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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공동체ㅣ구역반

소공동체를 위하여4: 기초공동체의 구성단위인 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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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8-01-09 ㅣ No.71

소공동체를 위하여 - 제4강 기초공동체의 구성단위인 가정

 

 

* 이 글은 지난해 대구복자성당에서 있었던 최병화(요셉)님의 대림절특강을 요약, 정리한 것입니다.

 

 

「어린 왕자」를 쓴 생떽쥐베리는 비행기 조종사로 2차 대전에 참전하여 아프리카 사막을 가로질러 우편물을 배달하는 일을 했다. 어느 날 사막 한가운데에서 비행기 고장으로 불시착을 하게 되었다. 물 한 모금 빵 한 조각 없는 상황에서 며칠을 생존해 있었다. 드디어 구조대가 도착해 그를 구했다. 구조대는 그를 구조한 다음, 어떻게 그렇게 버틸 수 있는 힘이 있었는지를 물었다.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견딜 수 있는 힘은 물도 아니고 빵도 아닌 가족들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었소.”

 

기초공동체의 구성단위인 가정 공동체는 모든 공동체의 기본이요 기초이다. 우리가 말하는 가정공동체는 신앙공동체이기 때문에 예배의 공동체요, 전례의 공동체이며, 사랑과 봉사의 공동체이다.1. 가정공동체는 말씀을 중심으로 기도하는 공동체이다.

 

요한 바울로 2세 교황님은 “가정은 기도생활을 통하여 하느님과 대화 할 소명을 갖고 있다.”고 하셨다. 가정기도의 특성은 함께 드린다는 데 있다.

 

부부, 엄마와 딸, 아버지와 아들 등등 가족 구성원 전체가 다 함께 하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늘 가족들이 함께 함으로써 힘을 얻게 되는 것이 가정공동체이다. 두세 사람이 마음을 모아 기도하면 하느님께서 무슨 일이든지 다 들어주신다고 하셨다.(마태 18, 19-20 참조) 또 다른 복음의 병행 구절에서는 단 두세 사람이라도 함께 기도하면 그리스도께서는 함께 있겠다고 하셨다. 가정기도는 그 특성상 함께 기도하는 것이다. 교황님은 부모가 자녀에게 기도를 가르칠 의무가 있다고 하셨다. 아침, 저녁 식사 전후에 그리고 삼종기도를 습관화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가정은 신앙의 교육장이기 때문이다. 교회헌장 11항에는 가정을 일러 “말과 모범으로 신앙을 가르치는 첫 교육장이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교육이라는 말의 의미를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교(敎) : 본받을 효(孝)와 아들 자(子 ), 칠 복(   )으로 구성되어 있다. 효(孝)는 교육내용이고 아들은 교육대상이며, 칠  (복)자는 교육방법이다. 칠    (복)자는 자극을 주어서 부모를 본받게 하려는 것이다. 무엇을 본받는가? 그것은 바로 아이들이 말도 못하고 글도 모르는 상태에서 이미 부모로부터 부모의 모습을 보고 본받기 시작하는 것이다. 갓 돌을 지난 어린 아이가 성호를 흉내내며 따라한다. 그런데 아이에게는 TV를 못 보게 하면서 집안에서 어른들이 고스톱을 친다면 교육이 될 리 없다.

 

한국일보 창사 특집으로 갤럽과 함께 ‘한국인의 의식 구조’라는 설문조사를 했는데, 여기서 어머니의 63%가 아이의 손목을 잡고 새치기를 해 본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아이가 어머니로부터 무엇을 본받겠는가?

 

육(育) : 해산할 때 돌아 나올 돌(   )과 고기 육(肉)으로 구성되어 있다.

 

돌(   )자는 교육의 내용을 알려주는 것이다. 아이가 말과 글을 익히기 전에 이미 부모의 것을 배우고 취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아버지의 뼈와 어머니의 살을 빌려 태어난 모습은 기가 막히게 닮아 있다. 뼈는 가문을 나타낸다.

