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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공동체ㅣ구역반

소공동체를 위하여: 소공동체를 위한 프로젝트 구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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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8-01-09 ㅣ No.67

소공동체를 위하여 : 소공동체를 위한 프로젝트 구축

 

 

난 호까지 연재된 두 차례의 교구장 대주교님의 글에서 소공동체의 중요성과 운영 방법 그리고 그 의미까지 소상하게 지적하고 강조하셨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이것은 시기적으로 소공동체 봉사자대회를 앞두고 우리가 소공동체로 전환해야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과제인가를 반증하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본당에서 소공동체를 구현하고는 싶지만 이것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추진해야 하겠느냐, 왜 가시적인 모델을 연구해서 제시하지 않느냐고 반문한다. 사실 소공동체 운동의 도입이 이미 시대적인 요구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더라도 소공동체를 이루는 데에는 적어도 10년에서 20년의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또한 그 효과를 즉석에서 체감할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더 큰 어려움이 있다.

 

우리는 여기서 그래도 소공동체를 이루기 위해 힘든 과정을 인내하며 시작할 것인지, 포기한다면 무슨 대안이 있는지를 살펴야 하겠다. 아울러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어디인지를 본당과 사회 현실을 중심으로 알아보기로 하자.

 

 

1. 소공동체는 낯선 개념이 아니다

 

티벳의 오지 마을을 소개하는 TV 프로를 보았다. 그 마을에서는 특히 일손이 많이 필요한 혼례나 장례가 있으면 동네 사람들이 다 함께 모여 일을 분담하고, 그 행사를 마치 자신의 일처럼 생각하며 치러내는 것이다.

 

혼례가 끝나고 이웃 마을로 떠나가는 새색시를 환송하며 부모뿐만 아니라 마을 아낙네들이 울먹이는 모습은 참으로 순박하고 아름다워 보였다. 이런 모습은 예전 우리의 시골 마을에서도 흔히 볼 수 있었다. 유독 남미나 아프리카의 오지 마을이 아니더라도 이런 유대감을 지닌 공동체는 수십 년 전 우리의 고향에서도 빈번한 일이었다.

 

우리 나라에도 신앙이 전래된 후 공소 회장을 중심으로 하는 소공동체를 실제로 잘 운영해 왔고, 박해시기에는 더욱 운명공동체로서 그 유대가 강화되었다.

 

박해가 끝나고 산골에 숨어 신앙생활을 하던 것과는 달리 도시를 중심으로 신앙공동체가 활성화되면서, 공소를 중심으로 소규모의 신앙공동체는 도시 유입 인구의 증대와 함께 상대적으로 공소의 모습은 예전의 활기를 잃어가게 되었다. 교구 내 공소의 대부분은 젊은이들이 직장을 찾아 떠남으로써 공소 회장을 중심으로 하는 봉사자 직분을 이어 갈 사람의 부족으로 공소 공동체가 겨우 명맥을 유지할 정도의 어려운 상태가 되었다.

 

산업화로 인한 도시중심의 발전은 대가족에서 핵가족으로 바뀌고 본당의 모습도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 신자수가 만 명이 넘거나 육박하는 비대 도시 본당들은 신자들 간에도 서로를 알 수 없게 되어, 서로 인사하기·명찰 달기 등 서로를 알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할 형편이 되었다. 본당의 운영 면에서도 신심이나 친목단위의 여러 단체가 만들어졌고 그 대표자들을 본당운영에 참여케 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사목자의 지시로 이루어지던 본당운영은  단체들의 본당 참여 비중이 높아지면서 단체들을 우선적으로 배려하는 형태가 되었다. 그러나 이런 본당의 형태는 단체에 참여하지 않는 구성원까지는 포용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었다.

 

우리 나라에서도 신앙전래와 함께 소공동체의 모습은 자연스럽게 뿌리를 내렸으나 본당들의 비대화와 산업화의 영향으로 소공동체의 모습이 본당 안에서 사라지게 되었고 우리는 결코 낯선 개념이 아닌 이 소공동체를 예전과 달라진 상황 속에서 새롭게 구현하려는 것이다.  소공동체는 우리의 역사적 체험 속에서 결코 낯선 개념이 아니다.

 

 

2. 레지오와의 관계

 

레지오는 도입 50년을 넘긴 세계에서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급속한 성장을 한 신심단체이다. 특히 성모신심과 우리의 심성이 잘 어우러져 전 교구에 걸쳐 거의 모든 본당에 레지오가 본당활동을 대표하다시피 하고 있다. 레지오가 본당의 사목활동에 부각되는 이유는 레지오의 특성상 일사불란한 군대식 전달 체계가 있고, 사목자들의 의사 전달이 본당 구성원인 신자들에게 빠르게 전달될 뿐만 아니라 레지오 단장을 중심으로 하는 단원관리가 쉽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또한 성모신심은 부모를 공경하고 효를 중시하는 우리의 정서에 적합하여 눈부신 증가 추세를 기록했다. 지금도 레지오가 제단체들 중에서는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본당사목에 있어 레지오 없는 활동이란 생각할 수도 없는, 독보적인 역할을 한 것은 인정하지만 동시에 레지오는 현대 사목에서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그것은 바로 소수의 레지오 단원들이 열심히 활동하고 있지만, 본당의 행사가 레지오를 중심으로 하는 행사(레지오 옥외행사, 아치에스, 선서식 등)에 편중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레지오 단원이 아닌 다수의 사람들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는데, 이렇게 급박한 상황은 레지오 단원수의 감소현상과도 무관하지 않다.

