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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ㅣ복음화

냉담교우에 냉담한 한국교회: 냉담 해결의 지름길은 나의 쇄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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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3-10-26 ㅣ No.311

냉담교우에 냉담한 한국교회 - 냉담 해결의 지름길은 나의 쇄신


잃어버린 양 찾기 위해서는 ‘내실 있는 교회’ 우선

 

 

‘차지도 않고 뜨겁지도 않은’(묵시 3,15) 냉담교우는 한국교회의 일부분이 된 지 오래다. 한국의 복음화율이 2009년 이후 10%대를 유지하고 있지만, 주일미사 참례율과 성사 지표들은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신앙의 빛’을 찾기 위해 교회를 찾았다가 불꽃을 잃고 냉담에 빠지는 이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교황 프란치스코는 올 7월 반포한 첫 회칙 ‘신앙의 빛’을 통해 “신앙의 불꽃이 꺼지면 다른 모든 빛도 어두워지기 때문에 이제는 신앙의 빛으로서의 특성을 다시 찾는 것이 시급히 요구된다”(4항)고 말했다. 

 

그렇다면 냉담교우들이 잃어버린 ‘신앙의 빛’을 찾기 위해서 교회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기본에 충실하고, 외적인 성장뿐 아니라 내실을 다지는 교회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교회의 복음화위원회가 지난해 11월 열린 세미나 주제를 신앙의 기본이 되는 ‘전례 활성화’로 정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이 자리에서 가장 강조된 것은 ‘사제의 역할’이다. 

 

당시 사례발표를 한 배광하 신부(춘천교구 솔모루본당 주임)는 “미사 전 일찍 성당에 나와 신자들에게 늘 기도하는 모습을 보여줬고, 미사 30분 전에 고해소에서 신자들을 기다렸다”며 “이런 정성이 통했는지 냉담교우가 차츰 돌아왔으며, 미사 참례율이 증가했다”고 말한 바 있다. 

 

신앙의 뿌리가 깊지 않다는 지적을 받는 한국교회에서 사제의 역할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냉담교우의 회개가 전적으로 사목자만의 문제는 아니다. 주교회의 복음화위원회 박종택 위원은 “냉담교우 회개 문제는 사제 혼자서 할 수 없고, 이 시대를 살아가는 신자들의 도움이 필요하지만 정작 신자들은 책임감이 없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많은 신자들이 신앙생활과 일상생활을 분리해 생각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신자 개인의 성화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즉 교회가 신자들을 성숙한 영성생활로 이끌어야 한다는 의미다. 예비자 교리교육뿐 아니라 신자 재교육에 집중하면 신자 개개인의 성화가 자연스럽게 본당 활동으로 이어지고, 본당 활성화는 냉담 교우들이 돌아올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주는 계기가 된다는 설명이다. 

 

대전 송천동본당은 지난 3월 가정공동체가 참여할 수 있는 ‘포인트 시스템’을 운영, 신자들의 신앙생활에 활력을 불어 넣었다. 이 과정 중에 실제로 냉담을 푼 사례도 생겨나고 있다. 

 

양해룡 신부(서울 송천동본당 주임)는 “기존 신앙단체 등이 활성화 되면 냉담교우들이 돌아와서 지속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터전도 되고, 기존 신자들이 냉담교우 회개에 자연스럽게 나서게 된다”고 역설했다. 

 

특히, 냉담교우 회개의 창구로 가정사목에 더욱 집중해야 할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수원교구가 2007년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배우자 또는 가족에 의해 냉담’하는 비율이 응답자의 67.8%에 달해, 가족이 냉담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제13차 세계주교대의원회의에서도 “가정생활은 복음이 일상생활 속에 사랑의 전망으로 삶의 기본 조건들을 바꿀 수 있는 힘을 보여주는 첫 자리”라며 “반면 교회 공동체는 가정을 상황에 맞게 존중하거나 임무를 뒷받침 해주지 못하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한 바 있다. 관계를 중요하게 여기는 한국교회에서 가정 공동체는 냉담교우 선교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2012년 주교회의 춘계총회에서 ‘냉담교우를 위한 영성적 제안’을 주제로 발표한 김기화 신부(성마리아와 열두사람 공동체 총원장)는 “우리나라의 종교적 특성은 가족 구성원들이 서로 같은 종교를 가지려는 성향이 강하게 나타난다는 것이다”면서 “냉담교우를 줄이기 위해서는 가정사목과 소공동체 모임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회 일각에서는 최근 냉담교우에 대한 정확하고 면밀한 실태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냉담 원인부터 신앙생활 여부 등을 파악해 교회가 보다 현실적이고 적극적인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는 의견이다. 

