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9월 18일 (수)
(녹) 연중 제24주간 수요일 우리가 피리를 불어 주어도 너희는 춤추지 않고 우리가 곡을 하여도 너희는 울지 않았다.

연극ㅣ성극

순교극: 주를 따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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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8-06-20 ㅣ No.29

순교극 - 주를 따르리

(순교자 : 주문모 정약종 강완숙 최인길 정철상 황일광)

 

 

등장인물 : 주문모 신부, 정약종, 강완숙, 최인길, 정철상, 황일광, 무명 신자 남자 2, 여자 1, 포졸 2-4명, 희광이, 관장, 해설자

입장 행진: 선두에 십자가 들고, 방갓 쓰고 상복입은 주문모 신부, 관장, 순교자 정약종 아오스딩 명도회장, 강완숙, 골롬바 여회장, 최인길 회장, 아들 정철상, 백정 황일광, 무명 신자 남자 2, 여자 1, 포졸  2-4명, 고수, 희광이, 해설자.

 

 

# 1. 텅빈무대

무대 불켜지면 선두에 십자가 들고 해설자 등장. 그 뒤로 상복 입은 주문모 신부, 정약종, 강완숙, 최인길, 정철상, 황일광, 신자들, 희광이 등이 따르고..... 그들이 무대로 다 나오고 등장인물 소품처럼 선다.

 

 

# 2. 해설자, 그들을 뒤로한 채 몇걸음 앞으로 나온다.

관객들을 뚫어져라 쳐다보다 이야기 시작

 

해설자 : (관객들을 향해 반갑다는 듯이) 아, 여기들은 어떻게 오시게 되었소? (주변을 천천히 둘러본다) 오-호라, 바로 이곳이 마재....(고개를 끄덕이며 몇발자국 걸어간다. 다시 관객을 향해 무릎을 치면서) 그렇지! 그 옛날...(하늘을 보면서 생각에 잠긴다. 눈을 가늘게 뜨고 관객들을 향해) 그 옛날 신앙의 향기를 찾아서 예까지 오셨구려. 잘하시었소. 참, 잘오시었소. (조금 더 관객들에게 다가가 허리를 숙이며) 그래, 무얼 보시었소? (순례객들의 대답을 유도해 2-3의 말을 듣는다)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소. 그래. 이곳에는 우리 선조들의 삶이 있었고...., 신앙이 살아 숨쉬었고... 고통과 죽음... 그리고 희망이 남아 있소. 고단한 백성의 삶이, 체면이란 허울에 짓눌린 양반의 고민이, (보충) 한데 얼려 하늘로 올리는 제전이었소. 자-, 그럼 이제부터 선조들의 향내나는 삶의 현장으로 여행을 떠나 볼까요?

 

 

# 3. 정약종 아오스딩 회장의 집

양반복 입은 정약종 회장과  남녀 평교우 농민 3-4명 앉아있다

 

정약종 : 그래, 올해 농사는 좀 어떤 것 같소?

남교우 1: 우리 동네 농사는 그럭저럭 잘 된 것 같은데.... 저 건너마을엔 농사가 잘 안된 것 같아요.

여교우 : 농사가 잘되고 안되는 것도 모두 천주님 뜻이라면서요?

정약종 : 그렇지요.

남교우 2 : 아마 우리 동네 천주님이 저 건너 마을 천주님 보다 마음씨가 더 좋으신가봐요.

일동 : (웃음)

남교우 1 : (정색을 하며)  아무리 농담이래도... 그런 말하면 안 되지요? 나리께서 쓰신 “주교요지”에 천주님은 오직 한분 뿐이라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여교우 : (동감이란 듯 고개를 끄덕이며 약간 호들갑스럽게) 그건 그럴것이구먼-. 나라에도 임금님이 둘이면 만날 쌈박질이나 할게 아니겠어요? 천주님도 동네마다 있어봐요. 우리네가 만날 싸움이나 할 게 아니겠어요? 안 그러겠어요? 나리?

정약종 : 나리, 나리 하지 말게나. 하느님 앞에 우리 모두는 평등한 것이라네.

여교우 : 그래도...., 양반님이신데... 나리를 나리라 불러야지.... 뭐라 하겠어요?

정약종 : (약간 난감한 듯) 허-어, 그- 참....

남교우 1 : 그럼... (무릎을 치며) 맞다, 회장님이라고 하면 어떻겠어요? 우리 교우들을 잘 이끌어 주시니 교우회 회장님! 어떻습니까?

남여 교우 : (반색을 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남교우 2 : 그렇지. 회장님이 좋겠네요. 그런데 회장님, 우리  사람들은 죽으면 만사가 끝인줄 알았는데, 북망산천을 가면 끝장인줄 알았는데...., 영혼이 있다면서요?

정약종 : 맞았네, 그렇다네.

남교우 1 : 우리 영혼은 영원히 죽지 않고, 살았을제 어떻게 살았느냐에 따라 천당이나 지옥으로 가서, 영원한 복락이나 영원한 벌을 받게 된다면서유.

남교우 2 : 자네는 어떻게 교리를 그렇게 잘 아는가?

남교우 1 : 나리께서 쓰신 “주교요지”를  읽어보니까, 지 같은 무지랭이들두  교리를 아주 쉽게 잘 알겠드라구요.

정약종 : 그래두 또 나리인가?