 

이렇게 본당 운영에 있어서 레지오가 본당의 중추 역할을 도맡아 해왔지만 현대에 와서는 레지오만을 중심으로 하는 본당 사목은 그 한계에 도달하였다. 거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결국 본당의 모든 신자들이 다 열성적인 레지오 활동을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또한 주부들도 취업을 해야 하는 요즘 현실을 반영해 볼 때 어느 한 신심단체가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음을 여실히 드러내주고 있다.

 

현대는 본당의 기본틀을 새롭게 구성할 수 있는 제도적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단체들을 중심으로 하는 본당운영은 결국 단체들에 가입한 20-30%의 열심한 신자들의 의견만 수렴할 수 있기 때문에 본당에서 소외되는 이들을 위해 생겨난 조치가 바로 본당의 소공동체화이다. 아시아 주교회의에서는 이미 이 운동의 보급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으며 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도 현대사목을 위해 공동체 영성의 그 바탕으로 하는 공의회 문헌을 선포하였다. 서울대교구에서는 200주년 기념 사업에 이미 반, 구역 중심의 소공동체 모임을 강조하여 큰 성과가 있었으며, 우리 교구에서도 10여 년 전부터 소공동체 운동이 활발하게 논의되어 왔다.

 

레지오와 소공동체의 장점을 이용하여 일정한 지역 안에서 레지오를 재편성함으로써 소공동체와 레지오를 함께 하도록 개편하는 곳도 생겼다. 그러나 이것은 손쉽게 구역중심의 소공동체를 단기간에 전환할 수는 있지만 계속적인 성장하기에는 문제를 안고 있다.

 

구역별 레지오는 주 1회하면서 소공동체 모임을 주 1회로 하기도 어렵고 레지오의 형식을 빌려 소공동체 모임을 하면 교본상 활동보고와 비밀헌금 등 소공동체와의 연계성도 없다. 또 참여의 폭이 레지오 단원만 참석할 수 있는 등 제한을 받으며, 레지오의 특성상 10여 명이 넘거나 남녀노소가 함께 하기란 어려운 점이 많다. 결국 이런 장애요인으로 인하여 두가지 형식을 합병한 레지오와 소공동체의 모임은 어느 쪽도 제대로 성장하기가 어렵다. 일정한 기간 동안 억지로 모임이 지속된다 하더라도 소공동체는 성장하지 않는다.

 

결국 성격이 전혀 다른 레지오와 소공동체를 합병해서 하나로 운영하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지금까지 몇 군데 본당에서 운영을 해 본 결과 두 가지가 다 성장하지 못했다는 결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레지오가 반 소공동체보다 경쟁이나 마찰의 단체가 결코 아니어야 한다.

 

 

3. 소공동체 프로젝트

 

1) 필요성

 

동강이 천혜의 아름다움을 보존하고 생태계의 보호를 위하여 캠페인을 벌인 지 3년이 지난 후, 여름휴가 인구의 급증과 레프팅 사업과 관광개발 사업으로 죽음의 강으로 오염된 환경 보고서를 보며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쓰레기나 화장실 사용 문제만 하더라도 별 의식 없이 쓰레기를 버리고 아무렇게나 사용한다. 선진국의 대열에 들어서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대로 자연이 훼손된다면 더 이상의 희망이 없는 상태가 되고 그 오염으로 인한 피해는 그대로 우리와 우리의 후손들이 되받게 된다. 이런 급박한 상황을 사람들은 아직도 의식하지 못하고 있으며, 기초질서는 여전히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데 어찌 한두 해의 노력으로 가능한 것인가?

 

소공동체의 필요성을 누차 강조하면서도 의식화라는 문제는 모두가 다 함께 노력하지 않는 한 환경문제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어려운 문제로 남는다. 또한 한두 사람의 노력과 모범적 시행만으로도 이루어지지 않는 일이다. 그래서 소공동체에 대한 의식을 새롭게 바꾸는  일은 그만큼 어려운 일이다. 기존의 선입견을 버리고 소공동체를 이루기 위한 부단한 노력과 함께 우리 모두가 같이 실천하는 것이 급선무다.

 

2) 방법론

 

프로젝트의 시행 방법은 현실분석과 그 분석을 토대로 시행가능한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한 결과를 분석하여 새로운 수정 계획을 수립하는 단계를 밟는다.

