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6일 (목)
(백) 부활 제7주간 목요일 이들이 완전히 하나가 되게 해 주십시오.

선교ㅣ복음화

땅끝까지 복음을: 아프리카 대륙에 펼쳐지는 하느님의 섭리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3-07-01 ㅣ No.305

[땅끝까지 복음을] 아프리카 대륙에 펼쳐지는 하느님의 섭리

 

 

언젠가 아프리카에 대한 책을 읽었습니다. ‘아프리카’라는 이름은 아주 오래전 이방인들이 이 대륙을 표현할 때 쓰던 말이라고 합니다.

 

 

아프리카 대륙의 이해

 

아프리카 대륙은 아시아의 뒤를 이어 두 번째로 큰 대륙이며, 유럽 대륙의 여섯 배나 됩니다. 문화적으로 봐도 지상에서 가장 다양한 인종이 살고 있는 곳입니다. 8억 5천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50개가 넘는 나라들에서 수천 개의 종족을 이루며, 천 가지나 되는 공인된 언어로 대화하며 지냅니다.

 

역사적으로 아프리카는 노예사냥과 세계대전으로 짓밟힌 대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건장하고 튼튼한 사람들이 수백 년에 걸쳐 수천만 명 이상 노예로 끌려갔으며, 두 차례의 세계대전으로 수없이 많은 젊은이들이 남의 나라 전쟁터에서 희생되었습니다. 얼마나 많이 죽었는지 정확한 통계도 나와있지 않습니다.

 

그런데 아직까지도 아프리카는 갈등으로 신음하고 있습니다. 유럽 강대국들은 세계대전 이후, 본토 사람들의 뜻을 무시한 채, 멋대로 수천 킬로미터의 국경선을 자로 긋듯이 그어버린 것입니다. 그 안에는 보통 서로 다른 20개 이상의 민족들이, 때로는 50개 이상의 민족들이 살고 있어서 서로의 이익을 챙기려 하다 보니 갈등과 긴장의 관계에서 벗어나기가 힘든 상황입니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프리카의 진짜 역사를 알지 못합니다. 아프리카의 역사는 500년 전 유럽의 무역선들이 상륙한 무렵부터 존재한 것이 아닙니다. 아프리카는 유럽의 문명보다 훨씬 더 먼저 존재했었다고 합니다.

 

오늘날 아프리카의 병든 사람과 가난한 사람을 보살펴주고자 여러 곳에서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대부분의 지역에서 가난과 비참함이 좀처럼 줄어들지 않습니다. 아프리카 대륙의 선교는 이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아프리카 대륙 한국 선교사 모임의 시작

 

2009년에 안식년을 청해 남미와 아프리카 여행을 하며 세계교회를 두루 다녀보았습니다. 그러는 동안 지나온 저의 사제생활을 되돌아보게 되었고, 안식년을 마칠 무렵, 작은 결심을 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기도가 흘러나왔습니다.

 

“주님, 그동안 너무 편하게 살았습니다. 보속으로 지금부터는 저를 가난하고 힘든 곳으로 보내십시오.”

 

주님께서 그토록 진지하게(?) 제 기도를 받아들이실 줄 몰랐습니다. 역시 기도의 힘은 두렵습니다. 그 짧은 기도 탓이었는지 저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케이프타운으로 떠나게 되었습니다. 사제관도 없고, 미사를 봉헌할 성당도 없는 너무도 작은 공동체였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아프리카로 떠날 무렵 해외이주사목위원회 총무를 맡고 있는 동창신부로부터 계획에 없던 뜻밖의 부탁을 받은 것입니다. “아프리카에 가면 한국 선교사들 모임 좀 만들어줘.”

 

한국 천주교회는 각 교구 사제와 수도회 사제, 수녀들을 모두 포함해서 현재 80명 정도를 아프리카 대륙에 파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23개 나라에서 자신의 소명에 따라 묵묵히 일하던 이들은 서로 만날 기회가 없었습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효율적인 해외선교를 위해 각 대륙별 선교사들의 네트워크가 절실하다는 것을 깨닫고, 아프리카 대륙에서도 모임을 만들어줄 것을 요청한 것입니다. 무엇보다 선교사를 양성하는 작업과 언어 준비를 개별 교구와 수도회에서 하기보다 현지에서 공동으로 마련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들 선교사들을 위해서는 정기적으로 연수와 피정을 하는 것이 필요하고, 서로 간의 만남과 교류를 통해 선교체험을 나누는 시간도 있어야 합니다. 복음적으로 충실하고자 하는 자기성찰, 다른 선교사들과의 공감과 자극, 연대가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또한, 의료적 환경도 중요합니다. 해외선교사들은 대체로 큰 병이 있다고 느껴질 때에야 한국에 들어와 치료를 받곤 하는데, 병을 키우기에 앞서 적당한 시기에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배려해 줌으로써 건강한 몸으로 선교에 힘쓸 수 있도록 돌보아주어야 합니다.

