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7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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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기도 방법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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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6-11-26 ㅣ No.330

먼저 가톨릭대사전에 나온 9일 기도에 대한 설명입니다.
 
개인이나 공동체가 특별한 은총을 받기 위하여 9일 동안 계속하여 기도하는 것을 말한다. 성서적인 근거는 사도들이 성모 마리아와 함께 예수 승천 후 성신강림(聖神降臨)을 기다리며 기도하였던 데서 찾을 수 있다(사도 1:13-14). 또한 당시 그리스 로마에서 위대한 인물이 죽었을 때 9일간 슬퍼하던 풍속을 그리스도교화한 것이라는 설(說)도 있다. 구일 기도는 수세기 동안 교회에서 장려되어 왔는데, 특히 17세기초에는 교회 축일을 앞두고 그 준비로서, 또는 인생의 중요한 문제들의 해결을 위해서 많은 신자들에 의해 즐겨 바쳐졌다. 보통 구일 기도는 규정된 기도문과 함께 고해성사, 영성체 등으로 이루어진다. 현재 교회는 성령강림 대축일을 앞두고 각 본당별로 구일 기도를 바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제가 아는 바로는 위의 설명처럼 9일 기도는 특별히 어떤 긴급한 청을 드리기 위해 바치는 기도입니다. 9일 기도의 내용으로 묵주 기도의 각 신비를 바치는 것은 비교적 후대에 도입된 방법입니다. 그리고 그 당시에는 묵주기도에 빛의 신비가 없었기 때문에 각 신비를 세 번씩 바치면 9일이 딱 맞아 떨어졌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9일 기도의 내용이 꼭 묵주기도여야만 된다고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얼마든지 다른 내용을 가지고도 9일 기도 또는 27일 기도 또는 54일 기도 등을 바칠 수 있습니다. 그런 숫자적인 의미는 우리가 인내심을 갖고 기도를 항구히 바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새로이 빛의 신비가 생김으로써 3의 배수로 이루어지던 것이 딱 맞아 떨어지지 않아서 힘들어하시는 것 같으신데, 제 생각으로는 9일 동안 어떤 주제를 가지고 끈기 있게 기도를 바침으로써 우리의 청원을 하느님께 바치는 것이기 때문에 꼭 그 순서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예를들어, 묵주기도 각 신비를 예수님의 생애 순으로 해서 환희 - 빛 - 고통 - 영광 - 환희 - 빛 - 고통 - 영광 - 환희, 이렇게 해서 9일 기도가 이루어진다고 해서 잘못된 것은 하나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9일 동안 꾸준히 어떤 지향을 가지고 묵주 기도를 그 내용으로 해서 기도한 것이 중요한 것이지 순서는 어디까지나 보조적인 것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9일 기도의 유래에서처럼 9일 동안 꾸준히 기도하는 데 더 큰 의미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9일 기도에 관한 여러 책자들은 기도하는 이들을 돕기 위한 일종의 참고서이지 정형화된 기도문으로서 제시된 것은 아닙니다. 예를들면 9일 동안 매일 미사를 참례하면서 그 날의 독서와 복음을 묵상하거나 또는 쓰면서 기도하는 것도 훌륭한 9일 기도가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어떤 주제를 선택해서 9일 동안 꾸준히 기도를 바치고 또 간절히 청하면 9일 기도는 그 의미를 충분히 채운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꼭 어느 요일에 무슨 신비가 와야 된다는 강박관념을 갖고 기도하실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오히려 그런 것이 기도에 더 큰 분심거리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오늘날 바쁘다 보니까 저녁 늦게 들어와서 그날의 시간을 넘기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9일 기도의 목적이 꾸준히 기도하는 데 그 의미가 있는 것이지 어떤 법적으로 딱 그 시간을 지키지 않으면 무효가 되거나 하는 등의 생각은 좀 지나치다고 봅니다. 가능한 꼭 그 시간을 지키도록 노력해야 겠지만 부득이한 경우 자기 전에 비록 새벽이 되었다 하더라도 그 날의 기도를 바쳤다면 저는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며칠씩 몰아서 한다거나 하는 것은 그 기도의 취지와는 맞지 않겠지요.
 
기도는 우리의 신앙을 성숙시키기 위해 꼭 필요한 신심의 표현입니다. 그래서 기도하는 이의 마음과 정성이 더욱 중요시되어야 합니다. 우리가 너무 지나치게 9일 기도의 형식에 얽매인다면 마치 하나의 모범 답안으로 나온 것을 교과서로 만드는 것과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9일 기도 책자는 분명 우리의 기도를 돕기 위한 참고서라는 것을 기억하시면 좋겠습니다.
 
좀 더 편안하게 기도하시면 좋겠습니다. 그 기도를 통해 하느님과의 만남이 더욱 깊어지고 그분의 사랑을 체험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것이 가장 훌륭한 9일 기도라고 생각합니다. 지나치게 숫자나 형식에 얽매이다가 보면 때로는 9일 기도가 어떤 미신적인 흐름으로 빠져 버릴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기도의 본 취지와는 점점 더 멀어질 위험이 있습니다. 끝으로 하느님께서 형제님의 간절한 청원 기도를 들어주시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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