남교우 1 : (머리를 긁적이며 ) 참, 습관이 돼서.... (얼버무린다)

여교우 : 나리, 아-, 참, 회장님께서야, 저희들과 워낙 이물없이 지내시니까, 저희가 이렇게 말씀도 함께 나누고..., 또 이렇게 함께 앉아 있기라도 하지요. 어디 다른 양반님들 앞에서야 어찌 감히... 동석은 고사하구, 고개한번 제대로 들어볼 수 있겠습니까요.

정약종 : 그런 말은 이제 그만 하시게나. 내 누차 얘기했지만, 우린 천주님 안에서 한 형제 자매들인게야. 서로 아껴주고 위해주고.... 그것이 천주님이 우리에게 가르쳐주신 사랑을 실천하는게야.

남교우 2 : 그래야지요. 회장님께서 그렇게 가르쳐 주시니..저희도 이젠 그렇게 따르고 실천해야겠지요.

남교우 1 : 참, 나리, 아니 회장님 바쁘실텐데 이만들 일어나세. 어서 집에 가서 “주교요지” 읽고, 교리 공부 해야겠네.

정약종 : (웃음) 허허 그사람도 참-. 농사일이 바쁠덴데, 어서들 가보시게나.

일동 : 그럼 회장님, 다음에 또 찾아오겠습니다.

 

(모두 퇴장)       

 

# 4. 최인길 회장의 집  

장백의 입고 중국인 모자 쓴 주문모 신부와 집 주인인 최인길 마티아 회장, 강완숙 골롬바 여회장과 정약종 아오스딩 명도회장이 앉아서 이야기 하고 있다.

 

(한쪽 바닥에는 방갓과 상복이 준비되어 있다.)

 

주신부 : 아오스딩 회장님, 마티아 회장님, 그리고 골롬바 회장님! 조선교회가 창립된지 이제 겨우 십년 밖에 되지않았는데, 신자 수가 벌써 4000명이 넘었다니 참으로 놀랍습니다. 아주 큰 은총입니다. 조선교회 지도급 교우님들과 모든 교우님들이 참으로 열심히 전교하신 결과입니다.

강완숙 : 모두 다 주님의 크신 은총이지요.

주신부 : 그런데 한가지 걱정 있습니다.

강완숙 : 무슨 걱정이 있으십니까?

주신부 : 많은 신자들, 한문 모릅니다. 신자수 많기 때문에 회장님들이 일일이  가르치기 어렵습니다.

강완숙 : 신부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여기 계시는 정약종 아오스딩 회장님께서, 한문을 모르는 교우들도, 우리나라 글만 알면 교리를 쉽게 배울 수 있도록, “주교요지” 라는 교리서를 우리 글로 만들어 주셨기 때문에, 교우들이 쉽게 교리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주신부 : 그러면 우리 교회 걱정 없습니다. 앞으로 정약종 아오스딩 회장님께서 교회 공동체 회장 책임 맡아 주시고, 신자들 교리교육 책임을 맡아 주십시오.

정약종 : 감사합니다. 이 목숨 다하도록 힘껏 노력하겠습니다.

주신부 : 그리고 강완숙 골롬바 회장님은 조선교회 최초의 여회장님 책임 맡아주십시오.

강완숙 : 감사합니다. 저도 이 생명 다하도록 노력하겠읍니다.

주신부 : 최인길 마티아 회장님은 전교회장 책임 맡아 주십시오.

최인길 : 감사합니다. 저도 이생명 다하도록 노력 하겠읍니다.

남교우 : (갑자기 뛰어 들어오며)  신부님! 크 크 큰 일 났읍니다요!

최인길 : 큰일이라니? 도대체 무슨 큰일이란 말인가? 차근 차근 말해보게.

남교우 : 한영익이라는 배교자가, 주신부님 여기 와 계시는 것을 밀고해서, 곧 포졸들이 신부님을 잡으러 이리로 올것이랍니다.

최인길 : 무어라? 그렇다면 신부님께서 빨리 피하셔야 되겠는데 어찌한다?

강완숙 : 어찌한다가 다 무엇입니까? 지금 빨리 저희 집으로 가시지요. 좀 불편하시겠지만 저희집에 마침 남들이 알지 못하는 골방이 있거든요.

정약종 : 신부님 빨리 피하시지요.

최인길 : 신부님, 빨리 장백의를 벗으시고 이옷을 갈아 입으시지요. (상복을 방갓과 함께 드린다)

주신부 : (난처한 듯) 허-어, 어찌 나만 피한단 말입니까? 내가 가면 마티아 회장님이 난처해질텐데....

정약종 : 신부님, 뒷일은 걱정하시지 마십시오. 신부님의 안전은 바로 우리 한국 교회의 안전입니다. 우리 교우들이 신부님을 얼마나 애타게 기다렸는지... 그리고 얼마나 의지하는지 아시잖습니까?

최인길 : (조금 더 다급하게) 어서요, 신부님. 시간이 없습니다. 빨리 이 옷으로 갈아 입으시고, 이 자리를 피하세요.

주신부 : (장백의와 모자 벗고 상복을 입는다.)

강완숙 : 신부님, 빨리 가시지요.

주신부 : 그럼, 마티아 회장님. 천주님의 가호를 빕니다. (최회장에게 강복한 후 강완숙, 정약종과 함께 서둘러 퇴장한다)

 

F.O.

