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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ㅣ복음화

선교 사목을 위한 본당 사목 구조 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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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4-11-20 ㅣ No.56

선교 사목을 위한 본당 사목 구조 고찰

 

 

1. 문제 제기와 연구 방법

 

1) 문제 제기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가 발표한 '2000년 한국 천주교회 통계'에 따르면, 한국 교회의 총 신자 수는 2000년 말 현재 407만 1,560명으로 전체 인구 대비 8.83%를 기록했다. 또한 2000년 한 해 동안 증가한 신자 수는 12만 4,712명으로 증가율은 3.16%였다. 이는 최저를 기록했던 1997년의 3.18%보다 0.02% 포인트 더 감소한 것으로 1974년 이후 최저의 증가율이다. 그와 더불어 새 영세자 수는 17만 2,425명으로, 전년도의 18만 3,249명에 비해 5.9% 포인트가 감소하였으며, 주일 미사 참여율은 29%로, 전년도 참여자 비율 29.5%에 비해 0.5% 포인트가 감소하였다. 그런 반면 냉담자의 비율은 신자 3명당 1명 꼴인 33.41%로 전년도의 31.65%보다 1.76% 포인트나 늘었다.

 

이러한 통계 수치는 한국 천주교회의 현실과 사명을 파악하는 데 중요한 눈금 구실을 해 주고 있는데, 그동안 전국의 여러 본당에서 선교를 위한 다양한 노력과 결실이 있었음에도 한국 천주교회의 전반적인 추세는 선교와 신자 관리 면에서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음을 쉽게 알게 해 준다. 한마디로 기존의 선교 방법이 지니는 한계를 간접적으로 드러내 주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현실적인 추세를 개선하기 위해서 어떤 선교 정책과 조직 체계가 필요한가? 특히 선교 사목을 위해 본당 사목 구조는 어떻게 개선되어야 하는가? 이 물음을 놓고 개선책의 시안을 모색하는 것이 이 글의 과제이다.

 

2) 연구 방법

 

사목 현안을 문제 삼고 이에 대한 신학적 성찰을 통해 개선책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이론의 전개만으로는 부족하다. 기존의 실천에 대한 성찰과 이론적인 검토 작업이 병행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 양자를 변증법적으로 종합하여 사목 개선안을 제시할 때 비로소 한편으로는 실현 가능성을 확보하게 되고 다른 한편으로는 보편적 합리성을 지니게 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2. 모델 분석"에서는 먼저 한국 천주교회 안에서 전개되어 왔던 선교 활동의 모델을 선별하고 분석하는 작업이 이루어질 것이다. "3. 비교 평가 기준"에서는 이 두 모델의 한계와 가능성을 저울질해 보기 위한 비교 평가 기준으로서 첫째로 개신교의 대표적인 선교 정책과 조직을 소개하고 둘째로 선교에 대한 신학적 시각을 정리해 볼 것이다. 마지막으로 "4. 선교를 위한 사목 조직 개선안"에서는 2와 3에서 다룬 내용을 변증법적으로 종합함으로써 오늘날 한국 천주교회에 요청되는 선교 조직에 대한 시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참고로 본 논고에서 취급되는 선교 조직의 모델들은 인천가톨릭대학교 연구과 2학년 학생들이 직접 교구 선교국 담당자들의 도움을 받아 선정한 것들이며 본 논고는 이들이 조사한 기초 자료를 토대로 작성되었음을 밝힌다.

 

 

2. 모델 분석

 

한국 천주교회에서 전개되어 온 선교 정책은 크게 레지오 중심, 소공동체 중심, 가두 선교단 중심, 본당 사목회 중심, 선교 (운동) 본부 중심 등으로 구분될 수 있으나, 선교 사목을 위한 본당 사목 구조 개선책을 논구 대상으로 삼고 있는 이 글에서는 맨 뒤의 두 가지로 초점을 좁히는 것이 합당하다고 생각된다. 따라서 첫 번째로 살펴볼 모델은 본당 사목회 중심의 선교 체계로서 인천교구 만수 1동 본당(김병상 신부 재임시)과 서울대교구 공덕동 본당의 조직이 되겠다. 다음으로 선교 (운동) 본부 중심의 조직 체계로서 인천교구 만수 6동 본당과 수원교구 상록수 본당의 선교 모델을 고찰해 볼 것이다.

