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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자료

[구약] 지혜문학: 구약성서의 지혜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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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8-01-11 ㅣ No.919

[성서의 세계] 지혜문학 : 구약성서의 지혜문학 1

 

 

구약성서에 수록된 46권의 책들은 그 내용이나 문학적인 양식에 따라 크게 네 그룹으로 구분되는데, “모세 오경”, “역사서”, “예언서”, “시서와 지혜서”가 바로 그것이다. 이 가운데 네 번째 그룹(“시서와 지혜서”)에는 150편의 시편들의 모음인 시편집과 이스라엘의 지혜사상을 담고 있는 일련의 지혜문학 작품들이 있다.

 

 

1. 지혜문학이란?

 

구약성서가 전하는 지혜문학이란 본래 일상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실천적인 생활의 지혜가 형성되어 오다가 신앙 안에서 하느님께서 참된 지혜의 원천이심을 깨닫고, 그분의 은총으로 지혜를 얻어 슬기롭고 올바른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이스라엘을 이끌어간 문학이라 정의할 수 있다. 구약성서 가운데 지혜문학에 속하는 작품으로는 “잠언”, “욥기”, “집회서”, “전도서”, “지혜서”가 있다.

 

이들 지혜문학 작품들은 구약성서의 다른 책들과는 구별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특히 내용 면에 있어 이스라엘이 역사적인 사건들을 통해 체험했던 하느님의 구원업적들과 중요한 신학적 주제들에 관해 지혜문학은 다루지 않는다. 예를 들어 하느님께서 성조들(아브라함, 이사악, 야곱)에게 주신 약속(창세 12,1-3 참조), 이스라엘이 하느님의 구원을 결정적으로 체험했던 출애굽 사건과 하느님의 백성으로 탄생했던 시나이 계약(출애 19-24장 참조), 이스라엘 왕조의 정통성과 영속성을 하느님께서 보증해주셨던 다윗 계약(2사무 7,1-17 참조) 등은 전혀 언급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지혜문학의 일차적 관심의 대상은 인간의 삶이었다. 지혜문학은 인간이 자신의 구체적인 생활 가운데 진정 추구해야 할 올바른 삶의 지혜를 하느님과의 관계 안에서 발견하고, 교훈적 가르침의 형태로 독자들에게 전하는 데 중점을 두었던 것이다.

 

 

2. 지혜란 무엇인가?

 

구약성서에서 히브리어          (호크마)로 표기되는 ‘지혜’는 다양한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일반적인 의미에서 지혜는 인생의 방향을 잡는 기술이며, 사람답게 살아가는 길을 가르치는 지식을 말한다. 이런 맥락에서 지혜의 본질적인 의미는 인간으로 하여금 슬기롭게 자신의 삶을 살아 갈 수 있게 하는 총체적인 능력 또는 ‘최상의 지성’이라 정의할 수 있다. 그러므로 지혜란 일상의 삶 안에서 겪는 체험에 뿌리를 둔 사고 방식으로써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모든 이에게 보편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것이며, 특정한 문학양식을 통해 표현된 전통적인 가르침으로 이해할 수 있다. 특히 구약성서는 “주님께서는 지혜를 주시고, 그분 입에서 지식과 슬기가 나온다.”(잠언 2,6)고 가르침으로써 참된 지혜의 원천이 하느님이심을 명백히 제시하고 있다.

 

 

3. 지혜 사상의 기원

 

구약의 이스라엘에게 있어 지혜 사상의 기원은 크게 세 부류로 제시되고 있는데, 1)가정 2)왕실과 율법학자들 3)하느님이 바로 그것이다.

 

1) 가정

 

역사적으로 볼 때 지혜에 대한 가르침은 먼저 가정 안에서 시작되었다. 이것은 지혜문학에 속하는 잠언과 집회서에 아버지와 어머니에 의한 가르침이 많이 제시되고 있다는 사실에 의해 단적으로 입증되어진다. 그 대표적인 예로 잠언 4,1-3을 들 수 있다. : “아들들아, 아버지의 교훈을 들어라. 귀를 기울여 예지를 얻도록 하여라. 내가 너희에게 유익한 지침을 주었으니 내 가르침을 저버리지 말아라. 나도 내 아버지에게 좋은 아들이었으며, 내 어머니가 애지중지하는 외아들이었다.”