 

최인길 : (주신부의 복장을 자기가 입고 태연하게 앉아 있다).

포졸 : (갑자기 들이닥친다) (들어오면서) 중국인 신부 어디 있느냐? (최인길 회장을 보고) 오! 여기 이렇게 점잖게 앉아 계시는군. 국법을 어기고 우리 나라에 밀입국한 중국인 신부는 오라를 받으라! (최인길 화장을 오라줄로 묶는다)

최인길 : 닝 하오!

포졸 1: (동료 포졸을 보며) 이사람이 지금 무어라고 하는 것인가?

포졸 2 : 낸들 알겠나? 그걸 알면 자네나 내나 왜 이짓을 하고 있겠나 말일세.

최인길 : 쏼라  쏼라. (중국말 몇마디 대사로 할 것)

포졸들 : 점점 모를 소리만 하는구먼.

최인길 : (시간을 벌기 위해 더 능청을 떤다)  (더 큰 소리로) 쏼라, 쏼라! (중국말로 할 것)

포졸1 : 이놈아, 쏼라 쏼라가 뭐냐? 조선말로 해라. 우리가 네 말을 알아들을 수 있다면 미쳤다고 이짓을 하고 있겠냐?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구, 자식들하구 먹구 살려니까 할 수 없어서 이짓을 하고 있는 것이지, 뭐 우리라고 사람이나 잡으러 다니는 거,  좋아서 하는거 아니라구...

최인길 : (더 큰 소리로) 쏼라 쏼라 포졸, 닝 하오 쏼라 쏼라! 니 쏼라 쏼라 냉수 쏼라 쏼라 먹고 쏼라 쏼라 속 차려 쏼라 쏼라.

포졸 2 : (어리벙벙 해서) 도대체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가 있어야지 온. 중국말도 우리말하고 조금 비슷한데가 있는 것 같기도 하구.

포졸 1 : 온 그 미친 놈 쏼라 쏼라하는 바람에 시간을 너무 끌었네 그려. 어서 가 보세.

포졸 2 : 그래도 오늘 우리는 참 운이 좋았네. 덕분에 중국말 배우지 않았나. 쏼라  쏼라....

포졸 1 : 이제 자네는 자다가도 쏼라 쏼라 하겠다. 그러다가 마누라가 뭘 물어봐도 이제는 쏼라 쏼라하고 대답할거 아녀?

포졸 2 : 자, 너무 눚었네, 어서 저 쏼라 쏼라를 끌고 가세. (최인길 회장을 데리고 포졸들 퇴장)

 

 

# 5. 노상(路上)

남자 교우 2사람이 양쪽에서 나오다 만난다.

 

남교우 1 : 자네도 주 신부님 소식 들었나?

남교우 2 : 최인길 마티아 회장님이 주 신부님 옷을 입고, 주 신부님인 척 속임수를 쓰고 대신 잡혀가셨다는거 말인가?

남교우 1 : 그러니 주 신부님께선 무사히 피신하셨겠지?

남교우 2 : 최마티아 회장님이 역관이시니, 중국어 하는덴 무리가 없었을테고...., 주 신부님인척 중국말로 말을 해 포졸들을 속이고 시간을 벌었다지 아마?

남교우 1 : 주신부님께서야 무사하시다지만, 이 일을 이젠 어쩐다지?

남교우 2 : 또 한바탕 피바람이 불어오려나... (한숨을 쉰다)

여교우 : (급하게 새로 등장하며) 오! 이럴 수가, 이럴 수가...

남교우 1 : 무슨 일이길래 그래요?

여교우 : 최인길 마티아 회장님이 주문모 신부님인척 속이다가 결국 탄로가 나셨다지 뭐요., 그래서, 화가 난 관원들이 주신부님 행방을 대라고 심한 매질을 했다는구먼요. 그래도 끝내 주신부님 행방을 대지않으니까, 주신부님 입국하실 때 모셔 왔던 윤유일, 지황 두분 교우님까지 잡아다가 세분을 함께 타살해서 그 시신을 한강물에 갖다 버렸다지 뭐에요.

남교우 2 : 윤유일 형제님과 지황 형제님까지 참형을 당하셨다는 말인가?

여교우 : 아, 그렇다니까요. 그나마 일이 그 정도로 마무리 된게 다행이지요.

남교우 1 : 참으로 우리 최인길 마티아 회장님이 살신성인(殺身成仁)하셨네 그려.

남교우 2 : 암 그렇다 마다. 최인길 회장님은 주문모 신부님 생명을 구해드리기 위해서 자기 생명을 대신 내 던지신거야.

여교우 : 예수님께서도 “벗을 위하여 자기 생명을 바치는 것 보다 더 큰 사랑은 없다”고 하셨쟎아요.

남교우 1 : 세분이 참 위대한 순교를 하셨네요.

여교우 : 자, 우리 이러지 말고 어디가서 그분들을 위해 기도나 하십시다.

남자들 : 그럼세, 암 그래야지.

(모두 퇴장)

 

 

# 6. 해설자 무대로 나온다.

 

교회를 이끌어갈 지도자를 구하기 위해 살신성인하신 세 분의 순교자, 참으로 천주님을 사랑하는 마음이 크다고 하지 않을수 없습니다, 그려.

그런데 목숨을 걸고 피신시킨 주문모 신부님은 어떻게 되셨을까요?