 

낙지가 멸치 집에 청혼했다가 퇴짜를 맞았다고 한다. 멸치가 말하기를 우리 집은 그래도 뼈대가 있는 집안이라고 했다나... 育(육)의 의미가 뭔가? 그것은 바로 뱃속에서 기른다는 것을 의미하며, 나아가 모태에서부터 교육이 시작된다는 것을 뜻한다. 태교는 예전부터 강조되어 온 것이다. 교류분석이론에서도 이 태교가 입증되고 있다고 한다. 부모가 콩이면 자녀도 콩이고 부모가 팥이면 자녀도 팥이다.

 

교회에서도 이런 가정에서의 신앙 교육의 중요성을 간파하고 이미 공의회 문헌에서도 ‘말과 모범’으로 자녀를 가르치는 첫 교육장이라고 강조하는 것이다. 바울로 6세 교황은 1976년 일반 신자의 알현 장소에서 호소하신 말씀 중에 이런 말씀이 있다.

 

“어머니들이여! 자녀들에게 그리스도와 기도를 가르치십니까? 어릴 적부터 고해성사와 영성체를 알도록 하십니까? 병이 났을 때 그리스도의 고통과 성모님과 성인들의 도움을 청합니까? 아버지들이여! 자녀들과 가정에서 기도를 하십니까?...아버지, 어머니 당신들의 생각과 행동의 정직한 모범이 기도와 합쳐지기만 한다면 그것은 바로 교훈과 예배가 됩니다.”

 

말과 모범으로 그리고 공동기도와 합쳐지면 그것이 곧 예배요, 가치 있는 교훈이라고 강조하셨다. 신앙이 가정을 이끌어가는 데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알 수 있다. 신앙공동체인 가정은 복음적 식별을 통해서 그 진로를 명확히 한다. 그것은 이 가정이 참된 가정인지 아닌지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또 우리가 참된 가정이라는 기준은 복음의 기준에 맞추어 그 기준에서 벗어났을 때는 회심을 통하여 가정 성화를 이루어야 한다. 현 교황님은 “그리스도인이 성화하기 위해서는 회심이 있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유혹이라는 허상을 쫓아 가다보니 결국은 방향을 잃게 되는데, 그 방향을 바로 찾는 것이 바로 복음적 식별이다.

 

바울로 6세 교황님은 현대 복음선교에서 “교회는 회심하는 만큼이 교회의 모습이다.”라고 하시며 회심의 중요성을 강조하셨다. 모든 가정은 기초공동체를 이루는 근본이다. 따라서 모든 가정은 기초공동체에 적극 참여하여 신앙을 쇄신해야 한다. 혼자서 쇄신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교회 공동체 안에서 함께 해야 한다.

 

 

2. 가정은 예배의 공동체이다.

 

예배의 공동체인 가정은 항상 내일의 삶을 봉헌하고 하느님께 찬미를 드리며 화해를 이루며 살아야 한다. 죄는 하느님과 우리 사이를 갈라놓을 뿐만 아니라, 변함없이 사랑하겠다는 부부의 계약에도 예외없이 침투하여 신뢰를 파괴시킨다.

 

부부 사이의 화해는 빨리 할수록 좋다. 서로의 자존심 때문에 미루다 보면 서먹하고 가정은 급속도로 냉각된다. 이런 가정 분위기 안에서는 하느님께 찬미와 봉헌을 드릴 수가 없다. 또한 가족들이 함께 전례에 참여할 수 없다. 가정은 전례에 참여하여 사귐을 나누는 모범을 보여야 한다. 가정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하느님께서 베풀어 주신 것이기 때문에 감사의 표현을 신앙적으로 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면 생일날 단순히 음식을 나누는 것보다는 성가를 부르고 생일과 관련된 성서말씀을 낭독하여 그 기쁨을 크게 나누어야 한다. 이와 같이 우리 일상의 모든 일이 전례와 신앙으로 연결되어 있다.

 

 

3. 가정은 사랑과 봉사의 공동체이다.

 

가족들이 서로 사랑하는 모습은 언제나 그 집안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다. 그 사랑은 하느님 사랑에서 나오기 때문에, 흘러 넘쳐서 주위에 있는 이들과도 친교를 이루게 되고 하느님의 사랑도 드러내게 된다. 우리 가정의 사랑이 바로 하느님의 사랑에서 흘러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 가정의 사랑은 하느님의 사랑을 증거하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사랑하는 마음으로 이웃을 방문하고 어려움을 함께 나누는 것은 사랑을 전달하는 것이다. 이런 까닭에 바로 가정은 사랑과 봉사의 공동체인 것이다.

