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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나이 교회: 사제 3명뿐인 브루나이 교구의 급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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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5-01-06 ㅣ No.73

[아시아 아시아] 브루나이 교회 : 사제 3명뿐인 브루나이 교구의 급성장

 

 

대목구로 승격한 브루나이 교회

 

동남아시아의 소국 브루나이를 관할하는 브루나이 교구의 지위가 지목구에서 대목구로 승격되었다. 1997년에 말레이시아령 보르네오 섬 사라와크 주에 있는 미리-브루나이 교구에서 분할되어 브루나이 지목구로 설립된 지 7년 만이다. 원래 지목구나 대목구는 정식 교구는 아니지만, 우리는 그냥 교구라 부른다.

 

한국교회의 여러 교구도 1962년에 한국에 정식으로 교계제도가 설정되기 전까지는 실은 ‘서울대목구’, ‘대구대목구’ 등이었다. 여기에서 대목(apostolic vicar)이라 함은 ‘교황을 대리하는 목자’라는 뜻이다.

 

지목구를 맡는 지목(apostolic prefect)은 주교품을 받지 않은 고위성직자가 맡으며 대개 몬시뇰 지위를 준다. 지목(知牧)의 뜻은 우리나라의 도를 맡는 도지사(知事)를 연상하면 되겠다. 교황이 시키는 일을 맡아보는 목자란 뜻이다.

 

대목구를 맡는 대목은 주교품을 받은 주교가 맡는다. 처음부터 대목구로 설립된 경우로는 서울대목구, 대구대목구, 원산대목구 등이 그러하며, 평양, 춘천, 전주, 광주 등은 처음에 지목구로 설립되었다가 나중에 대목구로 승격되었다. 지목구는 대목구가 되기에는 신자수, 성직자수 등에서 부족하지만 지리적, 문화적 조건 등 선교 여건상 독립하는 것이 바람직한 경우에 설립되며, 차차 교세가 발전하여 조건이 충족되면 주교를 세워 대목구가 된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지난 10월 20일 ‘브루나이 다루살람 대목구’ 승격을 발표하면서 지목인 코르넬리우스 심 몬시뇰(53세)을 첫 대목구장이자 주교로 임명하였다. 중국계인 심 주교는 1951년생으로 수도인 반다르세리베가완 서남쪽 80km에 있는 작은 어촌에서 태어나 1989년에 사제품을 받았으며, 1997년에 브루나이 다루살람 지목구가 설립될 때 첫 지목으로 임명되었다.

 

 

신자의 대부분은 필리핀 이주노동자

 

브루나이는 인구 36만 명으로 작은 나라이지만 석유가 많이 나서, 국왕인 술탄은 세계 제1의 갑부다. 얼마 전에 세자가 결혼식을 크게 벌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나라가 작은 데다 인구 대부분은 이슬람인이어서 브루나이 교회는 그리 크지 않다. 본당 3개, 사제 3명, 신학생 1명, 수녀 1명이 전부다. 이처럼 작은 교구를 굳이 지목구에서 대목구로 승격시킬 이유가 있었을까? 인접한 말레이시아와는 다른 국가이니 말레이시아에 있는 교구에서 분리해 별도 교구로 설립한 것은 이해되지만 말이다. 대답은 바로 신자의 급격한 증가다.

 

신자 수는 2만 1500명으로 전체 인구의 6%선이니, 비율로만 따진다면 인구 대부분이 가톨릭인인 필리핀과 동티모르를 빼놓고는 한국 다음으로 가톨릭 신자의 비율이 높은 나라다. 그 다음으로는 아시아에서 홍콩과 베트남 정도이고 나머지 나라는 거의 1%대다. 거기다가 브루나이는 이슬람 국가다.

 

브루나이 가톨릭 신자 가운데 대부분은 브루나이인이 아니라 필리핀인 이주노동자다. 그나마 브루나이 국적자도 말레이인이 아니라 거의 화교 출신이다.

