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3일 (금)
(홍) 성 필립보와 성 야고보 사도 축일 내가 이토록 오랫동안 너희와 함께 지냈는데도, 너는 나를 모른다는 말이냐?

강론자료

루카복음 14,7-14 높은 사람과 낮은 사람 (2016. 8. 28 연중 22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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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충희 [korangpo] 쪽지 캡슐

2016-08-26 ㅣ No.2138

예수는 손님들이 윗자리를 고르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그들에게 이런 비유를 말하였다. “누가 당신을 혼인 잔치에 초대하면 윗자리에 앉지 마시오당신보다 더 중요한 사람이 초대를 받았을 경우에 당신과 그 중요한 사람을 초대한 주인이 와서 당신에게 이렇게 말할 지도 모릅니다. ‘이분에게 자리를 내 드리게.’ 그러면 당신은 부끄러워하며 끝자리로 물러앉아야 할 것입니다. 당신이 초대를 받으면 끝자리에 가서 앉으시오. 그러면 주인이 당신에게 와서 말할 것입니다. ‘여보게, 더 윗자리로 올라앉게.’ 이렇게 하여 당신은 다른 모든 손님들 앞에서 명예롭게 될 것입니다. 누구든지 자신을 높이는 이는 낮아지고 자신을 낮추는 이는 높아질 것입니다.”

  

모임에서 참석자들이 서로 높은 자리에 앉으려고 눈치를 보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예수는 세상의 처세술을 빗대어 하늘나라의 면모를 드러낸다.

 

혼인잔치는 하느님과 사람이 서로 사랑하는 사건, 곧 하늘나라를 가리킨다. 하늘나라의 제자는 하느님의 도우심이 없이는 단 한 순간도 살아갈 수 없기 때문에 하느님 앞에서 늘 겸손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하늘나라에서는 아무도 자신을 높다고 여기지 않는다. 그런데 하느님께서는 바로 그 겸손한 사람을 아들로 삼아 높여주신다. 하느님의 아들들은 모두 위대하므로 서로 높낮이를 견주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만일 하늘나라의 제자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서로 높낮이를 견주고 있다면 그들은 이미 하늘나라에서 추방되어 있다. 이 복음 말씀에 비추어 현대 교회의 모습을 바라보면 모골이 송연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고 나서 예수는 주인에게 말하였다. “당신이 점심이나 저녁 식사를 베풀 때, 친구나 형제나 친척이나 부유한 이웃을 부르지 마시오. 그들은 답례로 당신을 초대할 것이고 당신은 당신이 한 일에 대하여 보답을 받게 될 것입니다. 당신이 잔치를 베풀 때에는 가난한 사람, 장애인, 절름발이, 소경을 초대하시오. 그들은 당신에게 보답할 수 없기 때문에 당신은 축복받을 것입니다. 의인들이 부활하는 날 하느님께서 당신에게 보상할 것입니다.”

 

이번에도 주인이 손님을 접대하는 것에 빗대어 하늘나라 백성이 이웃을 어떻게 사랑하는지를 말한다. ‘점심은 신덕, ‘저녁은 망덕, ‘잔치는 애덕을 가리킨다. 신덕과 망덕은 사람이 하느님을 믿고 사랑하는 사건이요, 애덕은 하느님께서 사람을 사랑하시는 사건이다. 하늘나라의 음식은 성령이다.

 

세상 사람들은 서로 이익을 주고받는 일을 사랑이라고 여긴다. 그리하여 그들은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은 사랑하고 자신을 미워하는 사람을 미워한다. 그러나 하늘나라 백성은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자신을 미워하는 사람도 사랑한다.

 

가난한 사람, 장애인, 절름발이, 소경은 회개를 가리킨다. 회개는 자신이 죄와 죽음에 빠져 있음을 알고 하느님의 도우심을 청하는 결단의 행위이다. 그리하여 회개한 사람은 반드시 하느님의 구원을 받는다. “건강한 사람에게는 의사가 필요하지 않으나 병자에게는 필요합니다.”(마태오 9:12) 라는 구절을 상기하면 이해하기가 쉽다. 자신의 병을 인정하는 사람은 의사의 치료를 받겠지만 자신이 건강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의사를 찾지 않을 것이다. 이와 같은 이치로, 자신이 죄인임을 인정하는 사람은 하느님에 의해 의인으로 변화될 것이고 죄인임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은 계속 죄인으로 남아있을 것이다.

 

의인들은 물론 하늘나라 백성을 가리킨다. 세상 사람들은 하느님의 사랑을 알지 못하므로 죄인이다. 의인은 죄인을 사랑할 수 있지만 죄인은 의인을 사랑할 수 없다. 의사는 병자를 고쳐줄 수 있지만 병자는 의사를 고쳐줄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그러므로 하늘나라 백성은 세상 사람들에게 사랑을 베풀되 그들의 보답을 바라지는 않는다. 세상 사람들은 오히려 하늘나라를 무시하고, 조롱하고, 박해하기 일쑤이다. 그들은 병이 들고 죽어 있으므로 하늘나라 백성이 누리는 생명의 진리를 알아보지 못한다.

 

의인들이 부활하는 날은 하늘나라 백성이 세상 사람들을 사랑하는 사건을 가리키는 상징어이다. 의인들은 늘 부활하고 있다. , 그들은 욕망을 따르는 거짓 자아를 버리고 성령으로 말미암아 거듭 새로워지는 참된 자아의 기쁨을 누리면서 그 기쁨을 이웃과 나누고자 한다. 하느님께서는 늘 그들과 함께 일하시면서 거듭 새로워지는 생명의 깨달음을 주신다. 이것이 바로 하느님의 보상이다. 하늘나라 백성은 사람이 아닌 하느님의 보상을 받는다. 만일 하늘나라 백성을 자처하는 지도자가 복음을 전하는 대가로 사람이 주는 재물, 명예, 권력을 보상받고 있다면 그는 이미 하늘나라에서 추방되어 있다. 제아무리 많은 추종자를 거느린 지도자라도 하늘나라에서 추방된 되는 순간 더 이상 지도자가 아니다. 그는 스스로 죽어 있으면서 추종자들을 죽음으로 이끌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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