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0일 (금)
(백) 부활 제6주간 금요일 그 기쁨을 아무도 너희에게서 빼앗지 못할 것이다.

성미술ㅣ교회건축

영혼을 여는 문 이콘: 기도하는 성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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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08-15 ㅣ No.278

[영혼을 여는 문 ‘이콘’] 기도하는 성모

 

 

- '기도하는 성모', 12세기, 체팔루 대성당, 시칠리아, 이탈리아.

 

 

성모님은 십자가 위에 달리신 예수님처럼 두 손을 들고 하늘을 향해 기도를 올리고 있다. 이렇게 두 팔을 들고 기도하는 모습은 로마의 카타콤바의 벽화에서도 많이 발견되는데, 그리스도 안에서 영생을 기다리면서 기도하고 있는, 죽은 그리스도인 또는 순교자를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손을 위로 들고 기도하는 모습은 그리스도교뿐 아니라 고대세계의 여러 종교에서도 행해왔던 가장 기본적인 기도 자세 중 하나다. 이러한 형태의 자세를 기도하다(orare)라는 단어에서 유래한 ‘Orans’ 또는 ‘Orant’라 부른다. 

 

카타콤바 불가마 속의 세 청년이나 사자굴 속의 다니엘을 그린 벽화에서도 그들은 두 손을 들고 있어, 두려움에 떠는 것이 아닌 평화로이 주님께 기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자세는 현재 미사 등에서 사제들이 기도할 때 가장 많이 취하는 자세이기도 하다.

 

이 기도하는 성모의 성화는 주로 성당 가장 깊숙한 안쪽 지성소 위의 반원형 천장(apec)에 많이 그려진다. 즉 지상에서 시작된 벽이 제단을 둘러싸고 둥글게 올라가 천장과 만나는 부분에 반원형의 둥근 지붕인 애프스(apse)를 만드는데 여기에 이 형태의 이콘이 주로 그려진다. 그리고 이 지붕은 계속 이어져 신자석 중앙에 이르면 둥근 큰 지붕과 연결되는데, 여기에는 전능자 그리스도를 그려 넣어 마리아가 하늘에 계신 주님과 지상의 중간지점에 위치하게 해, 마리아는 하느님과 인류 사이의 중재자이심을 나타낸다. 이러한 형상은 비잔틴 시대의 화폐에도 많이 묘사됐다.

 

이스탄불(구 콘스탄티노플) 성 소피아 대성당의 제단 위 애프스에도 오늘 소개하는 것과 같은 모습은 아니지만, 아기예수를 안고 있는 성모님을 모자이크로 묘사한 작품이 있다. 많은 정교회 성당들과 비잔틴의 영향을 받은 서방 가톨릭의 많은 성당들에서, 지성소 위 반원형 천장에 바로 이와 같은 모습이나 아기예수가 함께 묘사된 표상의 성모가 주로 그려져 있음을 볼 수 있다. 이는 앞서 설명한 것과 같이 성모님은 지상과 천상의 중재자이심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 장긍선 신부(서울대교구 이콘연구소 소장) - 국내 이콘 분야에서는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러시아정교회 모스크바총대주교청 직할 신학교에서 ‘비잔틴 전례와 이콘’ 과정 등을 수학한 후 디플로마를 취득, 이콘 화가로도 활발히 활동해왔다. 1992년 사제품을 받았다.

 

[가톨릭신문, 2016년 8월 14일, 장긍선 신부(서울대교구 이콘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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