 

1) 본당 사목회 중심의 선교 모델

 

(1) 만수 1동 본당 선교 조직

 

① 조직 운용

 

이 모델은 1990년대 말 한국 천주교회에 새로운 선교의 바람을 불러일으켰다는 점에서 선정되었는데, 오늘날 전국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다양한 선교 정책이 대부분 이 모델에서 파생되거나 이 모델의 영향을 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한계와 폐단에 대한 지적도 있어 왔고 사목 여건의 변화로 현재는 지속되지 않고 있지만, 한국 천주교회에 끼친 파장 때문에 고찰의 대상으로 삼는다.

 

이 모델에서는 사목회 전체가 선교 운동에 참여한다. 각 분과의 업무 지휘와 행사 실무 총괄은 진행 위원장이 맡고 있고, 선교 운동의 전반적이고 총괄적 진행은 본부 운영실에 맡겨져 있다. 그러나 선교 운동의 실질적인 움직임은 선교 분과에서 이루어진다. 분과별로 선교를 위한 고유 업무가 분담되어 있으나 타분과와의 협조 체제는 아직 미흡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러한 선교 조직을 기반으로 한 선교 정책의 추진이 보여 주고 있는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선교의 원동력으로 매 미사와 단체 회합 후 드리는 선교 기도, 21일 연속 고리 기도, 40일 반별 금식 기도, 구역별 성체 조배와 십자가의 길, 전 신자 9일 가정 기도, 희생과 극기 등과 같은 지속적인 기도가 함께 이루어지고 있다.

 

둘째, 이전 산발적으로 이루어지던 즉흥적인 선교 운동이 아닌 선교 계획과 선교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한 체계적인 선교 운동이 펼쳐진다. 이때 본당 신부의 육성 녹음 테이프, 선교 포스터, (소형) 선교 현수막, 문고리형 선교 홍보물, 기타 증정용 휴지, 면봉 세트, 이쑤시개 세트 등 다양한 홍보용 제품들을 선교 운동에 사용한다.

 

② 가능성과 한계

 

이 선교 모델은 한국 천주교회의 선교 운동에 획기적인 사건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 모델은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새로운 선교 방법으로써 냉담자 감소와 놀랄 만한 입교자 증가를 이루었다. 표양과 사회 복지 활동을 통한 간접적인 선교 운동에 국한되어 있던 한국 천주교회의 선교 활동에 새로운 방향과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된다.

 

선교 운동 방법을 정립하기 위하여 개신교, 불교, 성공회, 여호와의 증인 등의 타종교 선교 운동 방법론을 연구하고 그 장단점을 취사 선택하였던 점도 부정적으로 평가받을 일은 아니라고 본다.

 

그러나 가톨릭의 선교 신학이 제시하는 선교 원리에 대한 연구가 미흡했던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또한 양적인 선교에 치중한 나머지 질적인 선교와 교육이 제대로 뒷받침되지 않아 결과적으로 냉담 신자를 양산하는 한계를 드러냈다.

 

(2) 서울대교구 공덕동 본당 선교 조직

 

정진석 대주교는 서울대교구 교구장으로 취임한 후 여러 가지 경로를 통해서 선교 정책을 밝혔는데, 서울대교구의 복음화율을 현재의 9%에서 18%로 배가하고, 본당도 현재의 200개 수준에서 400개로 증설하겠다는 것이었다.1) 또한 지구장 중심의 사목 체계로 전환된 서울대교구에서 전문 사목 활동이 강화되리라고 예상되기에 교구 차원의 체계적인 선교 계획 수립과 다양한 선교 전략 개발 그리고 효과적인 선교 활동 지원책이 필요함2)도 지적하였다.