 

(1) 현실분석

 

마치 몸이 아프면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고 정확한 처방을 받아서 치료하는 것처럼 현 상황에 대한 정확한 분석이 나와야 한다. 여기에는 본당의 외적, 내적 환경을 조사해야 하는데 본당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문화적, 환경적 여건을 고려해야 한다. 내적 여건은 본당의 여러 문제점들이 제기될 수 있도록 설문조사나 본당의 불평불만들을 수집한다.

 

본당의 문제점들은 한순간에 형성되거나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오랜 시간을 두고 서서히 이루어진 것들이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2) 계획수립

 

구체적인 계획 수립은 본당의 실행 능력을 충분히 고려해야 하고 1단계 3년, 2단계 3년, 3단계 3년의 기간으로 설정한다. 물론 이 기간들은 1, 2단계를 지나게 되면 중기계획으로, 3단계를 지나면 장기계획으로 구분할 수 있겠다. 본당의 사정이 대개 1단계를 실행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감안하여 후임 사목자와의 연계성 문제도 중·장기 계획 수립에 큰 영향을 준다. 단계별 기간을 3년의 주기로 한 것은 추진계획 초기 단계에 현실 분석과 계획수립의 과정을 3년의 주기로 하는 것이 시행하기가 편리하기 때문이다.

 

(3) 평가

 

필자는 10년 전 본당에서 처음으로 이 운동을 시작하고 1년 후 다시 본당평가를 해 본 결과 너무도 놀랐다. 본당 공동체를 분석하고 본당계획을 수립하여 목표를 설정하였으며 홍보에 열성을 다하며 1년을 지냈다. 그러나 그해 연말 본당의 사목목표를 아는 신자를 점검한 결과 본당의 대다수가 본당의 사목목표를 거의 알지 못했다. 본당의 각종 행사가 사목목표와 아무런 연계성 없이 시행되어 왔고, 지난 해의 문제점들이 아무런 여과없이 반복되고 있었다. 본당계획 수립에서 단지 연도만 바꾸는 일에 익숙해 있었다.

 

주간 단위로 이루어지는 본당의 일들은 신자들의 관심을 거의 끌지 못했으며 새로운 시도는 예전에 안 하던 일을 하는 것이기에 번거로워 했다. 연중행사와 사목목표가 따로따로 추진되었다.

 

그 다음 해부터는 모든 행사시 본당의 사목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어떻게 해야 할 것이냐를 염두에 두고 계획수립에 들어갔다. 그리고 평가를 통해서 다음 계획을 수립하였다. 본당을 소공동체로 전환하기 위하여 준비해야 할 것은 장기간의 교육과정과 추진위원들이 본당 실정에 맞는 정확한 목표와 그에 따른 계획수립과 그 결과를 평가하여 새로운 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병력을 아프카니스탄에 전진배치하고 있는 것처럼, 소공동체의 구현을 위해 모든 효과적인 방법을 프로젝트화 하여 효과적으로 그 본당의 실정에 맞추어 추진하는 것이 관건이다. 테러와 무한전쟁을 선포한 전략을 보라. 우리에게도 현 본당이 처한 위기를 성장의 기회로 바꾸는 프로젝트화를 통하여 소공동체를 추진하여야 한다.

 

소공동체 운동에 내가 꼭 참여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는 늘 우리 곁에서 맴돌고 있다. 남미나 오지 마을에서 자연스럽게 필요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곳과 우리의 여건은 틀리지 않느냐? 우리 나라에서도 이미 지나간 공소 공동체를 새롭게 도입하는 것은 이미 시대에 맞지 않는 것이 아닌가? 개인의 취미나 여가활동이 늘어나고 주부들도 취업으로 인하여 소공동체의 참여가 불가능한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교회는 공동체로 이루진 곳이다. 하느님께서 삼위일체로 계시며 공동체를 통하여 우리 모두가 일치되기를 원하신다. 시대는 끊임없이 변화한다. 그러나 그 시대에 따라 공동체를 어떻게 해석하고 구현하느냐는 그 시대의 의식으로 해석되어야 한다. 힘들다고 해서 안 해도 되는 것은 아니다. 사목자와 본당의 전 구성원들이 함께 소공동체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본당이 소공동체들의 공동체로 변화하는 것이 우리의 시대적 소명이고 사명이다. 우리 모두가 소공동체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활성화 될 때까지 우리가 먼저 소공동체에 참여하는 솔선수범을 보여야 할 것이다. 알고서 하지 않는 것은 알지 못해서 못하는 것과는 다르다.

 

우리를 위해 사랑의 십자가를 지고 가신 예수님은 우리를 사랑하시기 때문에 우리에게 당신의 제자 공동체를 만드셨고 우리도 당신 제자 공동체와 같이 서로 봉사하는 삶을 살면서 복음을 선포할 사명을 맡기셨다. 우리는 우리에게 맡겨진 소공동체를 위해 투신해야 한다.

 

[월간빛, 2001년 11월호, 이용호 가브리엘 신부(본지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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