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5일 (수)
(백) 부활 제7주간 수요일 이들도 우리처럼 하나가 되게 해 주십시오.

선교ㅣ복음화

제13차 세계 주교 시노드 참가보고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4-10-03 ㅣ No.339

제13차 세계 주교 시노드 참가보고


온 세상 그리스도교회 일치 가능성 보여준 장대한 회의

 

 

I. 보고에 앞서

 

세계 주교대의원 정기총회(시노드)는 교황 바오로 6세께서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끝난 2년 뒤인 1967년 9월 29일부터 10월 29일까지 제1차 시노드를 시작한 이래 공의회를 대신하여 4년마다 열리는 우리 교회의 최고 회의입니다. 저는 지난 9월 7일 주한 교황대사 오스발도 파딜랴(Osvaldo Padilla) 대주교님을 통해 보내온 9월 8일자 교황님 명의로 된 세계 주교 시노드 사무총장 니콜라 에테로비치(Nikola Eterovi?) 대주교님의 초청장에 따라 10월 7일부터 28일까지 바티칸 성 바오로 6세 대강당 시노드 홀에서 개최된 제13차 세계 주교 시노드에 참관인(Auditor)으로 참석하고 10월 30일 돌아왔습니다.

 

시노드 기간 중 주일에는 행사를 겸한 교황님과 시노드 교부님들이 공동 집전하시는 장엄미사가 있었고 매주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는 시노드 홀에서 오전과 오후 전체집회(General Congregation)와 소그룹세션으로 회의가 이어졌습니다. 전체집회는 시노드 사무총장의 진행과 대표의장인 존 통 혼(John Tong Hon) 추기경(홍콩 교구장), 프란치스코 노블레스 오르테가(Francis Robles Ortega) 추기경(멕시코 과달라하라 대교구장), 라우렌트 몬셍우 파신야(Laurent Monsengwo Pasinya) 추기경(콩고 킨샤사 대교구장)이 하루씩 교대로 사회를 맡았습니다. 교황님께서는 대부분의 전체집회에 참석하시어 시작기도를 성가대, 참석자들과 함께 노래하시고, 오전 또는 오후 전체집회가 끝나면 그때마다 마침기도로서 삼종기도를 이끌어주셨습니다. 등이 조금 굽으시고 지팡이를 짚으시기는 하였지만 회의 중 전혀 흐트러지심이 없이 회의 내용을 경청하시는 모습은 너무나 진지하고 경건하였으며, 또 미사와 회의 중에 똑똑한 발음으로 하시는 기도와 강론말씀도 힘찼습니다.

 

3주간 매주 6일에 걸쳐 이루어진 세계 주교 시노드의 방대한 내용을 여기서 다 소개하기는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주요 부분만을 추려서 소개하는 정도로 그치겠습니다.

 

 

II. 제13차 세계 주교 시노드의 의의

 

1. 교황님의 가르침에서

 

이번 세계 주교 시노드의 주제는 ‘그리스도인 신앙의 전수를 위한 새로운 복음화’입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께서는 10월 7일 시노드 개막미사 강론 첫 머리에서 “이 주제는 교회와 교회의 구성원들, 가정, 공동체와 조직체들의 삶을 위한 프로그램의 방향을 반영하는 것이며, 외형적으로는 10월 11일 시작되는 신앙의 해와 제2차 바티칸공의회 개막 50주년과 함께한다”는 점에 의의를 두셨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불분명하게 여겨졌던 “새로운 복음화와 만민선교(missio ad gentes) 그리고 일상적 복음화와의 관계”도 설명하셨습니다.

 

교회의 존재이유를 복음화라고 말씀하신 교황님께서는 주 예수 그리스도의 명령에 충실한 사도들이 온 세상에 복음을 전파하여 그리스도 공동체를 확산시킴으로써 많은 신자들로 잘 조직된 교회가 되게 했음을 먼저 상기시키셨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복음화는 역사의 다양한 시간 안에서 하느님의 섭리와 성령의 감도에 의한 교회 복음화 활동의 쇄신된 역동성으로 하나의 대륙에 한정되지 않는 만민선교와 세례를 받고도 냉담 중에 있는 이들을 복음화시키는 “두 개의 분명한 ‘가지’(two specific ‘branches’)”를 가진 것이라고 정의하심으로써 새로운 복음화가 만민선교와 교회 내적 복음화를 포괄한다는 점을 분명히 밝히셨습니다.