위기를 모면하고 강완숙 골롬바 회장님 집으로 피신한 주문모 신부님은 강완숙 골롬바 회장님의 극진한 보살핌을 받으며 6년 간 서울, 경기, 층청도, 전라도를 숨어다니면서 전교에 힘쓰셨습니다. 그러다 1801년 신유박해 때 결국 순교를 하시고 말았지요.

주 신부가 순교한 신유박해 때는 신자수가 무려 만여명으로 증가했으니, 박해속에서도 생명을 내걸고 전교에 주력하신 주문모 신부님을 비롯한 교회 초창기 지도급 신자들의 노고가 얼마나 컸는지 가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자-, 그럼 이제 박해의 현장으로 다시 가 봅니다. 천주교에 대해서 비교적 온건정책을 쓰던 정조(正祖)가 1800년에 승하하자, 영조(英祖)의 계비(繼妃)이며 정조의 계조모(繼祖母)인 정순왕후(貞純王后) 김씨가 정권을 잡게 되지요. 그의 정적(政敵) 들을 몰아내기 위하여 1801년, 천주교 박해령인 척사윤음(斥邪윤音)을 발표하고, 오가작통법(五家作統法)을 시행하여, 천주교 신자들을 모두 잡아 드리어, 가두고 때리고, 목잘라 죽이고, 갖가지 형언할 수 없는 형벌을 가했으니, 이때 주문모 신부를 비롯한, 이승훈, 권철신, 정약종, 강완숙, 황사영, 이존창, 유항검, 최창현 등 초창기 교회 지도급 인사들과 수많은 교우들이 모두 잡혀 순교하였고, 정약전, 정약용 등이 유배되기도 하였습니다.

 

(말을 하면서 천천히 무대 가장자리로 옮긴다)

 

F.O.

 

 

# 7. 동헌

동헌에는 사또가 좌정하여 있고, 좀 떨어진거리 좌우쪽에, 포졸 둘이 약간 허리를 굽히고, 사또를 향해 서 있다.

 

사또 : 여봐라! 어제 잡혀온 그 나무꾼 놈을 이리 대령시키도록 해라!

포졸 : 네이, 사또! (백정 황일광을  대령시킨다)

사또 : 네 이름이 무엇이냐?

황일광 : 황일광 알렉산델이라 하옵니다.

사또 : 황일광--뭐라고? 못 들어보던 이름인데, 대체 무엇하던 놈이냐?

황일광 : 남원 부사로 있다가 옥천 군수로 전임되어 온 황일광이라 하옵니다. 

사또 : 네 이놈! 네놈이 나무하러 갔다가 어제 이곳 감옥으로 끌려 온 놈이 분명하거늘, 남원 부사는 무엇이고, 또 옥천군수는 무엇이란 말이냐?

황일광 : 헤헤헤.... 사또! 사또는 유모어 감각이라고는  아주 빵점이십니다요.

사또 : 네 이놈! 유모어라니? 도대체  유모어는 무엇이구, 유모오 감각은 또 무엇이란 말이냐?

황일광 : 네, 소인이 나무를 사러 갔었으니 남원부사였다가, 옥으로 끌려왔으니 옥천 군수가 아니오이까?

사또 : 저런 고얀놈이 있나! 네 진짜 신분이 무었이관대, 감히 이 사또를 네 손바닥에 가지고 놀려한단 말이냐?

황일광 : 사또! 사또께서는 일소일소(一笑一少) 일노일노(一怒一老)란 말씀도 못들어 보셨읍니까? 한번 웃으면 한번 젊어지고, 한번 화를 내면 한번 늙어진다는 말씀이 아니오이까? 지금은 시대가 변하여 만날 위엄만 차리시는 사또보다는 유모어 감각이 뛰어난 사또라야 인기 만점이라는 것을 아셔야 하옵니다.

사또 : 저런, 저런, 저 고얀 놈이 점점 못할 소리가 없구나. 네 이놈! 네놈의 진짜 신분이 무엇인지 어서 바른대로 이실직고 하지 못할까?

황일광 : 네, 소인의 이전 신분은 백정이옵고, 현재는 옥중에 갇혀있는 신분이오니 옥천군수가 소인의 틀림없는 신분이오이다.

 

 

# 8. 동헌

(해설자 앞으로 나오며)

 

지금 물고를 당하는 황일광은 백정 출신으로 천민 중의 천민이었죠. 백정으로 신분에 따른 설움을 뼈저리게 받던 그는 이존창의 권유로 천주교에 입교했습니다. 그는 고향인 홍주를 떠나 경상도로 이사하여 살다가, 다시 정약종의 집에서 8개월간 머물렀습니다.

바로 평등 사상을 주장하는 천주교 신자 공동체에서 양반, 상민, 천민 신분의 차별없이 모두가 친형제처럼 함께 먹고, 생활하면서 함께 기도하는... 그야말로 꿈에도 상상하지 못할 사람 대접을 받으며 살았지요.

여기에 감동한 황일광은 "나 같은 천민에게 이처럼 사람 대접을 해주는 천주교회야말로 지상 천국이 아니고 무엇이겠냐?"면서 자기에겐 천국이 둘이라고 말하였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나무하러 갔던 황일광은 포졸들에게 잡혀 감옥에 갇히는 몸이 되었습니다. 천하디 천한 신분이었지만, 유모 감각이 뛰어나고 심성이 고왔던 그는 심한 고문에도 결코 흐트러짐 없이 신앙을 증거하고 있었습니다.