 

곧 브루나이 교회는 필리핀 이주노동자들이 급격히 늘면서 신자수가 크게 는 것이다. 동남아시아 교회에서 화교 비율이 높았던 것은 오랜 일이지만, 근래에는 필리핀인들이 소득수준이 높은 거의 모든 아시아 나라에 이주노동자로 많이 나가면서 곳곳에 필리핀인 중심으로 가톨릭교회가 늘고 었다. 동아시아의 일본, 한국, 홍콩, 타이완은 물론 석유부국인 브루나이나 중동의 이슬람 국가에 많이 나간다. 이들은 대개 여성으로서 가정부 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

 

브루나이는 말레이시아와 같은 종족으로 같은 언어를 쓰지만 영국은 말레이시아를 독립시켜 줄 때 석유가 많이 나는 이 작은 땅은 떼어놓았다가 1984년에야 독립국으로 만들었다. 이라크와 쿠웨이트의 관계와 비슷하다. 그러나 말레이시아는 브루나이에 대해 영토 소유권을 주장하지 않으며 같은 아세안 국가로서 잘 지낸다.

 

브루나이는 이슬람 국가로서 외국인 선교사의 입국을 허용하지 않는다. 필리핀인 신자가 급증하는데도 멀지 않은 필리핀에서 사제를 파견할 수도 없다. 교황청과 정식 외교관계는 없지만 타이의 방콕에 주재하는 교황대사가 브루나이 주재 교황사절로서 정기적으로 방문한다. 방문할 때마다 외교부장관이 공항에 나가 정중하게 접대를 하는 등 이곳 가톨릭교회는 존중받지만, 제한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

 

 

활발한 본당, 교회 공간이 비좁아

 

교구 사회홍보위원장 레옹 신부는 앞으로도 여러 문제가 있기는 하겠지만 교회 지도자와 당국 간의 선의와 계속되는 대화, 협상이라는 ‘브루나이식’ 방식으로 풀어야 할 것이라고 설명한다. 현재 브루나이 교회에는 교회 건물 개축과 신축, 가톨릭 학교들의 사용, 종교인 입국과 성서 수입 등의 현안이 있다. 일부 분야에서는 눈에 띄는 진전이 있었지만, 여전히 노력해야 할 분야도 많다.

 

레옹 신부는 UCAN 통신에 “교황청이 현지인 브루나이 사제들로 대목구를 설립한 것은 브루나이의 지역내 위상이 높아진 것을 반영한다.”고 했다. 그는 브루나이 교회가 대목구로 승격됨에 따라 가톨릭 신자가 아닌 이들에게서 국가 건설과정에 진지하게 기여하는 존재로 더욱 인정받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슬람인 브루나이인들에게 가톨릭교회가 ‘외국인의 것’으로만 남아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그는 일부 제한이 있기는 하지만 수도에 “활발한 본당도 있고, 날마다 다양한 행사가 있어서” 교회 공간이 비좁을 지경이라고 덧붙였다. 활동단체로 ‘레지오 마리애’를 비롯하여 필리핀에서 활발한 ‘그리스도의 짝’, ‘그리스도를 위한 어린이회’, ‘그리스도를 위한 청년회’, ‘그리스도를 위한 독신자회’, 그리고 여성 지원단체인 ‘주님의 여종회’, 남성 지원단체인 ‘주님의 종회’, ‘성 빈첸시오 아 바오로회’가 있다.

 

교회가 대부분 이주노동자나 외교관, 외국인 상사주재원 등으로 이루어진 것을 반영하여 필리핀어, 영어, 중국어, 타밀어(인도 지방어), 말라야람어(인도 지방어), 바하사 멜라유(말레이어) 등에 따라 모두 8개의 기도회가 있다.

 

레옹 신부는 “대목구라는 새 위상은 브루나이 가톨릭 신자들에게 사회 안에서 교회의 선교사명에 더욱 큰 책임을 맡아야 한다는 의미로 다가서고 있다.”면서, 앞으로 사제성소와 수도성소가 더 많이 나오고 평신도들이 교회 활동에 더 열심히 참여하기를 바라고 있다.

 

브루나이 교구에는 사제들을 돕는 상근 교리교사 2명과 청년사목 담당 상근자 1명이 있으며, 신학생 1명은 현재 싱가포르에서 공부하고 있다.

 

[경향잡지, 2004년 12월호, 박준영 요셉(아시아 가톨릭 뉴스(UCAN) 한국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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