 

이어 교황님께서는 이번 주교 시노드가 새로운 복음화에 헌신하여 주님을 모르거나 교회를 떠난 이들이 “홀로 우리 존재의 깊은 의미와 평화로 채워주시는 주님을 만나고, 개인, 가정 그리고 사회생활에 기쁨과 희망을 가져다주는 은총의 원천인 신앙회복을 북돋아주는 것”이라는 말씀으로 제13차 세계 주교 시노드의 목표가 무엇인지를 가르치셨습니다. 또한 “이러한 새로운 복음화의 초점이 엄격한 의미의 선교노력이나 우리 그리스도인 공동체의 일상적 복음화 활동을 위축시켜서는 안 되며 서로 보완하고 풍요롭게 해야 한다.”는 말씀으로 새로운 복음화와 일상의 복음화 활동이 보완관계라는 점을 강조하셨습니다.

 

이밖에도 교황님께서는 많은 가르침을 주셨고, 특히 10월 8일 첫 번째 전체집회 묵상말씀에서 ‘복음화’의 의의를 역사적, 신학적, 성서적으로 매우 깊이 있게 해석해주셨습니다. 말씀 가운데서 교황님께서는 ‘신앙고백(Confessio)’과 ‘사랑(Caritas)’을 ‘새로운 복음화의 양축(兩軸)’이라고 하시며 모든 그리스도 신앙인들은 생활 가운데서 이를 실천할 것을 강조하셨습니다.

 

 

2. 현실적 의의

 

시노드 사무총장 에테로비치 대주교님은 시노드 개회 첫 보고에서 이번 시노드 주제의 양면을 결합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였습니다. “새로운 복음화의 목표는 신앙의 전수이며, 다른 한 편으로, “요즘 많은 경우에 다양한 형태의 장애에 직면하고 있는 신앙의 전수 과정은 새로운 복음화 범주 안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입니다. 이 말은 새로운 복음화의 현실적 의의를 설명하는 것으로서 새로운 복음화가 다시 새롭게 시작하자는 것이 아니라 변화된 환경에서 이루어지는 신앙의 전수 자체가 이미 새로운 복음화라는 것입니다.

 

많은 시노드 교부들도 히브리서 13장 8절 “예수 그리스도는 어제도 오늘도 또 영원히 같은 분이십니다.”라는 말씀을 인용하면서 에테로비치 대주교님의 논리를 뒷받침해주었습니다. 이밖에도 새로운 복음화에 관한 정의와 논점들이 전체집회와 소그룹 세션에서 많이 발표되었습니다만 이 정도로 줄이겠습니다.

 

 

III. 제13차 세계 주교 시노드의 특징

 

1. 영적 차원

 

모든 시노드는 기도와 영성을 동반하고 있음을 확실히 알게 해주었습니다. 시노드 교부들은 시노드 시작 때 시노드의 주인공이신 성령을 불러들임으로써 성령의 인도로 시노드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기도하였습니다. 매일 아침마다 전체집회는 ‘오전나절 기도(Mid-morning Prayer)’로 시작하고 오후에 속개되는 회의도 간단한 기도로 시작하였습니다. 오전과 오후 회의가 끝나면 교회의 어머니시며 새로운 복음화의 별이신 성모 마리아의 보호를 청하는 기도로서 삼종기도와 성모찬송가를 불렀습니다. 이 모든 기도는 제13차 세계 주교 시노드를 위해 마련된 라틴어 매일기도서(ⅩⅢ Assemblea Generale OrdinariaDel Sinodo Dei Vescovi)에 따라 바쳐졌습니다.

 

