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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공동체ㅣ구역반

소공동체를 위하여5: 기초공동체들의 공동체인 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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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8-01-09 ㅣ No.72

소공동체를 위하여 - 제5강 기초공동체들의 공동체인 본당

 

 

* 이 글은 대구 복자성당에서 있었던 최병화(요셉) 님의 대림절 특강을 이용호 신부가 정리한 내용임을 밝혀 드립니다.

 

 

“교회적 기초 공동체는 복음선교의 묘 자리가 되고, 보다 큰 공동체 특히 지역교회의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보편적 교회의 희망이 될 것입니다.”(현대복음 58장)

 

 

1. 본당이란?

 

‘본당’이라는 말이 성서의 어느 부분에서 나올까? 아마도 기억나지 않을 것이다. 대답은 ‘모른다’가 정답이다.

 

왜냐하면 성서에 본당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본당이라는 말이 처음으로 공식 사용된 것은 트리엔트 공의회(1545-1563)에서이다. 이때 처음으로 본당이라는 제도를 만들게 됨으로써 사용하게 되었다. 주교가 관할하는 지역을 다시 세분화하여 본당이라고 하며 본당은 교구 내의 일정한 지역을 담당하는데, 이 본당의 사목 권한은 역시 교구장에게 있다. 주교는 관할 지역에서 사목권을 행사한다. 교구라는 사목 관할 지역이 넓고 크면 주교는 자신을 대신할 사제에게 관할 지역 일부를 사목하도록 파견한다.

 

주교가 관할하는 지역에서 타 교구 사제가 미사를 봉헌한다면 반드시 그 관할 주교의 허락을 얻어야 한다. 또한 미사 중에 나오는 경문에 “....우리 주교 (아무)와 ....” 하는 부분에서는 반드시 그 관할 주교의 이름이 들어가야 한다.

 

이렇듯 교회법에서는 사목 관할 주교의 권한을 정하고 있으며, 관할 주교는 사목권한을 교구사제에게 위임하여 사목권을 수행한다. 따라서 교구 안에서도 일정한 지역을 본당관할로 지정하여 본당 주임사제에게 사목을 위임함으로써 일정한 지역은 그 주임사제의 책임 아래 사목이 이루어지게 되는 것이다.

 

트리엔트 공의회에서 정한 교계제도에 따른 본당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본당은 지역 중심이다. 둘째, 본당은 사제 중심이고 셋째, 본당은 성사중심이다.

 

本堂(본당)이라는 말에서 흔히 우리가 집 당(堂)을 사용하기 때문에 본당을 생각할 때 건물, 집이라는 개념을 먼저 떠올리게 된다. 여기서의 본당은 집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본당을 이루는 공동체 구성원 전체를 의미한다.

 

트리엔트 공의회가 열린 시기는 우리 역사로 환산해 본다면 임진왜란이 일어나고 임꺽정이 있었던 시대이다. 그 당시 본당의 모습은 피라미드 구조로 되어 있어 모든 일이 사제에게로 집중되어 있던 시대이다. 만일 일반 사회제도라면 벌써 많이 변하고 바뀌었을 것이다.

 

 

2. 본당의 유형

 

본당의 유형은 여러 형태로 발전해 왔고 앞으로도 조금씩 변해 갈 것이다. 주입식 본당과 사목회 중심의 본당 그리고 단체 중심의 본당과 기초공동체 중심의 본당 형태로 나누어서 생각해 보자.

 

1) 주입식 본당

 

주입식 본당은 먹여주며 모든 것을 다 해결해 주는 본당으로, 본당 사제는 의사결정에서부터 그 일에 대한 책임까지도 혼자서 져야 하는 형태이다. 따라서 일을 신속하게 처리할 수는 있어도 모든 일의 처리를 혼자서 하다 보니 그 단점이 독단적이라는 것이다.

 

육체적으로 분주하고 피곤하며 외로워진다. 의견을 교환할 것도, 상의할 일도 없다. 이런 본당에서는 신자 역시 수동적이 되고 불평이 쌓이게 된다.

 

1917년 교회법에는 평신도는 구원에 필요한 은혜를 청할 권리가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영적이고 구원에 필요한 도움을 받는 수혜자로 평신도를 서술하고 있다. 1983년 교회법의 교정된 교회법에는 평신도에 관한 규정이 많이 바뀌어 있다.

 

2) 사목회 중심의 본당

 

사목회 혹은 사목평의회라는 이름으로 불리는데, 어떤 교구에서는 사도회라고도 한다. 이런 본당에서는 본당 사제와 함께 사목회가 본당의 일을 논의하고, 소수이긴 하지만 사목에 참여하는 형태로 나아간다. 그러나 사목회는 자문기관이지 의결기관은 아니라고 교회법은 규정하고 있다. 사목회 회원은 본당 사제가 임명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이런 제도는 본당신부에 따라서 운영의 묘를 살리기도 한다. 일의 중요성이나 복음적 식별에서 볼 때 어긋나는 것이 아니라면, 자문기관으로 되어 있는 사목회에게 제한적이긴 하지만 의사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재량을 부여하는 것이다.

