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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교회: 마나도 교구의 재정자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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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5-01-06 ㅣ No.72

[아시아 아시아] 인도네시아 교회 : 마나도 교구의 재정자립


바나나와 티크로 교구를 살린다

 

 

한국교회는 1990년대 이후 거의 해외원조 없이 재정자립을 이루고 있다. 나아가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는 지난 10여 년간 조금씩이나마 해외원조를 꾸준히 늘려가고 있다. 하지만 아시아에서 일본을 제외하고는 단 하나뿐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가로서, 해외원조가 모자란 수준이다.

 

더구나 한국 가톨릭교회는 한국사회에서도 대체로 중산층 이상으로 신자가 이루어져 있다는 점에 비춰보면 해외원조는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또한 전체 교회가 하나의 공동체라는 친교의식이 관념에만 머무른 채, 이웃 나라 교회에는 거의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재정자립의 길을 걷는 동남아시아 교회

 

이런상황에서 동남아시아의 여러 가톨릭교회는 재정자립의 길을 걷고 있다. 인도네시아 동부지방 마나도 교구는 이슬람인이 대다수인 인도네시아에서는 보기 드물게 그리스도인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말루쿠 제도의 셀레베스 섬 북단에 있다. 과거 포르투갈인과 네덜란드인이 마나도를 중심으로 후추 무역 등을 하면서 그리스도교 신앙이 뿌리내렸기 때문이다. 북 술라웨시 주 인구 300만 명 중 대부분은 개신교인이고 가톨릭인은 12만 8천 명이다.

 

2003년 6월 25일 마나도 교구의 피넬렝에 있는 성심신학교 줄리우스 살렛티아 학장신부는 로마에 있는 교황청 베드로사도회로부터 지원금을 반으로 줄이겠다는 편지를 받았다. 그에 따르면 지원금은 지난 몇 년 사이 계속해서 줄었다. 2002년에는 학생 1인당 1100달러를 받았는데, 2003년에는 신학과정 신학생 600달러, 초급 신학생 300달러로 줄었다는 것이다.

 

살렛티아 신부는 신학생을 충분히 지원하려면 1년에 1인당 1250달러가 필요하지만 원조 감소가 긍정적 효과도 있다고 했다. “원조가 줄면서 몇 가지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신학교를 닫아야 할 정도는 아니다. 반대로, 우리는 신학교를 유지하기 위해 움직여야 한다.”고 말은 했지만 실제로는 사정이 절박했다.

 

그는 원조가 더 삭감되고, 심지어는 해외원조 자체가 전부 없어질 것까지 전망하면서, 신학생들에게는 비용을 아끼고 마나도 교구 신자들에게는 다른 지원방안을 찾게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신학교를 구하기 위해 뭐든지 할 생각”

 

살렛티아 신부는 지난 2003년 7월 31일 부제 14명이 서품되는 자리에 모인 3천여 명의 신자에게 원조 삭감을 설명하면서, 신학생들은 최악의 경우에 대비하고 있다고 했다. “신학생들은 소박한 삶을 살도록 훈련받는다. 캇사바와 바나나를 심을 생각인데, 쌀이 없으면 대신 먹으려는 것이다.”고 했다. 그는 나중에 아시아 가톨릭뉴스에 “신학교를 구하기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생각”이라고 했다. 신학교 측에서는 서품식에 참석한 부제들의 친척들에게 신학교 역사 49년 만에 처음으로 ‘식사’를 제공하지 않았다. 장기 대응책으로는 부유한 신자들의 기부를 이끌어내 안정된 신학교 운영기금을 마련하는 것이다.

 

스텐리 모코돔피트 새 부제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해외 기부가 중단된다 해도 마나도 신자들의 힘으로 신학교를 유지할 수 있다고 믿는다. 우리 신자들에게 돈이 있다는 것은 분명한데, 문제는 그 잠재력을 어떻게 교회와 교회 교육시설을 위한 힘으로 끌어들이느냐 하는 것이다.”