 

이러한 교구 정책에 적극적으로 부응하여 선교 사명을 수행하고 있는 본당의 일례로 공덕동 본당이 꼽힌다.3)

 

① 조직 운용

 

공덕동 본당은 사목회의 조직을 그대로 유지하며 선교 운동을 시행하고 있다. 각 분과가 선교 운동에 필요한 여러 가지 관련 업무를 파악하고 지원하는 체제이다. 새로운 조직을 만드는 번거로움을 피하며 기존의 조직 내에서 선교에 관한 업무를 분담함으로써 시간과 인력 면에서 불필요한 노력을 아낄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 된다. 선교 분과가 총괄 지휘하고 있으나, 실질적인 활동은 특정 단체나 특정 사람에 한정되지 않고 전신자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구역, 반별로 이루어진다. 구역별로 목표를 정하고 다시 반별 모임 후 선교 활동에 나서고 있다. 레지오나 각 단체들, 주일 학교 교사회도 자체적으로 활동을 하지만 아주 미약하고 활동의 성과는 구역별 성과에 합산된다. 사목회의, 구역장 회의, 반모임의 결과가 유기적으로 교환될 수 있는 장을 마련한 것도 공덕동의 특징이다.

 

공덕동 본당은 선교 운동을 위하여 다른 본당과 개신교의 선교 사례집 연구와 함께 교구에서 실시하는 각종 교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였다. 주일 미사 후 5회에 걸쳐 전체 신자 교육이 있었다. 모든 단체의 활동의 시작과 끝에는 선교를 위한 기도와 선교 체험담 나눔, 본당 신부의 지속적인 훈화가 이어졌다. 교육 후에는 예비신자 봉헌 약정서를 봉헌하였는데, 공덕동에서는 본당 봉헌용과 가정 비치용 스티커를 따로 만들어서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였다.

 

한편 각 구역 미사에서 모이는 구역 신자들의 봉헌금을 선교 비용으로 사용하였다는 것도 특징이다.

 

② 가능성과 한계

 

이 본당의 선교 조직이 보여 주고 있는 가능성은 전 신자의 참여율이 높다는 것이다. 특정 단체나 특정 사람만이 아니라, 모든 신자가 관심을 가지고 참여할 수 있다는 것에 자신감과 사명감을 갖게 된 것이다. 또한 사목회의와 구역장 회의, 반모임 등이 주마다 정기적으로 열리고 있으며 각 모임의 결과들이 상호 보완적인 효과를 가져온다.

 

그러나 많은 신자들이 선교 운동에 참여하면서도 선교 운동이 지속적으로 이어짐에 따라 신자들이 지치는 현상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선교에 참여하는 신자들에게서 '힘들다', '대상이 없다', '지난번 많이 했다'는 형태의 반응이 나오고 있으며, 활동 중 받은 상처에 대한 두려움으로 의기소침해 있는 경우도 때때로 발생한다. 이는 선교에 대한 시각을 전면적으로 바꾸어 보고, 더욱 심도 있는 교육을 마련함으로써 신자들의 선교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함을 시사해 주는 대목이다. 뿐만 아니라 예비신자 교육 과정에서 입교자에 대한 관리 소홀과 교육 내용의 미비점으로 입교자의 43%만이 영세를 받고 있는 실정이라는 점이 한계로 나타난다.

 

2) 선교 (운동) 본부 중심의 선교 모델

 

(1) 인천교구 만수 6동 본당의 조직

 

① 조직 운용

 

인천교구 만수 6동 본당에서는 소공동체별 선교 운동과 본당 전체 선교 운동을 큰 축으로 조직이 가동된다. 실질적인 선교 운동 운영에 대한 총괄 책임과 운영 위원회의 효율적인 개최를 운영 본부장이 맡는다. 기획 상황 실장인 선교 부장이 선교 계획 수립과 진행에 따른 대책안을 수시로 파악하고 운영 본부에 건의와 보고를 담당한다. 기획 상황 실장인 선교 부장 산하의 모든 부서는 소공동체 안의 상황(진행 상황과 문제점)을 수시로 기획 상황실에 알린다.