이번 시노드 기간에 4대의 장엄미사가 거행되었습니다. 그때마다 별도로 준비된 기도서가 배포되었는데, ① 제13차 세계 주교 시노드 개회와 스페인 아빌라의 성 요한(St. John of Avila) 사제와 독일 빈겐의 성녀 힐데가르트(St. Hildegard of Bingen) 수녀를 ‘교회박사’로 선포하는 10월 7일 성 베드로 광장에서의 미사를 위한 기도서(XXVII Domenica Del Tempo Ordinario) ② 제2차 바티칸공의회 개막 50주년과 가톨릭교회 교리서 반포 20주년 기념하고 ‘신앙의 해’를 시작하는 10월 11일 성 베드로 광장에서의 미사를 위한 기도서(Apertura Dell’Anno Della Fede) ③ 지아코모 버티웨(Giacomo Berthieu), 페드로 칼룽소드(Petro Calungsod), 죠반니 바티스타 피아마르타(Giovanni Batista Piamarta), 마리아 델 몬테 카르멜로 살레스 이 바라구에라스(Maria del Monte Carmelo Salles y Baragueras), 마리안나 코프(Marianna Cope), 카테리나 테카크위타(Caterina Tekakwitha), 안나 쉐퍼(Anna Sch?fer) 등 7위 복자를 시성하는 10월 21일 성 베드로 광장에서의 미사를 위한 기도서(XXIX Domenica Del Tempo Ordinario) ④ 제13차 세계 주교 시노드 폐회 파견미사로서 10월 28일 성 베드로 대성당 미사를 위한 기도서(XXX Domenica Del Tempo Ordinario)가 그것입니다.

 

그리고 시노드 홀의 주 출입구 옆에 설치된 부속 경당에 성체가 모셔져 시노드 참가자들이 회의 전후에 성체조배와 묵상을 할 수 있게 함으로써 시노드가 단순한 회의가 아니라 주님과 함께하는 영적 모임임을 강하게 인식시켰습니다. 이 경당에는 성령의 모자이크와 함께 방 가운데 베드로좌가 놓이고 그 주변에 11사도좌가 마련되어 로마의 주교좌를 중심으로 성령께서 이끄시는 일치의 교회상을 잘 느낄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2. 신학적-사목적 고려

 

교황 베네딕토 16세 성하의 시노드 주제 결정 후에 시노드 사무국은 가톨릭교회 주교단의 자문을 받아 몇 명의 전문가들과 함께 작성한 ‘의제개요(Lineamenta)’를 만들었습니다. 이 문헌은 서론과 3개의 장에 걸친 신학적 및 사목적 내용과 설문을 담아 2011년 3월 4일에 발간되어 각국 교회에 배포되고 각국 교회와 단체들은 각 설문에 대해 개별적 상황에 따른 답변을 2011년 11월 1일까지 시노드 사무국에 제출하도록 한 바 있습니다.

 

시노드 첫 날 시노드 사무총장은 시노드 사무국에서 취합한 설문 응답률을 발표하였습니다. 응답률은 평균 90.5%이었습니다. 교회 구성원별로 응답률을 보면, 로마교정(Curia Romana) 부서장 응답 25/26(96.15%), 동방 가톨릭 자치교회(Eastern Catholic Churches sui iuris) 응답 11/13(84.62%), 각국 주교회의 응답 93/114(81.58%)이었습니다. 대륙별로는 대양주 100%와 미주 95.80%로 높았지만, 아시아주 88.80%, 유럽주 81.25%이고, 아프리카주는 66.6%에 그쳤습니다.

 

시노드 사무국 상임회의는 응답의 내용들을 분석하여 그것을 요약하여 2012년 6월 19일에 ‘의안집(Instrumentum Laboris)’으로 공표하였습니다. 이번 시노드에서 논의되어야 할 주요 의안들을 담고 있는 이 문헌은 시노드 교부들을 비롯한 시노드 참가자들의 발표에 핵심적 참고서로 활용되었음을 개인적 발표를 통해 잘 알 수 있었습니다. 저도 이 의안집 13항 “복음화되는 것으로부터 복음화하기까지”라는 말을 인용하는 것으로 발표를 시작하였습니다.

 

 

3. 시노드 참가자 구성

 

이번 시노드의 교부는 모두 262명으로 역대 시노드 중 가장 많이 참가했다고 합니다. 지역별로 보면, 유럽 103명, 미주 63명, 아프리카 50명, 아시아 39명, 그리고 대양주에서 7명입니다.

 

세계 주교 시노드 교부들의 구성은 매우 다양합니다. 주교 시노드 전례(Ordo Synodi Episcoporum) 규정에 따라 동방 가톨릭 자치교회 수장(Head)과 로마교정 부서장들은 직권에 의해(ex officio) 시노드에 참가하는데 이번 시노드에 직권으로 참가한 교부는 37명입니다. 이들 외에 동방 가톨릭 자치교회에서 3명이 더 참석했습니다. 교황으로부터 지명을 받아 참가한 교부 40명, 주교 25인 이상의 각 주교회의와 동방 가톨릭 자치교회 시노드에서 선출된 교부 172명, 수도장상연합회(Union of Superior Generals)에서 10명의 교부가 선출되어 참석했습니다. 이렇게 시노드 교부의 절대 다수인 182명이 선출에 의한 참가자입니다.

