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7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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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오ㅣ성모신심

레지오와 마음읽기: 겉으론 평범한 남성과 여성들(일하지 않는 개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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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8-04-02 ㅣ No.569

[레지오와 마음읽기] 겉으론 평범한 남성과 여성들(일하지 않는 개미들)

 

 

들쥐마을에 들쥐들이 겨울을 위해 열심히 양식을 모으는데 유독 일하지 않는 들쥐가 있었다. 프레드릭이다. 다른 들쥐들이 프레드릭에게 왜 일을 하지 않느냐고 묻자, 프레드릭은 지금 겨울을 위해 색깔과 햇살, 이야기들을 모으는 중이라고 한다. 드디어 긴 겨울이 시작되고 잠시 행복했던 시간도 지나 양식이 떨어져 힘들어지자, 들쥐들은 프레드릭에게 준비한 양식이 어디 있느냐고 묻는다. 이때 프레드릭이 그가 모은 색깔과 햇살, 이야기를 풀어내고 들쥐들은 행복해 하며 프레드릭에게 박수를 보낸다. 동물우화작가로 유명한 ‘레오 리오니’의 그림책 ‘프레드릭’이다.

 

개미는 작은데다 날지도 않아서 군집 전체를 연구하기 쉬운 동물이라고 한다. 일본 홋카이도 대학의 하세가와 에이스케 교수는 개미의 움직임을 관찰하는 실험으로 재미난 사실을 발견했다. 그는 먼저 일개미를 채집해 실험군을 만들고, 모든 일개미에게 개별로 구별이 될 수 있게 표식을 해주었다. 그리고 매일 세 번씩 모니터링을 하여 한달 동안 그것들의 움직임을 관찰했다. 보통 개미는 부지런함의 대명사로 알려져 있어, 일개미들 전체가 열심히 일할 것으로 생각되지만, 관찰 결과는 의외였다. 일개미들이 모두 일하는 것이 아니라 일부, 그것도 겨우 20~30%의 일개미만 열심히 일하고 나머지는 거의 꿈쩍도 하지 않는 것이었다.

 

이에 하세가와 에이스케 교수는 다시 이 개미들을 부지런히 일하는 일개미와 일하지 않는 일개미로 구별하여 서로 다른 실험집단을 만들어 또 한 달간 관찰을 하였다. 그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놀랍게도 일하는 개미만으로 구성된 집단과 일을 하지 않는 개미들만으로 모아진 집단이 둘 다 원래 집단과 비슷하게, 일하는 개미와 일하지 않는 개미가 일정한 비율로 나타났다. 물론 그 비율도 원래 집단과 비슷한 비율로 말이다. 결국 개미집단은 일부만 일하고 일부 개미들은 쉬거나 놀게 하는 방식으로 살아간다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다양성은 조직의 생존에 아주 중요해

 

하세가와 교수는 개미집단의 이런 현상이 자신들의 집단을 더 오래 보존하기 위한 진화의 결과라고 보았다. 즉 모든 개미들이 일에 참여하지 않고 노는 개미를 둠으로써 일하는 개미들이 지쳤을 때 다른 개미들이 대신 일하는 것이 가능해지고, 갑자기 어떤 위험이 집단을 위협할 때도 놀던 개미들이 새로운 대안으로 등장하여 집단의 멸망을 막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모든 개미가 일하는 집단은 개미들이 지쳐 움직일 수 없게 됐을 때 멸망의 위험에 빠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뿐만 아니라 앞서가는 동료만을 따라가는 개미만 있는 집단보다는, 엉뚱한 길을 가는 개미가 조금이라도 있는 집단이 더 풍성한 먹이를 거두어들인다는 보고도 있다. 이는 다양한 개체가 있는 집단이 살아남을 확률이 크다는 것을 시사하며 다양성은 조직의 생존에 아주 중요하다는 것을 말한다.

 

B자매에게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단원이 있다고 한다. B자매가 입단 초기에 본 그 단원은 활동도 별로 없고 본당협조에도 소극적이어서 모범이 되지도 않아, 저러면서 왜 레지오를 하는지 의아했다고 한다. 그러다 우연히 그녀가 성모님에 대한 특별한 체험으로 레지오 단원이 되었음을 들었고, 이 후 본당에 소년레지오 간부가 없어서 힘들어 할 때 그 단원이 간부를 맡으면서 소년레지오를 얼마나 활성화 시키는지 놀랐다고 한다.

