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1일 (토)
(홍) 성 유스티노 순교자 기념일 당신은 무슨 권한으로 이런 일을 하는 것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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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빈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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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범 [ktbgl] 쪽지 캡슐

2001-08-29 ㅣ No.4477

카운피아 게시판에서 퍼온글 입니다

 

아내의 빈자리

 

>아내가 어이없는 사고로 우리 곁을 떠난지 4년 ,지금도 아내의 빈자리는 너무나 크기만 합니다. 스스로 밥 한끼 끓여먹지 못하는 어린아이와

>남편을 두고 떠난 심정이야 오죽했겠습니까마는 난 나대로 아이에게 엄마 몫까지 해주지 못하는 게 늘 가슴 아프기만 합니다. 언젠가 출장으로

>인해 아이에게 아침도 제대로 챙겨주지 못하고 출근준비만 부랴부랴하다가 새벽부터 집을 나섰던 적이 있었지요.

>

>전날 지어먹은 밥이 밥솥에 조금은 남아있기에 계란찜을 얼른 데워놓고 아직 잠이 덜 깬 아이에게 대강 설명하고 출장지로 내려갔습니다.

>

>그러나 일이 손에 잡힐리가 있나요?

>그저 걱정이 되어 몇번이나 전화로 아이의 아침을 챙기느라 제대로 일도 못본것 같습니다. 출장을 다녀온 바로 그날 저녁 8시. 집으로 돌아온 나는

>아이와 간단한 인사를 한뒤 너무나 피곤한 몸에 아이의 저녁 걱정은 뒤로한 채 방으로 들어와 양복상의를 아무렇게나 벗어 던지고 침대에 대자로

>누웠습니다.

>

>그 순간, `푹!` 소리를 내며 빨간 양념국과 손가락만한 라면 가락이 침대와 이불에 퍼질러지는게 아니겠습니까? 펄펄 끓는 컵라면이 이불속에

>있었던 것입니다. 이게 무슨 일인가는 뒷전으로 하고 자기 방에서 동화책을 읽던 아이를 무작정 불러내어 옷걸이를 집어 들고 아이의 장딴지와

>엉덩이를 마구 때렸습니다.

>

>`왜 아빠를 속상하게 해! 이불은 누가 빨라고 장난을 쳐, 장난을!` 다른 때 같으면 그런 말은 안했을텐데 긴장해 있었던 탓으로 때리는 것을

>멈추지않고 있을때 아들 녀석의 울음섞인 몇마디가 나의 매든 손을 멈추게 했습니다.

>

>아들의 얘기로는 밥솥에 있던 밥은 아침에 다 먹었고,점심은 유치원에서 먹고,다시 저녁때가 되어도 아빠가 일찍 오시질않아 마침 싱크대 서랍에 있던

>컵라면을 찾아냈다는 것입니다.

>

>가스렌지 불을 함부로 켜선 안된다는 아빠의 말이 생각나서 보일러 온도를 목욕으로 누른 후 데워진 물을 컵라면에 붓고 하나는 자기가 먹고 하나는

>출장다녀온 아빠에게 드리려고 라면이 식을까봐 내 침대 이불속에 넣어두었다는것입니다. 그럼 왜 그런 얘길 진작 안 했냐고 물었더니,제 딴엔

>출장다녀온 아빠가 반가운 나머지 깜박 잊어버렸다는 것입니다.

>

>아들앞에서 눈물을 보이는 것이 싫어 화장실로 뛰어들어간 저는 수돗물을 크게 틀어놓고 엉엉 소리내어 울었습니다. 한참이나 그러다가 정신을 차리고

>나와서는 우는 아이를 달래 약을 발라주고 잠을 재웠습니다. 라면에 더러워진 침대보와 이불을 치우고 아이 방을 열어보니 얼마나 아팠으면 잠자리

>속에서도 흐느끼지 뭡니까? 정말이지 아내가 떠나고 난 자리는 너무 크기만 해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할지

>

>나는 그저 오랫동안 문에 머리를 박고

>서 있어야 했습니다.

>

>아내가 우리 곁을 떠난 지 이제 5년. 이제는 아내의 빈자리가 느껴지지 않을 만도한데,아직도 아내의 자리는 너무나 크기만 합니다. 일년전에

>아이와 그 일이 있고난 후,난 나대로 아이에게 엄마의 몫까지 더욱더 신경을 쓰기위해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

>아이도 나의 걱정과는 달리 티없고 맑게 커가는 것 같아서 아이에게 정말로 고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이의 나이 이제 7살,얼마후면 유치원을

>졸업하고 내년부터는 학교를 갑니다. 그동안 아이에게 또 한차례 매를 들었습니다.

