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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신학ㅣ사회윤리

[사회] 사회교리 문헌 해설: 노동하는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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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08-14 ㅣ No.1420

[사회교리 문헌 해설] 「노동하는 인간」

 

 

1. 반포일과 배경

 

이 회칙은 요한 바오로 2세께서 1981년 9월 14일에 레오 13세의 「새로운 사태(=노동헌장)」 반포 90주년을 기념하여 반포하셨습니다. 본래 90주년 기념일은 1981년 5월 15일이었는데, 이틀 전인 5월 13일에 교황 피격 사건이 일어나면서 한 달 연기된 것이지요.

 

이 회칙에서 요한 바오로 2세는 당대의 여러 사회문제들 가운데서도 노동 문제에만 초점을 맞춥니다. 그분 자신이 폴란드 출신이어서 사회주의 국가들의 상황은 물론 서유럽 자본주의 국가들의 상황도 잘 아셨기 때문입니다. 사목 방문을 한 경험이 있는 개발도상국들의 상태나 환경에 대한 이해도 남달랐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청년시절에 나치에게 강제 노동도 경험하셨습니다. 다른 교황님들보다 노동에 대해 더 깊은 이해와 관심을 가지신 이유입니다.

 

그럼에도 이 회칙의 내용이 아주 새롭진 않습니다. 「40주년」, 「어머니와 교사」, 「사목헌장」, 「인간의 구원자」와 같이 역대 교황들이 다뤘던 노동에 대한 가르침들을 대부분 수용하기 때문입니다.

 

 

2. 회칙의 주제와 개요

 

이 회칙의 주제는 ‘인간은 노동을 통해 자아를 실현하는 것이며, 세상의 발전과 하느님 나라를 건설하는 노동하는 인간’이라 요약할 수 있습니다. 이 회칙에서는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모두에 대하여 고질적 병폐들을 지적하고 비판하면서도 두 체제를 지양하는 제3의 해결책을 제시하진 못합니다. 내용은 대략 다섯 개 영역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순서대로 나열해봅니다.

 

* 1~3항 : 이 회칙의 반포 동기를 다룹니다. 「노동헌장」 이후 90년간 전개된 인간의 노동 상황, 교회의 가르침과 활동의 유기적 발전, 사회문제의 열쇠인 노동문제 등을 다룹니다.

 

* 4~10항 : 노동과 인간에 대한 교의적 특징, 곧 창세기의 노동개념, 객관적이고 주관적 의미의 노동, 올바른 가치질서에 대한 위협과 공포, 노동자들의 결속과 연합, 노동자들의 인간적 품위, 가정과 국가차원에서 노동이 갖는 의미 등을 다룹니다.

 

* 11~15항 : 역사적 상황 속에 있는 노동과 자본의 갈등을 다룹니다. 여기서 핵심은 인간 품위의 보존을 위해 노동의 자본에 대한 우위성을 절대 원칙으로 고수하는 점입니다. 그러면서도 노동(자본)을 절대적 주체처럼 생각하는 것을 반대합니다.

 

* 16~23항 : 노동자의 인권, 책임 문제 등을 구체적으로 다룹니다. 노동자의 인권이나 책임에 관한 사항들을 노동 행위의 인격적 전망 안에서 서술합니다.

 

* 24~27항 : 노동의 영성문제를 다룹니다. 노동 문제를 영적으로 승화시킵니다. 하느님의 창조사업에 동참하는 노동, 인격적 모범과 가르침으로 인간적 나약함을 극복한 그리스도의 노동, 구세주의 파스카 신비에 참여하는 노동 등입니다.

 

 

3. 주요 개념

 

여러 주제가 있지만 여기서는 세 가지만 간추려 살펴봅니다.

 

* 임금 : 요한 바오로 2세는 노동에 대한 자본주의적인 해석에 신중을 기하면서 다음과 같이 임금에 대해 입장을 밝힙니다. ‘첫째, 임금에는 자본과 노동의 공동노력으로 얻은 공동산출의 한 부분이라는 점이 포함되어야 한다.’ 이 때문에 노동자에게 계약한 임금만이 아니라 얻은 이익의 일부분도 더 주어야 한다고 봅니다. 둘째, 정당한 임금에는 가족의 사회적 요구를 반영해야 한다(19항)는 점을 강조합니다.

 

* 노동조합 : 노동조합은 노동자의 기본권 가운데 하나입니다. 그렇지만 여기에는 노동삼권이 다 들어 있어 더 중요합니다. 노동조합의 성격이나 목표에 대해서는 이미 앞선 여러 회칙들에서 다른 교황님들도 가르치신 바 있습니다. 노동조합의 존재 목적은 간단합니다. 보다 나은 삶을 노동자에게 제공하고 임금과 노동 조건을 보다 공평히 제공하기 위해서입니다. 사용주와 노동자는 법률적으론 대등하지만 실제로는 불평등하기에, 교회는 노동자의 권리를 옹호하는데 관심을 갖습니다.

 

* 파업문제 : 교회는 노동조합의 파업권을 인정합니다. 먹고 사는 문제는 인간에게 양보하기 어려운 문제라 보기 때문에 노동자들의 한 권리로서 중요하다고 인정하는 것입니다.

 

 

4. 회칙의 특징

 

읽어 보시면 알지만 이 회칙에는 성경이 많이 인용되고 있습니다. 구약에서는 창세기에서부터 시작해 전편에 걸쳐 노동과 관련된 구절들이, 신약에서는 예수님 자신이 목수 일을 하신 노동자였던 사실을, 또 노동에 관한 여러 비유 등에서는 노동의 복음을 바탕에 깔고 있습니다. 앞에서 말한 대로 노동이 영성적 차원을 가지고 있음을 강조한 셈입니다. 이는 노동이 일에 그치지 않고 그 일의 주체인 인간의 존엄함을 강조하기 위해서라 하겠습니다.

 

인간 중심 사상도 큰 특징 가운데 하나입니다. 안식일이 인간을 위해 있듯이 노동도 인간을 위해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인간이 노동을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는 일들이 허다합니다. 이 때문에 교회는 이러한 현실에서 대부분 약자일 수밖에 없는 노동자들의 입장에 서려고 노력합니다. 이 회칙도 이러한 노력의 한 측면이라 할 수 있습니다.

 

 

5. 해석학적 반성

 

회칙을 소개한지 반년이 지났습니다. 그 사이 회칙을 읽어 보신 분이 더러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대부분은 아직도 이 회칙들을 어디서 구하는지조차 알지 못하실 것입니다. 1990년대 초반까지는 관심이 있는 신자 분들이 제법 계셔서 개별 책자, 또는 여러 회칙을 묶은 ‘문헌집’이 출판되기도 했습니다. 물론 요즘도 개별 회칙으로 나오긴 합니다만 관심은 많지 않아 보입니다.

 

사실 현대인들은 우리가 무엇을 믿는 지에 대해선 별 관심이 없습니다. 대신 우리가 어떻게 사느냐에 관심을 갖습니다. 우리가 사는 모습을 보고 믿음을 판단하지요. 사회교리는 이러한 시대의 복음입니다. 복음을 현대 사회에서 어떻게 실천할 수 있는지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따라서 진지한 신앙인이라면 사회교리 공부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2017년 8월 13일 연중 제19주일 의정부주보 6-7면, 박문수 프란치스코 박사(사목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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