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6일 (목)
(백) 부활 제7주간 목요일 이들이 완전히 하나가 되게 해 주십시오.

사목신학ㅣ사회사목

[문화사목] 신앙으로 현대문화읽기: TV - 복음 메신저로서의 TV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4-07-06 ㅣ No.735

[신앙으로 현대문화읽기] TV


‘복음’ 메신저로서의 TV



요즘 TV에서 프란치스코 교황님을 자주 본다. 방한 소식이 들리기 전부터 교황님은 뉴스는 물론 ‘지구촌 화제’ 코너에도 단골이 되어가고 있었다. ‘프란치스코 효과’를 다룬 공중파 TV 프로그램도 여러 편이다.

텔레비전 속 교황님은 옆집 할아버지 같다. 그분을 실제로 만난다면 어제 뵙고 오늘 또 뵙는 기분이지 않을까. 신앙 선조들이 교황님을 마음으로만 우러르던 것이 불과 200년 전인데, 오늘 우리는 그분의 언행을 생생하게 듣고 본다. 전 세계인이 그분의 인품을 알고, 올여름 124위 시복식에 못 오는 이들도 TV를 보며 마음을 모을 것이다. 이렇게 텔레비전은 보편 교회의 목자와 양 떼를 잇는다.

교황직의 출발을 TV와 함께한 첫 교황은 요한 23세였다. 전 세계에 영상으로 송출된 첫 강복을 시작으로 그의 모든 행보가 화면에 담겼다. 지금도 유튜브에 ‘John xxiii’를 검색하면 즉위식, 제2차 바티칸공의회 개막식, 교황 장례식을 모두 볼 수 있다.

교황과 TV의 첫 만남은 편치 않았다. 삼중관을 쓰고 가마에 탄 모습은 그의 푸근한 인상과 사뭇 달랐고, 그를 옹위한 으리으리한 행렬과 개미떼처럼 찍힌 군중은 저화질 흑백 TV에 어울리지 않았다. 그래도 TV는 교황님을 상상 속이 아닌 눈앞에 보이는 인물로 변모시켰다. 다른 분야의 유명인사들이 그랬듯, 어느 정도는 TV 시대의 영향으로 후임 교황들도 권위주의를 내려놓고 친근한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바오로 6세는 삼중관을 벗었고 요한 바오로 1세는 성대한 대관식을 고사했다.

요한 바오로 2세는 TV를 가장 잘 활용한 교황이었다. 해외 순방길의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땅에 입 맞추는 모습, 방문 국가의 언어로 미사를 드리는 모습이 세계인을 매료시켰다. 전직 배우답게 강렬한 몸짓과 화법을 구사한 그에게 TV는 과감한 클로즈업으로 화답했다. 베네딕토 16세의 재위 기간에 TV는 인터넷의 날개를 달았다. 그는 고령에도 불구하고 유튜브와 SNS 도입에 아주 적극적이었다고 한다. 2009년에 개설된 바티칸 유튜브 채널과 뒤이어 등장한 SNS 페이지들은 훗날 프란치스코 효과를 전파할 디지털 세상의 교두보가 됐다. 그는 전임자만큼 TV와 친하지는 않았지만, 500여 년 만의 사임 선언과 함께 가장 인간적인 뒷모습을 세계인의 눈과 가슴에 아로새겼다.

유쾌한 웃음과 몸짓으로, 때로는 단호한 개혁 선언으로 카메라를 끌어당기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모습은 복음의 메신저로서 TV의 역할을 실감케 한다. “교회가 성장하는 것은 매력 때문”(<복음의 기쁨>, 14항)이라는 말씀은 그를 향하는 카메라의 시선에서 증명된다. 불쑥 단상에 올라온 어린이의 머리를 쓰다듬고 세계 정상들과 격의 없이 어울리는 12억 가톨릭교회의 수장에게서 카메라는 눈을 떼지 못한다. 로마의 주교는 해외 순방을 자주 다니지 않지만, 로마를 향하는 전 세계의 TV 채널이 그의 손발이 되어 기쁜 소식을 전한다.

* 김은영(TV칼럼니스트) -
한국천주교주교회의 경향잡지 기자를 거쳐 미디어부에서 언론홍보를 담당한다. 2008년 <매거진T> 비평 공모전에 당선된 뒤 <무비위크>, <10아시아> 등에 TV 비평을 썼고, 2011년에 단행본 <예능은 힘이 세다>를 냈다.
 
[가톨릭신문, 2014년 7월 6일,
김은영(TV칼럼니스트)]



1,228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