 

고 이태석 신부는 대장암을 뒤늦게 발견하여 남수단에서 선교활동을 하던 중에 선종하였습니다. 이러한 죽음은 아프리카 선교의 열악한 환경을 보여주는 실례라 할 수 있습니다. 현재의 선교환경에서는 그와 같은 안타까운 죽음이 또다시 생기지 않을 거라는 보장이 없습니다. 선교사들이 아프리카 대륙 가까운 곳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센터를 마련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제1회 아프리카 대륙 한국 선교사 모임

 

첫 번째 ‘아프리카 대륙 한국 선교사 모임’을 열고자 2년가량 준비했습니다. 먼저 개별적으로 흩어져 있는 각 나라별 주소록을 정리했는데, 아프리카에서는 대부분 인터넷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지 않아 현지에서 연락을 주고받기도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주교회의 해외선교 · 교포사목위원회 간사로 활동하는 김 베드로 씨와 케이프타운 신자들 모두가 자신의 일처럼 나서서 도와주었기에 첫모임이 이루어질 수 있었습니다.

 

2012년 9월, 4박 5일에 걸쳐 이루어진 이 모임에서 신자들은 한국음식을 정성스럽게 마련해 주었고, 제각기 다른 시간에 도착하고 떠나는 선교사들의 입국과 출국을 도왔습니다. 함께했던 선교사들 모두 한마음이 되어 서로를 격려하고 응원하며, 하느님을 찬양하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마리아의전교자프란치스코회 소속으로 아프리카에서 선교사로 활동하고 있는 김 실비아 수녀님은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겨주었습니다.

 

 

‘아! 하느님 참 좋다!’

 

“모임 시작부터 끝나는 지금 이 순간까지 내 마음속에 자꾸만 맴도는 ‘아! 하느님 참 좋다!’ 이는 내 마음의 찬양이자 기도였습니다.

 

이 모임에 오기 전에는 ‘온 아프리카 대륙에 흩어져 있는 이들이 어떻게 이 모임에 올 수 있을까?’ 하고 생각했지요. 그런데 하나둘, 모여드는 신부님, 수녀님들의 모습을 보면서 참 신기하기도 하고, 설레기도 했습니다. 이미 선교사로서의 삶이 몸속에 배어있는 분들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여기까지 오실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얼마나 반갑고 기뻤던지요! ‘아! 하느님 참 좋다!’라는 감탄과 찬양이 제 마음에서 우러나왔습니다.

 

모임 동안, 저는 특별히 보이지 않게 온갖 수고를 다해주시는 우리 형제, 자매님들의 도움에 정말 감탄하고 탄복하였지요. 선교는 내가 하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서로 손과 발이 되어 하느님 나라의 기쁜 소식을 전하는 것임을 가슴 깊이 느끼는 시간이었답니다. 우리가 ‘교회 안에 하나’임을, 그리고 평신도의 역할이 얼마나 소중하고 큰지를 다시 한번 느꼈지요.

 

또한, 우리의 진솔한 만남, 나눔은 그 자체로 큰 힘이 되었답니다. 언니, 오빠처럼 서로 경험을 나누고 위로할 때는,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마침내 하나됨을 위하여.’라고 힘차게 노래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성장해 가는 한국교회의 긍지를 느낄 수 있었지요.

 

주교회의 해외선교 · 교포사목위원회 총무이신 송 신부님께서 말씀하신 ‘선교 비전’대로 서로 네트워크를 만들어, 많은 평신도들과 함께 선교의 갈망을 꽃피우고 모두가 더 잘 협력할 수 있기를 희망하고 기도합니다.

 

얼마나 잘 먹었는지요! 얼마나 가슴 뿌듯했는지요! 얼마나 아름다웠는지요. ‘아! 하느님 참 좋다!’”

 

* 이충열 티토 - 의정부교구 신부.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사목하고 있다.

 

[경향잡지, 2013년 6월호, 이충열 티토]



2,573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