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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근 의사의 마지막 1년 다룬 영웅… 영화로, 뮤지컬로 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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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3-01-08 ㅣ No.50

안중근 의사의 마지막 1년 다룬 ‘영웅’… 영화로, 뮤지컬로 즐기자!


뮤지컬 ‘영웅’ 아홉 번째 시즌 시작, LG아트센터에서 2월 28일까지 공연... 영화 ‘영웅’도 개봉

 

 

뮤지컬 ‘영웅’에서 안중근 역을 맡은 민우혁 배우가 동지들과 ‘단지동맹’을 맺고 독립을 향한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에이콤 제공.

 

 

“난 주먹을 불끈 쥐고 한 손으로 이토를 쐈지만, 내 아들들의 두 손은 기도하는 손으로 모아지길 바라오. 그 마음이 바로 동양 평화요.”

 

1905년 을사늑약 후 거세지는 일본의 제국주의적 침탈을 저지하고 조국의 독립과 동양의 평화를 구축하고자 ‘대한의군 참모중장 겸 독립특파대장’이라는 신분으로 1909년 하얼빈에서 의거를 단행한 안중근. 안중근(토마스, 1879~1910) 의사의 마지막 1년을 담은 ‘영웅’이 지난해 12월 21일 영화관과 공연장에서 동시 공개됐다.

 

영화의 원작인 뮤지컬 ‘영웅’(연출 윤금정)은 안중근 의거 100주년을 기념해 이미 지난 2009년 초연돼 벌써 아홉 번째 시즌이다. 앞서 뮤지컬 ‘명성황후’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주)에이콤이 3년여의 제작과정을 거쳐 선보인 작품으로, 초연 당시 ‘한국뮤지컬대상’을 비롯해 뮤지컬 관련 시상식 총 18개 부문에서 수상하며 창작뮤지컬 단일 작품으로는 최다 수상을 거머쥐었다. 2011년 뉴욕 링컨센터 무대에 올랐고, 2015년에는 의거의 현장 하얼빈에서 중국 현지 관객들을 만나기도 했다.

 

무대는 역사적 사실과 작가적 상상을 엮어 흥미로운 전개를 이어간다. 하얼빈역 거사 이후 펼쳐지는 재판과 사형 집행 장면들은 역사적 사실에 기초해 제작되었다. 안중근 의사가 법정에서 이토 히로부미의 죄를 당당히 논한 ‘15가지 이유’와 수감 생활 중 집필하던 「동양평화론」의 내용은 뮤지컬 음악으로 고스란히 담겼다. 일본인 간수 치바에게 ‘위국헌신 군인본분’이란 붓글씨를 남겨준 것, 어머니 조 마리아가 보내온 수의로 갈아입고 사형장으로 향했던 모습도 모두 기록에 있는 내용이다.

 

반면 ‘제국익문사’는 구한말 고종 황제가 일본을 비롯한 열강들 틈에서 조선을 구하기 위해 통신사를 가장하여 만들었던 정보기관으로 1909년 해체되었던 것으로 보이나, ‘영웅’에서는 여전히 지하에서 그 활동이 이어졌고 안중근 의사의 거사 역시 그 일환으로 일어났을 것으로 전개한다. 주요 인물도 픽션(fiction)이다. 거사에 참여했던 우덕순, 조도선, 유동하는 실존 인물이지만, 이토의 하얼빈 일정을 알려준 설희는 1895년 명성황후 시해 당시를 목격한 궁녀로 설정한다. 또 식당을 운영하는 중국인 친구 왕웨이와 그의 여동생 링링도 당시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안중근을 도왔던 많은 동지 가운데 있을 법한 상상의 인물들이다.

 

그런가 하면 ‘영웅’은 여느 상업적인 뮤지컬과 달리 가톨릭적인 요소를 상당 부분 담고 있다. 안중근의 어머니 조 마리아는 매번 아들을 ‘도마’라고 부르며, 1막 마지막 장면에서 ‘장부가 세상에 태어나 큰 뜻을 품었으니 죽어도 그 뜻 잊지 말자 하늘에 대고 맹세해 본다’며 기도로 메인 넘버를 노래할 때는 무대에 대형 십자가상이 자리하기도 한다. 법정에서도 “우선 제가 이토를 살해한 것을 하느님의 이름으로 사죄드립니다”라고 말한 뒤 대한제국 의병 참모중장으로서 이토를 살해한 이유를 밝힌다.

 

이는 31년 그의 짧은 생애가 가톨릭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기 때문일 것이다. 1879년 황해도 해주에서 태어난 안중근은 1897년 아버지 안태훈을 따라 천주교에 입교하고 빌렘 신부로부터 토마스라는 세례명과 함께 프랑스어를 배우며 새로운 서구 문물을 수용한다. 1905년 러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이 조선을 지배하려는 의도를 드러내자 안중근은 중국으로 이주를 모색하다 상하이의 한 성당에서 르각 신부를 만나 애국계몽운동에 입각한 교육사업에 헌신하라는 조언에 감화를 받는다.

 

이를 기리기 위해 서울대교구는 지난해 3월 26일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 정순택 대주교 주례로 ‘기억하다 · 빛과 소금이 된 이들’ 첫 미사로 안중근 의사를 기억하며 봉헌하기도 했다. 교구는 “안 의사의 평소 깊은 신앙과 의거 후 1910년 3월 26일 뤼순 감옥에서 순국하는 날까지 보여준 의연한 모습은 참 평화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신앙인의 귀감이 되고,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평화의 사도’가 돼라는 가르침을 준다”고 전했다.

