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1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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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속에 너를 묻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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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영미 [sukmaria] 쪽지 캡슐

2000-09-22 ㅣ No.1787

아프고 나서 늘 ’죽음’이라는 화두를 잡고 산 것 같아요.

 

’죽음’이라는 화두를 놓으면 더 불안한 기분이라고 할까요.

 

본당신부님께서는 죽음에 너무 집착하고 있는 것은 아니냐고 하셨지요.

 

요양생활에서 벗어나 나름으로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많이 나아진 편이지만 순간 순간 죽음을 생각하는 버릇은 여전합니다.

 

’죽음’을 마음에 품고 있어야 마음이 편안해요.

 

’죽음’은 내 삶의 일부이고, 내 이웃들의 일부이자 자연스러운 자연의 섭리니까요.  

 

이 시집도 죽음과 관련된 시집입니다.

 

죽음을 정면으로 껴안는 모습,

 

산산조각 났다가 다시 피어나는 영혼 앞에  

 

한참을 머물다 돌아왔습니다.      

 

 

 

산다는 것은

 

 

산다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을

보내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산다는 것은

소중한 것들을

버리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산다는 것은

불편하고 힘든 사람, 용서 못할 마움을

받아 껴안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산다는 것은

집착에서 벗어나 얻어진 자유 속을

가볍게나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어미

 

 

아프다.

어찌 이리도 아픈지

숨만 들이켜도 미세한 알갱이가

모두 바늘 끝이 된다

 

인간의 가장 큰 고통이

산고라 했던가

반만 산 사람의 이야기다

 

출산의 고통은 희망의 아픔이다

환희의 절규이자 탄생의 기쁨이다

 

그것이 어찌 고통이더란 말인가

 

생때같은 새끼를

이글거리는 불 가마 속에 던지고

한 줌의 재를 움켜쥐고 오열하는

어미의 아픔을 그 누가 알겠는가

 

사십 년 시간이 팔십 년을 산 것 같다.

 

 

가슴 속에 너를 묻고 2

 

 

독하고 모진 년

목구멍에 밥이 넘어갔다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고

피를 토하는

참척을 당하고도

아침에 일어나 세수를 했다

 

너를 보내고는 하루도 못할 것 같더니

질경이같이 모진 년

고래심줄같이 질긴 년

 

죽지않으려고 보약까지 먹었다

 

* 참척 : 아들, 딸이나 손자, 손녀가

         그 아버지나 할아버지보다 앞서 죽음.  

 

 

 

** 시집 ’가슴 속에 너를 묻고’ (나라원) **

 

지은이 : 박경희(마리아)

 

 1959년 경남 진주 출생

 진주여고 졸업

 한국방송통신대학 교육학과 3학년 재학중

 1980년에 결혼하여 장남 이동수(프란치스코)와           

 차남 이원형(미카엘)을 두었으나

 1998년 9월 21일 장남 동수(울산 학성고 2학년 재학중)를

 대장암으로 잃음

 

 

 

** 글쓴이의 말

 

바람 부는 대로 가리라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나

모를지라도

겨울 나목처럼 온전히

맡긴 채, 이제

알몸으로 털고 일어서리라

예정된 시간대로 가는 것이,

길 따라 가는 것이 생이라면 굳이, 굳이

묻지 않으리라.

서럽다 말하지 않으리라

사랑은 영원한 이별을 위한 준비,

이별은 영원한 사랑을 위한 몸짓이라는 것을

눈뜨지 못한

마흔의 아픈 하늘을

사루비아처럼 붉게 용서하며 살리라

삶과 죽음 그 어느 것도

나의 의지

나의 선책이 아님을 깨달았을 때

겸손은 얼마나 고귀한 보석이던가

영원한 사랑을 위하여

내 사랑은 가고

영혼이 아름다웠던 내 사랑, 내 사랑

 

생이 부족하지는 않았으리라

 

                                199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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