>

>어느 날 유치원에서 전화가 오더군요. 아이가 그 날 유치원을 오지 않았다는 것이었습니다. 너무나 떨리는 마음에 회사를 조퇴하고 바로 집으로 와서

>아이를 찾아봤지만 아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이의 이름을 부르며 온 동네가 떠나갈 정도로 애타게 아이를 찾았습니다.

>

>그런데 그놈이 놀이터에서 혼자 신나게 놀고 있더군요. 너무나도 아이에게 화가나서 집으로 온 후 아이에게 매를 들었습니다. 그런데 아이는 단

>한차례의 변명도 하지 않고,잘못을 빌더군요.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 날은 유치원에서 부모님을 모셔놓고 재롱잔치를 한 날이라고 했습니다.

>

>그 일이 있고 몇 일 후,아이는 유치원에서 글을 배웠다고 너무나도 기뻐하는 모습으로 집으로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그 날부터 아이는 저녁만 되면

>자기 방에서 꼼짝하지 않고 글을 써대는 것이었습니다.

>

>아이의 모습이 얼마나 기특한지 비록 아내가 없지만 하늘에서 아이의 모습을 보곤 미소짓고 있을 생각을 하니 난 또 다시 흐르는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일년정도의 시간이 흐르고,겨울이 되고 거리에는 크리스마스 캐롤이 흘러나올때쯤 아이가 또 한 차례일을 저질렀습니다.

>

>그날 회사에서 퇴근준비를 하고 있는데 누군가가 나를 찾는다고 전화를 했습니다. 그 전화는 우리 동네의 우체국 출장소였는데 우리 아이가 우체통에

>주소도 쓰지 않고 우표도 부치지 않은 편지 300여통을 넣는 바람에 가장 바쁜 연말에 우체국 업무에 막대한 지장을 끼친다고 전화가 온 것

>입니다.

>

>서둘러 집으로 간 나는 아이가 또 일을 저질렀다는 생각에 아이를 불러놓고 다시는 들지 않으려던 매를 또다시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이는 변명을 하지 않고 잘못했다는 소리뿐

>

>아이가 그렇게 맞는데도 변명을 하지 않자 난 아이를 때리는 것을 그만두고 우체국에 가서 편지를

>받아 왔습니다. 편지를 가지고 온후 아이를 불러놓고 도대체 왜 이런 일을 했냐고 물어봤습니다.

>

>그러자 아이가 울먹이는 목소리로 대답하더군요. 엄마에게 편지를 보낸 거라고. 순간 울컥하며 나의 눈시울이 빨개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바로 앞에 있는 터라 아이에게 티내지 않고 다시 물어보았습니다. 그럼 도대체 왜 이렇게 많은 편지를 한번에 보냈냐고.

>

>그러자 아이는 그 동안 편지를 계속 써왔는데, 우체통의 턱이 높아서 자기의 키가 닿지 않아 써오기만 하다가 요즘 들어 다시 재보니, 우체통

>입구에 손이 닿길래 여태까지 써왔던 편지를 한꺼번에 다넣은 것이라고 하더군요.

>

>전 아이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

>

>그리고 어떻게 말을 해줘야 할지 막막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아이에게 난 이렇게 말해주었습니다. 엄마는

>하늘에 계시니깐 다음부터는 편지를 쓰고 태워서 하늘로 올려 보내라고. 그리고 그 편지들을 가지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주머니속에서 라이터를 꺼내서

>그 편지들을 태우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아이가 엄마한테 무슨 얘기를하고 싶었을까 궁금해졌습니다. 태우던 편지들 중 하나를 들고 읽어

>보았습니다.

>

>`보고싶은 엄마에게. 엄마,지난주에 우리 유치원에서 재롱잔치를 했어. 근데 난 엄마가 없어서 가지 않았어. 아빠가 엄마 생각날까 봐 아빠한테

>얘기 안 했어. 아빠가 나 찾으려고 막 돌아다녔는데 난 일부러 아빠보는 앞에서 재미있게 놀았어. 그래서 아빠가 날 마구 때렸는데도 난 끝까지

>얘기 안했어. 나 매일 아빠가 엄마 생각나서 우는거 본다. 근데 나 엄마 생각 이제 안나. 아니,엄마 얼굴이 생각이 안나... 엄마 나 꿈에

>한번만 엄마얼굴 보여줘

>

>

>알았지?

>

>

>보고싶은 사람 사진을 가슴에 품고자면 그 사람이 꿈에 나타난다고 하던데,엄마도 그렇게 해 줄거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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