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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사목] 세계주교대의원회의 3차 임시총회 의안집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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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4-07-06 ㅣ No.734

세계주교대의원회의 3차 임시총회 의안집 해설 (1) 위기의 가정과 자비의 사목


교회 가르침 외면되는 ‘현대가정 위기’ 식별



전 세계 주교들은 오는 10월 5~19일 ‘가정사목과 복음화’(Pastoral challenges to the family in the context of evangelization)를 주제로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제3차 임시총회를 개최한다. 교황청이 최근 발표한 의안집(Instrumentum Laboris)은 총회에서 논의할 모든 안건들과 논의 방향을 담고 있다. 총 4회에 걸쳐 주요 내용들을 소개한다.


1. 위기의 가정과 자비의 사목

2. 가정 복음의 전달
3. 현대 가정의 실태와 과제
4. 생명에 대한 개방성과 자녀 양육

이번 총회는 내년(2015년)에 열리는 제14차 정기총회의 전 단계 성격을 갖는다. 따라서, 올해 열리는 총회에서는 오늘날 세계의 가정이 처한 위기 현실을 있는 그대로 파악하고 식별하는데 초점을 맞춘다. 전례 없이 각 지역교회에 의안집 작성을 위한 설문조사를 실시, 주교회의 차원에서는 물론 교구와 본당, 심지어 온라인을 통해 신자 개인들의 의견까지 취합하기 위해 노력한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가정사목의 위기

각 지역교회에서 취합한 답변들을 바탕으로 작성된 의안집은, 오늘날 세계 가정의 현실을 매우 심각한 지경으로 파악한다. 즉, 교회의 가르침이 신자들에게 조차 수용, 실천되지 않고 있다고 판단한다. 이러한 위기 상황은 한국교회에서도 몇 가지 조사를 통해 이미 오래 전부터 감지됐고 낙태 등 생명윤리 문제에서 특히 뚜렷하게 나타난다.

가톨릭신문이 지난해 8월 한길리서치와 함께 실시한 조사에 의하면, 가톨릭신자들 역시 부분적인 낙태 허용 찬성이 전체 응답자의 82.9%로 나타났고, 23.1%는 낙태를 개인 선택의 문제라고 응답했다. 또, 서울대교구 가정사목부의 2001년 조사에서는 입교 후에도 10명 중 4명꼴로 실제 낙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안집은 이처럼 교회의 가르침이 신자들에게 수용되고 실천되지 않는 실태가 심각하다는 전제 하에, 그 원인을 크게 두 가지로 짚는다. 하나는 이러한 가르침들이 올바르고 충분하게 교육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미 현대 사회에 만연한 상대주의적 문화의 영향이다.


교회의 기존 가르침 확고

의안집 작성을 위한 설문조사가 실시되면서, 일부에서는 몇 가지 사안들에 대한 기존 입장에 변화가 있을 수도 있다는 조심스러운 , 다소는 성급한 추측이 있었다. 여기에는 피임 문제나 이혼 후 재혼한 이들에 대한 영성체 허용의 문제가 포함된다.

하지만 이번에 발표된 의안집은 현재의 교회 가르침에 대한 재평가보다는 그 가르침들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전하고 수용, 실천하도록 할 것인가에 근본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즉, 의안집은 혼인의 불가해소성, 남성과 여성, 즉 이성간의 결합으로서의 혼인, 그리고 부부는 반드시 자녀 출산과 양육에 열려 있어야 한다는 원칙을 포함한 현재의 교회 가르침들을 다시 한 번 확고하게 강조한다.

이번 제3차 임시총회 사무총장을 맡은 브루노 포르테 대주교는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있어서 이번 주교시노드는 ‘명백하게 사목적’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교황의 초점은 교도권의 가르침에 대한 재성찰이 아니라, ‘사목적 적용’으로서 가르침을 어떻게 제시하고 실행할 것인가, 어떻게 더 받아들일만 하게 제시할 것인가, 만연한 무지와 오해의 상황에서 어떻게 설득력 있게 전할 것인가에 놓여 있다.

의안집은 이처럼 기존 가르침을 확인하면서, 교회의 가르침이 수용되지 않고 있는 이유를 현대 사회의 상대주의적 문화에서 찾는다. 쾌락주의, 상대주의, 물질주의, 개인주의, 세속주의, 과도하고 이기적으로 자유주의적인 윤리관 등을 의안집은 지적하고 있다.


