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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황님의 새해 인사: 비폭력을 통해 만드는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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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02-06 ㅣ No.1358

[복음으로 세상 보기] 교황님의 새해 인사 - ‘비폭력’을 통해 만드는 ‘평화’

 

 

설 명절 연휴 잘 보내셨습니까? 2017년이 시작한 것도 엊그제 같은데 벌써 두 번째 달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여러분은 명절에 어떤 인사를 나누셨는지요? 예전에 어느 텔레비전 광고에서 “여러분 모두 부~자 되세요!”라는 멘트가 유행한 적이 있었습니다. 경제적 부유함이 곧 행복은 아니지만, 그리고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궁극의 가치도 아니지만, 광고의 영향으로 신앙인들 사이에서도 이러한 인사가 오고갔던 기억이 있습니다.

 

아무튼 어떠한 내용의 인사이든, 새해에는 사랑하는 사람들끼리 덕담과 인사를 주고받습니다. 신년을 맞은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얼마 전이 설 명절이었기에 저도 여러분과 인사를 나누고자 합니다. 그런데 오늘 제가 전해드릴 인사는 제 개인적인 이야기라기보다 우리가 너무나 사랑하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인사를 대신 전해드리는 것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새해 인사를 전해주셨다? 이 말은 무슨 뜻일까요? 사실 프란치스코 교황님 뿐 아니라 역대 교황님들의 새해 인사는 올해로 꼭 50년이 되었습니다. 지난 1967년 12월8일, 지금은 복자품에 오르신 바오로 6세 교황께서는 그 다음해인 1968년부터 매년 1월1일을 ‘세계 평화의 날’로 기념하기로 정하셨고 담화문을 발표하셨습니다. 그리고 이후 모든 교황님은 이러한 전통에 따라 매년 12월8일 ‘원죄 없이 잉태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에 그 다음해 평화의 날 메시지를 발표하십니다. 사실 1월1일은 신년인 동시에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입니다. 거기에 한 가지 의미를 더해 교황님의 지향에 따라 한 해를 시작하는 모든 이들이 세계 평화를 기억하고 성모님께 함께 기도할 것을 권고하신 것입니다. 이러한 전통은 올해로 50년이 되었습니다.

 

 

바오로 6세 교황은 1월1일을 ‘세계 평화의 날’로 지정

 

작년 12월8일 발표된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평화의 날 메시지도 이러한 전통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매년 이 교황님의 신년 인사를 주보를 통해 받아보지만, 사실 한국 교회 안에서 평화의 날 메시지가 널리 펴지고 있지는 못합니다. 1월1일 본당 미사에서는 ‘평화의 날’이란 의미보단, 전례력 안에서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을 기념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아니면 송구영신의 축하와 덕담이 더 많이 거론되기에 교황님의 메시지는 각자 읽어보아야 하는 몫으로 남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게다가 주보에 실리는 내용도 전문이 소개되지 못하고 함축적으로 요약본이 소개되기에 개인적으로 차분히 읽지 않으면 그 깊은 내용을 놓치기 쉽습니다.

 

그러나 매년 발표되는 이 교황님들의 신년 인사, 바로 ‘세계 평화의 날’ 메시지는 우리 신앙을 풍요롭게 만들기에 충분한 교회의 소중한 가르침입니다. 자칫 개인적으로 흐를 수 있는 신앙의 가치를 전 세계 모든 민족, 아니 모든 피조물의 평화를 위한 가치로 확장시켜주며 신앙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도와줍니다.

 

올 해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평화를 위한 기도를 권고하시며 ‘비폭력’의 가치를 강조하십니다. 2017년 메시지는 총 7개의 항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우리말로 번역했을 때, 200자 원고지 약 50장 정도의 분량입니다. 우선 교황님께서는 1항에서 평화의 날 메시지가 50년이 된 의미를 언급하십니다. 이 날을 제정하신 복자 바오로 6세 교황님의 “평화가 인간 발전의 유일한 길입니다.”라는 말씀을 인용하시며 야심적인 민족주의가 만드는 긴장, 폭력을 통한 정복, 그리고 그릇된 사회 질서 유지를 위한 억압은 결코 인간 발전을 이룰 수 없음을 다시금 기억하게 해줍니다.

