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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공동체ㅣ구역반

호세 마린스 신부 소공동체 강연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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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8-12-01 ㅣ No.81

호세 마린스 신부 소공동체 강연 종합


“소공동체는 모임이나 단체 아닌 교회 자체”

 

 

11월 22일 호세마린스 신부가 소공동체 대중강연회에서 소공동체의 정체성과 활성화 방안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 이날 강연회는 호세 마린스 신부(오른쪽)와 제리 프락터 신부가 함께 진행했다.

 

 

소공동체의 세계적 권위자, 호세 마린스(Jose Marins, 브라질) 신부가 내한, 한국 교회에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호세 신부는 11월 17~20일까지(서울 명동) 서울대교구 사목센터에서 서울대교구 세미나를 진행한데 이어, 11월 22일에는 명동성당 꼬스트홀에서 소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대중 강연회를 진행했다. 또 27~30일까지는 의왕 아론의 집에서 제리 프락터(Gerry Proctor, 영국) 신부 등 팀원들과 함께 전국 소공동체 세미나를 이끌었다.

 

왜 소공동체인가. 소공동체는 무엇이고, 어떻게 활성화시킬 수 있을까. 11월 22일, 대중강연회 내용을 통해 그 해답을 들여다본다. 이번 강연회는 호세 마린스 신부와 제리 프락터 신부가 함께 진행했으나 편의상, 그 내용을 하나로 묶는다.

 

아시아 교회가 보편교회에 대한 희망이 되고 있다고 믿는다. 아시아 교회는 참으로 풍부한 종교적, 정신적, 영적 요소를 지니고 있다. 더 나아가 아시아 교회는 초기 교회에서 가졌던 어떠한 통찰을 가지고 있다. 소공동체도 그 중 하나다. 많은 아시아 국가의 주교들이 소공동체를 적극 후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것은 참으로 희망적이다.

 

한국 교회는 평신도에 의해 시작됐다. 사제 없이도 스스로 시작된 교회다. 지금도 한국 교회 평신도들이 서로 얼마나 잘 조직화되어 있고, 타인에게 개방되어 있는지 잘 알고 있다. 그만큼 한국 교회 평신도들은 큰 힘이 있다. 교회는 이렇게 되어야 한다.

 

더 나아가 평신도들은 소공동체 안에서 우리 자신의 창조적인 그 어떤 것을 이끌어 내야 한다. 한국 교회 소공동체가 남아메리카와 아프리카 소공동체를 그대로 베껴서는 안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소공동체 안에서의 일치감은 대단히 중요하다. 예수 그리스도가 제자들과 그러했듯이 소공동체는 철저한 친교로 하나가 되어야 한다. 친절하게 대해야 하고,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그 도구가 바로 복음나누기 7단계이다.

 

몇몇 사람들에게는 7단계로 성경을 읽는 것이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복음나누기 7단계가 오히려 소공동체의 걸림돌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소공동체 모임의 방법을 복음나누기 7단계에만 매일 필요는 없다. 가능한 모든 방법들을 이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중요한 것은 소공동체에서 단순히 성경을 공부하는 수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데 있다. 복음나누기 7단계를 사용하건, 아니면 다른 방법을 이용하건 그것은 영성을 성장시키는 방법이어야 한다. 그 방법은 역사적 예수를 만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것은 또한 우리의 믿음을 격려하는 것이어야 한다.

 

어떤 이들은 본당 사제가 소공동체에 관심이 없다고 불평하기도 한다. 이것은 문제가 있다. 왜 평신도들은 어려움에 처하면 주교와 사제들만 쳐다보는가. 물론 주교와 사제들로부터 받는 도움은 매우 중요하고 유익한 것이다. 하지만 스스로의 문제점을 회피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야 한다.

 

어떤 소공동체를 방문한 일이 있었다. 그 소공동체 안에는 베드로라는 인물이 있었다. 그는 7명 소공동체의 한 일원이었다. 그런데 그 모임에 참석하면서 얼마 지나지 않아 이상한 점을 느꼈다. 베드로 한명이 모든 일을 하고 있고, 나머지 사람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나머지 사람들은 그저 베드로에게 “네가 모두 해봐라”고 말하고 있었다.

 

성경을 읽기 시작할 때도, 성가를 부르기 시작할 때도, 어떤 일을 할 때도 모두 베드로를 찾았다. 베드로는 그 단체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대단히 중요한 인물이 되어 있었다. 여러분의 소공동체 안에 베드로 같은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모두 여러분 잘못이다. 여러분이 베드로를 그렇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여러분이 항상 뒷걸음치며 베드로를 앞에 내세웠기 때문이다.