위기 가정에 ‘자비’의 사목 요청

교회의 기존 가르침에 대한 확고한 입장과 이를 효과적·실제적으로 모든 신자들이 수용하고 실천하도록 할 사목적 방안 모색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의안집은 그간의 가정사목의 정책 방향과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 하지만 이번 의안집은 하느님의 ‘자비’를 바탕으로 하는 사목 방향이 강조되고 있다는 점에서 뚜렷한 특징을 보인다.

의안집은 아주 분명하게, 교회는 종종 논란이 되는 윤리적 가르침들, 즉 이혼과 재혼의 금지, 피임, 동거, 동성 결합 등의 문제에 봉착한 가정들을 ‘자비’의 정신으로 대하고, “화해의 여정에 있는 교회의 자녀들을 지지”해야 한다고 말한다.

교황은 다른 문헌들에서와 마찬가지로, 논란이 되는 문제들을 피해가지 않는다. 의안집은 수없이 많은 문제제기를 하고, 동시에 프란치스코 교황의 스타일대로 접근한다. 교황청 주교대의원회의 사무총장 로렌조 발디세리 추기경은 서문에서 이렇게 말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주님께서는 우리를 용서하는데에 지치지 않습니다. 결코! 용서를 청하기에 지쳐버리는 것은 바로 우리들입니다’라고 합니다.”

주님의 ‘자비’를 이처럼 강조함에 따라서 가정과 가정사목에 관련된 모든 사목적 문제들에 대한 접근 방식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교황은 판단한다. 인간적인 한계와 죄 안에서도 하느님의 무한한 자비에 열려 있기에 지속적인 회개와 새로운 탄생이 가능하다. 그래서 이혼과 재혼, 동성애, 낙태의 경험 등 어려움에 처한 가정과 그 구성원들에 대한 ‘자비’에 바탕한 사목적 접근을 모색하려는 것이 교황의 우선적인 취지인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의안집은 이렇게 말한다. “가정에 대한 사목적 돌봄은, 법적인 관점에만 매달리기보다는, 우리 모두에게 전해지는 사랑으로의 초대를 일깨우고 그 고귀한 초대를 살아가도록 돕는 일입니다.” 단죄나 규제가 아니라, 사랑을 일깨우고, 때로는 깨어진 사랑에 고통스러워하는 사람들을 자비로이 도와주는 것에 가정 사목의 참된 의미가 있다는 것이 의안집의 취지인 것으로 보인다. [가톨릭신문, 2014년 7월 6일, 박영호 기자]

 

 

세계주교대의원회의 3차 임시총회 의안집 해설 (2) 가정 복음의 전달


안정된 성가정, 공동선에 기여



의안집은 세 부분으로 나뉜다. ‘가정에 관한 복음’을 주제로 한 제1부는 ‘오늘날의 세계에서 가정의 복음 소통’을 제목으로 하느님의 계획, 성경과 교도권의 가르침에 대한 지식과 수용, 자연법, 그리스도 안에서의 인간 소명을 다룬다. 제2부는 ‘새로운 도전에 비추어 본 가정사목 프로그램’으로 오늘날 가정 고유의 사목적 도전들 즉, 신앙의 위기, 심각한 내부 상황과 외적 압력 등을 다루고 이에 대한 사목적 대응을 모색한다. 마지막 제3부는 ‘생명에 대한 개방성과 자녀 양육에 있어서 부모의 책임’을 다룬다.

첫 번째 부분은 혼인과 가정에 관련된 교회 가르침과 수용의 현실을 들여다본다. 의안집은 예비문서에 대한 응답들을 바탕으로 쓰여진 바, 이 응답들을 통해 오늘날 가르침들이 제대로 전해지지도, 올바르게 수용되지도 못하는 현실을 위기 상황으로 인식한다. 의안집은 가정에 대한 성경과 교회 교도권의 문헌들을 일별하고 그에 대한 지식과 수용의 현황을 진단한다.

의안집은 혼인과 가정에 대한 기존 가르침 자체를 재검토할 의도는 갖고 있지 않으며, 다만 그것들을 어떻게 현대인들에게 설득력 있게 전하고 실천하도록 도와줄 것인가에 관심을 둔다.