 

평신도 지도자인 프레디 로림판데이는 한 유럽 주재 인도네시아 대사관에서 공보담당 참사관을 지냈다. 그는 신학교가 어려움에 부딪혔음에도 살렛티아 신부의 굳은 의지를 보고 감명받았다고 했다. “신자들은 도울 준비가 되어 있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교회가 경제적으로 여유있는 신자들을 어떻게 움직이게 하느냐 하는 것이다. 교구는 이 문제를 처리하기 위한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

 

마나도 교구의 조세푸스 수와탄 주교는 신자들이 신학교를 사랑하기 때문에 신학교의 장래를 낙관한다고 했다. “신자들은 49년간 신학교에 애정을 보여왔다. 신학교에서는 거의 해마다 새 사제를 배출했다.” 그는 2003년 5월에는 9명이 사제품을 받았으며, 이번에는 부제 14명이 새로 생겼다고 덧붙였다. 마나도 교구는 대신학교 외에 카카스카센에서 성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소신학교도 운영하고 있다.

 

 

신자들의 기금, 기부를 요청

 

교구와 평신도들은 말로만 그치지 않고 재빨리 움직이기 시작했다. 로림판데이는 9월 24일에 있었던 70명의 교구사제 모임에서 이 기금에 대해 설명하고 이들의 지지를 끌어냈다. 신학교 운영과 사람들의 교육, 다른 교회 프로그램 운영을 더 이상 외국의 원조에만 기댈 수는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마나도 교구는 중앙 술라웨시주와 고론탈로주, 북 술라웨시주를 관할하며 본당 45개에 신자수는 12만 8천 명이다. 9월 현재 마나도 교구의 본당 가운데 반 정도가 자립해 있는 상태였다.

 

11월 4일에는, 마나도 교구청에서 신탁기금을 꾸려갈 14명으로 된 상임위원회를 구성했다. 프레디 로림판데이가 위원장으로 뽑혔으며. 다른 위원 13명은 사업가와 언론인, 본당사목회장, 정치인, 대학교수들로 구성되었다.

 

로림판데이 위원장은 위원회에서는 2004년 1월에 본격적으로 기금을 모으기에 앞서 11월과 12월 동안 신탁기금을 널리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2008년 말까지 적어도 100억 루피아(약 14억 원)가 모이기를 바라고 있다.

 

로림판데이에 따르면, 이 신탁기금의 두 번째 목적은 가톨릭 학교에 다닐 여력이 없는 가난한 신자 어린이들을 돕기 위해서다. 교구자료에 따르면, 가톨릭 학교에 다니는 학생 가운데 65퍼센트는 개신교 신자이며, 가난한 가톨릭 학생 대부분은 대개 수준이 멀어지는 공립학교에 다닌다.

 

이 기금의 운영방식에 대해 설명하면서, 그는 “한 달 수입이 200만 루피아 이상되는 가정이 3천 가구”라고 지적하면서 가구마다 달마다 1만 루피아씩 기부하도록 요청할 것이라고 했다. 또 위원회에서는 가톨릭 사업가들의 기부도 권장하기로 했다.

 

 

티크나무 40만 그루를 심다

 

한편 그는 마나도 교구가 교구부지에서 시작한 티크나무 농장에서도 어느 정도 수익이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상임위원들은 아무런 보수도 받지 않기로 했다.

 

신탁기금 부회장 피에트 룬툰간이 l1월 19일에 열렸던 교구 회의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마나도에서 가까운 렘빈의 여러 본당신자들은 이미 티크 묘목을 심었다.

 

룬툰간에 따르면, 이 교구에는 경작하지 않은 땅 약 75만 평이 있는데, 이곳에 티크나무 40만 그루를 심었다. 기금에서는 남는 땅이 있는 모든 본당과 공소에 티크나무를 심도록 요청했다. 3-4개월 된 이 묘목들은 마나도의 드 라살 가톨릭 대학교 농대에서 얻은 것이다.

 

룬툰간은 이 사업에서 앞으로 10년간 교구에서 쓸 수 있는 돈, 1340억 루피아(약 180억 원)가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이 돈은 티크나무를 팔아 거두어들일 수입의 60퍼센트이며, 나머지 30퍼센트는 나무를 심고 가꾼 본당신자들 몫이고, 10퍼센트는 정부에 소득세로 내게 된다.

 

[경향잡지, 2004년 11월호, 박준영 요셉(아시아 가톨릭 뉴스(UCAN) 한국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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