 

교부들의 지위는 총대주교 6명, 추기경 49명, 주요 대교구장 3인(이 중 1명은 추기경), 대주교 71명, 주교 120명, 신부 14명(주교가 없는 주요 수도회 대표)입니다. 고위직 참가자는 동방 가톨릭 자치교회 수장 10명, 주교회의 의장 32명, 로마교정 부서장 26명입니다.

 

이번 세계 주교 시노드에 5개 대륙(유럽, 아메리카, 아프리카, 아시아, 오세아니아)으로부터 45명의 특별비서 협조자(또는 전문가)와 49명의 참관인이 참가했습니다. 전문가의 대부분은 신부, 부제, 수사, 수녀이며 남녀 평신도 9명은 평신도 신학자들입니다. 국가별로 이탈리아, 미국, 영국이 각각 2명, 필리핀, 중국(홍콩), 독일이 각 1명씩입니다. 참관인에도 신부, 수사, 수녀 18명이 포함되어 남녀 평신도는 31명이었습니다. 평신도 참관인은 이탈리아가 7명으로 가장 많고 미국 4명, 프랑스와 스페인이 각각 3명, 시리아 2명, 나머지 12명은 바티칸, 러시아, 폴란드, 크로아티아, 이집트, 멕시코, 쿠바, 콩고, 케냐, 나이지리아, 인도, 한국 1명씩입니다.

 

 

4. 특별 참가자

 

이번 세계 주교 시노드에는 이웃 교회와 교회공동체 지도자로 그리스 정교회 콘스탄티노플 총대주교(Ecumenical Patriarch)인 터키의 바르톨로뮤 1세(Bartholomew I), 전 영국 및 성공회 공동체 수석주교인 로완 더글러스 윌리엄스(Rowan Douglas Williams) 캔터베리 대주교가 참석했습니다. ‘형제 대표자들(Fraternal Delegates)’로는 동방정교회의 핀란드 대주교, 모스크바 총대주교, 세르비아 정교회 주교, 루마니아 정교회 이탈리아교구 주교, 아르메니아 사도교회 가톨리코사트 주교와 신부, 성공회 공동체 쉐필드 주교, 루터교 세계연맹 감목 등이 참가했고, 세계 개혁교회 공동체로 감리교 협의회, 침례교 세계 연합, 세계 복음주의 연합, 루마니아 교회 종교회의, 유럽 교회 회의 등에서도 대표를 파견했습니다. 이는 오늘날 세속화와 신앙의 위기 속에서 그리스도인들의 신앙 전수를 위한 새로운 복음화가 가톨릭교회에 한정된 과제가 아닌 전체 그리스도교의 공통된 과제임을 극명하게 보여준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리고 교회 안에서 특별 손님으로 프랑스 테제 종교공동체 알로이스(Alois) 수사, 교황 직속 과학아카데미 의장으로 스위스 바젤대학 미생물학 교수이며 유전학자인 베르너 아베르(Werner Arber) 박사, 미국성서학회 회장 라마 베스트(Lamar Vest) 박사가 초청되었습니다.

 

로완 더글러스 윌리엄스 영국 성공회 캔터베리 대주교는 10월 10일 교황 베네딕토 16세께서 임석한 오후 전체집회에서 새로운 복음화와 그리스도인의 신앙 전수에 대한 성공회의 관점을 말했습니다. 그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업적을 평가하고 가톨릭 안에 있든 밖에 있든 그 정신을 인간성이 상실되고 있는 현세에 적응시키는 것이 새로운 복음화를 실현하고 위기에 희망을 주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그리스 정교회 콘스탄티노플 총대주교 바르톨로뮤 1세는 10월 11일 성 베드로 광장에서 교황님을 비롯한 시노드 교부들과 함께 ‘신앙의 해’ 출범 장엄미사를 봉헌하고 가톨릭교회에 인사말을 하였습니다. 주님께서 수난 전날 겟세마니 동산에서 모두가 하나되게 해달라고 기도하신 요한복음 17장 11절의 인용으로 인사말을 시작한 그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 50주년을 축하하고 ‘신앙의 해’의 의미와 가톨릭교회와 그리스 정교회의 신학적 대화와 일치 노력에 강한 의지를 보였습니다.