가정과 혼인에 대한 교회 가르침의 지식, 전달, 수용은 ‘가정 생활, 교회 조직, 그리고 사회-문화적 요인들’에 따라서 상이하게 나타난다. 즉, 그리스도교적 전통이 살아있고 조직적인 사목 프로그램들이 운영되는 지역은 교회의 가르침에 올바르게 응답하지만, 그러지 못할 경우 이러한 가르침을 제대로 인식도 하지 못하고 있다. 가르침들을 알고 있을 경우에도 전체를 온전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선택적으로 수용한다.

교회 가르침들이 거부되는 이유 중 하나는 참된 그리스도인의 체험, 즉 그리스도와의 개인적·공동체적 만남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오늘날 사람들은 상대주의적인 문화 환경 속에 산다. 교회 가르침을 수용하기 어렵게 하는 외부적 환경은 새로운 기술, 매스미디어의 영향, 쾌락주의, 상대주의, 물질주의, 개인주의, 세속주의, 자유주의 윤리론, 취약한 대인 관계, 소비문화, 즉각적인 만족 추구 등이다.

따라서 교회 가르침을 신자들이 잘 받아들이고 실천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교육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 교육 프로그램은 단지 교리 지식으로서가 아니라 실제적이고 현실적인 것, 가정과 혼인의 아름다움과 기쁨에 대한 증거의 형태여야 한다.

의안집은 특별히 자연법과 교회의 가르침에 대해 언급, 자연법의 개념은 완전히 이해 불가한 것은 아니어도 많은 문제를 안고 있음을 인정한다. 오늘날 ‘자연법’은 여러 가지 이유로 과거의 낡은 개념으로 간주되고, 첨단과학의 발전으로 인해 비과학적인 사고라고 치부된다. 오늘날 법 제도는 전통적인 자연법 개념에 반대되는 입법을 하곤 한다. 예컨대, 인공 수정, 동성애, 인간 배아 조작, 낙태 등에 대한 규정이 그러하다.

이처럼 자연법과 관련된 어려움은 “‘복음의 가치’가 좀 더 지적이고 실존적인 방법으로 전해질 수 있도록” 재해석함으로써 가능한 새로운 언어와 개념으로 극복해야 한다.

의안집은 제1부의 마지막 장에서 ‘그리스도 안에서의 가정과 성소’를 언급한다. 의안집은 혼인과 가정이 겪는 모든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 특히 젊은이들은 안정되고 지속적인 관계의 가치를 바라며 혼인해 가정을 꾸리려는 열망을 보여준다”고 확신한다. 의안집은 이러한 열망이 곧 우리가 가정사목에 진력하도록 촉구하는 ‘시대의 징표’라고 단언한다.

가정이야 말로 ‘사랑의 학교’로서 개인의 성장과 성숙의 요람일 뿐만 아니라, ‘사회의 기본 세포’로서 세대 간의 형제애, 사랑, 존중, 연대와 같은 가치들을 위한 특별한 자리의 역할을 하며, ‘인간’ 존엄을 촉진해 개인주의를 극복하고 사회의 공동선에 기여한다고 지적한다. [가톨릭신문, 2014년 7월 13일, 박영호 기자]

 

 

세계주교대의원회의 3차 임시총회 의안집 해설 (3) 현대 가정의 실태와 과제


‘전통’ 고수하며 ‘자비’의 사목 요청



세 부로 구성된 의안집의 두 번째 부분(50~120항)은 오늘날 가정들이 맞닥뜨린 사목적 도전들을 다룬다. ‘새로운 도전들에 비추어 본 가정을 위한 사목적 프로그램들’이라는 제목으로 된 제2부는 다시 3개 장으로 나뉜다. 1장에서는 현재 다양한 형태로 실시되고 있는 가정사목 프로그램들을 일별한다. 2장은 ‘가정사목 과제’(61~79항)에 대한 것으로 신앙과 가정생활의 위기 상황을 요약한 뒤, 3장에서는 구체적으로 오늘날 가정이 처한 위기들을 세세하게 살펴본다.

2장에서 의안집은 ‘신앙의 위기’를 겪고 있는 오늘날 그리스도인 가정들의 처지를 전제하고, 가정 위기의 내외 요인들을 점검하는데, 관계와 소통의 부족, 깨어진 가정, 폭력과 학대, 미디어와 소셜미디어가 미치는 영향 등을 가정의 위기를 가져오는 내적 위기로 진단한다. 가정 외적으로는 노동 시간의 주기 변화, 늘어나는 이주 현상, 빈곤, 소비주의와 개인주의 등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평가했다.