 

비록 성서는 부모를 공적인 ‘현자’로 지칭하고 있지는 않지만, 실제적으로 부모는 가정 안에서 자녀들로 하여금 올바른 인생을 살아갈 수 있도록 가르쳤던 것이다. 지혜문학의 작품들이 전하는 바에 의하면 부모는 자녀들에게 부모와 자녀 사이에 가져야 할 태도, 형제들에 대한 태도와 더불어 윗사람의 말씀에 대해 응답하는 태도, 친구들을 사귀는 방법, 남녀 사이의 관계 등 사회생활 안에서 지녀야 할 기본적인 소양들에 대한 폭 넓은 가르침을 주었던 것이다.

 

2) 왕실과 율법학자들

 

이스라엘 지혜사상의 본격적인 발전과 체계화는 통일왕조시대, 특히 솔로몬 임금을 기점으로 이루어지기 시작한 것으로 보여진다.

 

먼저 솔로몬 임금이 이스라엘 역사상 현자의 가장 대표적인 인물로 제시되고 있다. 1열왕 3,4-15에 따르면 왕위에 오른 솔로몬이 제사를 드리러 기브온에 갔을 때 꿈에 하느님을 뵙고 다음과 같은 청을 드린다. : “저는 어린 아이에 지나지 않아서 백성을 이끄는 법을 알지 못합니다. … 그러하오니 당신 종에게 듣는 마음을 주시어 당신 백성을 다스리고 선과 악을 분별할 수 있게 해주십시오.” 이에 하느님께서는 솔로몬이 자신을 위한 장수(長壽)나 부(富)가 아니라 옳은 것을 가려내는 분별력을 청하는 것을 보시고 그에게 ‘지혜롭고 분별력있는 마음’과 함께 부와 명예도 덧붙여 주신다. 이처럼 하느님께서 솔로몬에게 지혜와 슬기를 주신 까닭에 그의 지혜는 동방 모든 이의 지혜와 에집트의 모든 지혜보다 뛰어 났으며, 모든 민족들에게서 사람들이 솔로몬의 지혜를 들으러 왔다고 전한다.(1열왕 5,9-14) 솔로몬의 지혜로운 판결(1열왕 3,16-28), 세바 여왕의 방문(1열왕 10,1-13) 등의 이야기는 이러한 사실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또한 솔로몬이 지은 잠언의 수가 삼천 개에 이른다고 전해지기도 한다.(1열왕 5,12) 이와 같은 성서의 증언들은 왕실이 지혜의 가르침을 형성하고 전수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였음을 말해준다.

 

또한 왕궁에서 일하던 관리들도 지혜사상을 발전시키는 데 기여하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 대표적인 예로 잠언 25,1은 “이것도 솔로몬의 잠언으로써 유다 임금 히즈키야의 신하들이 수집한 것이다.”고 밝히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히즈키야의 신하들은 당시 왕궁에서 활동하던 직업적인 ‘학자 - 현인들’을 가리키는 것으로 여겨진다.

 

한편 지혜사상은 율법을 연구하던 학자들에 의해서도 새롭게 반성되고 정리되었다. 집회서에서 지혜를 율법과 동일시하며(24,23), 지혜서의 저자가 ‘지혜의 법’(6,17-20)을 지키라고 권하고 있는 것은 율법 연구에 전념했던 이스라엘의 현인들이 지혜의 가르침에 관심을 쏟았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3) 하느님

 

이스라엘의 지혜사상은 본래 인간의 일생생활에서부터 생겨난 것이지만, 구약성서는 지혜가 근원적으로는 하느님으로부터 기인하고 있음을 명백히 가르치고 있다. 이에 대해 욥은 오직 하느님께만 지혜와 능력이 있으며, 경륜과 슬기도 그분만의 것이라고 증언하고 있으며(욥 12,13), 전도서의 저자 역시 하느님께서 당신 마음에 드는 사람에게 지혜와 지식과 즐거움을 내리신다고 고백하고 있다.(전도 2,26)

 

그러므로 인간은 하느님 안에서 참된 지혜를 구해야 하며, 그분께서 가르쳐 주시는 길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느님을 경외하는 것이 곧 지혜의 시초’라는 말은 올바른 인생길을 비추어 주는 지혜는 하느님께로부터 온다는 사실을 명백히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인간은 하느님께서 주시는 지혜를 찾을 때 비로소 인생의 방향을 제대로 잡아나갈 수 있으며, 사람답게 사는 법을 배우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적으로 인간 지혜의 한계성을 체험한 인간은 참된 지혜가 하느님께로부터 옴을 깨닫게 된다.

