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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ㅣ기도ㅣ신앙

[신앙] 생각하는 신앙: 신앙으로 삶을 디자인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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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8-02-06 ㅣ No.1108

[생각하는 신앙] 신앙으로 삶을 ‘디자인’하기

 

 

새로운 한 해가 하얀 도화지처럼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마르 2,22)는 말씀처럼, 이 해를 어떻게 새롭게 시작하면 좋을까요? ‘제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저는 ‘신앙으로 삶을 새롭게 디자인’ 하자고 제안하려고 합니다.

 

 

생각하는 신앙

 

먼저 우리 안의 구태의연한 신앙을 돌아봅시다. 뼛속깊이 스며든 의무감으로 사는 신앙, 피상적이고 수동적인 신앙은 무미건조하며 활력이 없는 삶으로 나타납니다. 그러한 신앙은 삶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하며, 그 누구에게도 감흥을 줄 수 없습니다.

 

이 시대에 필요한 신앙은 생각하는 신앙, 살아있으며 의식적인 신앙, 스스로 자신의 신앙과 삶에 물음을 던지며 찾아 나서는, 자기 주도적 신앙입니다. 신앙으로 삶을 디자인하자는 제안은, 신앙의 쇄신을 통해 매력적이며 열정과 활력으로 가득 찬 삶을 가꾸어 가자는 것입니다. 신앙의 새로운 키워드는 관계, 자유, 사랑, 친교, 나눔, 공감, 열정, 기쁨, 행복입니다. 이제 ‘자판기식’ 신앙과 결별해야 할 때입니다. 자판기식 신앙이란, 우리는 바라는 바를 요구하고, 하느님은 들어주시는 식의 관계를 말합니다. 자판기식 신앙에 철퇴를 가하는 것은 다름 아닌 성경입니다. 성경은 우리의 물음에 대한 하늘로부터 주어진 답들을 모아놓은 책이 아닙니다. 오히려 성경은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는 법을 알려주는 책이라 할 것입니다.

 


성경이 열어주는 신앙의 길

 

성경에서 우리는 수많은 사람을 만납니다. 특히 우리는 그들이 걸은 신앙의 길에 주목합니다. 그들은 모두 삶의 의미를 찾는 여정 중에 있었습니다. 그들은 삶이라는 수수께끼 앞에서, 악의 스캔들 앞에서 하느님께 물음을 던질 수 있는 용기를 지녔고, 그 길 위에서 삶의 신비와 구원의 신비를 깨달아갈 수 있었습니다.

 

자판기 문화에 젖어 있는 현대인은 신앙에서도 즉각적인 결과를 요구합니다. 하지만 하느님은 즉각적인 응답 대신 침묵하십니다. 그 침묵이 어떤 이에게는 시련으로, 어떤 이에게는 하느님으로부터 등을 지는 계기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침묵은 우리가 하느님에 대한 그릇된 관념을 깨뜨리기 위한 시간이며, 나 자신의 집착과 탐욕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한 정화의 시간입니다. 흔히 정답만을 찾는 사람들은 자신이 만들어놓은 틀에 하느님을 가두려고 합니다. 성경은 오히려 우리 자신이 머물던 삶의 자리, 자신이 만들어놓은 삶의 틀을 과감히 벗어나도록 초대합니다.

 

 

마음이라는 땅의 개간

 

하느님의 말씀이 우리의 삶에 뿌리내려 열매를 맺도록 하기 위해서는, 마음이라는 땅을 개간해야 합니다. 그 작업은 우리가 만들어놓은 틀을 깨뜨리는 것에서, 우리가 만들어놓은 그릇된 하느님 상을 부수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언제나 새로운 길이 펼쳐질 수 있음을 인정하고, 놀랄 수 있는 마음의 자세를 갖추기 위해서는 이미 우리가 만들어놓은 사고와 의식의 틀과 결별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성경이 우리에게 던지는 물음에, 세상이 우리에게 던지는 물음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성경이 열어주는 신앙의 길은 변화의 길이며 성숙의 길입니다. 변화와 성숙은 우리 자신을 깨부수는 과정을 동반하기에 시련으로 다가옵니다. 하지만 그것은 진정한 자유와 사랑을 발견하는 여정이기에 기쁨과 희망과 설렘으로 가득한 여정이기도 합니다. 여기서 기도가 지닌 본연의 의미가 드러납니다. 기도는 침묵이라는 하느님의 언어를 배우는 곳입니다. 나의 탐욕과 집착에서 벗어나는 배움의 학교이며, 하느님만을 바라는 순수한 마음에 다다르는 곳입니다.

 

 

떠날 채비

 

이제 나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봅니다. 나는 이미 답을 찾은 사람입니까, 아니면 찾는 사람입니까? 나는 지금 머무는 편안하고 안락한 곳에 안주하려는 사람입니까, 아니면 미지의 세계를 향해 떠날 마음의 준비가 된 사람입니까?

 

떠날 준비가 된 사람들에게 신앙의 길은 언제든 열립니다. 그리고 이전과는 전혀 다른 놀라운 길이 그들 앞에 펼쳐지는 것을 발견합니다. 물음을 던지며 암중모색하는 신앙은 각자의 삶을 매력적으로 ‘디자인’하도록 인도해줄 것입니다. 이제 함께 이 모험의 길을 용기를 내어 함께 떠나지 않으시겠습니까?

 

[외침, 2018년 1월호(수원교구 복음화국 발행), 한민택 신부(수원가톨릭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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