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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공동체ㅣ구역반

소공동체를 위하여7: 기초공동체의 성장 단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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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8-01-09 ㅣ No.74

소공동체를 위하여 - 제7강 기초공동체의 성장 단계

 

 

* 이 글은 대구 복자성당에서 있었던 최병화(요셉) 님의 대림절 특강을 이용호 신부가 정리한 내용임을 밝혀 드립니다.

 

 

사마리아 여자는 예수께 “당신은 유다인이고 저는 사마리아 여자인데 어떻게 저더러 물을 달라고 하십니까?”하고 말하였다. “내가 주는 물은 그 사람 속에서 샘물처럼 솟아올라 영원히 살게 할 것이다.”하셨다. 그 여자가 저는 “메시아가 오실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분이 오시면 저희에게 모든 것을 알려 주시겠지요.”하였다. 그 동네에 사는 많은 사마리아 사람들은 그 여자가 자기의 지난 일을 예수께서 다 알아 맞히셨다고 한 증언을 듣고 예수를 믿게 되었다.(요한 4,9. 14. 25. 39)

 

예수와 사마리아 여인(요한 4,5-42)의 이야기는 먼저 사마리아 여인이 처해 있는 상황, 즉 사마리아 여인이 서있는 우물가에서부터 시작된다. 예상치 못한 예수님의 물을 청하는 모습은 바로 만남이라는 구체적인 상황에서 시작하여 사마리아 여인에게 사도직을 수행하게 하고, 동네 사람들을 데리고 나오고 믿음의 성장이 서서히 이루어져 가는 모습으로 이끌어 간다.

 

예를 들어 보자. 강원도 정선이 고향인 청년이 대구에 내려와 취직을 하여 살게 되었다. 그는 무척이나 외롭고 쓸쓸했다. 그러던 어느 날 동성로를 걸어가다가 우연히 고향 친구를 만나게 되었다. 너무도 반가워서 차를 한 잔 하자며 자리를 같이 했다. 그러다가 고향 친구 소식을 듣게 되었고, 대구에 사는 친구들 모임을 하나 만들자고 의견을 모았다. 이들에게는 외롭다는 갈망이 있고 이것을 해결해 줄 수 있는 고향 친구들과의 만남이 이루어지게 된다.

 

대포(막걸리)를 잘 하는 친구가 있는데, 이 친구는 천주교에 대하여 이렇게 말한다. “천주교인들은 모이기만 하면 시끄러워 죽겠어...” “뭐가 시끄러운데?” “맨날 형제님, 자매님 이러고 인사하잖아?” 얼마 후에 이 친구가 이번에는 이렇게 말했다. “천주교인들은 꼭 1부는 안 부르고 2부에만 부른단 말씀이야...” 1부에는 불러 주지 않는다고 불평하던 친구가 6개월 교리반에 등록을 했다. 그리고 그 공동체 형제들이 매주 화요일 교리반이 끝날 때쯤이면 성당으로 와서 그 친구와 한 잔을 해서 어렵게 신자가 되었다. 물론 모임에도 잘 참석하고 있다.

 

기초공동체에서도 누구를 초대할 것이냐 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처음에는 2부에만 참석하고 나중에는 교리반에 그리고 정식으로 1부에 참여하여 기초공동체 일원으로 활동할 수 있을 때까지는 돌보아 주어야 한다.

 

 

1) 유아기

 

기초공동체가 태동하는 단계이다. 유아기라는 단계는 젖먹이에서 유치원에 갈 때까지를 말한다. 유아기의 특징은 주로 먹고 놀기만 하려 들고, 말썽을 피우며 물건을 깨뜨리며 부모에게 아주 의존적인 상태를 보이는 단계이다.

 

이런 단계에 있는 기초공동체 봉사자인 반장, 구역장은 한마디로 반을 끌어가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진행을 할 때도 너무 7단계를 고집할 필요는 없다. 시작기도가 잘 안되면 성가로 하고, 복음나누기가 잘 안되면 그냥 사는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다. 옆집 똘이 엄마 흉도 보면서 우정을 싹튀우고, 복음을 수락하는 성숙이 이루어진 뒤에야 염불보다 젯밥에 관심이 더 많은 상태로 변화될 것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 속에서도 위기와 갈등은 생기기 마련이다. 6개월 교리반을 수료하고 영세를 받았다고 하자. 내가 바라던 갈망이 채워지고 나면 부담스럽고 귀찮은 일이 생긴다. 즉 처음에는 공동체 모임에서 잘해 주니까 나갔는데, 나가보니 서로 약점이 있는 법이라 술 마시고 다투게까지 되었다. 그러면 이젠 나가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모이면 싸움질 하는 그런 모임에 왜 가야 하나? 하는 갈등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어떤 자매님은 TV 미사 중계를 보다가 미사수건을 쓴 장면을 보고, 나도 저것을 한번 써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교리반에 나가서 영세를 받았다고 한다. 처음 미사수건을 썼을 땐 눈물이 다 났다고 한다. 그러면서 한동안은 열심히 다녔는데, 얼마 전 이사를 하고 나서부터는 잘 안 나간다고 한다. 미사수건도 자주 써 보니 아무 감동도 없단다. 또 동락회(동고동락)라는 자생 모임을 만들었는데, 동락회는 한 달에 한 번 주일에 점심을 같이 먹으면서 술을 한 잔 하는 그런 모임이다. 한 1년쯤 지나면서 회원 중에 한 사람이 좀 의미 있는 일을 해보자고 제안을 했고, 그 결과 이 본당 출신 신부님을 찾아뵙고 격려하는 일을 해 보자는 데로 의견이 모아졌다. 그래서 오랜 진통 끝에 보람있는 일을 하면서 회를 꾸려 가고 있다. 항상 위기가 있고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 공동체는 침체하게 된다. 즉 위기와 갈등을 통해서 성장한다는 말이다.