 

박종택 위원은 “무엇보다 냉담교우에 대한 실태를 정확히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각자 나름의 냉담 이유가 있을 텐데, 그들에게 눈높이를 맞추는 교회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냉담교우 회개 우수사례 - 마산 치명자의 모후 레지아


“꾸준한 1:1 맨투맨 방식 큰 효과”

 

 

“내가 먼저 뜨거워지지 않고서 냉담교우 회개를 위해 힘쓸 수 있겠습니까?” 

 

냉담교우를 많이 회개시킬 수 있었던 방법을 묻는 질문에 다소 황당한 답변이 돌아왔다. 마산 레지아의 특별 연수가 정말 특별한 이유는 회개 1만 3000여 명이란 결과가 아니라 그들을 변화시킨 3500여 명의 ‘뜨거운 가슴’ 때문이라는 설명. 

 

마산 치명자의 모후 레지아(단장 강동주, 담당 백남국 신부)는 지난 2009년부터 냉담교우 회개를 위한 ‘선교활동 특별 연수’를 실시해 왔다. 

 

특별 연수의 주제 ‘불을 지르러 왔다(루카 12, 49)’는 냉담교우를 초대하기에 앞서 공동체의 신앙 정체성과 진정성을 요구하고 있다. 

 

기존 레지오 기사교육의 대안으로 마련된 ‘특별 연수’는 본당별로 차출된 소수의 인원을 교육하는 방식을 과감히 버리고 변화와 쇄신을 위해 찾아가는 교육, 지식의 전달이 아닌 가슴에 불을 지르는 교육 방식을 택했다.

 

3년 6개월 동안 32개 본당의 교육 수료자 3500여 명, 냉담을 풀고 회개한 인원 1만 3000여 명. 하느님의 품으로 돌아온 이들 뿐 아니라 냉담교우 회개와 선교를 위해 첫 발을 내딛은 이들의 마음 속에 생긴 자신감과 기쁨이야말로 커다란 수확이었다. 

 

‘선교활동 특별 연수’는 각 본당에서 신청이 들어오면 한 달 전부터 사전 작업이 이뤄진다. 신청 본당의 꾸리아 단장들이 타 본당의 연수에 참가해 선행 학습을 하고 본당에서 냉담교우 리스트를 뽑아 쁘레시디움별로 배분한다. 그리고 냉담교우를 위한 기도문을 작성해 매 미사 전 기도를 바치고 쁘레시디움에서는 개인별로 회개 대상자를 맡아 기도를 봉헌한다. 

 

20년 만에 냉담을 풀고 돌아온 노순민(다리아·토월본당)씨는 “하느님을 머리로만 이해하고 만나려 했던, 그래서 뿌리 내리지 못하고 흔들렸던 신앙이 부끄럽다”면서 “나를 다시 성당으로 이끌어 준 따듯한 마음과 하느님 체험이 이제는 모든 생각과 삶의 방식을 바꾸어 놓았다”고 고백한다. 

 

특별 연수는 이처럼 맨투맨 방식으로 냉담교우에 다가선다. 수차례에 걸쳐 기도를 하고 편지를 보내고 직접 찾아가는 정성이 그들의 단단했던 벽을 허무는 놀라운 결과를 가져왔다. 

 

특별 연수는 1박 2일 혹은 하루 일정으로 펼쳐진다. ▲ 냉담교우 회개를 위한 영성교육 ▲ 회개 활동 체험 발표 ▲ 자신의 회개 대상자에게 직접 편지쓰기 ▲ 방문 예절과 다짐의 시간 ▲ 지속적 회개 활동 유지를 위한 교육(P.D.C.A) ▲ 파견미사와 대상자 봉헌 ▲ 회개 활동 후 체험 발표 등으로 이뤄진 특별 연수에는 각 본당의 사제와 수녀들도 냉담교우 회개 방문에 동행하는 등 인식의 변화와 함께 적극적인 후원을 아끼지 않았다. 

 

특별 연수 프로그램을 기획했던 박종일 전 마산 레지아 단장은 “냉담은 신앙공동체의 무관심에서부터 싹을 틔우기 시작한다”면서 “내가 먼저 이웃에 관심을 기울이는 작은 노력이 친교로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마산 레지아는 교구 내 본당은 물론 대구와 제주 등 타 교구에서도 냉담교우 회개를 위한 선교활동 특별 연수를 실시한 바 있다. 또 연수를 희망하는 공동체가 있다면 어디든 적극 지원에 나설 방침이다. [가톨릭신문, 2013년 10월 27일, 이지연 기자, 이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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