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6일 (수)
(녹) 연중 제12주간 수요일 너희는 그들이 맺은 열매를 보고 그들을 알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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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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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주 [78clara] 쪽지 캡슐

2000-07-10 ㅣ No.1404

우리 레지오에 그레고리오라는 할아버지가 한 분 계십니다.

그 분이 얼마나 웃기냐하면 그 분의 군대시절 얘기를 들어보면 압니다.

그 분의 얘기를 듣다보면 6.25때 안치룬 전쟁이 없습니다.낙동강전투에서 평양전투로 가다가는 김일성이를 만나 전쟁을 그만하자고 단독강화를 하는가하면 느닷없이 임진왜란전투까지 심지어는 살수대첩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분입니다.

그 분은 불우한 가정에서 태어나 고생을 하며 살았기 때문에 석가도, 공자도, 예수도,이 세상 돈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라는 굳은 신조를 살아왔다고 합니다.

그런분의 입교 이유가  우습기도하지만 참으로 진지하기도 합니다.

   그 얘기를 하고자 합니다.

그 분은 나름대로 성공을 해서 아파트도 사고 자동차도 샀답니다.남부럽지 않게 되었다고 자부하려는 터에 부인이 비실비실 아프더니 덜컥 병원에 입원을 했는데 암이라는 것이었습니다.있는 돈을 다 털어 치료를 해보려 했지만 속수무책이었답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성당에서 왔다면서 기도도 해주고  이런저런 얘기를 해주는데

처음에는 귀찮더니 병든 부인이 어느새 그렇게 의지를 하더랍니다.

 -예수 믿으면 소원을 다 들어 준데요?

말도 안된다는 식으로 퉁명하게 받아친 것이 천주교에 대해 처음보인 반응이었답니다.

주말이면 방문을 했던 세실리아라는 자매가 웃으면서 <그래요,믿음이 굳으면 예수님이 다 들어주시지만 시험하듯 장난치듯하면 벌 받아요>라고 말했답니다.

그렇게 지나쳤는데 하루는 회사일로 급하게 지방에 갈 일이 생겼답니다.김포공항에서

비행기를 타야하는데 방배동 이수교차로에서 자동차가 너무 막혀 비행기를 놓칠 지경이 됬답니다. 이수교차로는 정말로 교통지옥을 방불하지요.

비행기를 놓치면 계약을 못해 재산상 막대한 피해를 받게 되었는데 순간,세실리아자매의 말이 떠 오르더랍니다.그래서 속으로 기도를 했답니다.

난생 처음해본 기도.

-예수님, 제발 길을 뚫어 주십시요. 이 길이 안 뚫리면 저는 망합니다.

웃지 마시길 바랍니다.

그 기도는 순간적으로 이뤄졌답니다.

신호등 불은 분명히 빨간색인데 기도를 하자마자 앞 차가 서서히 움직이더니 길이 터지더라는 것입니다. 하도 이상해서 밖을 내다보았더니 교차로의 교통순경이 다른 길은 다 막고 그분이 있는 쪽 차들을 계속 손짓으로 빼주고 있더랍니다.

우습지요? 기복신앙이지요? 믿음은 그런게 아니지요?

그렇게 무사히 회사일을 마치고 돌아와서는 부인에게 신기하다면서 말을 전했답니다.

부인도 웃었지요. 그러니 당신도 천주교를 믿어요...하더랍니다.

그 분의 부인은 결국 돌아가셨습니다.그런데 그렇게 편안한 모습일 수가 없더래요.

신자도 아닌 부인도 성당사람 말만 듣고도 천국에 갔는데 본인이 신자가 되면 더이상  

걱정이 될게 없을 성 싶더래요.

 천주교를 믿으라는 부인의 간곡한 당부가 아니라 그 분 스스로가 천주교신자들의 행동을 보고 느껴서 천주교에 입교했다고 강변하지만  저는 그것을 레지오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고 어영부영 레지오를 하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 레지오들은 정말 열심히 활동을 합니다. 그  분의 두번째 기도는 미리내에서 있었습니다.

