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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공동체를 위하여1: 기초공동체를 정착시킬 수 있는 방안은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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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8-01-09 ㅣ No.77

기초공동체를 위하여 : 1강 기초공동체를 정착시킬 수 있는 방안은 없는가?

 

 

교구 시노드를 통하여 교구 전 본당에 기초공동체를 정착시키라는 교구장님의 사목교서에 따라 본당마다 기초공동체의 구현에 목표를 설정하였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계획을 세우고 시행할 것이냐에 대하여 손을 놓고 있는 경우가 많다. 헌신적으로 기초공동체를 육성하려고 해 보지만 드러나는 결과는 미흡했다. 우리는 기초공동체를 구현하는 프로젝트가 단기간에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실감하면서 더욱 더 체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은 알지만 어디에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난감했다.

 

교구 지침에 준하여 기초공동체의 활성화에 대한 걱정과 시도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사실 우리 본당의 현실은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못하였다. 우리는 이런 문제를 조금이라도 해결하기 위하여 ‘왜 기초공동체를 해야 하는가?’를 잘 이해해야만 한다. 그 바탕 위에서 공동체를 구현할 수 있기 때문에 이 작업은 처음부터 그저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다음에 제공하는 내용들은 본당쇄신 프로젝트의 일부이지만 내용이 다소 생소하고 용어가 토착화되지 않은 부분도 있을 것이다. 본당 프로젝트는 대개 3년 단위의 단기성 시도를 3회에서 4회로 나누어 시행하도록 계획되어 있다. 따라서 9년에서 12년에 이르는 중장기 프로그램에 해당된다. 이를 보다 효율적으로 도입하고 시행하기 위해서 여러 종류의 ‘모듈(Module)’이라는 단기계획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그 진행방법을 소개하려 한다.

 

 

1부 기초공동체의 도입 과정과 모듈(Module)

 

1984년 한국교회는 선교 200주년을 맞이하면서 그동안의 은혜로움에 감사하고 앞으로 한국 교회가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는 뜻에서 한국 주교단이 함께 사목회의를 개최하기로 결정하였다. 선교 200주년이라는 외적인 기념 행사도 성대하게 치러야 하겠지만, 앞으로의 한국교회의 나아갈 길을 모색하는 의미의 내적인 성장도 중요하다고 판단하였다.

 

이것은 다가오는 새천년을 위한 준비이기도 했다. 우리 대구대교구에서도 사목회의에 참여할 대의원들이 임명되었고 이들의 노력으로 다루어진 내용들의 결실은 풍성했다. 하지만 성직자들의 참여가 부족해서 사목회의 내용들이 교구신자들에게 충분히 전달되지 못했고 인식되지도 못했다는 평가에 따라서 교구장님은 ‘교구의 사목회의’의 필요성을 느끼셨다. 교구 사목회의는 사목회의라는 말이 본당 내의 사목회 회의와 구별이 어렵고 그래서 자연히 사목회의라는 말의 뜻이 제대로 전달되기 어려웠다. 이런 혼란을 피하기 위해 원어의 뜻을 그대로 사용하여 ‘시노드(synodus)’라고 부르기로 하였다. 이 시노드는 시노드 규약에 따라 대의원 선정과 의안준비 과정을 거쳐 지구별로 그 의안이 다루어지는 절차를 통하여 총회에 의안이 상정되었다. 교구 시노드의 폐막과 함께 발표된 교구장의 교서 내용에 명백히 제시되고 있는 것은 바로 본당이 기초공동체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대희년을 준비하는 교구의 모습은 기초공동체를 구현하는 일이라면 이젠 어떻게 기초공동체를 만들어 나갈 것이냐? 하는 것이 그 과제로 남았다. 우리는 이미 여러 가지 대안들을 검토한 결과 제일 효과적인 방법은 기초공동체의 구성원들이 스스로 공동체임을 자각하고 참여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렇게 되기까지는 먼저 그 필요성을 인식케 하는 교육이 있어야 하고 동기 유발에 의한 자발적인 참여가 이루어져야 한다. 많은 사목자들은 기초공동체의 필요성을 실감하지만, 기초공동체의 건설이 실제로 오랜 시간이 걸리고 가시적인 효과를 체감하기도 하므로 기초공동체를 위한 한국적인 토착화 모델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고양이의 목에 방울을 달면 되지만 아무도 나서서 방울을 달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 이런 시점에서 사목자와 평신도들은 서로에게 기대하기만 하고 나서지 못하고 있어, 변화는 늦어지고 있고 오히려 시대의 요구와 변화에도 밀리고 있는 현실이 되었다.

 

우리 한국교회가 구조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도 있다. 본당 사목자의 임기가 단기 임기제이기 때문에 일관된 사목계획을 장기간 추진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사목 임기가 비록 단기간이라 하더라도 대안이 없는 것은 아니다. 본당의 발전을 위한 중장기 계획안 수립에 본당 평신도들이 많이 참여하고 사목자에게 일임된 계획에서 참여하는 본당 신자 중심의 계획수립이 이루어진다면, 원만한 사목계획이 추진될 수 있는 여건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모두 사목자의 적극적인 이해와 솔선수범 그리고 협조가 전제되어야만 한다. 다행스럽게도 기초공동체의 정착을 위한 단기 계획의 수립이 여러 방면으로 시도되어 괄목할 만큼의 성장 가능성이 보이는 대안들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 여기에 소개하고자 하는 <모듈>이라는 것은 바로 단기간 안에 기초공동체를 정착할 수 있는 과정이다.

