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9일 (일)
(홍) 성령 강림 대축일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것처럼 나도 너희를 보낸다. 성령을 받아라.

강론자료

사순 3 주일-다해-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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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희신부 [gold] 쪽지 캡슐

2001-03-17 ㅣ No.300

사순 제 3 주일 (다해)

 

        출애굽기 3,1-8ㄱㄷ.13-15       1고린토 10,1-6.10-12     루가 13,1-9

    2001. 3. 18.

 

주제 : 하느님의 소리를 언제 듣는가?

 

한 주간 잘 지내셨습니까?

봄으로 들어선 듯 날씨는 풀렸는데, 습도는 매우 낮다고 합니다. 이런 때일수록 시간은 없다고 하겠지만 주변을 돌아보는 일에 신경을 더 써야 할 것입니다. 그것이 건강을 조심하는 모습이기도하고, 불조심을 해야하는 것 일수도 있습니다. 이런 일을 올바로 하지 않으면 항상 하는 후회는 돌이킬 수 없는 것인 경우가 더 많습니다. "내가 그 때 조금 만 더 조심할 걸..."  그런 일이 없어야 우리는 하루의 생활에서도 '잘 지냈다'는 소리를 더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은 사순시기 3번째 주일입니다.

사순 첫 번째 주일에는 예수님이 유혹을 이겨내는 모습을 통하여 우리도 삶에서 같은 행동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지난 사순 두 번째 주일에는 고통을 겪고 난 다음에 다다를 수 있는 영광스러운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 영광에 도달하려면 고통도 효과적으로 이겨내야 한다는 소리도 함께 들었습니다. 오늘 사순 세 번째 주일에는 하느님께서 당신의 삶에 우리를 초대하는 소리를 듣습니다. 하지만, 이 소리는 우리의 귀를 울리지 않습니다. 따라서 하느님 초대의 소리를 듣고 싶다면 좀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모세는 위대한 예언자로 기억되는 사람입니다. 물론 이스라엘 신앙의 역사에서 그렇습니다. 이집트인들의 입장에서는 모세를 절대로 위대한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모세가 그렇게 될 수 있었던 데는 하느님의 선택이 가장 큰 역할을 했습니다만, 모세가 거부했더라면 아마도 가능하지 않을 일이었을 것입니다. 하느님의 선택이 사람을 통해서 열매를 맺으려면, 사람의 도움도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선택, 이런 하느님의 선택이 모세에게 언제 다가왔는지 살피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일입니다.

 

모세는 사고를 치고 이집트에서 도망친 '도망자'였습니다.  그렇게 도망친 모세는 지금의 '시나이 반도'로 숨어들어 목숨을 유지하기에 정신 없어하던 때였습니다. 도망자에게는 사람들의 눈에서 피할 수 있는 목축과 양을 돌보는 목자가 가장 좋은 직업이었을 것입니다. 양 떼를 몰고 아침 일찍 나왔다가 해가 진 다음에 들어갈 수 있었으니 말입니다. 광야지방이었으니 햇빛을 핑계삼아 겉모양도 적당히 가릴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렇게 잘 숨어 지내던 그의 삶에 갑작스레 하느님이 등장하는 것입니다. 아무런 예고도 없이 말입니다.

 

처음부터 모세가 해야 할 일이라고 말씀하신 것은 아니었지만, 하느님은 히브리 민족을 향한 당신의 계획을 말씀하십니다.  분명하지는 않지만, 모세라는 사람 하나를 선택해서 말을 걸었으니, 모세가 그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는 하느님의 바람도 있었을 것입니다.  하느님의 소리는 그렇게 갑자기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제가 말은 이렇게 했습니다만, '하느님의 소리가 우리를 놀라게 할 정도로 갑작스레 다가온다'는 말은 옳지 않은 선언입니다. 하느님은 항상 우리에게 당신의 뜻을 전하지만, 우리가 그 하느님의 뜻을 들을 여유 없이 바쁘게 사는 것입니다. 적당한 핑계를 준비하는 것은 빠지지 않고 하면서 말입니다.

 

모세는 사람들의 눈을 피해 있을 때, 하느님의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하느님의 소리를 듣는 때는 언제이겠습니까?  아마 행복할 때는 아닐 것입니다. 즐겁게 살고, 자신에게 주어진 행복을 만끽하는 데는 아무리 많은 시간이라도 모자라기 때문입니다.  할 일이 많거나 바쁠 때도 아닐 것입니다. 말 그대로 정신 없는 때라서 그럴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것저것 다 해보고 지쳐서 아무런 힘이 없을 때, 그때서야 우리는 비로소 하느님의 소리를 듣겠다고 외칩니다. 나는 준비가 돼 있는데 왜 하느님은 큰소리로 말씀하지 않느냐고 묻습니다. 세상에 사는 사람들이 모두 그렇게 하는 일은 아니겠지만, 그런 자세라면 옳은 일은 아닙니다.

 

언제 어느 때 내 삶이 끝난다고 하더라도 충실하게 살 것을 이야기하시는 것이 복음의 말씀입니다. "희생제물을 드리던 사람들이 이유도 없이 학살된 일과 실로암 탑이 무너질 때 깔려죽은 사람들이 죄가 많아서 그렇게 죽은 것이라고 생각하면 판단착오"라는 것이 예수님의 말씀입니다. 우리 각자의 삶에서 회개해야 할 죄가 있는지 없는지, 있다면 얼만큼이나 되는지 그것은 우리들 각자와 하느님만이 아시는 일입니다.  복잡하게 살아가는 우리 생활을 보면서 이 사순절에 하느님이 원하시는 뜻은 무엇이겠습니까?

 

포도원에 무화과나무를 심어놓고 열매가 기다리는 포도원 주인이 어리석다고 말할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  하지만, 무화과나무가 삼 년이 지나도록 열매를 맺지 못했다면, 그때에는 색다른 장소에 무화과나무를 심은 포도원 주인의 탓보다는 무화과나무가 갖는 책임이 더 커지는 것입니다. 구체적인 판단은 하느님이 하시는 일이겠지만, 우리에게 끊임없이 들려오는 하느님의 소리를 우리가 언제 새겨듣는지 한번쯤은 생각해 봐야 합니다.

 

내 삶이 행복을 향하고 있는지 아니면 그 반대의 방향을 향하고 있는지, 그것은 우리가 결정할 일입니다. 하느님의 칭찬을 들을 수 있는 삶을 사는지, 꾸중을 들을 삶을 만드는지 그 선택도 내가 하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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