 

선교 운동의 총괄 진행과 선교 위원회의 총괄 운영은 선교 위원회 위원장인 주임 신부가 맡고 있다. 그러나 소공동체의 특성으로 선교 활동 기본 조직 운영은 남녀 구역 부장이, 레지오 모든 쁘레시디움 선교 활동 운영은 본당 꾸리아에서 담당하고 있다. 이 본당의 조직 운용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선교 본부의 총괄 지휘 아래 소공동체의 네트워크를 중시한다는 점이다.

 

둘째, 단계별 선교 운동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 1단계:구역·반 신자들의 내적 성숙을 목표로 삼음

- 2단계:냉담자들을 소공동체로 초대함

- 3단계:본당 관할 구역 내의 외인들을 초대함

 

셋째, 선교의 일상 생활화를 표방하고 있다는 점이다. 선교 안에 친교, 나눔, 복음 선포의 삶이 담겨 있다는 데에 초점을 맞춘다.

 

② 가능성과 한계

 

이 본당 선교 조직은 소공동체의 활성화와 또 각 소공동체의 발전을 통해 핵분열과 같이 새로운 소공동체의 구성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도록 기획하고 있다는 점을 가능성으로 들 수 있다. 또한 양적인 선교만을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본당 공동체의 질적인 성숙을 통한 선교의 내실을 꾀한다는 점을 높이 평가할 만하며, 선교와 삶의 관계에 대한 신학적인 통찰을 삶에 직결시킨다는 것도 긍정적인 시도로 보인다.

 

그러나 선교 본부를 독립적으로 운용하는 것이 선교에는 실효를 거둘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전반적인 교회 운영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데는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로 드러난다. 또한 조직이 복잡다단해짐으로써 아주 작은 장애 요인에도 기능의 마비 또는 무력화가 초래되는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을 한계로 지적할 수 있겠다.

 

(2) 수원교구 상록수 본당의 조직

 

① 조직 운용

 

상록수 본당은 종래의 사목 평의회 안에서의 선교가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하였다는 평가 아래 본당 형편에 맞게 조직을 새롭게 편성하여 체계적이고 적극적인 선교 운동을 전개하여 왔다. 상록수 본당은 1997년 당시 성전의 완공을 앞두고 "새 성전에 입당하면서 교우들이 한 손에는 잃었던 우리 가족의 손을 잡고 또 한 손에는 새 가족의 손을 잡고 2000년 대희년을 찬미하여 영광의 주님께 새 성전과 복음화된 자신과 이웃 복음화로 새로 탄생된 형제, 자매를 함께 봉헌함으로써 내적, 외적으로 일치된 새 성전이 구원과 은총의 전당이 되도록 함4)에" 목표를 두었다. 평신도 운동, 기도 운동, 구원의 운동을 3대 추진 목표로 삼아 전개된 이 운동은 큰 성과를 거두어 수원교구 안에서의 선교 연구에 많은 도움을 주었으며 현재 새 가족 찾기 운동의 모델로 권장되고 있다.5)

 

이 선교 조직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새 가족 찾기 운동'과 '쉬는 가족 찾기 운동'을 위한 조직을 따로 분류하였다.

둘째, 사무처가 조직 체계 안에 편성되어 동사무소와 연계하여 행정적인 문제를 전담(문서 찾기, 발송하기 등)하도록 하고 있다.

셋째, 세부 조직에 적절한 부서와 단체를 배치하여 개별 단체 활동을 효율적으로 묶어 주고 있다.

넷째, 본부(조직)를 체계적으로 운영(효율적인 행정 체제, 절차의 공문화 등)하여 선교 활동의 체계성과 지속성을 갖추고 있다.

다섯째, 활동 후에 항상 분석 회의를 거쳐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다.