 

영국 성공회 대주교나 그리스 정교회 총대주교의 이번 시노드 방문은 놀라운 일은 아닙니다. 베네딕토 16세 교황께서는 교황이 되시기 이전부터 동방교회성 위원, 그리스도교 일치 촉진 평의회 위원 등을 역임하셨으며, 교황 착좌 이후에는 끊임없이 루터교, 정교회, 성공회, 독일복음주의교회연합, 유다인공동체, 이스람교 등 이웃종교 지도자들과의 만남과 대화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셨기 때문입니다.

 

특히 윌리엄스 성공회 대주교와의 관계는 2010년 교황의 영국과 스코틀랜드 사목방문 때부터 매우 밀접해졌습니다. 그때 교황께서는 최초 영국 국빈방문으로 성공회 수장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만나고 9월 17일 런던 웨스트민스터 대성당에서 교회일치 행사에 참석하셨으며 9월 19일에는 버밍햄에서 성공회로부터 개종하여 추기경이 된 존 헨리 뉴먼의 시복식과 미사를 집전하셨던 것입니다.

 

교황 성하와 바르톨로뮤 1세의 친교는 매우 오래되었다고 합니다. 2005년 4월 24일 교황님께서 착좌하실 때 정교회 양식에 따른 팔리움을 두르셨고 교황으로서 6월 30일에 바르톨로뮤 1세를 대표로 하는 교회일치사절단을 접견하신 이래 지금까지 매년 두 분의 만남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중 중요한 만남은 2006년 11월 교황님의 터키 사목방문 때 11월 30일 성 안드레아 사도 축일미사를 바르톨로뮤 1세와 공동 집전하고 가톨릭 신자와 정교회의 상호 일치를 위한 공동성명에 서명하신 것, 2008년 6월 28~29일 ‘바오로 해’ 개막 행사의 공동 집전, 그리고 이번 ‘신앙의 해’ 출범 미사의 공동 집전을 들 수 있습니다.

 

교황님의 종교 간 대화 노력은 예수회 제르마노 마라니(Germano Marani S.J) 신부님의 발상으로 기획되어 교황 베네딕토 16세, 바르톨로뮤 1세 그리스 정교회 총대주교, 키릴 모스크바 총대주교, 윌리엄스 영국 성공회 캔터베리 대주교, 볼프강 후버 전 루터교 독일평의회 의장을 비롯한 종교지도자들과 유럽 정치지도자들을 인터뷰한 내용을 ‘유럽의 종들’(Bells of Europe)이라는 제목의 기록영화로 만들어졌습니다. 이 기록영화는 이번 시노드 10월 10일 오후 전체집회가 끝난 후 시노드 홀에서 상영되었습니다.

 

스위스 바젤대학 미생물학 교수이며 유전학자로 1978년에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인 베르너 아베르 박사는 10월 12일 교황께서 임석한 오후 전체집회에서 인간의 성장과정에서의 적응적 지식(orientational knowledge)의 충격 문제, 생물학적 진화에 대한 충격 문제, 과학 지식의 문화적 가치, 과학 지식과 종교적 신앙의 공존 가능성 등을 설명하면서 예수님께서 지금 세상에 계신다면 과학 지식에 의한 인간의 행복증진을 지지하실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신앙과 이성은 인간이 하느님께 다가가기 위한 두 개의 날개”라는 그의 말은 신앙과 과학과의 관계를 한 마디로 요약한 명언이 되었습니다. 이 특별 강연은 오늘날 팽배되고 있는 이른바 ‘과학적 무신론’의 허구성을 입증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IV. 제13차 세계 주교 시노드 교부들의 메시지

 

1. 메시지 위원회의 구성과 메시지 작성

 

이번 시노드가 시작되자마자 시노드 교부들이 교회에 보내는 메시지를 초안하도록 12명으로 구성되는 메시지 위원회가 구성되었습니다. 교황님께서는 위원회 의장에 성좌 사회컴뮤니케이션 평의회 의장인 클라우디오 마리아 첼리(Claudio Maria Celli) 대주교, 부의장에 루이스 안토니오 타글(Antonio G. Tagle) 필리핀 마닐라 대교구장(이번 시노드 기간인 10월 25일에 추기경으로 서임)을 임명하시고 위원으로 2명의 주교를 임명하셨으며 나머지 8명은 시노드 교부들이 선출하도록 하셨습니다. 이 메시지 위원회에 의해 라틴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영어 및 독일어로 작성된 14개 항의 초안은 10월 20일 오전 전체집회에서 발표되어 토론이 부쳐졌고 언어별로 구성된 소그룹 회의에서 상세한 내용 검토가 이루어졌습니다. 이후 수정과 보완을 거쳐 10월 26일 오전 전체집회에서 시노드 교부들의 투표로 교황님께 건의될 최종 메시지가 채택되었습니다.

