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6일 (수)
(녹) 연중 제12주간 수요일 너희는 그들이 맺은 열매를 보고 그들을 알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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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나라로 가는 나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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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학 [pshak59] 쪽지 캡슐

2001-04-10 ㅣ No.3248

*이글은 김길수 님(전 대구가톨릭대 교수)께서 가톨릭 다이제스트(2001년4월호)에 기고한 글입니다. 한국 천주교회사를 깊이 연구하신 김교수님은 우리신앙 선조들의 삶과 죽음을 통해 우리 신자들에게 신앙심을 일깨워 주고 계십니다.*



하늘나라로 가는 나그네



한국 천주교회사를 제일 먼저 통사로 쓴 분은

한국사람이 아니다.

한국에 와 본적도 없고 한국사람을 본 적도 없는 프랑스 사람 달레 신부였다.

한국 천주교회사를 쓰게된 까닭을 그는,

너무도 아름다운 한국순교자들의 이야기가

역사의 망각속에 지워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달레의 한국천주교회사를 읽고 교황 비오 9세는

축하의 글에서 " 나는 교회를 위하여

이다지도 영광스럽고 온세계 천주교인들을 격려해 주기에

매우 알맞으며, 학문자체에도 유익한 이 역사책을

그대가 엮은 데 대하여 경하하는 바 입니다.

이 책이 마침내는 거룩한 교회를

적대시 하는 사람들까지도 움직여

그들의 덕행을 탄미(歎美)하게 되리라

예측됩니다."라고 하셨다.

달레신부는 방대한 한국천주교회사를 저술하면서

조금도 지치지 않았다.

"사형 집행인들이 지치지 않고 고문했고,

천주교인들이 지치지 않고 죽었으며,

하느님은 순교자들에게 지치지 않는

힘과 끈기를 주셨으니,

어찌 내가 그분들의 승리의 이야기를 쓰는데 지치겠는가."

그는 또 말하기를

"언젠가는 우리의 제단위에 모셔질 것으로 생각해야 하는

그 분들을 잊혀지게 버려두겠는가."라고 했다.

과연 그가 말한 대로 103위 한국순교성인이

시성되어 지금 전세계 가톨릭교회 제단에 모셔져 있다.

일제식민치하, 한국 순교자들에 대한 글과 강연을 듣고

한국천주교회사에 지대한 관심을 가진 난다오노 사부로는

역사학자가 아니라 부산에서 농장을 경영하던 일본인이었다.

그는 프랑스에 까지 손을 뻗쳐 자료를 구해다가,

『조선천주교 소사』를 자비로 간행했다.

역사학자가 아니었기에 여러 가지 착오와 오류를 범하면서도

매우 짭짤한 통사(通史)를 내놓은 것이다.

한 일본인도 깊은 열정으로 살펴보려 했던 우리 순교선열의

눈물겹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나는 그간 모르고 있었다.

아니 차라리 전혀 몰랐더라면 부끄럽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 찬란한 순교자들에 대해 그저 들은 풍월로, 극히 피상적이며

단편적인 지식조각으로 버틴 것이 너무도 부끄럽고 죄송스러웠다.

소학교 2학년 때 나는 어머니의 손을 잡고

성당에 처음 갔었다.

어머니따라 기도하고 성당에 가던 나는

아침미사에도 참례하고 저녁기도 때는 졸기도 했다.

장마비가 하염없이

내릴 때 어머니와 함께 끝없이

로사리오 기도를 드리기도 했다.

그래서 내가 누구인가를 의식할 무렵

나는 이미 가톨릭 신자였다.

그러나, 성지순례는 무엇하러 다녔고

순교성월은 도대체 어떻게 보낸 것인지

그제야 "이게 아닌데"하는 막연한 ,

그러나 어떤 뉘우침의 뭉클한 느낌이

가슴 저 밑바닥에서 치밀어 옴을 느꼈다.

한국순교자들의 이야기를 지치지 않고 썼다는

달레 신부도 차마 그냥 써내려 가지는 못했다.

그는 곳곳에서 "나는 여기서 펜을 멈추고 무릅을 꿇고

눈물을 흘리며 기도한다.

주님! 이 위대한 한국순교자들의 인내를

주님만이 갚아주실 수 있겠습니다.

주님! 이토록 위대한 순교자를 내고 있는 이 민족을

주님께서 결코 버리시지 않겠지요."

한 이방사제도 기도와 눈물로 쓴 우리 순교자들의 이야기를 두고,

나는 왜 감격의 눈물도 흘려보지 못했는가?

이래도 내가 순교자의 후손인가.!

그 무엇보다 더 가슴 아픈 것은

누가 지금 나의 신앙생활 모습 그어디 에서

저 위대한 순교자의 후손의 흔적이라도 찾아 볼 수 있겠는가!

나는 우리 순교선열들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리고 놀랍고 새로운 세계에 가슴 에이는 눈물로

젖어 들었고 전율하는 감동으로 잠겨들었다.

나는 거기서 수많은 나그네들를 만났다.

그들 하나하나가 이 세상에서 부터 하늘나라를 향해

당차게 걸어간 "하늘나라 나그네"들이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피안(彼岸)의 세계를 지향해

차안(此岸)의 세계에서 사랑을 실천한 영웅들이었다.

그들의 삶과 죽음이 너무도 거룩하고 아름다워서

슬픈 충격으로 내 영혼을 뒤흔들면 다가왔다.

나는 사도 바울로처럼 어느날 하늘에서 부르는 소리를 듣는

극적인 체험을 하지는 못했다.

영적전환의 계기가 될만한 소박한 이야기도 없다.

그러나 나도 모르는 사이 가톨릭에 젖어 들었다.

하느님의 크신 은총과 자비속에서 그 은혜와 사랑이

너무 깊고 높아 감히 그것이 은총임 깨닫지 못한 채

나의 신앙은 안개비에 젖듯 그렇게 젖어 들었다.

나는 안개비 내리는 나의 인생길에서

나의 길눈을 밝힌 순교자를 따라 아직도 걷고 있다.

배경음악은"산"( 드라마 허준 O.S.T.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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