특별히 북아메리카와 유럽 지역에서 크게 문제가 된 성직자에 의한 아동 성추행은 교회의 도덕적 권위를 심각하게 실추시킴으로써 가정과 생명 문제와 관련된 교회의 가르치는 권위를 훼손하고 있음을 성찰했다.

3장 ‘어려운 사목적 상황들’은 제2부의 핵심적인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는 동거, 사실혼, 이혼 후 재혼, 미혼모, 피임, 나아가 동성 결합 등 오늘날 가정과 생명 문제와 관련해 지속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실제적인 문제들을 다룬다. 특히 이러한 문제들은 그리스도교 가정들에서 조차 교회의 가르침을 따르지 않는 위기 상황과 깊이 관련되는 문제들이며, 교회의 가르침에 어긋남으로써 온전한 공동체 생활, 성사 생활을 하지 못하는 어려움을 겪는 가정 문제와 연관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처럼 어려운 상황에 처한 가정들에 대해서, 이른바 ‘자비’의 태도를 취할 것을 간곡하고 강력하게 권고하고 있다. 즉 의안집은 이러한 가정들이 “온전한 교회 공동체와 함께 신앙의 여정을 계속할 수 있도록 사목적으로 돌보고 치유해주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의안집은 이어 “하느님의 자비는 임시적으로 개인의 죄를 덮어주는 것이 아니라, 화해의 삶으로 열어주어 참된 내적 쇄신을 통해서 새로운 신뢰와 건전성으로 이끌어준다”고 자비를 바탕으로 한 사목적 돌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의안집이 ‘중대한 상황’이라고 지적한 첫 번째는 ‘낙태’이다. 예비문서를 통해 응답한 각국 주교회의의 한결같은 대답은 ‘심각하게 우려한다’는 것이다. 그만큼 낙태 문제는 현대 세계에서 만연해 있다는 것이다. 의안집은 따라서 “오늘날 사회는 태아와 관련해서 ‘죽음의 문화’, ‘무관심의 문화’에 휩싸인 것으로 보인다”고 규정했다. 인공 피임을 당연시하는 ‘정신 상태’는 가정 구성원간의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여기에서 의안집은 교회 내부로부터 가정의 가치에 대한 ‘역-증거’(counter-witness)를 지적한다. 즉 성직자의 성추행 스캔들과 ‘사치스런 생활 방식’은 교회의 도덕적 권위를 무너뜨렸다는 것이다.

혼인 예식 없는 ‘동거’는 오늘날 서구 사회에서 일반화됐다는 점도 중대한 문제임을 의안집은 지적한다. 의안집은 “동거와 사실혼은 젊은이들이 자신들의 청년기를 연장하고 혼인을 감당할 수 없는 짐으로 받아들이고, 따라서 모험을 시작하기를 두려워하는 심리상태를 보여준다”고 말한다. 따라서 젊은이들이 사랑을 단지 로맨틱한 감정상태를 넘어서 “위대한 신비와 약속을 드러내는, 한 사람이 다른 사람과 함께 하는 생명의 공동 계획”임을 일깨우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안집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할애하고 있는 부분은 이혼 후 재혼을 통해 교회법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람들을 위한 사목적 배려이다. 총 85쪽 분량의 의안집에서 무려 8쪽에 걸쳐 이와 관련된 문제를 제시하고 있다. 의안집은 ‘비정상적 상황’으로 인해 성사생활을 못함으로써 좌절하고 소외돼 있다고 우려했다.

의안집은 반면에, 일부 사람들은 자신들이 비정상적 상황에 처해 있음을 깨닫지 못하고, 오히려 교회가 잘못을 범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들로 인해 성사생활에서 배제되는 것을 ‘벌’로 여기는 사고방식으로 이어진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의안집은 교회의 기존 가르침과 입장들을 바꾸어야 할 가능성은 열어두지 않고 있으며, 다만 하느님의 자비, 관면, 관용의 가능성을 좀 더 폭넓게 열어두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가장 뜨거운 논란의 대상인 동성 결합에 대해서 의안집은 분명한 반대의 입장을 다시 한 번 표명한다. 의안집은 모든 주교회의의 응답들은 한 남자와 한 여자의 결합이라는 혼인의 개념을 재정의하는데 분명히 반대한다. 하지만 여기서도 의안집은 ‘자비’의 중요성을 지적하고, 관건은 “연민의 정신으로 사람들을 수용하는 것과 점진적으로 그들을 올바른 인간적 그리스도교적 성숙으로 이끄는 것 사이의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는 사목의 계발”이라고 말했다. [가톨릭신문, 2014년 7월 20일, 박영호 기자]

