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6일 (수)
(녹) 연중 제12주간 수요일 너희는 그들이 맺은 열매를 보고 그들을 알아볼 수 있다.

따뜻한이야기 신앙생활과 영성생활에 도움이 되는 좋은 글을 올려주시기 바랍니다.

아우구스티노 신부님의 성소

스크랩 인쇄

김창선 [cskim74] 쪽지 캡슐

2001-10-16 ㅣ No.4867

 

  대희년 8월 하순에 우리 본당에서 개최한 "성소후원회의 밤"에 초대된 아우구스티노 신부님의 성소체험을 따뜻한 이야기 가족 여러분과 나누고자 여기 소개 합니다.

 

  "저는 엄마품에 안긴체 세례성사의 은총을 받았습니다. 철없던 어린시절부터 어머님의 손길에 끌려 주일학교를 다녔고 첫영성체 교리도 받았습니다.  어린시절 저는 몹시도 개구장이었던가 봅니다.  저는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누군가 제가 장성하였을 때 일러준 바에 따르면, 미사시간에 장난을 치다가 매우 엄하셨던 본당 신부님 한테 뺨을 맞았다고 합니다.  주님께서 오시어 계신 시간에 무례를 범했으니 야단 맞는건 당연하죠.

 

  그 뒤에 새로 오신 주임 신부님은 성당내에 도서관도 만드시고, 성소후원에 관심이 대단하셨어요. 중등학교 시절 제게도 신학교에 들어가라는 권유도 많이 하셨지요.  신학교에 갈 작정으로 고등학교 시절에는 성당내 단체(cell)활동도 열심히 하였습니다.  어느날 어머님께 "저는 신부님이 되고싶으니 신학교에 갈래요."라고 제 꿈을 밝힌 적이 있었는데 어머님께서는 제 말이 끝나자마자 "기도는 했었느냐?" 고 물으셨습니다.  아무 대답이 없자, "기도하지 않고 어떻게 신학교에 가느냐.  일반대학이나 가거라."하시는 것이었습니다.

 

  대학시절 제가 몸 담았던 "가톨릭동아리"는 나의 신앙심을 길러주는 텃밭이었습니다.  신부가 되겠다는 꿈을 버리지는 않았지만, 집안의 대들보였던 아버님께서 갑자기 세상을 하직하시게 되어 졸업 후에는 집안을 돌보기 위해 회사에 취직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대학 동아리 지도 신부님으로부터 자신도 직장생활 삼년 후에 신학교에 들어갔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이 신부가 되겠다는 꿈을 간직했던 저에게 다소나마 위안이 되었지요.

 

  그런데 직장생활로 돈을 버니까 신학교에 가겠다는 생각은 까맣게 잊어버리게 되었고 결혼이나 하고 싶어졌습니다.  그러자 중매가 들어와서 곧 선을 보게 되었지요.  가슴 설레이며 기다리던 디 데이 전날 파트너가 갑자기 교통사고를 당하는 바람에 결혼의 꿈은 깨어지고 말았습니다.  6개월후에 다시 중매가 들어 왔지만 첫선 생각이 떠올라 별로 마음이 내키지 않드라구요.  다시 선보기 이틀전 한동안 직장에서 년말 실적보고와 신년계회을 작성하느라 녹초가 된 저는 병원에 입원하는 신세가 되고 말았습니다. 병원에 입원하고 보니 선을 안봐도 되니까 마음은 오히려 편했습니다.  정밀 검사를 한 결과 간경화라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회사를 그만두고 한 동안 쉬게 되었습니다.  성서공부도 하고, 성체조배하면서, "저의 갈길을 비춰 주십시오."라고 열심히 기도도 하였습니다.

 

  기도생활을 하는 가운데 저는 두번의 꿈을 꾸었지요.  하나는 신문배달(좋은 소식알림)을 하는 아이와 함께 신문을 돌리고 나서 맛있는 음식(성찬)을 배불리 먹는 꿈이었고,  다른 하나는 우리 성당에서 수 많은 사람들의 모여 기도하는 모습이었는데, 나는 가장 정성스레 기도하시는 흰 가운을 입으신 분(성모님?)을 발견하였습니다.  기도 생활 끝에 저의 병도 완쾌 되었고 신학교에도 걱정없이 들어 갈 수 있었습니다.  본당 교우들은 물론 성모님도 열심히 기도해 주신 덕분이지요.

 

  사제가 되는 길은 결코 쉬운일은 아닙니다.  저는 어렵고 힘들때면 늘 하느님께 의지하였고, 정성껏 기도하면 반드시 응답해 주신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기도하면 주님께서 들어주시니까 함부로 기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형제 자매 여러분, 가정에 어려움이 있습니까?   자녀들중에서 성직자나 수도자가 나오기를 소망하십니까?  그러시면 지금부터라도 기도로 시작하십시오.  저도 함께 기도해드리겠습니다."

 

    좌석 앞줄 한가운데에는 수족도 불편한 반백의 연로하신 자매님 한 분이 앉아 신부님의 성소체험을 듣고 계셨습니다.  신부님의 이야기가 계속되는 동안 이 자매님은 가끔 엷은 미소를 지으시며 고개를 끄덕이셨는데,  지난 일생이 결코 순탄하지 않았건만 주님의 종으로 살아가는 아들의 모습을 지켜보시면서 지난날의 삶을 회상하는 모습 같아보였습니다.



742 0

추천 반대(0) 신고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