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3일 (금)
(홍) 성 필립보와 성 야고보 사도 축일 내가 이토록 오랫동안 너희와 함께 지냈는데도, 너는 나를 모른다는 말이냐?

예화ㅣ우화

영혼의 중심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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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황묵 [khm] 쪽지 캡슐

1999-06-12 ㅣ No.92

 

닐 기유메트 신부가 쓴 글 중에 다음과 같은 글이 있습니다. 불면증으로 고생하는 마이르나가 병원에 들러 독한 진정제 주사를 맞고 집으로 와 이내 잠에 빠져 듭니다.

 

그때 방안에 있던 인형들이 주인을 보고서 한 마디씩을 합니다.

 

양철로 만들어진 장난감 병정이 "우리 주인은 너무 많은 일에 매달려 쩔쩔 매는 것 같애. 남에게 뒤처지지 않으려면 모든 일을 좀 더 의욕적으로 해야 할 것 같애" 하고 말했습니다.

 

그때 둥근 고무공이 말했습니다. "아니야, 정반대라고. 주인은 모든 일에서 일인자가 되려고 하는데, 그러니 안 지칠 리가 있겠어? 만사를 여유있고 느긋하게 해야한다고."

 

곰인형이 거들었습니다. "말이 쉽지. 학교 선생 노릇하랴, 세 아이 키우랴. 남편 시중 들랴 하루 스물 네시간 쉴 틈이 없는 걸."

 

이때 장난감 기관차가 째지는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내가 보기엔 우리 주인은 틀에 박힌 생활을 한다고 모든 일을 훌훌 털어버리고 여행을 한번 다녀오면 좋을 거야."

 

기관차 옆에 있던 돛단배가 맞장구를 쳤습니다. "그래 맞아. 여행을 떠나 세상구경을 하고 오면 저렇게 잠이 안와서 야단을 치진 않을 거야."

 

이렇게 모든 인형들이 한 마디씩을 하고 있는데 팽이만은 아무말도 안하고 잠자코 있었습니다.

 

나무말이 팽이더러 한마디 하라고 권하자 팽이가 더듬더듬 입을 열었습니다.

"솔직히 난 할 말이 없어. 내가 어떻게 주인의 고민을 다 알수 있겠어? 물론 주인과 나는 공통점이 없지는 않아. 그러나 내가 주인과 다른 점은 나는 한 방향으로만 움직이는데 주인은 모든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거야.

 

나는 중심축을 중심으로 회전할 뿐인데 주인은 너무 많은 방향으로 움직이려고 해. 우리 주인에게도 영혼의 중심축 같은게 있으면 좋을텐데."

 

팽이는 영혼의 중심축에 대해 말하고 있었습니다. 지금 우리의 삶은 어떤지요.

내 삶에는 내 삶을 지탱시켜 주는 영혼의 중심축이 있는지요? 어지러운 때일수록 영혼의 중심축을 찾는 우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벼룩시장-  ("밝은 세상"에서 퍼온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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