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9일 (일)
(홍) 성령 강림 대축일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것처럼 나도 너희를 보낸다. 성령을 받아라.

강론자료

부활 2 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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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01-04-20 ㅣ No.320

부활 제 2주

 

 

 저에게는 한가지 습관이 있습니다.

지난주에, 지난달에, 지난해에 있었던 일을 더듬어 보는 습관입니다.

신경을 쓰고, 관심을 가졌던 일들은 기억이 많이 나지만, 그저 스쳐지나간 일들은 기억하기가 힘듭니다.  

 

 아주 어릴 때의 기억은 물난리가 나서 천막을 치고 살던 기억입니다. 그리고 길을 잃어버려서 파출소에서 하룻밤을 지낸 기억입니다. 멀리 시골에 사시는 친척 분들이 오셔서 용돈을 주시던 기억입니다. 성당에서 미사 시간에 옆에 친구와 장난치다가 신부님께 벌을 서던 기억입니다.

 

 컴퓨터는 자신의 기억을 스스로 지우지 못합니다. 그래서 좋은 점도 있지만, 기억의 용량을 초과하면 새로운 컴퓨터를 사거나, 업그레이드하여야 합니다.

만일 제가 그 동안에 있었던 일들을 모두 기억한다면, 아마도 제 머리를 새로 바꾸거나 업그레이드했어야 할겁니다.

지난 일들을 잊어버리는 것은 우리에게 피해를 주기도 하겠지만 어쩌면 하느님의 은총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입니다.

 

 저는 솔직히 그 동안 지구상에 있었던 모든 일들을 알지 못합니다.

제가 살면서 겪었던 일들을 모두 기억하지 못합니다.

작년에 있었던 일들을 모두 기억하지 못합니다.

아니 지난주에 있었던 일들도  기억하지 못해서 옆에 분들에게 묻곤 합니다.

 

 그래서 제 나름대로 정한 몇 가지 원칙이 있습니다.

아는 길도 물어가라고 하는데, 모르는 길은 더 물어서 가야겠지요.

인터넷을 이용하다보면, 제가 알고 싶은 것을 찾는 것이 어두운 밤바다를 작은 배에 의지하는 것처럼 힘들고 어렵습니다. 그럴 때 제가 의지하는 것은 검색엔진입니다. 그러면 제가 모르는 것을, 찾기 힘든 것을 쉽게 찾곤 합니다.

 

 험한 산에 오를 때가 있습니다. 특히 처음 가는 산은 어디로 가야할지 모를 때가 많습니다. 어디로 가야 안전하고 편하게 정상에 도착할 수 있는지 길을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럴 때는 산에 있는 빨간, 노란, 파란 리본을 따라갑니다. 그 리본을 맨 사람은 보지 못했지만, 그래도 저는 그 리본을 따라서 산을 오르고 대부분 쉽게 정상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2000년 전에 물론 없었습니다.

그러니 당연히 예수님께서 사시던 모습도, 그분이 십자가를 지시던 모습도, 그리고 그분이 부활하시고 승천하신 것도 볼 수 없습니다.  보지 못한 제가 주님께서 부활하셨으니 그분의 부활을 믿으라고 사람들에게 말하는 것이 어쩌면 우스운 일일지도 모릅니다.

 

 저는 신문을 읽고 텔레비젼을 봅니다. 그리고 신문과 방송에서 이야기하는 것은 대부분 믿습니다. 그 믿는 이유는 비록 제가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그 신문과 방송의 권위와 힘을 인정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신문과 방송의 공정성을 인정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신문과 방송보다 더 많은 힘과 능력을 지녔다면 굳이 신문과 방송의 이야길 믿을 필요가 없겠지만, 사실 저는 신문과 방송보다 세상의 일을 알 수 있는 힘과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인정하기 때문입니다.

 

 저보다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

저보다 인덕이 좋은 분들이

저보다 삶을 풍요롭고 아름답게 사는 분들이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읽히는 책

저에게도 많은 힘과 용기를 주고, 위로를 주는 책

성서가 이야기합니다.

 

"너는 나를 보고야 믿느냐! 나를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은 행복하다."

"나의 주님, 나의 하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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