 

수도자의 청빈서원은 공동체를 위하여 자신의 소유를 포기하고 나눔을 실천하는 삶이다. 우리 가정에서도 내 것이니까 내 마음대로가 아니라, 하느님이 주시지 않으면 원래부터 우리의 것이 있을 수 없듯이 모든 것을 아끼고 나눔으로써 복음을 실천하는 장소가 되도록 해야 한다. 기초공동체와 서로 협동하여 우리가 동네를 청소한다든지 약수터를 정비한다든지 하는 것은 바로 봉사하는 삶을 가정에서부터 이웃에게로 실천해 나가는 것이다.

 

 

4. 가정의 역할

 

가정은 가족 구성원들의 인격을 서로 성장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 사목헌장 52항에는 다음과 같은 말씀이 있다.

 

“부부 자신도 살아 계시는 하느님의 모상을 닮아 인간의 참된 존엄성을 향유하면서 같은 애정과 같은 생각과 서로 성화시키는 노력으로 하나가 되어야 한다. 그리하여 생명의 근원이신 그리스도를 따르며 기쁨과 희생이 수반되는 자기들의 사명을 완수함에 있어서 자신들의 충실한 사랑으로써 주님의 죽으심과 부활로 세상에 계시된 그 사랑의 신비를 증거하게 될 것이다.”

 

가장의 권위는 가정 안에서 지켜져야 한다. 어떤 결정을 할 때 가장의 권위가 있어야 하듯, 가족들은 서로에게 필요한 권위를 지킬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어느 회사에 강의하러 갔다가 젊은 과장급 간부들의 대다수가 집에 가면 권한이 하나도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자녀교육이나 살림살이에 관한 권한 전부를 아내에게 빼앗겼다고 했다. 요사이 아이들은 소꿉놀이를 하는 데도 서로 엄마를 하려고 한다. 우선 가장의 권위가 바로 서야 하겠고, 가족들에게 봉사하기 위한 결정에도 권위가 있어야 하겠다.

 

가정이 쇄신되고 제 역할을 해야 본당공동체에도 공헌할 수 있다. 기초공동체의 기본단위인 가정공동체가 파괴되거나 해체되는 여러 경우들에서 연쇄적으로 기초공동체에 영향을 주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가정공동체가 바로 본당 기초공동체의 근본이기 때문에 가정공동체의 성장 없이는 기초공동체가 성장할 수 없다. 우리는 하느님의 백성으로서 가정 안에서 하느님의 뜻을 실현하여야 하는 소명을 받고 있다. 가정성화의 소명은 하느님과의 일치에로의 소명이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 완전한 것같이 너희도 완전한 사람이 되어라.”(마태 5,48)

“하느님께서 여러분에게 원하시는 것은 여러분이 거룩한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1데살 4,3)

 

마더 데레사 수녀를 일컬어 살아 있는 성인이라고 했는데, 그것은 조금도 이상한 것이 아니다. 하느님이 우리를 거룩한 사람이 되도록 부르셨기 때문에 우리가 하느님을 닮아 거룩한 사람이 된다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하느님은 당신과 일치하라고 우리를 부르셨다.

 

하느님은 우리 가정이 교회가 되기를 바라신다. 사도좌의 권고 21항에 “그리스도인의 가정은 교회의 일치의 특수한 표출이고 실현이다.”는 말씀처럼 하느님 안에 우리가 일치, 부부가 가정 안에서 일치, 그리스도가 교회와 일치해야 한다.

 

이제 가정공동체는 제자들이 모든 것을 내어놓고 공동체를 이룬 것처럼, 우리 가정도 그리스도의 삶으로 쇄신되어야 한다. 기초공동체의 구성단위인 가정공동체가 제 역할을 함으로써 본당의 기초공동체에 책임을 다하도록 하자.

 

[월간 빛, 2002년 4월호, 정리 이용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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