자, 그럼 다시 황일광의 문초 광경으로 돌아가 볼까요?

 

(해설자 무대 가장자리로 퇴장한다)

 

 

# 9. 다시 동헌

 

사또 : 네 이놈!  네놈도 틀림없는 천주학쟁이이렸다!

황일광 : 그렇사옵니다. 틀림 없이 천주교를 신붕하는 사람이옵니다.

사또 : 배교를 해라! 백정 주제에, 천하디 천한 놈이 천주학은 다 무엇이고, 천당은 다 무엇이란 말이냐?

황일광 : 배교라니, 천부당 만부당한 말씀이오이다.

사또 : 천하디 천한 백정놈도 천당엘 갈수가 있다더냐?

황일광 : 저에게는 천당이 둘이나 있아옵니다.

사또 : 천당이 둘이라니? 천하디 천한 백정놈도 사람이더냐?

황일광 : 사또, 말씀 참 잘 하셨오이다. 저 같이 천하디 천한 백정놈에게 이 나라 어느 천지엘 간들, 단 한번이라도 사람대접 해주는 곳이 있오이까? 사또 같은 양반님네가, 평생 사람 대접 한번 받아보지 못하는, 이 백정놈의 눈물겨운 처지를 눈꼽만큼이라도 짐작이나 하실 수 있겠사옵니까? 죽지못해 살아가는 지옥 같은 이 세상에서, 저는 천국을 둘이나 발견하였소이다.

사또 : 천국이 둘이라니, 그게 도대체 무슨 말이냐? 

황일광 : 당신들이 그처럼 박해하고 때리고 죽이고 하는 천주학쟁이들이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가 그 첫 번째 천국이오, 지존하신 천주께서 계시는 저 천상의 천국이 그 두 번째 천국이오이다.

사또 : 어째서 그렇단 말이냐?

황일광 : 천주학을 배우고 영세를 했더니, 나같이 천하디 천한 백정놈한테도, 양반님네나 일반 신자님네나 모두 같은 교우(敎友) 즉 같은 믿음의 벗이라고, 하나도 차별하지 않고, 같은 장소에서 함께 기도하고, 함께 먹고, 함께 이야기하며 친구 대하듯 친절하게 대해 주시니, 나같은 백정놈에게 이곳이 천국이 아니고 무엇이겠오이까?

사또 : 그렇다면, 너에게 그처럼 잘 해 주었다는 그 천주학쟁이들이 누구 누구이며, 어디에 살고 있는지 너는 다 알고 있을 것이 아니냐? 어서 그들의 이름과 사는곳을 대라!

황일광 : 백성들의 어버이이신 사또께서, 백성들에게 좋은 교훈될만한 말씀은 못하실 망정, 지금 소인에게 배은 망덕하고 은혜를 원수로 갚으라고 가르치시는 것이오이까?

사또 : 네 이놈! 천하디 천한 백정놈 주제에 어느 안전이라고 감히 꼬박 꼬박 말 대답이냐? 여봐라! 저놈을 다시 부를때까지 일단 하옥시키도록 해라!

포졸 : 네이! (황일광을 데리고 퇴장)

 

 

# 10. 동헌 다 퇴장한 동헌 마당 앞으로 해설자 걸어 나오면서

 

이무렵, 신변의 위험을 느낀 명도회장 정약종 아오스딩은, 가지고 있던 천주교 서책과 성물, 그리고 주문모 신부의 편지 등을 보다 안전한 곳으로 옮기기 위하여 임대인(任大人)이란 교우에게 부탁하였고, 임대인은 나무짐으로 위장하고 운반도중 포졸에게 체포되어 모두가 발각되고 말았읍니다.

이 사건은 급기야 타는 불에 기름을 친 결과가 되어 박해가 더욱 심해졌고, 정약종 명도회장은 마재에서 서울로 가는 도중, 자기 앞을 지나가는 금부도사에게 하인을 보내, 그가 자기를 잡으러 가는 길임을 확인한 후, 스스로 잡히는 몸이 되어 투옥되었읍니다.

 

 

# 11. 금부(禁府)

 

관장 : 네 이름이 무엇이냐?

정약종 : 정약종 아오스딩이라 합니다.

관장 : 너는 천주학을 나라에서 금하고 있음을 잘 알고 있으면서, 어찌하여 국법을 어기고 사학(邪學)을 믿어 혹세무민(惑世誣民)하였더란 말이냐?

정약종 : 나는 진리의 천주학을 믿었을 뿐, 결코 사학(邪學)을 믿은바는 없오이다. 나는 신자들에게, 우주만물의 창조주이신 천주님을 공경하도록 가르쳤으며, 선을 행하고 이웃을 내몸과 같이 사랑하라고 하신 천주님의 말씀을 따르도록 가르쳤오이다. 신자들에게, 장차 자기 영혼을 구하고 영원한 복락을 누리기 위해 노력할 것을 가르쳤을 뿐, 혹세무민(惑世誣民)이란 말은 당치도 않소이다.

관장 : 너희 교에서 너는 어떠한 직분을 갖었었느냐?

정약종 : 명도회장이외다.