 

 

2. 메시지의 내용

 

“하느님 우리 아버지와 주 예수 그리스도에게서 은총과 평화가 여러분에게 내리기를 빕니다.”(로마 1:7)로 시작되는 메시지는 14개 항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여기에서는 항목별 주제만 소개하겠습니다.

 

1) 우물에서 예수님을 만난 사마리아 여인처럼

2) 우리 시대의 모든 이를 주님께 인도하는 새로운 복음화

3) 교회 안에서 예수 그리스도와의 개인적 만남

4) 예수님을 만나는 것과 성경말씀을 들음

5) 자신의 복음화와 회개에 자신을 엶

6) 오늘날 세상 안에서 복음화를 위한 새로운 기회의 포착

7) 복음화, 가정과 헌신적 삶

8) 교회 공동체와 많은 복음화 일꾼들

9) 젊은이들이 그리스도를 만난다는 것

10) 복음의 인간문화와의 대화와 종교들과의 대화

11) 신앙의 해에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상기와 가톨릭교회 교리서 언급

12) 신비의 묵상과 가난한 이들과 함께함

13) 세상의 여러 종교 안에 있는 교회들에게

14) 별이신 마리아께서 사막을 비추심

 

메시지 1)항에서 말하고 있는 우물가의 사마리아 여인(요한복음 4:5-42)처럼 우리가 주님을 만나고 다른 이들이 주님을 만나도록 인도하는 것이 바로 새로운 복음화의 핵심적 화두로서 이번 세계 주교 시노드에서 특별히 강조된 부분입니다.

 

 

IV. 제13차 세계 주교 시노드의 건의안

 

1. 건의안 목록의 형성 과정

 

세계 주교 시노드의 사명 가운데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노드 총회를 통하여 모아진 시노드 교부들의 총의를 교황님께 전달하여 교황님께서 그것을 토대로 하여 회칙이나 사도적 권고 등을 발표하실 수 있게 해드리는 ‘최종 건의안 목록(Final List of Propositions)’입니다. 3주간에 걸친 시노드 총회의 모든 발표와 토론은 ‘최종 건의안 목록’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주교 시노드를 3단계로 나눈다면 제1단계는 시노드 주제와 관련된 개별적 교회의 상황에 입각한 발표(intervention)를 통해 신앙과 문화적 경험을 나누는 단계이며, 제2단계는 모든 시노드 참가자들이 언어별 소그룹으로 나뉘어 의제에 관해 토론하는 단계입니다. 이 단계에서 시노드 교부들에게 주제의 명료화를 위한 문제 제기와 코멘트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집니다. 사실 이번 시노드에서 투표권을 제외하면 그런 기회는 시노드 교부 외에 다른 참가자들에게도 주어졌습니다.

 

제3단계는 소그룹 회의를 통해 건의안 목록이 보다 정확하고 분명한 형태로 만들어지는 단계입니다. 건의된 항목들에 대해서 소그룹별로 시노드 교부들이 찬반투표를 합니다. 소그룹별로 채택된 내용들은 총발표자(Relator General)와 특별비서(Special Secretary)에게 제출되어 취합된 다음 총발표자가 전체 회의에서 발표합니다.

 

베네딕토 16세 교황께서는 이번 시노드의 총발표자로 미국 워싱턴 대교구장인 도널드 윌리엄 우얼(Donald William Wuerl) 추기경을 임명하고 특별비서로는 프랑스 몽펠리에 대교구장인 피에르-마리 카레(Pierre-Marie Carree) 대주교를 임명하셨습니다. 우얼 추기경은 10월 23일 오전 전체집회에서 ‘종합된 건의안 목록(United List of Propositions)을 발표하였습니다.

 

이 목록은 다시 소그룹 회의에서 수정보완 과정을 거쳐 시노드 교부들의 투표를 통해 최종 검토된 후 10월 26일 오전과 오후 전체집회에서 발표되었습니다. 그리고 10월 27일 오전 마지막 전체집회에서 항목별로 시노드 교부들의 찬반 투표에 부쳐져 절대 다수의 찬성으로 ‘최종 건의안 목록’으로 확정되었습니다.