 

 

4. 지혜를 구하는 목적

 

구약성서는 인간이 지혜를 추구하는 목적으로 1) 인생의 성공과 행복한 삶 2) 생명 3) 하느님과 영원한 생명이라 제시하고 있다.

 

1) 인생의 성공과 행복한 삶

 

구약성서의 지혜사상은 인간을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존재로 보고 있으며, 인간은 누구나 행복한 삶을 지향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한다. 특히 전도서의 저자는 인간이 갖고 있는 행복에의 염원이 얼마나 강렬한지를 다음과 같이 묘사하고 있다. : “사람이 자식을 백 명이나 낳고 그의 수명이 다하도록 오랜 세월을 산다 하여도 그의 갈망이 행복으로 채워지지 않고, 또한 그가 제대로 묻히지 못한다면 나는 말하노니 그보다는 유산아가 더 낫다.”(전도 6,3)

 

그러므로 지혜문학은 사람이 지혜를 가질 때 비로소 행복하고 성공적인 삶을 누릴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까닭에 이스라엘의 현자들은 한 인간이 훌륭하게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식과 교훈들을 전함으로써, 사람들로 하여금 올바른 길을 선택하도록 이끌었던 것이다.

 

2) 생명

 

이스라엘의 지혜사상은 또한 지혜야말로 ‘생명의 나무’(잠언 3,18)이므로 지혜를 찾는 자는 생명을 얻게 될 것이며(잠언 8,35), 참된 행복을 맛보게 된다고 가르친다.

 

구약에 있어 하느님의 축복은 일차적으로 현세에서 주어지는 생명력의 증진을 말한다. 그러므로 지혜를 통해 인간은 생명력의 충만함 속에 살게 되며, 나아가 전형적인 축복의 내용인 장수(長壽)를 누리게 된다는 것이다.

 

잠언 3,13-18은 이러한 내용을 잘 보여준다. : “행복하여라, 지혜를 찾는 사람! … 지혜는 산호보다 값진 것, 네가 가진 모든 귀중품이 그것에 비길 수 없다. 지혜의 오른손에는 장수가 그 왼손에는 부와 영광이 들려있다. … 지혜를 붙잡는 이에게 생명의 나무, 그것을 붙드는 이들은 행복하다.”

 

3) 하느님과 영원한 생명

 

지혜를 추구하는 목적은 지금까지 살펴보았던 현세적인 행복의 차원을 넘어서 보다 근원적인 차원이 있음을 지혜문학은 가르친다. 그 대표적인 예로 먼저 욥을 들 수 있다. 의로운 삶을 살았던 그는 ‘까닭 없이’ 혹독한 시련을 겪게 되면서 삶의 수수께끼를 풀고자 안간힘을 쓴다. 절망과 하느님께 대한 신뢰 사이를 방황하던 욥은 그의 무죄함을 밝혀주실 하느님을 대면하고자 열망한다. 그리하여 결국 욥은 하느님과의 만남과 대화를 통해 진정한 믿음을 깨닫게 된다.

 

또한 신약과 가장 가까운 시기에 저술된 지혜서는 지혜를 추구하는 목적이 현세적인 행복과 장수를 위해서가 아니라 ‘영원한 생명’을 얻기 위한 것임을 밝히고 있다. 그는 현세에서 보상을 받지 못한 채 죽어 가는 의인의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면서 ‘불사불멸’ 사상을 제시하고 있다. 악인들이 비록 현세에서 복을 누리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그들의 운명은 파멸로 끝나는 반면, 의인들의 생명은 육체의 죽음으로 끝나지 않고 하느님 곁에서 영원히 그리고 영광스럽게 지속된다는 사실을 가르치고 있다. 결국 지혜를 구하는 목적이 현실적인 인생의 성공에 머물지 않고, 영원한 복된 삶으로 승화되고 있다 하겠다.

 

[월간 빛, 2003년 5월호, 송재준 마르코 신부(대구가톨릭대학교 성서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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