관장 : 네 만일 이제라도 배교하겠다고 한마디만 한다며는 살려 주겠거니와,  불연이면 죽음을 면치 못하리라.

정약종 : 죽이시건 살리시건 그것은 당신들의 자유이거니와, 잠시 살다가 뜬 구름처럼 사라질 내 목숨을 구하기 위해, 천지만물의 대주재이신 천주님을 감히 배신하고 배교하는 일은 결단코 없을 것이니, 그런 헛된 말씀은 두번 다시 하지 마시오.

관장 : 너는 중국인 신부 주문모와 가장 측근에서 자주 만나고 하였으니, 그가 어디에 숨어 있는지 그의 행방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을터인즉, 어서 그의 행방을 대라!

정약종 : 주문모 신부님과 자주 대했었던 것은 사실이나, 이미 그와 헤어진지가 오래되었으니, 지금은  그분이 어디 계시는지 전혀 모르오이다.

관장 : 여봐라 포졸! 저놈의 입에서 주문모 신부의 행방을 불 때까지 몹시 처라!

포졸 : 네이. (몹시 친다)

정약종 : (몹시 괴로워서 몸을 이리 저리 뒤틀고 비명을 지르지만, 주문모 신부의 행방에 대해서는 일체 함구한다)

관장 : 더 몹시 쳐라! 매위에 장사 없느니라.

포졸 : (더 몹시 치다가) 아무리 때려도 불지를 않습니다요.

관장 : 좋은수가 있다. 그의 큰아들 정철상이란 놈이 제 애비의 옥바라지를 하느라 가까이 있을 것이니,  그놈을 잡아 들여라.

포졸 : 네이. (대답하고 나가서 정철상을 데리고 들어와 꿇린다)

관장 : 네 이름이 무엇이냐?

정철상 : 정철상(丁哲祥) 가롤로라고 하옵니다.

관장 : 네가 보다시피, 네 애비는 주문모 신부의 행방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의 행방에 대해 일체 함구하고 있어, 이와같이 많은 형벌을 받고 있느니라. 이제 네가 주신부의 행방을 이야기하면, 네 애비가 형벌을 면하고 목숨을 건지겠거니와, 네가 만일 불응하면, 네 애비의 목숨을 보존하기 어려울 것이니라. 여봐라, 포졸!

포졸 : 네이.

관장 : 저놈이 주신부의 행방을 실토 할 때까지, 저 아들놈이 보는 앞에서 그 애비를 몹시 처라!

포졸 : 네이. (정약종에게 더 심한 형벌을 가한다)

정철상 : (아버지 형벌 받는 것을 보고 괴로워 하면서도, 묵묵 부답)

관장 : 저런 불효 막심한 놈을 보았나! 네 한마디로 애비가 생명을 보존할 수 있다는데도 침묵만 지키고 있을 셈이더냐?

정철상 : 아버님께서 그 고통을 감수 인내하시면서도 함구하시고 계실 때에는 필시 그럴만한 충분한 이유와 사정이 있으실 것이오니, 비록 아버님의 고통을 직접 뵈옵는 자식 된 자로서의 마음은 칼로 에이는 듯 괴롭사오나, 아버님의 뜻을 따라 저도 함구 하겠나이다.

관장 : 그 애비에 그자식이라더니..... 온. 할 수 없구나. 내보내라.

포졸 : (정철상을 데리고 나간다)

관장 : (정약종을 향하여) 너는 “주교요지”(主敎要旨)라고 하는 교리책을 저술하여, 신자들에게 교리를 가르쳤다고 하는데, 그것이 사실이냐?

정약종 : 사실이외다.

관장 : 너는 그 “주교요지”에서 세속(世俗)과 육신(肉身)과  마귀(魔鬼)를 세가지 원수, 즉 삼구(三仇)라고 하면서, 우리가 영혼을 구하기 위하여서는 이 삼구를 대적하여 싸워 이겨야 한다고 하였다는데, 사실이냐?

정약종 : 사실이외다.

관장 : 그렇다면, 세속이란 무엇이냐? 바로 국왕이 다스리시는 이 세상을 지칭하는 말이 아니겠느냐? 그러므로, 세속을 세 가지 원수중의 하나라고 하는 것은, 곧 국왕을 세 가지 원수 중의 하나라고 함이요, 삼구와 대적(對敵)하여 싸워 이겨야한다고 함은, 곧 국왕과 대적하여 싸워서 이겨야 한다고 하는것과 마찬가지이니, 이럴진대 이는 곧 역심(逆心)을 품은 것이 분명한지라, 네가 이러고서도 감히 살아남기를 바랐더냐?

이에 국왕께 대한 불경죄(不敬罪)와 모반죄(謀叛罪)를 적용하는 한편, 그 위에 사학(邪學)의 괴수(魁首)로서, 나라에서 금하는 사학을 널리 퍼뜨리고 혹세무민(惑世誣民)한 죄를 더하여, 사형에 처하노라.

 

관장 : 여봐라! 다음에는 강완숙(姜完淑)이라는 여인을 대령시키도록 해라!

포졸 : 네이. (강완숙을 대령시킨다)

관장 : 네 이름이 무엇이냐?

강완숙 : 강완숙 골롬바라고 하옵니다.