 

② 가능성과 한계

 

무엇보다도 1997년부터 2000년도까지 해마다 1,000여 명(유아 포함) 사람을 하느님께로 인도했다는 성과를 가장 설득력 있는 가능성으로 꼽을 수 있다. 이는 선교 (운동) 본부를 몸체로 하여 사목자의 열성(서한이나 전화, 미사, 적극적인 참여와 관심), 추진 위원장의 헌신적인 노력(직업을 포기할 정도의 열성), 충분한 준비 기간(교육을 통해 신자들의 수동적인 자세를 적극적이고 '해 보자!'는 용기를 갖도록 유도), 사목위원이나 단체장들의 솔선수범, 전체 신자들의 자발적인 참여("왜 이 운동을 자연스럽게 안 하고 극성스럽게 하는가?"6)라는 비판의 소리에 지혜롭게 대함) 등이 어우러져 일구어 낸 결실이다.

 

예비신자 과정뿐만 아니라 영세 후에도 신자들을 재교육하고 신앙심을 고취(단계별 신앙 학교를 운영, 꾸준한 구·반장 교육, 목요일마다 미사 중 양형 영성체)시키고 있는 점도 배울 점이다.

 

그런데 이 선교 운동 방식은 사목자의 선교 열의에 크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사목자가 바뀔 경우 선교 운동이 단절될 우려가 있다는 점, 성인 위주의 선교(청소년에 대한 선교는 미흡)라는 점, 그리고 선교 조직의 원활한 운용을 위해 꾸준하고도 많은 열정이 필요한데, 시간이 지날수록 에너지가 소모되면서 장기적인 전망에서 볼 때 빨리 지쳐 버릴 수 있다는 점 등이 한계로 나타난다. 또한 전반적인 본당 운영을 위한 사목 평의회 조직과의 관계에서 균형을 잃을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들 수 있겠다.

 

 

3. 비교 평가 기준

 

1) 개신교 대표 모델

 

반감도 사고 있고 선교 방식에 문제점들도 다분히 드러나고 있지만 개신교의 왕성한 선교 사명과 활동을 천주교회는 겸허하게 바라보고 어떤 것은 배울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개신교의 선교 전략 중 가장 눈여겨볼 만한 것은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선교부(전도부)의 활동과 다양한 선교 문제 연구 기관에서 이루어지는 선교사 양성, 새 가족 전도 양육 프로그램 등이다. 이들 선교부의 활동은 대체로 국내 선교뿐만 아니라 해외와 특수 선교, 문화 선교에도 크게 재원을 쏟고 있는 실정이다.

 

개신교의 선교 조직을 대표하는 표본으로서 경기도 분당에 위치한 갈보리 교회의 선교 조직을 예로 들을 수 있다. 갈보리 교회는 분당 신도시 개발과 함께 시작한 교회이다. 갈보리 교회는 '세계 복음화의 기지로서의 역할', '모델 교회로서의 기초 확립', '평신도 지도자의 적극적 개발', '세상이 두려워하는 교회', '21세기 통신 문화 최대 활용' 등을 목회 전망으로 내세우고 뜨겁게 선교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갈보리 교회는 우선 그 조직 면에서 선교를 위한 총체적인 역량을 갖추고 있다. 곧 세부적인 선교 조직을 가지고 있으면서 그 내부를 하나로 묶음으로써 결속력 있는 선교 체제를 형성하고 있다. 특히 갈보리 교회는 새로운 신자들에 대한 배려가 잘 이루어지고 있다. 새로운 신자의 발굴에서 입교 전까지의 과정과 교리 교육의 과정, 세례 후 교회에 정착할 수 있는 배려까지 체계적인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갈보리 교회 선교 조직의 장점은 일반 선교에서 연령별로 선교팀을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곧 각 연령에 맞는 이론과 방법을 찾고 있는 것이며, 새로운 신자들에게 다가가기도 더욱 쉽다는 장점이 있다.