 

2항의 제목은 ‘깨어진 세상’으로 2017년 우리가 맞이하고 있는 세상이 놓인 현실을 말씀하십니다. 핵전쟁의 위협과 다양한 분쟁들… 그리고 산발적인 세계 대전의 끔찍함을 유감스러워하십니다. 현대의 인터넷, 텔레비전 등과 같은 커뮤니케이션 매체의 발전과 그러한 매체들이 매우 빠르게 전달되는 유동성 때문에 우리가 더 많은 폭력을 알게 되고 더 익숙하게 된 것은 아닌지 우려하십니다. 매일의 뉴스 안에서 전쟁, 테러, 조직범죄, 무장습격, 이민과 인신매매 등의 피해자가 겪는 고통을 접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어지는 3항 ‘기쁜 소식’에서는 이러한 현실에서 우리가 바라보아야 할 것으로 바로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과 행적을 제시하십니다. 예수님도 폭력의 시대에 사셨지만 주님은 원수를 사랑하고(마태 5,44 참조) “다른 뺨을 돌려 대어라(마태 5, 39)”라고 가르치셨습니다. 간음한 여인에게 돌을 던져 죽이지 못하게 하시고(요한 8, 1-11 참조) 돌아가시기 전날 베드로에게 칼을 거두라고 말씀하시며(마태 26, 52 참조) 당신이 먼저 비폭력의 길을 가셨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길은 십자가에 이르기까지 지속되었으며, 바로 그 십자가의 평화로 적개심을 허무셨다고 이야기 하십니다. 이제 이러한 주님을 따르는 그리스도인에게 비폭력은 단순한 전략의 행동이 아니라 ‘하느님의 사랑과 힘을 강하게 확신’하는 사람들의 태도라고 강조하십니다.

 

 

예수님은 십자가의 평화로 적개심을 허무셨다

 

이제 4항에서는 성녀 마더 데레사의 가르침과 성 요한바오로 2세 교황의 가르침을 들며 비폭력으로 평화를 이룬 이들의 삶을 소개해줍니다. 이러한 비폭력의 가치는 가정 안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하며 가정에서 이루어지는 사랑과 존중이 세상으로 흘러들어 사회 전체를 비출 수 있다는 내용은 5항에서 다루고 있습니다.

 

6항은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개인적 초대’라는 제목이 붙어 있는데, 적극적 비폭력을 위해 전 세계 정치지도자, 종교지도자, 국제기구 책임자, 기업과 대중 매체의 경영인이 각자 책임 있는 행동을 해줄 것을 권고하십니다. 2017년 1월1일부터 이러한 노력에 교회도 보다 적극적으로 나아가기 위해 교황청 부서가 활동할 것임을 소개하십니다. 마지막, 7항에서는 성모님께 비폭력을 통한 세계 평화를 위해 기도하자 권고하시며 “2017년에는 기도와 활동으로 마음과 말과 행위에서 폭력을 몰아내는 사람이 되어 공동의 집을 돌보는 비폭력적 공동체의 건설에 노력을 기울입시다.”라는 호소로 마무리 짓습니다.

 

사실 짧은 분량으로 교황님의 새해 인사인 담화문 “비폭력, 평화를 위한 정치 방식”을 모두 소개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올 한해를 보내며 나는 얼마나 말로 폭력을 만들고 있는지, 누구를 때리고 발로 차는 것은 아니지만 행동으로 거부하고 멀리하며 비폭력에 멀어졌는지 되돌아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혹시 나는 전쟁의 불가피성을 옹호하거나 사형제도를 찬성하는 등 폭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사람들의 주장을 찬성하고 있는지도 되짚어 봅시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새해 인사처럼 우리 사회가 힘의 논리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유혹을 내려놓고 대화와 소통, 그리고 우리가 먼저 다가가는 비폭력의 방식으로 갈등을 치유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제50차 평화의 날 담화 ‘비폭력, 평화를 위한 정치 방식’ 전문은 주교회의 홈페이지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우리 모두의 “평화를 빕니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7년 2월호, 정수용 이냐시오 신부(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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