관장 : 너는 중국인 주문모(周文模) 신부를, 너의 집에 6년간이나 숨겨주고, 모든 수발을 다 들어 주었으니, 주문모 신부에 대해서는, 그의 일거수(一擧手) 일투족(一投足)까지도 면밀히 다 알고 있을 것이거늘, 주문모 신부의 행방에 대해 계속 모른다고만 고집하여 왔다. 그래서 너는 그동안 심한 주리를 6번이나 틀렸었고, 악형이란 악형은 모두 다 당하였것만, 끝내 입을 열지 않았다.

이러한 과정에서, 그 엄청난 고통을 다 참아내고 끝내 입을 열지 않는 네 인내지심에 대해, 너에게 형벌을 가하던 형리들조차, 강완숙 골롬바는, 도대체 사람인지 귀신인지 알 수가 없다고까지 하였다. 너는 아직도 주문모 신부의 행방을 모른다고만 하겠느냐?

강완숙 : 주신부님을 못뵈온지 이미 오래되었으니, 모르는 것은 당연하지 않겠읍니까?

관장 : 네가 아무리 숨기려 해도 이미 소용 없게 되었다. 너의 집에 있던 하녀가 형벌을 못이겨, 주신부의 인상착의까지 상세하게 토설을 하여, 이미 전국에 그 용모와 방이 붙었으니, 주신부의 체포는 이제 시간 문제일 것이니라.

강완숙 : 당신들은 우리 천주교인들의 씨를 말리겠다고 오가작통법(五家作統法)을 만들어, 우리가 어디에서도 발부쳐 살 수 없도록, 잡아 가두고, 때리고, 죽이고 하지만은, 실로 순교자들의 피는 그리스도인들의 씨앗임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관장 : 사람이 오래 살고 싶어하는 욕망과, 죽음을 무서워함은 인지상정(人之常情)이어늘, 도대체 너희 천주학쟁이들은 도모지 죽음을 무서워 하지 않고 죽음 앞에서도 도리어 그렇게 당당할 수가 없으니,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구나.

강완숙 : 공자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조문도 석사가의(朝聞道 夕死可矣)라 하셨으니, 즉 아침에 진리를 깨달았으면 저녁에 죽는다해도 괜찮다는 말씀이 아니옵니까?

도(道)란 무엇이옵니까? 사람이 지키고 가야 할 가장 바른 길, 즉 진리가 아니옵니까? 사람이 진리를 위해, 진리 안에서 살다가 진리를 위해 죽는다며는, 그것이 가장 바른 길이요, 가장 축복된 삶이 아니겠읍니까?

우리 천주교 신자들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소이(所以)는 바로 여기에 있나이다. 우리 천주교 신자들은 이미 천주님의 진리를 깨달았아온즉, 진리를 위해서 살다가 진리를 위해서 죽는데, 어찌 죽음을 두려워하리이까?

우주 만물의 창조주이신 천주님을 대군 대부로 모시고 흠숭하며, 부모를 효도로써 공경하고, 이웃을 내몸과 같이 사랑하며 살다가, 사후에는 우리 영혼이, 착한이를 상주시고 악한 이를 벌하시는 천주대전에 이르러, 영원한 북락을 누리리라는 희망을 안고, 비록 육신이 죽을찌라도, 영혼은 영원히 죽지않고, 영원한 삶으로 옮아가는 것 뿐이라는 진리를 깨달았아오니, 주님을 위하여  한목숨  바치기를 어찌 두려워하리이까?

관장 : 그런 허황된 소리 말고, 이제라도 네가 배교하겠다고 한마디만 하면, 내 즉시 너를 방면하여 주겠으니 어찌하겠느냐?

강완숙 : 천주교를 모르시는 공자님께서도 획죄어천이면 무소도야(獲罪於天 無所禱也)라 하셨으니, 즉 하늘에 죄를 지으면 빌곳이 없다고 하시지 않았소이까. 하온데, 천주님의 진리를 깨달은 이몸이, 어찌 잠세(暫世)의 생명을 조금 더 연장 해 보겠다고 감히 천주를 배반하고 배교를 할 수 있아오리이까?

관장님께서도 이제 진리의 말씀을 들으셨으니, 진리를 믿고 따르셔야 하옵니다. 권불십년(權不十年)이오, 생자필멸(生者必滅)이라 하였으니, 앞으로 관장님의 권세가 얼마나 오래 지속될 것이오며, 뜬구름 같은 잠세의 삶이 얼마나 오래 가겠아옵니까?

사람은 언젠가는 죽게 되어 있습니다. 권세로써 죽음을 막겠습니까? 핑계로써 죽음을 피하시겠읍니까? 돈이 많다 하여 돈이 나의 생명을 죽음으로부터 구해 주겠습니까? 인삼 녹용 불로초도 죽음 길엔 소용없음을 아셔야 하옵니다. 죽은 후엔 아무리 싫다고 발버둥 처도 천주님의 심판을 피할 수는 없읍니다.