 

B자매는 말한다. “그 단원을 보고 저는 레지오에 몸을 담고 있으면 어떻게든 훈련이 되고, 그 훈련은 결국 각자의 개성에 맞는 활동을 하게 한다는 것을 알았어요. 그래서 저는 비록 현재 활동이 부족하고 소극적인 단원이라도 오래도록 레지오에 몸담고 있으면 언젠가는 자신의 몫을 한다고 믿습니다.”라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는 게으른 사람에게 일부러 어려운 일을 맡기는데 그 이유는 게으른 사람은 기를 쓰고 그 일을 해치우는 기발한 방법을 찾아내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세가와 교수 또한 “일하지 않는 개미가 있는 집단은 비록 비효율적으로 보이지만 집단의 존속에 꼭 필요하다”며 “인간의 조직에서도 단기적인 효율이나 성과를 요구하면 악영향이 나오는 경우가 있다”고 하였다.

 

그러니 다음을 명심해야 한다. “레지오는 단원이 수행한 활동의 결과가 만족스럽다거나 혹은 밖으로 드러나는 성공의 정도가 크다거나 하는 것으로 그 단원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삼지 않도록 바라고 있다.”(교본110쪽)는 것처럼, 단원의 활동 결과나 현재의 모습으로 단원들을 섣불리 평가하는 것을 조심해야한다. 이는 단원뿐만 아니라 Pr.에도 해당된다. 왜냐하면 그 단원이나 Pr.은 유사시를 위해 성모님께서 예비하신 “일하지 않는 개미” - 어쩌면 쉬고 있는 개미 - 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단원의 활동 결과나 성공 여부로 섣불리 평가하지 말아야

 

같은 맥락으로 만약 지금 자신이 혹은 우리 Pr.이 “노는 개미”처럼 여겨지는 상황에 있더라도 실망하지 말아야 한다. 다시 말하면 현재 뚜렷한 활동도 결과도 없어 다른 단원들이나 다른 Pr. 보기 부끄럽다고 생각되어, 탈단이나 해체를 고민하거나 결심할 것이 아니라, 좌절하지 말고 주어진 일을 더욱 성실히 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교본에 “레지오는 – 중략 - 그들 안에 잠재해 있는 사랑의 능력을 개발하여 교회의 사업에 봉사하도록 만드는 특별한 은총을 받았다.”(277쪽)고 되어 있으니, 레지오에 불림을 받은 우리들이 레지오 조직에 머무는 한 누구나 사랑의 능력을 펼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책임은 참으로 모래를 금으로 바꾸어 놓는 힘을 지니고 있다”(교본 250쪽)라고 하니 나와 성모님과의 약속을 생각하며 책임감 있게 단원 생활을 꿋꿋이 하다보면 훌륭한 단원이나 Pr.으로 거듭나게 될 것이다.

 

나와 다른 시각과 다른 방식으로 일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레지오는 “각기 다른 생업에 종사하는 단원들로 구성된 쁘레시디움이 가장 효과적”(교본 456쪽)이어서 “지역의 특정 계층이나 특정 집단에 한정된 단원들만으로 쁘레시디움을 설립하는 데 반대”(교본 456쪽)하고 있으니, 레지오는 그 특성상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는 것이 이상적이다.

 

그러니 “살아 있는 몸의 모든 지체가 그저 단순히 피동적이 아니고 모름지기 몸의 생명과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것처럼,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도 ‘우리의 몸은 각 부분이 자기 구실을 다함으로써 각 마디로 서로 연결되고 얽혀 있으므로’(에페 4, 16)”(교본 131쪽)라는 말을 생각하며 서로의 다름을 기쁘게 받아들일 것이다.

 

“나는 위대한 것을 발견했다. 아니, 오히려 위대한 것이 발견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남성과 여성들 안에 영웅적인 정신이 숨어 있으며, 어딘가 확실히 알 수 없는 곳으로부터 힘을 얻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교본 277쪽)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8년 4월호, 신경숙 데레사(독서치료전문가, 행복디자인심리상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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