 

개인과 공동체의 관계는 어떻게 되는가? 어떤 대학생이 취직을 위해서 원서를 구입하려고 하니 돈이 모자랐다. 그는 사람을 구한다는 쪽지를 보고 돈을 벌기 위해 식당으로 찾아갔다. 그 식당 주인은 청소와 접시 닦는 일을 도와주면 된다고 해서 일을 하기로 했다. 대학생에게는 청소하는 일이 개인의 일이자 그 식당 일이기도 했다. 청소를 해야만 원서를 살 수 있는 돈을 벌 수 있다. 개인과 식당 일은 통합적인 관계를 가진다. 개인의 일이기도 하지만 식당의 일이기도 한 까닭이다.

 

우리 개인이 신앙생활을 하지만 그것은 소속된 공동체와 연결되어 있다. 내 신앙생활이 기초공동체를 통하여 성숙되기 때문이다. 점진적으로 성숙하는 공동체성과 마찬가지로 그 공동체를 통하여 나의 신앙도 함께 성숙할수 있기 때문이다. 선교봉사, 나눔의 체험 등등 내 신앙생활의 쇄신이 기초공동체 안에서 이루어진다. 우리는 기초공동체와 통합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

 

유아기의 지도력은 거의 반장 구역장의 역할이 약 90%이며 거의 어버이의 역할을 해야 한다. 반, 구역 봉사자인 반장 구역장은 사목자이다. 사제들처럼 수품을 받은 것은 아니지만 본당 주임사제의 임명과 공동체의 추천을 받아서 임명권이 주어졌다면, 기초공동체의 구성원을 사목 봉사하라는 공인 사목자인 것이다. 일시적으로 옆집에 아픈 사람을 돌보는 경우 임시적 사목을 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공인된 사목자는 반 양 반 목자인 셈이다. 유아를 씻어주고 옷을 갈아 입히는 것이 당연하듯, 기초공동체의 태동기는 이렇게 복음화 하면서 스스로 복음화 되는 것이다. 가르치면서 배운다는 말이다.

 

 

2) 청소년기

 

초중고등학생을 키우면서 부모들은 공감하시겠지만 이 때는 내부 성찰을 많이 할 때이다. 기초공동체가 원래의 목적대로 살고 있느냐? 아니냐?  잘 통합하고 있느냐? 복음에 비추어 성찰을 거듭하게 된다. 이 단계에서는 형제를 의식하고 형제애를 나누게 된다. 복음적 이상을 자각하지만 아직 실천에 이르지는 못한다. 동락회에서 좋은 일을 계획하고 나서 실천하는데 6개월이라는 조정 시간이 필요했다. 무슨 일이든지 단번에 할 수 있는 간단한 일처럼 보여도 막상 함께 실천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렇게 시간이 필요한 까닭은 통합을 이루는 데는 갈등을 극복하는 기다림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개인과 공동체가 통합을 이루는 과정을 보면 일정한 성장의 속도가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다. 꼭 선교를 하자고 제안하면 개 잡아먹고 놀자는 의견도 나온다.

 

청소년기 자녀에 대해 부모는 조언자의 역할에 머물게 된다. 무조건 야단부터 치거나 일일이 간섭하면 청소년들이 싫어하듯, 청소년기의 공동체의 형태는 일방적인 반장, 구역장의 역할보다는 상의하고 의견을 수렴하고 스스로 노력할 수 있는 개인의 능력을 존중하여 소속감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3) 성년기

 

이 단계에서는 구성원이 성숙한 개인이며 성숙한 공동체가 된다. 이런 모습은 일치의 공동체를 통하여 드러난다. 성년기에 이르면 별로 간섭할 필요도 없이 스스로 노력하고 자발적으로 이상을 실현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지도자가 양성되어 기쁨이 충만한 구원을 체험하는 시기이며, 계획과 일의 분담과 평가가 이루어지는 공동체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 시기에도 갈등과 위기는 있다.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고 자기봉헌과 변화에 대한 창의력을 발휘하지 못할 때 여전히 갈등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단 이 시기에는 10%의 기능만으로도 충분히 공동체의 역할을 다하게 된다.

 

[월간 빛, 2002년 7월호, 정리 이용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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