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6일 (금)
(백) 부활 제4주간 금요일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가톨릭 교리

교리산책: 양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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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11-28 ㅣ No.1943

[유환민 신부의 교리산책] 양심

 

 

하느님의 법은 일반적으로 우리 인간의 이성(理性)으로 자연스럽게 알아낼 수 있습니다. 모든 인간은 스스로 생각하여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일, 해서는 안 되는 일, 해야만 하는 일 등을 판단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사람을 죽이면 안 된다”는 하느님의 법은 이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알 수 있지요. 이렇게 이성으로 파악할 수 있는 하느님의 법을 ‘자연법’이라고 하는데, 자연법은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부여해 주신 양심을 통해 자각하게 됩니다.

 

하느님께로부터 와서 하느님께로 돌아가도록 창조된 인간은 천성적으로 하느님을 향한 본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인간은 그 본성상 내면에서 울려 나오는 하느님의 목소리를 듣는데, 이 신비로운 하느님의 목소리가 바로 양심입니다. 양심(conscience)이라는 말은 그 어원상 ‘함께 안다’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인간이 하느님과 함께 안다는 것입니다.

 

사목 헌장 16항에 따르면 인간은 양심 속 깊은 데서 법을 발견합니다. 이 법의 소리는 언제나 “선을 행하고 악을 피하라”는 말씀을 마음의 귀에 들려줍니다. 이렇게 하느님이 새겨 주신 법을 인간은 그 마음에 간직하고 있으므로 이 법에 충실함으로써 우리 인간은 본연의 존엄성을 지켜갈 수 있으며 이 법에 따라 장차 심판받게 될 것입니다.

 

양심의 본질적인 역할은 옳고 그른 것을 판별하는 것입니다. 인간이 선과 악을 가릴 때, 처음에는 삶에 도움이 되는 지를 기준으로 판단하다가 나중에는 교육을 통해 어떻게 사는 것이 올바른 삶인지를 따지게 됩니다. 자연적인 삶의 차원에서는 결국 남을 위하여, 더 나아가서는 자기가 속한 단체나 국가, 인류를 위해 도움이 되는 삶을 사는 것이 선(善)이라는 것을 배우게 됩니다. 그러나 종교적인 차원에서는 육신 생활을 영성 생활로 승화시키기 위해 노력하느냐 아니면 이기적인 육신 생활을 위하여 삶의 모든 것을 바치느냐에 따라 선악을 가리는 것을 최후의 판단 원리로 삼습니다.

 

양심은 인간의 가장 은밀한 의식(意識) 이자, 한 인간이 오직 하느님 한 분과 머무는 지성소(至聖所)입니다. 양심은 하느님과 이웃을 사랑함으로써 완성되는 하느님의 법을 놀라운 방법으로 밝혀 줍니다. 양심에 충실함으로써 그리스도교 신자들은 다른 사람들과 결합되어 진리를 추구하고 그 진리를 따라서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윤리 문제를 해결하게 됩니다.

 

[2017년 11월 26일 그리스도 왕 대축일(성서 주간) 서울주보 4면, 유환민 마르첼리노 신부(서울대교구 홍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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