 

영화 ‘영웅’이 전국 주요 극장에서 상영되고 있는 가운데, 뮤지컬은 강서구 마곡중앙로 LG아트센터 서울 시그니쳐홀에서 2월 28일까지 공연된 뒤, 3월에는 용산구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무대를 이어갈 예정이다. (공연 문의 1577-3363, 클립서비스)

 

영화가 우리나라와 라트비아를 넘나드는 로케이션 촬영 및 대규모 세트 제작으로 현장감 있는 볼거리를 선사한다면 시공간의 제약이 있는 무대는 빠른 세트 전환과 다채로운 영상, 감각적인 조명과 역동적인 군무, 객석으로 바로 전달되는 웅장한 넘버 등 특유의 무대언어로 140분을 채운다. 초연부터 안중근을 맡으며 영화에도 함께 출연한 정성화는 물론 양준모, 민우혁 배우가 3인 3색의 안중근을 연기하는 만큼 이른바 ‘골라보는 재미’도 있다.

 

한편, 지난해 8월 김훈(아우구스티노) 작가가 펴낸 소설 「하얼빈」에서도 민족의 영웅을 넘어 난세를 온몸으로 겪어야 했던 청년 안중근의 섬세한 내면을 엿볼 수 있다. [가톨릭평화신문, 2023년 1월 8일, 윤하정 기자]

 

 

[영화의 향기 with CaFF] (193) 영웅


천주님을 향한 안중근 의사의 기도

 

 

“하늘이시어 도와주소서, 하늘이시어 지켜주소서.” 안중근 의사가 간절하게 부르는 노래가 기억에 남는 영화 ‘영웅’(감독 윤제균)은 그가 거사를 준비하면서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고 사형 선고를 받기까지 1년의 삶을 뮤지컬로 만든 영화이다. 외국에서는 뮤지컬 영화의 성공 사례가 많아 유명한 작품이 셀 수 없이 많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대규모 스케일과 막대한 제작비로 인해 도전하기 힘든 장르다. 조국의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안중근 의사의 영웅적 드라마를 오케스트라 연주와 배우들의 뛰어난 가창력으로 버무려 뜨거운 감동을 주는 ‘영웅’이 한국 뮤지컬영화의 새 장을 열기를 기대해 본다.

 

도입부의 광활한 설원에서 안중근과 11인의 동지들이 죽음을 각오하며 다짐하는 ‘단지동맹’ 장면은 영화와 뮤지컬의 장점을 극대화해 독립군의 강한 의지를 전달하기에 충분하다. 또한, 이 영화가 각별하게 우리들의 시선을 끄는 부분은 가톨릭 신자로서의 토마스 안중근이다. 안중근 의사가 중요한 순간마다 천주님을 향해 기도하는 모습이 자주 등장하는데, 그의 손에 든 묵주는 고향집을 떠날 때 어머니 조 마리아(나문희 역)가 주신 소중한 선물이다.

 

안중근의 거처를 끝까지 불지 않고 심한 고문 끝에 숨을 거두는 동지의 장례식이 성당에서 치러지는데, 동지를 잃은 슬픔을 누르지 못해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님을 향해 절규하는 모습은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하느님 앞에서 무엇이 두려우랴”라며 용기를 구하는 장면은 장부의 담대함을 보여주면서도, 천주님께 자신의 마지막 순간을 거둬달라며 “당신의 뜻을 믿고 따르겠다”는 애절한 모습은 골고타 언덕의 예수님을 연상할 정도로 하느님에 대한 그의 믿음이 잘 드러나 있다.

 

영화 후반부에는 아들의 사형 언도 소식을 들은 어머니가 수의를 만들며 아들에게 당부하는 편지를 쓰는데 “네가 항소를 한다면 그것은 일제에 목숨을 구걸하는 짓이니 딴마음 먹지 말고 죽으라. 옳은 일을 하고 받은 형이니 비겁하게 삶을 구하지 말고, 대의에 죽는 것이 어미에 대한 효도이다”라는 장면은 눈물 없이 보기 힘들다. 그녀의 방에는 아들과 찍은 가족사진 외에 십자가와 아기 예수님을 안은 성모상이 중심에 있어 평소 성모님 앞에서 기도하는 조 마리아의 삶을 엿볼 수 있다.

 

뮤지컬에서 안중근 역을 성공적으로 소화해 누구보다 안중근의 삶과 작품을 이해하고 있는 배우 정성화가 영화에서도 캐스팅되어 열연을 하는데, 뮤지컬의 생생한 느낌을 살리기 위해 영화에서는 동시녹음을 택하고 절제된 연기와 입체감 있는 영상으로 뮤지컬 영화의 웅장함을 잘 표현한다. 가상의 설정으로 등장하는 설희는 조선의 마지막 궁녀라는 신분을 감추고 거사에 도움을 주는 스파이역인데, 배우 김고은의 탁월한 노래 실력과 연기력으로 영화의 극적 구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앞으로 영화 ‘영웅’과 같이 뮤지컬뿐만 아니라 TV 드라마, 게임, 애니메이션, 웹툰 등 ‘크로스 미디어’의 활용으로 한국 콘텐츠가 글로벌한 세상을 선도하기를 희망해 본다.

 

12월 21일 극장개봉

 

[가톨릭평화신문, 2023년 1월 8일, 이경숙 비비안나(가톨릭영화제 조직위원, 가톨릭영화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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