 

 

1. 모듈의 의미

 

모듈(Module)이란 말의 원래 의미는 숫자나 건축의 용어로 사용되어 왔던 말이다. 모듈은 설계도처럼 완성된 계획을 의미하는 것보다는 건물을 짓기 위한 전체적인 윤곽을 그려, 건물의 모형을 추측하게 하는 설계도를 보완하는 일종의 시방서(示方書)의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계획이란 아무리 철저하게 세워졌다고 하더라도 여건이나 필요에 따라서 그 계획이 수정되는 가변성을 지니고 있다.

 

본당쇄신과정 프로그램을 소개하면서 우리는 본당의 변화가 단기간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중장기 계획의 필요성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중장기 계획은 한국의 사목자 임기와 맞물려 도입하기가 매우 어려운 것임을 알고 있다. 따라서 중장기 계획을 통하여 전체 계획을 수립하는 것 외에도 단기성 계획의 과정이 필요하게 되었다. 단기성 계획을 우리는 모듈이라고 한다.

 

모듈이란 확정된 변경이 불가능한 계획이 아니라, 상황과 조건에 따라서 완성해 가는 의미로 해석해야 한다. 마치 태아가 탯줄로 연결되어 어머니로부터 영양분을 공급받아 자라고 태어나는 것과 같다. 모듈은 처음부터 완성된 모델이 있는 것이 아니라, 성장을 통하여 성숙한 인격을 가진 사람으로 성장해 가는 것이다. 우주선에는 모선에서 분리하거나 독자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자선이 따로 있다. 이것을 우리는 모듈이라고 부른다. 우주인들이 입는 우주복도 산소를 공급받는 모습이 마치 모태로부터 탯줄이 연결되어 있는 것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모선과 만나는 자선이 항상 모선으로부터 모든 준비물을 공급받아 특수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것처럼, 모듈이란 단기성 계획수립을 의미하는 말이지만 모듈은 장기적인 측면과 뗄 수 없는 연관성을 지닌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원어 그대로 모듈이라는 말을 사용하기로 한다.

 

어떤 일을 추진한다는 것은 세밀하고 정확한 밑그림을 바탕으로 가질수록 그 일을 성공적으로 이룰 수 있다. 더구나 이 계획이 공동체가 중심이 되어 함께 노력하여 이루어야 하는 일이라면 더 많은 의견수렴과 조율이 있어야 하고 협조가 따라야 한다. 합심하여 일치된 마음으로 참여할 수 있는 공감대가 있어야 한다. 본당 구성원들의 의식이 바뀌고 협조가 이루어지는 상황에서 그 목표 달성이 가능하다. 이런 과정을 거쳐 추진해 온 것을 평가하고 분석하는 작업을 통하여 새로운 계획을 수립하는 중장기 계획수립에 연결된다. 모듈은 기초공동체들의 구성원들이 공동체 안에서 단기간 안에 사귐과 나눔을 체험할 수 있는 단기계획들을 총칭하는 말이다.

 

 

2. 모듈의 내용

 

모듈은 대개 3년 기간을 주기로 시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지만 이것을 시행함에 있어서 본당의 여건이나 상황을 배려하여 탄력성 있게 조정해야 한다. 모듈은 모든 본당에서 획일적으로 시행하는 것보다 본당의 상황에 따라 그 기간을 단축하거나 연장할 수 있다. 평균치를 대략 3년으로 실행하는 계획안이다. 물론 본당의 상황에 따라서 그 기간을 단축하거나 연장할 수도 있다.

 

모듈을 시행하는 방법은 3년씩 4단계를 거쳐 시행하는 안이 제시되고 있다. 이것은 중장기 계획의 일부이지만 이 계획을 다시 단계별로 시행할 때 대개 3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첫 번 이 계획을 시행할 때는 교회의 본질인 사귐(모듈 1)을 강조하거나 소속감(모듈 2)을 강조하거나 어느 것부터 먼저 하나를 택하여 시도하더라도 상관이 없다.

 

모듈은 본당쇄신과정 프로그램을 시작하면서 만들어진 것이다. 본당의 변화는 단기간에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중장기 계획이 필요했다. 그러나 중장기 계획은 한국의 사목자 임기와 맞물려 도입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이렇게 하여 개발된 것이 단기성 계획, 즉 모듈이다. 이 모듈은 처음부터 본당쇄신과정이라는 7부로 되어 있으며 1부에서 4부는 선택 사항이고 5, 6, 7부는 필수 사항으로 되어 있다. 1부에서 4부 중 하나를 선택하여 실시하고 다음으로 5부에서 단계별로 진행한다. 여기에서는 모듈 1을 다루기로 한다.

 

[월간빛, 2002년 10월호, 이용호 가브리엘 신부(본지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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