행복한 작곡가. 그러나 여전히 숨겨진 보석을 갖고 있다.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따뜻하고 서정적이며, 러시아적 정서를 듬뿍 담은 로맨티시즘이 일품이다.

 

● 스티브 라이히

미니멀리즘이 대중적 인기를 얻고 마침내 학문적 존경까지 얻을 즈음에 등장한 '18 음악인들을 위한 음악'은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거부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지닌 명작이다. 그러나 역시 너무 긴 것은 분명하다.

 

●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

20세기의 베토벤으로 불릴 만한 교향곡의 천재. 그러나 교향곡 제4번은 여전히 들을 기회가 별로 없는 숨은 걸작이다. 이 혹독하면서도 찬란히 빛나는 걸작은 스탈린의 숙청작업이 기승을 부리던 1930년대 말에 작곡됐는데, 지금 다시 들어도 그에 대한 반발과 비판의 기운이 거세게 느껴진다.

 

● 얀 시벨리우스

이미 확고한 인기를 얻은 대신 교향곡 5번이나 7번 대시 6번을 들어볼 것. 믿기 어려운 평온과 휴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그를 20세기의 가장 중요한 음악인으로 꼽은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의 평가는 옳았는지도 모른다. 그의 작품은 20세기 말로 오면서 점점 더 빛을 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돈 주앙' '엘렉트라' '변용' '장미의 기사' 같은 곡들은 이미 고전이 됐다. 우리에게 남은 미개척지는 그의 중기(中期) 작품들이다.

 

● 이고르 스트라빈스키

'봄의 제전', '불새', '페트루슈카' 등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나 조지 발란신을 위해 1948년 작곡된 발레곡 '오르페우스' 같은 곡은 그 완성도에 비해 덜 알려진 작품이다.

 

김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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