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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술ㅣ교회건축

영혼을 여는 문 이콘: 모든 슬퍼하는 이들의 기쁨이신 성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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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02-28 ㅣ No.338

[영혼을 여는 문 이콘] ‘모든 슬퍼하는 이들의 기쁨이신 성모’

 

 

- ‘모든 가난한 이들의 기쁨이신 성모’, 19세기.

 

 

성모님께서 온갖 고통과 슬픔에 처해있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중앙에 계신다. 성모님은 천상에 서 계시지만, 지금도 우리 가운데 항상 함께하고 계신다는 의미다. 팔은 좌·우로 벌려, 한 손엔 빵을 들고 가난하고 병든 이들에게 나누어 주신다. 다른 한 손은 하늘을 향하고 있다. 성모님 좌·우 위의 공간에 있는 하얀색의 띠 안에는 ‘헐벗은 이들에게 옷을 주시는 분’과 ‘병든 이들을 완치시켜 주시는 분’이라는 성모님의 호칭이 쓰여 있다. 이 글귀대로, 성모님의 왼쪽에는 천사가 벌거벗은 이들을 천으로 덮어주는 모습을 묘사했다. 반대편에서는 여러 가지 형태로 고통받고 슬퍼하는 이들을 천사들이 성모님께 인도한다. 

 

성모님의 머리 위 구름 속에서는 하늘과 땅의 왕이신 예수님께서 성모님과 그 주위의 모든 이들을 축복하고 계신다.

 

‘모든 슬퍼하는 이들의 기쁨이신 성모’라는 이름은 17세기 말에 붙여졌다. 러시아 모스크바 총대주교 요아킴의 누이가 이 형태를 가진 이콘의 한 사본을 통해 치유되면서 이 이름으로 성가가 작사·작곡된 것이 계기였다.

 

그런데 이 이콘이 더욱 유명해진 것은 1888년에 있었던 기적 때문이다. 당시 상트페테르부르크 외곽에는 황실에 필요한 제품을 제작하던 유리공장이 있었다. 당시 러시아에서는 정교회가 국교였기에, 사람들이 수시로 기도할 수 있는 공공시설이 마련돼 있었고, 개인 주택들에도 작은 경당을 갖추고 있었다. 이 유리공장에도 작은 경당이 있었는데, 여기에는 1711년에 모스크바에서 가져온 ‘모든 슬퍼하는 이들의 기쁨이신 성모’ 이콘이 걸려 있었다. 그 앞에는 작은 헌금함이 놓여 있었다. 심한 가뭄과 질병으로 많은 이들이 고통받던 1888년 7월 23일 밤, 벼락이 성당 지붕을 뚫고 들어와 이 성화 앞에 놓인 헌금함을 강타했다. 이때 헌금함이 파괴되면서 그 안에 들었던 돈들이 튀어 올라 사방에 뿌려졌는데, 그중 가장 작은 단위인 폴루쉬카(코페이카) 동전 12개가 이 성화에 달라붙었다. 이는 성경에서 가난한 자의 보잘것없는 헌금을 하느님께서 더 기쁘게 받으신다는 말씀처럼, 당시 가장 가난하고 고통받던 이들의 헌금을 하느님께서는 기쁘게 받아주심을 드러내 보이는 기적이었다.

 

벼락으로 인해 성당 내부 벽은 불탔지만, 이 이콘은 손상되지 않고 남았다. 이후 이 성화 앞에서, 많은 병든 이들이 치유되고 위로를 받는 놀라운 일들이 계속 이어졌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당신 제자들과 성모님을 어머니와 아들의 관계로 맺어 주셨기에, 성모님은 우리 모두의 어머니로서 우리를 어둡고 비참한 슬픔에서 끊임없는 기쁨으로 인도해주고 계신다.

 

* 장긍선 신부(서울대교구 이콘연구소 소장) - 국내 이콘 분야에서는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러시아정교회 모스크바총대주교청 직할 신학교에서 ‘비잔틴 전례와 이콘’ 과정 등을 수학한 후 디플로마를 취득, 이콘 화가로도 활발히 활동해왔다. 1992년 사제품을 받았다.

 

[가톨릭신문, 2017년 2월 26일, 장긍선 신부(서울대교구 이콘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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