 

여기서 베드로는 평신도일 수도, 수도자일 수도, 사제일 수도 있다. 베드로 혼자서 이끄는 소공동체는 소공동체 본래의 정신과 맞지 않다. 이렇게 되면 소공동체는 머리만 큰 기형적인 모습이 된다. 소공동체는 베드로의 교회가 아니다. 우리 모두의 교회다. 우리가 소공동체 안에 하느님이 아닌 다른 경배의 대상을 갖게 된다면, 우리는 그 공동체를 파괴하는 것이다.

 

또 다른 문제점도 있다. 아시아 교회의 소공동체를 바라보면서 깨닫게 된 특징은 소공동체가 대단히 본당에 초점 맞춰지고 있다는데 있다. 대부분의 소공동체가 본당 주임 신부의 일을 도와주는 수준에서 머물고 있다. 본당 안에서, 그저 본당 일을 해 나간다.

 

물론 이것은 필요하고 좋은 일이다. 그러나 소공동체는 소공동체 그 안에 매몰되어선 안된다. 본당이라는 틀 속에 갇혀서도 안된다. 우리는 종종 우리의 의무가 세상에 대해 선교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고 살아간다. 우리는 세상 밖으로 나가서 복음을 선포해야 한다.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소공동체는 예수 그리스도에 의해 세상에 보내진 것이다. 예수는 소공동체 예수 제자단을 세상 끝까지 보내셨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가 복음이 되어야 한다.

 

또 하나 경계해야 할 것은 많은 이들이 소공동체를 단순한 모임으로 혼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소공동체는 회합이나, 단체가 아니다. 교회 그 자체다. 회합이나 단체 모임으로 생각하면 소공동체의 그 큰 의미는 사장된다. 끼리끼리 만남 그 자체도 의미가 있지만, 만남 밖에서도 소공동체는 그 의미를 실현해야 한다.

 

소공동체는 신자 개개인의 영성을 함양시키는데 머물러서는 안된다. 교회가 세상 끝까지 복음을 전하는 사명을 지닌다면, 소공동체도 세상 끝까지 복음을 전해야 한다. 어떻게 가난한 이들에게 접근할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어떻게 이웃에게 좋은 소식을 전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도 묵상해야 한다. 지역 사회 주민들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

 

삶 속에서 복음을 실천해서 어떻게 그리스도인의 표양을 드러낼 것인지에 대해서도 노력해야 한다. 소공동체는 소공동체 내부의 문제에만 함몰되어서는 안된다. 소공동체 밖의 것을 보는 노력도 함께 해야 한다.

 

 

■ 호세 마린스 신부는

 

소공동체 사목을 37년간 통합적으로 연구, 실천하면서 전 세계 소공동체 활성화에 크게 기여해 온 장본인이다.

 

최근 전 세계를 다니며 강연회를 개최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으며, 2008년 한 해 동안에는 아시아 교회 요청으로 한국을 포함, 인도, 스리랑카, 싱가폴 등지에서 소공동체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에 소개된 저서로는 「뿌리에서 돌아오는 교회」(성 바오로 출판사, 1993)와 「작은 교회」(서울대교구 통합사목연구소, 2006) 등이 있다.

 

 

■ 최덕기 주교 개회사 - “성경 말씀 중심인 친교의 작은 교회”

 

소공동체를 실현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한 가족이 함께 기도를 바치기조차 어려운 것도 현실입니다. 하물며 이웃이 어떻게 시간을 내서 함께 모여 기도하고 실천하겠습니까.

 

하지만 지구 온난화를 막는 것이 어렵다고 환경 운동을 포기할 수 없는 것처럼, 소공동체가 어렵다고 해서 소공동체를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소공동체는 지역사회에 복음을 전하고 후손에게 신앙을 전하는 가장 좋은 것이라고 굳게 믿기에 오늘도 전세계 교회가 소공동체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소공동체는 성경 말씀 중심으로 살아가는 작은 교회입니다. 과거에는 사제가 말하고 회중이 들었지만 소공동체에서는 모두가 중요한 사람입니다. 함께하는 교회, 참여하는 교회, 친교의 교회가 소공동체입니다.

 

소공동체는 교회 안에 새로운 문화를 낳고 평신도 지도자를 불러낼 것입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작은 교회가 되는 길이 앞당겨 졌으면 합니다. 그리고 소공동체가 가진 모든 보물이 선명하게 드러나길 희망합니다.

 

[가톨릭신문, 2008년 11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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