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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한 신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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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01-12-05 ㅣ No.27143

 늦은 시간에 "라마단의 사람들"이란 프로를 보았습니다.

무슬림에 대한 이해가 없는 저에게는 참 좋은 프로였습니다.

미국에서 발생했던 항공기 테러가 무슬림과 관련되었다는 미국측 주장이 있었고, 미국이 테러에 대한 응징으로 무슬림 국가인 아프카니스탄에 대한 공격이 계속 되고 있습니다.

 

 그런 가운데 오늘 보게된 프로는 무슬림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 주었습니다. 정확하게 검증되지 않은 사건에 대해서 전세계적인 언론 보도와 강한 힘을 가진 국가들이 지구상에서 가장 약한 나라에 파상적인 공격을 가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지 생각해 봅니다.

 

 라마단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일상적인 삶을 보면서 무슬림은 평화를 사랑하고 라마단 기간동안 금식을 하면서 가난한 이들의 배고픔을 몸으로 느끼면서 가난한 이들을 생각하고 도와주는 종교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영화를 보면서, 언론에 보도된 피상적인 내용을 접하면서 무슬림은 폭력적이라는, 무슬림은 자살 폭탄 테러를 하는 위험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을 조금씩 갖게 된 것은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영화나 언론은 그들이 그런 극단적인 저항을 하게된 원인과 배경은 설명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 생각됩니다.

 

 요즘 한국영화에는 조직 폭력을 업으로 삼는 사람들을 소재로 한 영화가 많이 만들어지고 있고, 또 흥행에도 성공을 하고 있습니다. 저도 "신라의 달밤, 조폭 마누라, 달마야 놀자"를 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일상의 생활에서 접할 수 없는 사람들의 모습이고, 또 그런 영화에서는 흔히 말할 수 없는 "욕"이 자주 나오는데, 관객들은 어쩌면 그런 모습에서 대리만족을 느끼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이곳 굿뉴스 자유게시판을 좋아합니다. 말 그대로 자유게시판이니까 장르도 다양하고 소재도 다양한 우리들의 이야기를 많이 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곳이 가톨릭 사이트이고 또 종교인들이 자주 보는 곳이니 아무래도 교회의 이야기 사제들의 이야기가 자주 올라오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영화를 본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 진한 감동을 느끼거나, 유쾌한 웃음을 터트리는 것은 어디까지나 관객들의 선택이고 관객들의 자유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한국의 영화 관객들이 조직 폭력을 다룬 영화를 보았다고 자신들도 조직 폭력을 업으로 삼는 사람처럼 살거나, 일상의 생활에서 조직 폭력을 업으로 삼는 사람들의 언어를 사용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저는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이야기되는 많은 이야기들, 그 내용이 긍정적이든지, 부정적이든지, 교회의 이야기든지, 사제의 이야기든지 올라온 글에 대한 평가나 판단은 오직 이곳을 찾는 분들의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글에 대한 진실성과 글에 대한 가치는 이곳을 찾는 분들이 다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제가 며칠 전에 신촌 세브란스 병원 응급실에서 용한 신부가 되었던 이야길 잠깐 할까 합니다. 본당 교우분 중에서 한분이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 입원을 하셨습니다. 병실이 나질 않아서 계속 응급실에 계셨습니다.

 

 저는 교우분께서 아프시니까 수녀님과 함께 교우분을 위해서 기도해 드리기 위해 병원 응급실로 갔습니다. 병원 응급실은 말 그대로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응급실에 들어가지 못한 환자분들은 응급실 복도에 계시기도 했습니다.

 

 저는 함께 기도하고 성체를 영해 드렸습니다. 환자를 간호하시는 자매님께서 고맙다는 말씀과 함께 아침햇살 1박스를 주셨습니다. 저는 아침햇살과 함께 본당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제가 기도하고 돌아온 뒤 바로 환자분을 위한 입원실의 자리가 생겼다고 합니다. 환자를 간호하시던 자매님께서는 신부님이 기도하고 가셔서 입원실 자리가 생겼다고 좋아하셨답니다. 그리고 며칠씩 함께 응급실에 있던 다른 환자의 보호자들도 "성당 신부가 용한가보다"라고 이야길 하셨다고 합니다.

 

 저는 용한 신부도 아니고, 재능이 뛰어난 신부도 아닙니다. 다만 제가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그런데 저의 당연한 일에 대해서 너무도 고마워하신 자매님의 고운 마음과 모든 것을 신앙의 눈으로 보시는 자매님의 신앙심이 저를 용한 신부로 만들어 주셨다고 생각합니다.  

"용한 신부"는 용한 교우분들의 뜨거운 신앙과 기도가 있어야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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