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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술ㅣ교회건축

성당 건축 이야기23: 산 클레멘테 알 라테라노 대성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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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3-06-12 ㅣ No.967

[김광현 교수의 성당 건축 이야기] (23) 산 클레멘테 알 라테라노 대성전


세 차례 거듭해 성당 위에 성당, 그 위에 또다시 성당 건축

 

 

산 클레멘테 알 라테라노 대성전 제단과 스콜라 칸토룸(성가대석). 출처=settemuse.it

 

 

벽돌로 지어진 1세기 주택 교회 자취 남아

 

로마의 산 클레멘테 알 라테라노 대성전(Basilica di San Clemente al Laterano)은 줄여서 산 클레멘테 대성전이라고도 한다. 지금의 성당은 중세가 한창이던 1100년 이전에 지어졌다. 그러나 바로 밑에는 4세기 때 지어진 성당과 겹쳐 있고, 또 그 밑에는 1세기의 주택 교회가 있다. 그야말로 세 차례나 거듭하며 성당 위에 성당을, 그 성당 위에 성당을 또 지은 과정은 초기 그리스도교 건축의 역사를 고스란히 증언한다.

 

본래는 당연히 서쪽 정면의 포티코를 통해 들어왔다. 그리고 이오니아식의 원기둥으로 둘러싸인 조용한 아트리움을 지나 성당 안으로 들어갔다. 아트리움에는 중세의 침착한 분위기가 감돌고, 그 한가운데에는 샘(우물)이 있다. 그렇지만 형태가 번잡한 지금의 성당 파사드는 1715년에 바로크 건축가 카를로 폰타나가 만든 것이다. 다만 현재 입구는 산 조반니 인 라테라노 길에 면한 성당 남쪽 측랑의 대략 중간쯤에 있다.

 

산 클레멘테 대성전은 규모가 큰 어떤 로마 시대의 건물 속에도 지었고 또 그 위에도 지어졌다. 성당 제일 밑에는 벽돌로 지어진 1세기 주택 교회의 자취가 남아 있다. 그 자리에는 그리스도교로 개종한 최초의 로마 상원의원이었던 티투스 플라비우스 클레멘스(Titus Flavius Clemens)의 저택이 있었다. 그의 집은 남몰래 행해졌던 그리스도교 예배에 사용되었고, 몇 년 후에는 그리스도교 공동체를 수용하기 위해서 이 주택의 안뜰과 1층 방 위에 큰 홀이 세워진 티툴루스 곧 주택 교회였다.

 

그로부터 약 100년 후 이 저택의 일부에 미트라에게 바쳐진 사원 곧 미트라에움(mithraeum)이 세워졌다. 로마 제국이 쇠퇴하면서 동방에서 생긴 유일신인 태양신 미트라를 믿게 됨에 따라 점차 세력이 커진 미트라교가 2세기 말에서 3세기 후반까지 이 공간을 입교 의식에 계속 사용했다는 것이다.

 

또한 이 주택 옆에는 좁은 골목길을 두고 이 주택과는 사뭇 달리 작은 방들이 안뜰을 두고 둘러싸는 직사각형의 큰 건물이 인접해 있었다. 이는 1세기에 성당 서쪽 정면의 포티코 앞에 길을 두고 지어진 황실 조폐국(Moneta)의 일부로 사용된 콘크리트 금고였다. 4세기에 바로 그 건물 위에 안뜰은 흙으로 메우고 그 위에 바실리카를 지었다. 이것이 후에 제4대 교황 성 클레멘스에게 바쳐진 오늘날의 산 클레멘테 대성전이다. 이 건물은 4세기에 지어진 성당보다 두 배나 길었다. 그 건물의 동쪽은 정사각형 아트리움의 기초로, 나머지 서쪽은 중랑 좌우 기둥의 기초로 활용했다. 또 클레멘스 저택에서 미트라에움으로 쓰이던 곳에는 반원 제단을 두었다. 이런 변화로 도로는 네로 시대보다 14m나 높아졌다.

 

- 산 클레멘테 알 라테라노 대성전의 세 켜. 출처=V.B. Cosentino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중세 프레스코화

 

그러나 1084년 노르만족의 로마 약탈과 1091년의 심한 지진으로 이 바실리카는 심하게 손상되었다. 몇 년 후 높이 약 5m의 옛 성당 구조물을 철거하고 그 잔해로 바닥을 채운 다음, 그것 위에 파스칼 2세 교황이 위임한 새 성당이 1108년에 완공되어 오늘날까지 서 있다. 1099년 파스칼 2세 교황을 선출하기 위한 콘클라베의 장소로 사용되었으므로 그때까지는 복원되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새로운 성당은 1128년 5월 26일 호노리우스 2세 교황에 의해 봉헌되었다. 다만 지하의 옛 성당에는 위의 성당을 지지하기 위한 여러 구조가 덧붙어 있어 본래의 공간을 느끼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 옛 성당의 벽에는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중세 프레스코화가 남아 있다.

