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내 마음 이해하죠?

우리 가족은 엄마, 나, 동생 이렇게 세 식구입니다.

아빠는 날 아주 예뻐해  주셨어요.

난 잘 기억하지 못하지만 내가 걷기 시작하자 아빠는 이름 있는 비싼 신발을 사주셨대요.

그러시고는 글쎄 날 늘업고 다니셨다고 해요.

요즘도 내가 얼마 걷지 않았는데도 다리가 아프다고하면 엄마는 어렸을 때 아빠가 날 업고 다녀서 그렇다고 하세요.

그런 분이 지금 내 옆에 안 계세요.  

초등학교 3학년 때, 작은 엄마 댁에 있는데 아빠가 돌아가셨다는 전화가 왔어요.

그때 난 어떤 생각을 했을까...  

엄마는 친척과 아빠 친구분들에게 전화를 하셨어요. "돌아가셨어요..." 그런데 난 그때 어렸었나봐요.

난 가게때문에 늘 밖에 있던 엄마와 며칠씩 같이 있게 되어서 그게 너무 좋았거든요. 바보같이....  

그리고 한 해, 두 해가 지나면서 점점 알게 되었죠. 이사를 다니면서, 전학을 다니면서 ’난 아빠가 없구나.’ 하고요. 아빠가 보고 싶었죠.

돌아가시기 전에 "아름이 어디 있어?" 하시면서 날 찾으셨다는데...  

그 마음을 주체할 수 없을 때 그러면 안되는 걸 알면서도 죽고 싶다는 생각도 해봤어요.

아빠가 안 계신 우리 생활이 너무 힘이 들어 온갖 생각이 들었거든요.

엄마가 밉기도 했어요. ’아빠가 없으면 엄마가 열심히 해서 우리를 잘 키워야지.’ 엄마가 얼마나 힘든지는 생각도 못하고...  

아빠를 일찍 여의었기 때문에 나는 내 또래보다 생각이 깊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봐요. 벌써 아빠가 돌아가신 지 8년이나 되었어요.

난 열일곱 살인데 아빠 없이산 날이 아빠랑 같이 산 날보다 더 많아지고 있네요. ’벌써’ 라는 말, 평소에는 잘 깨닫지 못했거든요.

아빠가 없는 우리 세 식구 생활에 익숙해진 거죠. 익숙해진다는 게 이래서 참 무서운 건가 봐요.

가끔 이런 생각들이 머리로 정리가 되지 않을 때, 소리쳐 울어도 봤지만 달라지는 건 없어요.

그냥 지쳐 잠이 들고, 깨어나서는 내 눈앞에 펼쳐진 그림들로 이해해요. 엄마, 나, 동생, 비어있는 한 자리...

하지만 우리 가족은 행복해요.

사람들이 꽃밭에서 꽃을 고를 때 가장 예쁜 꽃부터 고르듯이  하느님도 이 세상에서 사람들을 데려가실 때 착한 사람부터 데려가신다고 했어요.

그런 착한 아빠의 그늘 아래 있어 우리 집이 늘 행복하고 웃음이 끊이지 않는 것 같아요.

조금 부족한 것이 있다면 다른 사람에게는 흔할 수 있는 아빠와의 추억들이 나에게는 상상 속의  일들이라는거. 그렇지만 얻은 것도  많아요. 가장 큰 것은 부모님은 정말 소중한분들이시고 그 자리는 누구도 채울 수 없는 큰 자리라는 거예요.

이제는 아빠에게 말해야 할 것 같아요.

떠나고 나서야 그 사람이 나에게 얼마나 소중했고 그 자리가 얼마나  컸는지 알게 된다고 하잖아요.

나 그거 되풀이하고 싶지 않아요.

그때는 어려서 아빠에게 그런 후회를 만들고 말았지만 이제 알았으니까 엄마에게는 그러면 안되잖아요.

세상 그 누구보다 아빠를 사랑했지만 아빠는 이제 내 마음 저 깊은 곳에 고이 묻어두고 엄마를 위해서, 엄마를 생각하면서 살 게요.

내가 이렇게 밝고 씩씩하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아이로 크게 해주신 건 엄마니깐. 아빠,  내 마음 이해하죠?

이해하실 거라 믿어요.

나랑 아빠랑은 붕어빵이라서 절대로 아빠 잊지 못하니깐 걱정마세요.

사랑해요. 아빠.

                    박아름(고2) 대구 범어동 성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