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9일 (토)
(홍)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너는 베드로이다. 나는 너에게 하늘 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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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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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탁 [daegun011] 쪽지 캡슐

2001-07-25 ㅣ No.4203

            아버지의 선물

 

나에게는 아버지가 두 분 계시다. 나를 낳아주신 아버지와 길러 주신 아버지. 나를 낳아주신 아버지는 사업에 실패하시고 언제나 술을 마셔서 벌개진 얼굴로 나를 쳐다보곤 하셨다.

어린 마음에도 아버지의 그 멍한 눈이 싫어서 가까이 가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결국 내가 초등학교 때, 친아버지는 돌아가셨다.

 

그리고 몇 년을 나와 단둘이 사시던 어머니는 내가 중학교 때 주윗분의 소개로 지금의 아버지와 만나 재혼을 하셨다.

스무살이나 나이차가 났지만 어머니는 개의치 않으셨다. 아마 나를 생각해 생활의 안정을 원하셨을 것이다.

새아버지와는 그렇게 좋은 사이도, 그렇다고 나쁜 사이도 아니었다. 지금까지 그냥 아버지라고는 부르지만 살가운 우스갯소리 한번 나누지않은 그저그런 사이였다.  

 

어머니는 어머니대로 많은 걱정을 하셨을 것이다. 딸이 무슨 잘못한 일이 있어도 꾸중 한 번 제대로 못 하시는 아버지에 대한 답답함과, 아버지 생신이나 어버이날에도 선물 한 번  안하는 딸이 마음에 들리 없었다.

 

"얘야, 너는 무슨 애가 아버지 생신에 선물이 하나 없니?"  

어머니는 화가 나서 그렇게 말씀하신 적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갑자기 한 하던 일을 하려니 쑥스럽기도 하고 마음이 그리 선뜻 나서지도 않았다.

 

나는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직장을 다녀 성년이 되면 집에서 독립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하지만 마음처럼 쉽게 준비가 되지는 않았다.

그리고 스무 살 생일을 맞이했다.

나는 그날도 똑같이 아침을 먹고 출근을 했다.

하지만 일을 하면서도 마음 속에 무언가 짠한 것이 자꾸만 떠올랐다.

 

하루종일 조금 우울한 마음으로 돌아온 그날 저녁, 저녁을 먹고 쉬고 있는데 초인종소리가 울렸다.

아버지가 오신것 같아 나가 인사를 하려고 현관문을 연 순간, 내 코앞에 불쑥 나타난 빨간 장미꽃 한 다발. 그리고 그 뒤로 조금 붉어진 아버지의 얼굴이 보였다.

 

아버지는 엉거주춤 현관에서 신발을 벗지도 앟으시고 내게 꽃다발을 내미셨다. 손에는 작은 선물 상자도 함께 들려 있었다.  

"오늘 네 스무살 생일이지? 축하한다. 작지만 아빠가 주는 선물이야."  아버지는 내게 그렇게 꽃과 선물을 쥐어 주시고는 천천히 방으로 들어가셨다.

 

나도 역시 엉거주춤 선물을 받아 쥐고는 내방으로 돌아서는데 발등으로 자꾸만 눈물이 떨어졌다.

나는 조심스레 선물 포장을 뜯었다.

분홍색과 노랑색의 속옷 세트. 한 번도 여자 속옷을 사 본적이 없으셨을 아버지 때문에 나는 그날밤 오랜만에 참 많은 눈물을 쏟았다.  

 

그리고 속으로 몇 번이나 말해 보았다.  아버지, 사랑합니다, 라고

 

                                  김선정님/경기도 안산시 고잔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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