 

지금의 바실리카는 옛 대성전을 모델로 하여 초기 그리스도교 양식으로 지어졌다. 아트리움을 포함하여 대부분은 그 밑에 묻힌 옛 성당의 기초 위에 급히 건조되었다. 따라서 두 성당의 평면은 대략 겹치며, 공간 구성이나 스케일도 대부분 그대로 간직되어 있다. 고대 이오니아식 열주는 내부공간을 3랑식으로 지었다. 회중석에는 폭이 넓은 기둥이 아케이드의 중간을 구분하고 있다. 그렇게 해서 나뉜 아케이드의 아치는 각각 5개인데, 아치의 끝은 벽기둥으로 끝나고 입구 쪽 끝의 아치는 경당 벽으로 막혀 있으므로, 원기둥은 각각 4개씩 총 16개가 있다.

 

그런데 이 원기둥들은 여러 고대 건축물에서 가져온 것이어서 어떤 것은 세로 홈이 나 있고, 어떤 것은 결이 있는 등 제각기 다르다. 높이도 조금씩 달라 원기둥마다 주초의 모양을 달리하여 그 차이를 조절했다. 아케이드 위에는 세 개의 창이 있고 그 사이에 좌우 4개씩 모두 8개의 프레스코화가 있다. 그러나 중랑 상부의 벽과 천장에는 18세기 초 바로크풍으로 화려하게 개장되어 있다. 본래의 모습은 이것을 지우고 상상해서 보아야 한다.

 

산 클레멘테 알 라테라노 대성전 정면 제단 위의 반 돔. 출처=pinterest

 

 

로마에서 가장 풍부하게 장식된 반원 제단

 

반원 제단은 로마에서 가장 풍부하게 장식된 제단이라고 할 정도로 반(半) 돔을 훌륭한 모자이크화로 장식하고 있다. 주제대(主祭臺, high altar) 밑에는 성 클레멘스와 안티오키아의 성 이냐시오의 유해가 있고, 그 위는 발다키노(baldacchino)를 덮었다. 제단 앞에 놓인 스콜라 칸토룸(schola cantorum, 성가대석)은 4세기의 옛 성당에서 옮겨온 것이다. 스콜라 칸토룸의 스크린은 끝이 붙은 대리석판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를 트란세나(transennae)라고 한다. 이 스크린은 6세기 콘스탄티노플에서 조각된 것이다.

 

성가대석에는 두 세트의 벤치가 마주 보고 있고 주제대를 향하여 좌우에는 단을 높인 한 쌍의 독서대가 서로 마주 보고 있었다. 왼쪽의 것은 복음서 독서대(ambo)인데, 그 옆에는 나선형으로 꼬인 파스카 촛대가 놓였다. 높은 제단과 회중 사이에 어떤 구조물도 두어서는 안 된다는 전례 규범에 따라 16세기의 로마 성당에서는 대부분의 스콜라 칸토룸을 없애 버렸다. 그런데도 이것이 이렇게 남아 있는 것은 그 가치가 대단히 높았기 때문이었다.

 

성당의 아름다운 내부는 나무 천장, 고대 기둥과 모자이크, 다양한 고대 로마 대리석의 패턴 등 전형적인 중세 성당의 모든 특징을 가지고 있다. 특히 큰 원과 작은 사각형 패턴을 다채로운 대리석의 작은 조각을 상감하여 만들어진 스콜라 칸토룸의 스크린과 바닥이 바로 눈에 띈다. 이러한 종류의 바닥재를 전문적으로 생산하던 로마 중세 가문의 이름을 따서 코스마티(Cosmati) 바닥이라 하는데, 바닥의 아름다운 모자이크는 로마에 남은 가장 훌륭한 코스마티 작품이다.

 

정면 반원 제단 위의 반 돔에는 중심에 금색 상감 배경 위에 검은 십자가에 못 박히신 그리스도가 나타나 있다. 십자가 옆에는 성모 마리아와 성 요한이 서 있다. 십자가 밑에는 포도 넝쿨(또는 아칸서스 잎)처럼 생긴 푸른 식물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는데, 그것에서 뻗어 나온 넝쿨은 좌우 대칭으로 원을 이루며 감돌다가 소용돌이치면서 벽면 전체를 감싸고 있다. 이는 십자가가 온 세상에 생명을 주는 생명의 나무(lignum vitae)이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다. 바닥에는 붉은 반암과 녹색의 구불구불한 원형이 커다란 십자가가 그리며 공간 전체를 크게 긋고 있다. 이로써 불빛에 빛나는 금박의 제단에서 시작한 생명의 나무는 성당 전체로 뻗어 가고 있다.

 

[가톨릭평화신문, 2023년 6월 11일, 김광현 안드레아(서울대 건축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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