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8일 (일)
(백) 부활 제5주일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많은 열매를 맺는다.

교회문헌ㅣ메시지

2011년 서울대교구장 부활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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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1-04-22 ㅣ No.415

2011년 부활 메시지


우리의 믿음은 부활하신 주님을 세상에 증거하는 것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부활하신 주님의 은총과 평화가 함께하시기를 기원합니다. 특별히 어렵고 힘든 고통 중에 있는 분들과 우리 사회 곳곳에 소외된 이웃들에게 주님의 은총이 가득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오늘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제자들에게 약속하신 대로 십자가에서 죽으신지 사흘 만에 부활하셨습니다.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세상에 오신 예수님께서는 수난과 영광스러운 부활로 인류 구원의 사명을 완성하십니다. 따라서 죽을 수밖에 없는 유한한 삶을 살아가는 우리 인간에게 예수님 부활처럼 더 기쁘고 복된 소식은 없습니다. 주님께서 당신의 부활을 통해 인간의 역사와 삶의 끝은 죽음이 아님을 알려주셨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의 부활은 하느님 안에서만 영원한 생명을 얻을 수 있음을 알려줍니다. 그 생명은 주님께서 당신의 목숨을 바쳐서 얻어주신 구원과 희생의 선물입니다. 따라서 예수님의 부활은 우리 신앙인의 부활에 대한 희망이며 보증이 됩니다(1코린 15,20-22).

 

우리가 부활을 맞이하며 분명히 깨달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죄와 죽음의 세력을 극복한 부활의 기쁨이 저절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부활은 그분의 지극한 수난과 고통, 그리고 십자가의 죽음을 통해서 이루어졌기 때문입니다. 우리 인생에서도 좋은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노력과 희생의 과정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우리는 부활의 영광과 새 생명의 기쁨의 열매를 맺기 위해 먼저 십자가의 고통과 죽음의 아픔을 겪어야 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주님께서는 “누구든지 내 뒤를 따라오려면, 자신을 버리고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루카 9,23) 고 말씀하셨습니다. 주님과 함께 십자가의 길을 충실하게 걸어가는 것이야말로 부활을 사는 삶이 됩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의 세상은 어떠합니까? 우리의 삶이 희망보다 절망이 더 크게 느껴질 때도 없지 않습니다. 세상 곳곳에는 하루를 멀다 하고 전쟁과 폭력이 그치지 않고, 재난과 재해로 하루아침에 사랑하는 가족과 삶의 터전을 잃고 고통의 나날을 보내기도 합니다. 사람들의 마음속에 만연한 물질 만능주의와 생명 경시 풍조는 점점 더 심해져서 인간성의 파괴라는 심각한 현실에 직면하게 합니다. 또한 인간의 탐욕은 절제를 모르고 이기적인 안락과 편의를 추구하며 자연에 대한 무자비한 착취를 정당화하려 합니다. 또한 급속한 산업화와 경제성장에 환호하는 사이 사람들의 사이를 더 멀리 단절시키고 다양한 갈등과 격차는 커져만 갑니다.

 

우리 시대가 현재 맞닥뜨린 불행의 원인은 삶의 모든 것을 경제 중심적인 시각으로 보는 것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의 삶에서 하느님이 계셔야 하는 자리에 오히려 돈과 재물이 차지한 결과가 아니겠습니까? 오늘날 이 시대에 요구되는 것은 무엇보다 부활의 신앙입니다. 우리의 현실이 아무리 어둡고 시련이 크다 해도 정의와 진리, 그리고 사랑이 결국에는 승리한다는 진리를 세상에 보여주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그리스도께서 당신의 십자가 죽음과 부활을 통해서 분명하게 보여주신 진리입니다.

 

오늘의 세상에서 해야 할 교회의 역할은 막중하고 분명합니다. 예수님께서 부활하셔서 지금 이 자리에, 우리 안에 살아 계시다는 것을 세상에 보여주어야 합니다. 믿음을 가진 이들이 일상생활 곧 삶의 현장에서 부활의 삶을 충실히 살아갈 때, 신앙인은 부활하신 주님을 세상에 비로소 증거할 수 있습니다.

 

또한 세상의 부조리와 악을 저지할 수 있는 힘이 우리 그리스도인에게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그리스도인들은 부활의 믿음을 갖고 끊임없이 사랑의 무기로 악의 세력에 거슬러 싸워야 합니다(에페 6,12). 따라서 부활을 믿는 우리가 가야 할 유일한 길은 분명합니다. 악을 악으로 갚지 않고 악에 굴복하지 않으면서도 선으로 악을 이겨내는 것입니다(로마 12,21).

 

그런데 교회가 말로만 믿음을 외치고 자신만의 이기적인 안위와 이익만을 꾀할 때 더 이상 교회 존재의 의미를 상실하게 됩니다. 우리 신앙인들은 종교가 행복과 화해의 도구가 아니라 분열과 오히려 불행의 주체가 되는 것이 안타깝다는 사회 일각의 지적을 깊이 반성해보아야 합니다. 이는 그만큼 아직도 세상은 교회와 신앙인의 역할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이번 부활절을 맞이하여 우리 신앙인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먼저 성령의 힘으로 변화되어 가정과 사회에서 말과 행동으로 주님의 부활을 전하는 하느님의 사람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그때 비로소 우리 사회도 더 이상 절망과 죽음의 어둠 속에 있지 않고 희망 속에서 부활의 생명을 누리게 될 것입니다.

 

다시 한 번 영광스러운 주님의 부활을 맞이하여 여러분 가정에 주님 부활의 생명과 빛이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교구장 정진석 추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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