 

예수 그리스도의 삶을 바탕으로 한 선교 정신의 부족, 시대적인 상황에 휩쓸린 인스턴트식의 선교 정신, 교회 유지와 교세 확장 위주의 선교라는 점을 한계로 지니고 있으나, 갈보리 교회를 범례로 한 개신교회의 선교 조직은 천주교회가 지니고 있지 않은 장점들을 지니고 있다. 곧 조직에서 국내의 모든 영역을 대상화하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범세계적인 선교 전망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새 신자 전도에서 양육, 정착, 신자 관리에 이르기까지 일사분란하게 조직화된 선교 진용은 가톨릭 교회의 선교 조직 개선을 위해 좋은 모범이 되고 있다.

 

2) 선교 조직에 대한 사목 신학적 이해7)

 

(1) 선교에 대한 이해

 

사목 신학적으로 볼 때, 선교는 부분적으로 또는 단편적으로 정의되어서는 안 된다. 내적 변혁과 사회 변화, 양과 질, 선포와 삶을 통한 증거 등과 같은 양극을 두루 아우르는 총체적인 전망이 요청된다. 따라서 선교에서 어느 누구도 제외되어서는 안 되며 사람뿐 아니라 사회와 문화까지 대상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는 '대상적 총체성', 신자 수의 양적 증가뿐 아니라 신앙의 성숙과 전인적 구원, 곧 인격의 완성을 겨냥해야 한다는 '질적 총체성', 복음을 전하기 위하여 활용할 수 있는 모든 방법과 가능성을 최대한 동원해야 한다는 '방법론적 총체성'을 지니는 것이 관건이 된다.

 

선교는 선교를 위한 직접적인 노력과 아울러 기본 사목의 확립, 전체 신자 은사 계발, 토털 서비스, 예언자적 대안 운동이 보조를 같이하여 수행될 때 비로소 성공적인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곧 전례의 활성화, 친교 강화, 가정 사목과 청소년 사목의 공고화 등을 통한 기본 사목의 확립은 새 신자가 교회에 정착하고 성숙할 수 있게 하는 선행 조건이며, 신자 각자가 자신이 받은 하느님 은사를 발휘할 수 있도록 신자들이 자신의 은사가 무엇인지를 성찰하고 이를 계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전체 신자 은사 계발은 교회의 선교 역량과 그리스도교 사명의 수행 능력을 증진시켜 줄 것이며, 한 개인의 일생을 '요람에서 무덤까지' 동반해 주는 영적 서비스와 교회의 손길이 필요한 다양한 계층에 종합적인 봉사를 제공할 수 있는 토털 서비스 체계는 매력과 향기를 발산하는 교회의 얼굴이며, 사회에 대한 (감시) 비판 운동, 공생 운동 그리고 영성적 대안 운동 등으로 실현되는 예언자적 대안 운동은 교회의 신뢰성을 드높이는 길이 된다는 것을 놓쳐서는 안 된다.

 

(2) 본당 선교 사목 조직

 

선교 조직은 본당 사목 조직에 편성되는 것이 사목의 연속성과 균형을 유지하는 데 유리하다. 교회법으로 보장된 본당 사목 조직은 본당 사목 협의회이다. 사목 협의회는 본당 내 다양한 교회 직무의 조화와 일치를 도모하는 역할을 하며 유기적인 교회 운영을 도우며 각자의 다양한 직무의 은사를 서로 나눔으로써 공동선을 추구할 수 있도록 기여해야 한다. 본당 사목 협의회 조직이 갖추어야 할 요건은 다음과 같다.

 

첫째, 교회 조직의 전통적인 역할 분담(왕직, 사제직, 예언자직의 세 직분과 복음 증거, 전례, 친교, 봉사의 교회 4대 사명)을 지역과 시대에 맞게 계승해야 한다.

 

둘째, 교회 구조 원리에 충실해야 한다. 교계 원리, 보조성의 원리 그리고 협의체 원리가 조화롭게 적용되는 직책 구조를 갖추어야 한다.