 그 때는 이미 저와 한 팀이 되어 있었을 때인데 성지순례차 미리내에 간 우리는

전국에서 모인 많은 신자들 때문에 정신이 없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앉아 있는데

그레고리오 할아버지가 느닷없이 술을 마시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들은 모두 웃었습니다. 여기가 어딘데 제발 그런 소리는 우리들 있을 때만 하시고

자중 좀 하시라고. 믿음이 약하다는 비아냥도 있었겠지요.그러자 그 분이 소리를 벌컥 질렀습니다.젠장, 성지라고 술 마시지 말라는 법이 성경에 있느냐?며 또다시

이수교차로의 얘기를 꺼내시는 것이었습니다.그러더니 두 손을 모아 기도를 한 것입니다.

-주님,용서하소서. 이 어린 친구들이 나를 비웃는데 저는 진심으로 소주를 마시고         싶습니다. 그래가지고 힘을내서 주님을 더욱더 열심히 모시려고 하오니 소주를 딱

한 병만 점지해주소서.

우리들은 부끄러웠지요.어떤 단원은 고개를 돌리고 어떤 단원은 얼굴이 벌겋게 상기되었습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이 뚜벅뚜벅 걸어오더니... 영감님,소주 여기 있습니다,하며

소주를 세병이나 식탁위에  올려 놓는 것 아니겠습니까?

기가 막힐 일이었지요.

그레고리오 할아버지의 모습은 어떻게 되었겠습니까?

위풍당당했지요. 보시오! 나는 한 병만 원했으니...한 병만 주시오.

주위에 있는 모든 사람이 다 놀랐습니다. 그 분의 형형해진 눈 빛에 우리는 술잔을 피하지도 못하고 한 잔씩 돌려가며 마셨습니다.

어떻게 된 일이냐하면...술을 가져오신 분은 당진에선가 오신 새입교자인데 성당에서 야외행사를 미리내에 왔더랍니다. 야외행사를 하면 술이 빠져서야 되겠나라는 심정으로 술을 챙겼는데 아무도 술 얘기는 안하더라는 겁니다. 그렇다고 초년병이 술병을 덥썩 꺼낼 수도 없고, 술은 마시고 싶고, 전전긍긍하는데 왠 할아버지가 소주 한병만 달라고 기도를 하는 모습이 들어왔다는 것입니다.그래서 옳다꾸나,하고  소주를 가지고 우리 자리로 왔던 것입니다.

 그 때 저는 불현듯 느낀 것이 있었습니다.

우리들의 믿음은 가슴이 아니라 머리만 가지고 믿는 너무 상식적인 것이 아닐까?

예수님이 바리사이파를 호통치셨는데 그 바리사이파가 우리 자신은 아닌지?

신앙심에 대해서는 누구도 자랑할 것은 없을 것이라는 생각.

겸손,겸손,또 겸손만이 주님의 사랑을 전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

어떤 일이 있어도 남을 비판하지 말자! 판단은 주님이 하신다.그 때 마음속으로 새긴 말입니다.

그레고레오 할아버지의 얘기는 끝도 한도 없습니다만 한가지만 더 쓰고 마칠까 합니다.

그래서 무슨 일이 있으면 그레고리오 할아버지가 빠지면 안됩니다.

그래서 무슨 어려운 일이 있으면 그 분께 상의를 드리는데 다소 장난끼도 발동되지요.

-할아버지가 기도를 해 주세요.

하면 말씀하시지요.그런기도는 자주하는 것이 아니라고...세번째 기도중 남은 한가지는 꼭 필요할 때가 따로 있을 것이라고 남겨둬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 남은 한가지 기도야말로!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기도가 될 것 임을 저는 의심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연말이면 할아버지가  아무도 모르게 동사무소에 쌀을 전달하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주님의 은총으로 일년동안 등 따습고,배곯지 않고 지냈기 때문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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