 

 

세계주교대의원회의 3차 임시총회 의안집 해설 (4 · 끝) 생명에 대한 개방성과 자녀 양육


가정, 생명에 열린 ‘개방성’ 가져야



의안집 제3부는 생명에 대한 개방성과 그리스도교적 자녀 양육의 문제를 다룬다. 의안집은 지난 수십 년 동안 부부가 생명에 대한 개방성에 열려 있기 어려운 사회적 상황에 처하게 됐음을 지적한다. 이러한 어려움은 근본적으로 교회가 제시하는 생명에 대한 가르침과 극도로 세속화된 사회 안에서 만연한 생명 의식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교황 바오로 6세는 이 점을 자신의 회칙 ‘인간 생명’(Humanae Vitae)에서 “모든 이들이 이 특별한 가르침을 쉽게 받아들이지는 않는다”며 현실적인 어려움을 표시했다. 바오로 6세는 특히 교회의 가르침에 대한 반대가 날로 발전하는 커뮤니케이션 수단들에 의해 더 확대된다고 지적하면서, 교회가 ‘반대를 받는 표징’(루카 2,34)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교황은 이것을 이유로 겸손하지만 확고하게 자연법적으로나 복음적으로나 도덕적 법 전체를 선포하는 임무를 피할 수는 없다고 확언했다.

의안집은 혼인한 부부와 가정이 항상 생명에 대한 개방성을 유지해야 하는데, 사실상 오늘날 인위적인 산아 조절이 만연됨으로써 그러한 개방성이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처럼 교회의 가르침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이유 중의 하나를 의안집은 교육에서 찾는다. 즉, 교회의 가르침은 세속화된 시민사회에서의 교육과 차이를 보이는데, 이는 근본적으로 인간관의 문제이다. 세속 사회의 교육은 인간 존재와 생명의 원칙과 개념을 고려하지 않은 채 교회의 인간과 생명에 관한 가르침을 가볍게 무시한다고 말했다.

의안집은 대개의 경우 낙태를 죄라고 생각하지만 인공 피임은 전혀 죄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인공 피임에 대한 관대한 태도와 개인주의적인 인간관은 인구 전체의 감소를 야기하고, 부부간·세대간 관계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 따라서 교회는 이러한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생명에 대해 개방적인 태도와 의식을 고무하는 사목 프로그램을 계발, 실시해야 한다.

제3부의 두 번째 부분은 그리스도교적인 자녀 양육의 어려움과 과제를 다룬다. 의안집은 자녀 양육은 온전히 통합적이어야 하며, 그럼으로써 삶 전체의 여정을 바르게 인도하는 ‘위대한 진리의 문제’에 응답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자녀 양육은 특별히 신앙의 전수와 관련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부모들은 단순히 자녀들을 세상에 내놓을 뿐만 아니라, 그들을 하느님께 인도해 세례를 통해 하느님 자녀로 다시 태어나 신앙의 은총을 받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자녀 양육과 신앙의 전수는 긴밀히 연결되는데, 의안집은 특별히 세대간의 단절이 신앙 전수라는 가정의 그리스도교적 사명에 큰 장애가 되고 있음을 고백한다.

즉, 과거에는 가정 안에서 신앙 교육이 이뤄지고 끊임없는 신앙 전수가 이어졌지만 오늘날 가정의 변화는 가정의 교육적 기능과 역할에 큰 영향을 미쳤다. 오늘날 가정과 부부, 특히 젊은 부부들은 자녀에게 종교와 관련해 부모의 뜻을 강제하거나, 자녀들과 종교 문제로 갈등을 빚는 것을 기피함으로써 가정 안에서의 신앙 교육이 사라지는 것이 문제로 지적된다.

의안집은 ‘비정상적’ 가정의 자녀 양육과 교육에 관심을 두고, 동성애 결합 가정, 홀부모 가정, ‘거리의 아이들’에 대한 사목적 배려에 관심을 가질 것을 지적하고, 사목적으로 어려운 상태에 있는 가정의 자녀들은 공동체에서 제외되거나 배척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지 않도록 사목적인 배려가 주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가톨릭신문, 2014년 8월 3일, 박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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