 

셋째, 각 (분과) 직무의 지속성을 유지해야 한다. 본당 사제, 회장단, 분과장들이 임기 때문에 바뀐다 해도 각 분과의 직무와 기능은 바뀌지 않도록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넷째, 사목 목표 성취를 위해 각 분과의 유기적인 협조 체제를 유연하게 운용할 수 있는 구조여야 한다.

 

 

4. 선교를 위한 사목 조직 개선안

 

1) 비교 평가를 통한 개선 방안

 

"2. 모델 분석"에서 우리는 사목회를 주축으로 한 선교 모델과 선교 (운동) 본부를 주축으로 한 선교 모델을 살펴보았다. 이 모델들을 "3. 비교 평가 기준"에서 제시된 비교 평가 기준에 비추어 볼 때 다음과 같은 개선 방안이 제시된다.

 

종합적인 평가를 해 볼 때 선교 (운동) 본부를 주축으로 한 선교 모델은 전반적인 본당 사목 조직에 기형적인 편중을 초래하여 장기적인 안목에서 볼 때 연속성과 효율성을 기대하기 어려우므로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게 되면 적당한 시기에 사목 협의회를 주축으로 한 선교 모델로 다시 환원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인다. 다만 사목 협의회는 종래의 무력한 구조가 되어서는 안 되며 유기적이고 역동적인 구조로 탈바꿈할 필요가 있다. 사목 협의회 중심의 선교 조직은 다음과 같은 점들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첫째, 선교 분과를 중심으로 사목회 전체 분과를 유기적으로 가동하는 것을 최대한도로 살리면서 선교 분과 내에 계층과 대상을 달리한 책임 부서를 설치할 필요가 있다.

 

둘째, 새 신자 선교, 새 신자 양육, 새 신자 정착을 돕는 전담 부서를 설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셋째, 가톨릭의 사목 신학적 선교관이 제시하는 선교 원리, 곧 총체성을 겨냥한 선교 조직과 기본 사목 확립, 전 신자 은사 계발, 토털 서비스, 예언자적 대안 운동 등과 병행한 선교 체계를 갖출 필요가 있다.

 

넷째, 선교의 연속성과 효율성을 증진시키기 위하여 본당 사목 조직이 갖추어야 할 요건을 충족시키는 선교 조직을 갖추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섯째, 소공동체 네트워크가 지니는 선교 역량을 최대한 발휘시키는 선교 사목 조직이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여섯째, 선교 (운동) 본부를 주축으로 한 선교 모델의 장점과 기능을 최대한도로 흡수할 수 있는 조직 구조를 갖추는 것이 바람직하다.

 

2) 구조 개편을 위한 제안

 

위에서 제시된 개선 방안을 우리는 어떻게 선교 사목 조직에 반영할 수 있을까? 이제 남은 과제는 구조 개편을 위한 구체적인 제안을 꾀해 보는 작업이 되겠다.

 

첫째 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하여 사목회 전체의 협의체적인 운영을 강화하는 업무 분장을 이루고, 선교 분과 내에 어린이 선교부, 청소년 선교부, 장년 선교부, 노인 선교부, 통신 선교부 등을 설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둘째 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하여, 새 신자 선교는 선교 분과가 전담하고, 새 신자 양육은 교육 분과가 전담하고, 새 신자 정착은 친교 분과(신설)가 전담하여 맡게 한다.

 

셋째 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하여 우선 선교 분과 내에 북한 선교부와 문화 선교부를 부설함과 함께, 선교 기반 확립을 위해 전례 분과, (가정) 공동체 분과의 기능을 강화하고, 전 신자 은사 계발을 위해 교육 분과 내에 은사 계발부(또는 재복음화부)를 부설하고, 토털 서비스를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봉사 분과의 기능을 다양화하고, 예언자적 대안 운동을 이끌어 갈 분과로서 환경 분과, 도농 분과 또는 사회 사목 분과 등을 개설할 필요가 있다.

 

넷째 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하여 선교 분과나 선교 (운동) 본부를 중심으로 한 선교 활동은 특정 기간(예비신자 모집 기간)에만 한시적으로 운용하고 다시 통상적인 본당 사목 조직으로 환원시킨다.

