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1일 (토)
(백) 부활 제6주간 토요일 아버지께서는 너희를 사랑하신다. 너희가 나를 사랑하고 또 믿었기 때문이다.

성미술ㅣ교회건축

영혼을 여는 문 이콘: 전능자 그리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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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06-11 ㅣ No.262

[영혼을 여는 문 '이콘'] 전능자 그리스도

 

 

전능자 그리스도, 1132~1140, 팔라티나 경당, 팔레르모, 시칠리아, 이탈리아.

 

 

예수님을 그린 이콘을 보면 단연 많이 묘사되는 것이 바로 오늘 소개하는 이콘과 같이 주로 반신상으로 그려진 것이다. 간혹 얼굴만 묘사되기도 한다. 이 이콘들은 ‘전능자 그리스도’와 ‘구세주’라는 두 가지 이름으로 불리는데, 그 명확한 구분은 어렵다. 실제로 정교회의 성화 전문가들도 이 두 명칭을 혼용하기도 하고, 많은 문헌들도 명확한 구분을 하고 있지 않다.

 

‘전능자 그리스도’(Christ Pantokrator). 판토크라토르라는 말은 희랍어 Παντοs(모두, 전체)와 Κρατοs(지위, 상태, 힘)라는 단어의 합성어로 모든 힘을 가진 자 즉 전능자 그리스도(Almighty)라 번역된다.

 

그리스도의 신성을 부인하거나(Arianism) 혹은 인성을 부인하는(Monophysitism) 이단과 3세기에 걸친 투쟁의 시기가 이어졌다. 이후 325년 니케아 공의회에서는 그리스도를 볼 수 있는 완벽한 하느님 아버지의 모습이라고 확정하고 그리스도가 신성과 인성을 모두 함께 가지고 계시는 분이라는 교리를 확립하면서, 이 ‘전능자 그리스도’ 이콘은 이 교리의 상징이 됐다. 그로 인해 성화상 파괴주의자인 황제 레오 3세(717-741)의 집권 시기에는 이 이콘이 파괴의 주된 표적이 되어, 참 하느님이시며 완전한 인간이 되신 그리스도의 이 이미지를 보호하던 많은 이들이 박해를 당하고 처형됐다. 하지만, 성화상 파괴 논쟁이 종식된 843년까지 그들의 구심점 역할을 해 이단을 대적한 정통신앙의 승리를 나타내는 상징이 되기도 했다. 이 ‘전능자 그리스도’ 이콘은 많은 경우 성당 중앙의 돔에 왼손에 복음서를 들고 오른손으로는 축복을 주는 모습으로 커다랗게 그려지는데, 그 주위에는 “야훼께서 저 높은 성소에서 굽어보셨다”(시편 102,19)라는 글귀가 함께 새겨진다.

 

이 형태는 이후 오늘날 시칠리아의 성당들에서 볼 수 있는 것과 같이, 성당 제단 위 반원형 천정(엡스)에 모자이크로 제작되기도 했다.

 

‘우리의 구세주’(Our Savior) 이미지는 Pantokrator 이콘의 변형이다. 심판자로서의 그리스도의 힘과 권위의 표현이 구원자의 자비로운 얼굴로 완화되고, 그 눈은 보다 친근한 모습으로 표현된다.

 

“나를 보는 사람은 나를 보내신 분도 보는 것이다”(요한 12,45).

 

이 이콘은 대개 작은 크기로 지성소 앞 성화벽(iconostasis)이나 개별적 이콘으로 많이 제작된다. 예수님이 들고 있는 복음서는 닫혀 있기도 하고 열려 있기도 하는데, 열려 있는 경우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지고 허덕이는 사람은 다 나에게로 오너라”(마태 11,28), “나는 세상의 빛이다. 나를 따라오는 사람은…”(요한 8,12), “남을 판단하지 말아라, 그러면 너희도 판단 받지 않을 것이다”(마태 7,1) 등 예수님께서 직접 하신 말씀들 중에 선택해 쓰여 진다.

 

* 장긍선 신부(서울대교구 이콘연구소 소장) - 국내 이콘 분야에서는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러시아정교회 모스크바총대주교청 직할 신학교에서 ‘비잔틴 전례와 이콘’ 과정 등을 수학한 후 디플로마를 취득, 이콘 화가로도 활발히 활동해왔다. 1992년 사제품을 받았다.

 

[가톨릭신문, 2016년 6월 12일, 장긍선 신부(서울대교구 이콘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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