 

이는 ‘주교 시노드 전례’ 규정 제15조와 제39조는 주교 시노드 정기총회의 ‘최종 건의안 목록’의 공식 텍스트를 라틴어로 작성하고 시노드 교부들의 투표에 부쳐 교황님께 전달하는 것을 의무로 정하고 있는 데 따른 것입니다.

 

 

2. ‘최종 건의안 목록’의 내용 구성

 

최종 건의안 목록’의 공식 텍스트는 ‘비밀문서(Confidential)’로 분류되어 공개되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런데 베네딕토 16세 교황님께서는 이번 시노드의 ‘최종 건의안 목록’ 비공식 영문본을 공개하도록 특별히 배려하셨습니다. 비공식 영문본에 따르면, 내용은 총 58개의 건의안들이 서론과 4개의 중 주제, 그리고 결론으로 분류·구성되어 있습니다. 아래에 주제와 건의안의 제목만을 적어두었습니다만 새로운 복음화는 시노드 교부들이 지적한 바와 같이 그 주제가 광범위하여 우리 신앙생활에 관계되지 않은 것이 하나도 없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이번 건의안(20)에도 포함되었습니다만, 교황님께서는 신앙의 아름다움을 많이 강조하셨습니다. 그래서 10월 25일 시노드 참가자들을 시스티나 성당 미술을 다시 감상하도록 하시고 저녁에는 교황님께서 참석하신 가운데 시노드 참가자들은 물론 바티칸의 성직자 수도자 신학생들을 바오로 6세 대강당으로 초청하시어 ‘예술과 신앙’(Arte e Fede)이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를 관람하게 하셨습니다. (이 CD는 현재 평협 사무국에 비치)

 

 

V. 보고를 마치며

 

이번 세계 주교 시노드는 단지 가톨릭교회의 최고 회의라는 차원을 넘어 우리 교회가 그리스도교회의 중심으로서 온 세상 그리스도교회 일치의 가능성을 보여준 장대한 회의였습니다. 그리고 내적으로는 우리 교회가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로 이루어진 하느님 백성의 일치된 친교의 교회임을 그대로 보여준 것이 이번 세계 주교 시노드였습니다. 시노드 기간에 종파를 초월한 온 세상 그리스도인 대표자들이 순례자들과 함께 한 자리에서 장엄하게 시성된 성인은 신부님 두 분, 수녀님 두 분, 그리고 평신도 세 분으로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의 조화를 이룬 점은 그것을 잘 상징해주었습니다.

 

시노드의 처음부터 끝까지 성직자, 수도자, 특히 평신도 참가자들에 대한 차별 없는 똑같은 대우와 배려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우리 교회의 평신도들에 대한 인식이 어떻게 변했는가를 극명하게 보여주었습니다. 전문가와 참관인 자격으로 시노드에 참가한 성직자들과 수도자들 그리고 평신도들은 투표권이 없다는 한 가지를 제외하고는 시노드 교부님들과 똑같이 전체회의에서 발표하고 소그룹회의 토론에 참여하였음은 물론 숙소, 식사, 봉사하시는 신부님들로부터의 도움 등 모든 것에서 전혀 차이가 없었습니다. 모든 전문가들과 참관인들은 많은 시노드 교부님들로부터 한 달 가까운 짧지 않은 기간에 함께 생활하는 숙소와 회의장에서 정말 송구할 정도로 극진한 형제적 사랑을 받았습니다.

 

제가 이번 시노드에 참가하는 것을 통해 위로는 교황님으로부터 추기경님, 대주교님, 주교님, 신부님, 수사님, 수녀님, 남녀 모든 신자들에 이르기까지 직급에 상관없이 서로에게 정성을 다하는 그야말로 섬김의 공동체 모습을 제대로 체험할 수 있었던 것은 저에게는 더없이 큰 신앙의 자산이 되었습니다. 더욱이 제가 시노드 폐막 장엄미사 예물봉헌자로 선정되어 교황님으로부터 한국 교회 평신도로서 특별 강복을 받기까지 하였습니다. 저는 이 영광을 우리 한국 교회의 모든 평신도들과 함께 나누며 보고를 끝냅니다.

 

[평신도, 제38호(2012년 12월), 오용석 프란치스코 사베리오(한국평협 사무총장)]



2,554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