 

다섯째 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하여 본당 사목 조직의 모든 분과 활동을 소공동체 네트워크를 통하여 실행하도록 한다.

 

여섯째 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하여 선교 분과를 신축성 있게 운영한다.

 

다음 그림은 이러한 요건들을 충족시키는 사목 조직이 선교 일선에서 어떻게 배치되어야 할지를 가시화해 본 것이다. 선교 일선 전면에 배치된 분과와 후면에 배치된 분과의 역할이 유기적으로 상호 보완하는 관계에 있다는 것을 유념하여 살펴보면 개별 본당의 사목 조직 개선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리라 기대한다.

 

결국 이 그림에 제시된 분과들은 필요에 따라서 하부 전담 부서를 신설할 수 있다. 필자는 특히 선교와 관련해서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특정 부서를 명기하였다. 그러나 이것은 단지 하나의 제안일 따름이다.

 

그림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선교를 필두로 하여 '토털 서비스'와 '예언자적 대안 운동'이 양 날개 역할을 수행한다. 선교 강조 기간에는 그림에서 돌출된 '단기 선교' 부분이 시사하듯이 본당의 선교 역량을 총집결할 수 있다. 특기할 것은 사무국의 역할이다. 사무국은 지역 행정 단위와 밀접히 연계함으로써 주민 실태(전출입, 종교 실태 등)에 대한 정보를 입수하여 선교 전략에 활용하도록 한다. 뿐만 아니라 예비신자와 냉담자에 관련된 제반 서류와 자료를 관리하여 선교와 신자 관리에 이바지한다.

 

선교의 계획부터 실행에 이르기까지 전과정을 '기획 조정팀'이 지휘 하고 지원한다. 기획조정팀은 본당 사목팀(사제, 수도자)과 사목 협의회 회장단으로 구성된다.

 

선교 역량은 어느 한 분과가 아니라 교회 전체의 유기적 움직임 안에서 형성되고 발휘된다고 보인다. 이러한 역량은 결국 신자 개개인의 역량과 연결된다. 하지만 개개인의 역량 또한 유기적인 관계를 필요로 하는데 이를 드러낼 방안은 곧 '소공동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선교 사목 구조 개선에 관건이 되는 것은 사목 협의회 조직과 소공동체 네트워크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연계시키느냐 하는 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상에서 제시된 개선 방안과 제안은 선교 사목 조직을 위한 필요 조건이다. 바람직한 선교 조직을 위한 최소한의 제안이라는 말이다. 우리는 필요 충분 조건을 제시할 수가 없다. 그것을 찾는 것은 개별 본당이 끊임없이 시도해야 할 과제요 교회를 인도하고 완성하시는 성령의 몫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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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김준철, "서울대교구 선교 사명과 전망", [사목연구] 제6집(1998.6.), 가톨릭대학교 사목연구소, 233면.

2) 위와 같음.

3) 공덕동 본당의 선교 조직 자료에 대한 조사는 2001년 8월 31일 본당을 방문하여 본당 신부인 이기양 요셉 신부와 총구역장, 총무와 대담하여 얻은 것이다.

4) 천주교 상록수 성당, [가족 찾아 하느님께], 새 가족 찾기 운동 선교 자료집, 1999년 12월 3일, 12면.

5) 이는 수원교구 복음화국에서 발행한 [어떻게 선교할 것인가?](새 가족 찾기, 우리 가족 찾기 운동)라는 자료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많은 부분 상록수 성당의 자료와 일치하고 있다.

6) 천주교 수원교구, 어떻게 선교할 것인가?(새 가족 찾기, 우리 가족 찾기 운동), 1994년 4월 30일, 12면.

7) 차동엽, [공동체 사목 기초], 가톨릭 출판사, 2001년, 229-251. 292-301면.

 

[사목, 2001년 10월호, 차동엽(인천교구 사목연구소 소장, 신부, 사목 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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