관장 : (일어서서, 하늘을 보고 이리저리 혼자서 왔다갔다하며 작은 소리로 독백)

        <과연 옳은 말이로다. 비록 천주학쟁이의 말이기는 하나, 너무도 옳은 말이라 할 말이 없구나. 천주학 이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공자님 말씀까지 저렇게 유식하게 적절히 인용해서 나를 꼼짝 못하게 하는구나. 이 여자의 머리 속에는, 도대체 몇 만권 서적을 읽은 지식이 들어 있는 것일까? 여걸! 여걸! 그래 정말 여걸이야. 정말 최초의 여회장 자격이 넘치구 넘치는 인물이야.... 정말 죽이기엔 너무도 아까운 인물이야. 하지만 방법이 없지 않나. 그가 배교하지 않는한. 그렇다구 봐  줄 수도 없구,  내가 질 수도 없구 말이야.>

관장 : 닥치거라! 네 감히 이 관장을 가르치려 드느냐? 너는 그동안 국법을 어기고 밀입국한 중국인 주문모 신부를 6년 동안이나 네 집에 숨겨주었고, 또한 사교의 괴수로서, 나라에서 금하는 사교를 퍼뜨려 혹세무민한 죄가 크므로 사형에 처하노라.

 

여봐라 포졸! 그 황일광이란 백정놈을 이리 끌어내오너라!

포졸 : 네이. (황일광을 끌어내온다)

관장 : 백정 황일광은 듣거라! 너는 나라에서 금하는 사교를 믿었으니 죽어 마땅하거니와, 더욱이 백정놈 주제에 세치 혓바닥을 놀려 감히 관장을 능멸하였으니, 관장을 능멸한 죄 또한 적지않다 할 것이니라... 이에 백정 황일광을 제 고향 홍주로 압송하여, 즉시 능지처참할 것을 명하노라.

 

관장 : 여봐라, 희광이! 이제 곧 죄인 정약종의 형(刑)을  집행하도록 하라!

희광이 : 네이.

정약종 : 잠깐! 마지막으로 한 말씀 드리겠소이다.

관장 : 좋다!  말해 보아라.

정약종 : (일어서서 관장과 군중을 둘러보며) 관장도 들으시오. 이 자리에 계신 여러분도 들으시오. 이 세상은 우리가 영원히 살곳이 아닙니다. 이 세상은 우리가 잠간 지나가는 나그네 길에 불과합니다. 우리가 영원히 살 곳은 저 천국에 있습니다. 착한 이를 상주시고, 악한 이를 벌하시는, 천주께서 계시는 저 천국이야 말로, 우리가 영원히 살 곳입니다. 여러분도 자기 영혼을 구하고, 영원한 생명을 얻으시려거던, 천주교를 믿고 봉행하시오.

 

<노래> (곡 : 구 애국가)

 

천번만번 버리셔도 마땅하올 이죄인을

버리쟎고 사랑하사 순교영광 주시다니

모진매에 굴하리까 목을벤다 굽히리까

일편단심 위주치명 주시옵소서

 

오 주님! 이몸은 크나큰 죄인입니다. 당신께 바칠 아무 공로도 없읍니다. 다만, 당신의 거룩하신 진리를 증거하기 위해, 희광이의 칼날 아래  이 목을 잘리어 주님께 봉헌하고, 위주치명(爲主致命)하기가 소원이오니, 주여 제 뜻대로 마시옵고 당신의 거룩하신 뜻이 이루어 지이다.

자 이제 나의 목을 치시오. 나는 땅을 내려다 보고 죽는 것보다, 하늘을 우러러 보며 죽겠오이다.

주여!  제 영혼을 당신 손에 맡기나이다. (무릎 꿇고 크게 성호를 그으며, 고개를 위로 젖히고 하늘을 우러러 본다) 

희광이 : (신나게 칼춤을 추며 바가지로 막걸리를 질질 흘리면서 퍼마시고, 또 신나게 칼춤을 추다가) “에잇” (하는 기합 소리와  함께 정약종의  목을 친다)

(주의 : 이때 칼이 목에 직접 닿지 않도록 특별한 주의를 요함. 목에는 여러 가지 중요한 중추신경이 분포되어 있으므로, 실수하면 예기치않은 큰 불상사가 발생할 수 있음. 철저한 주의를 재삼 재사 부탁합니다.)

정약종 : (쓰러진다)

 

관장 : 다음은 강완숙의 목을 치도록하라!

강완숙 : 관장님! 법에는 사형을 받아야하는 자들의 옷을 벗기라고 명해졌으나, 여자들을 그렇게 다루는 것은 온당치 않을 것이니,  우리는 옷을 입은채로 죽게 해 주시오.

관장 : 좋다. 그렇게 하라.

강완숙 : <성 가> 61번

주예수 그리스도와 바꿀수는 없네

이세상 부귀영화와 권세도

우리를 위하여 돌아가신 

예수의 크옵신 사랑이여

세상 즐거움 다버리고

세상 명예도 버렸네

주예수 그리스도와 바꿀수는 없네

세상 어떤 것과도

(손에는 묵주를 들고 크게 성호를 그으며)

주여 제 영혼을 당신 손에 맡기나이다.

희광이 : (칼춤을 먼저와 같이 재연하다가) (주의 : 칼이 목에 직접 닿지않도록) 에잇! (하는 기합 소리와 함께  강완숙의 목을 친다)

강완숙 : (쓰러진다)

 

F.O.

 

 

# 12. 위의 장면에서 쓰러졌던 순교자들 천천히 일어서고 출연자들 무대위로 천천히 나오면서 다같이 노래

 

일동 : <순교자 찬가> 283번

(순교자 찬가 끝나면 출연진 일동 앞에 나와 관중 향해 정열) 경례! <끝>

 

[천주교 서울대교구 순교자 현양회 홈페이지 자료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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