 

1983년 이후에 사목평의회가 출범했고, 교회법 536조 2항에 따라서 사목평의회는 건의, 투표권만을 인정하고 있지만 한국 주교들은 교회법에 따라서 교구 별로 이 제도를 허가하였다. 본당 사목회는 사제가 주재하고 투표로 결정하지 않는 건의, 투표권을 인정하고 있다. 주입식 본당보다는 원활한 참여가 있었지만 사목회 중심의 본당 역시 대다수의 신자들은 쇄신에 참여할 수 없는 형태이다.

 

3) 단체 중심의 본당

 

본당이 성장하면서 다양한 단체들이 생겨났고 이들은 서로 도와가면서 본당의 성장을 촉진하게 되었다. 단체들 중에는 신심단체(포클라레, 울뜨레아, 레지오, 기도회 등등)와 친목단체(성가대, 성모회, 연령회, 자모회 등등) 그리고 각종 활동단체들이 생겨나게 되었다.

 

단체 중심의 본당에서는 주로 모든 것이 조직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본당 사제는 특별히 몇몇 단체에 편중한 사목을 하게 되고, 때로는 단체장의 역할에 직접 관여함으로써 활성화가 저하되기도 한다. 또한 특정 단체에 일의 편중 현상은 과부하가 걸려 갈등이 생기게 된다. 생업과 본당 일을 동시에 하는 단체장에게 본당 일이 과중해지면 어려울 수밖에 없고, 본당 사제의 기호에 따라 단체가 육성되기도 하고 사장되기도 하는 부작용이 있다.

 

어떤 본당 실태조사에 의하면 한 사람이 친교를 가질 수 있는 능력은 대개 150여 명을 넘어설 수가 없다고 한다. 보통 시내 본당에서 한 본당을 평균 3000명이라고 가정한다면, 3년 내지 5년의 임기 동안 본당사제는 5% 정도의 신자만을 상대로 사목을 하게 된다. 살찐 양 한 마리를 위해 아흔 아홉 마리 양을 내버리는 것은 이상적인 본당상이 아니다.

 

본당이란 하느님 백성으로서 교구 안에서 사제의 지도 아래 기초공동체들이 유기적이고 역동적인 사귐의 공동체를 이루는 것을 말한다. 사제의 지도 아래 유기적인 공동체라는 뜻은 마치 포도송이에서 포도를 따서 입에 넣는 순간 침이 고이듯, 자율적으로 서로 연결되어 지는 상태를 말한다.

 

4) 기초공동체들이 중심인 본당

 

제5차 아시아 주교회의에서 아시아의 바람직한 본당의 모습은 공동체들의 공동체이어야 한다고 결의한 바 있다. 본당은 예배와 사랑과 봉사의 공동체이다. 기초공동체에서 힘이 모자라서 할 수 없었던 일을 본당 공동체의 차원에서 해야 한다. 즉 대축일에 공동체 전체가 지낼 전례를 준비하고 참여를 위하여 일을 분담하는 일은 소속감을 가지게 한다. 사랑의 공동체이기 때문에 서로에게 필요한 것과 어려움을 나누는 것을 배려하는 일이 사랑의 공동체이다. 사랑의 공동체가 되기 위해서 서로에게 봉사하는 삶으로써 복음을 증거하게 된다.

 

본당 구조는 원칙적으로 본당의 구성원 모두에게 참여의 기회가 열려져 있어야 한다. 제단체 활동이 활성화되어 서로 돕고, 단체에 속하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기초공동체가 참여의 기회를 열어 주고 보완한다면 권한 분배와 책임의 원칙이 생기기 마련이다. 바울로 6세 교황의 말씀처럼 분권적 기초공동체가 모여 본당을 이루어야 하고, 분권적 기초공동체라면 스스로 책임감을 가질 수 있는 본당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기초공동체가 활성화되려면 기초공동체에 일정한 권한이 주어져야 한다. 삼위일체를 닮은 인간은 일정한 책임감과 동시에 창조력을 발휘하고자 하는 욕구를 나타내기 때문이다.

 

끝으로 우리는 여러 형태의 본당을 보았다. 지금 우리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가를 고찰해야만 한다.

 

최근에 지구장 및 지역장 중심의 사목이 강조되지만, 지구나 지역에 힘이 실리지 않는 까닭은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결정은 당신이, 책임은 내가 진다면 누가 일을 하겠는가? 마치 전장에서 영광은 상관이, 책임은 졸병이 진다면 그 부대는 틀림없이 사기가 떨어지게 될 것이다.

 

기초공동체에서 반장이나 구역장을 처음에는 임명하지만 나중에는 반이나 구역에서 결정할 수 있도록 재량을 주어야 한다. 이렇게 일정한 권한과 책임이 병행되는 기초공동체의 운영의 미를 살리면 활성화는 어렵지 않다고 본다.

 

아직도 기초공동체의 필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참여하지 않거나 비평만을 일삼는 것은 변화에 역행하는 것이며, 편리만을 추구하는 것에서부터 빨리 벗어나야 한다. 또한 기초공동체가 우리 본당의 기본조직이라는 사실을 직시하고, 기꺼이 참여함으로써 본당에 소속감을 가진 구성원이 되도록 노력하자.

 

[월간 빛, 2002년 5월호, 정리 이용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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