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6일 (수)
(녹) 연중 제12주간 수요일 너희는 그들이 맺은 열매를 보고 그들을 알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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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낌없이 주는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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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혜 [na819] 쪽지 캡슐

2000-08-17 ㅣ No.1576

막내가 뒤 늦게 철이 드는가 봅니다.

아버지 먼저 가시고 홀로 되신 엄마를,

칠순을 몇달 남겨두고 부쩍 많이 생각 합니다.

훌쩍하니 엄마를 그리며 대전으로 내 달렸습니다.

노래 잘하고  외향적이며 고왔던 엄마의 얼굴엔

세월에 밀려 잔주름 굵은주름이 많이 그어져 있습니다.

밤늦도록 그칠줄 모르는 어린시절 이야기,사는얘기 하다가

새벽 다섯시 부터 서둘러서 선화동 성당에 성모승천일 새벽미사를 드리고,

성가를 참 잘 부른다는 엄마의 칭찬에 어린아이처럼 펄쩍 좋아했습니다.

드디어 서울로 돌아오는길.

엄마는 큰 비닐봉지와 보자기를 찾습니다.

왜냐하면 주고 싶은 것이 너무나 너무나 많기때문 입니다.

열무김치,배추김치,파김치, 깻잎김치,다시마튀김,명태졸임,된장, 고추장,

양말, 재활용비누,꽃무늬원피스,며칠을 걸려 준비해놓으신 것입니다.

저도 두아이 엄마인데 엄마의 엄마는 그의 딸에게 모든것을 주려 합니다.

나중에 그 나중에 먹고싶어도 못먹을 엄마의 음식을 아낌없이 받아 먹으라 합니다.

예전에는 그런것이 너무 싫었었는데,

모든것이 엄마의 주고싶은 마음이 아낌없이 주는나무처럼 너무나 가득하기에,

외마디 거절못하고 아무소리 없이 받아듭니다.

어지간히 해 먹고 산다고 생각하며 살고 있는데 엄마는 못 믿어운가 봅니다.

그렇게도 주고 싶을까?  주고 또 주고 자꾸만 내어주려고만 하는 그 큰마음.

엄마는 많이 가지지 않은 엄청난 부자임이 틀림없습니다.

경부고속도로를 혼자서 운전하며 돌아오는 마음이 웬지 쓸쓸합니다.

나중에 나중에 그립고 보고싶음이 너무나도 클것만 같아서.....

기다려 주지 않는 시간들 속에서 엄마는 자꾸만 늙어가고 있습니다.

아낌없이 주는나무는 영원히 사는것이 아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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