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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칙 찬미받으소서의 올바른 이해1: 사회교리의 연장선인 최초의 생태 회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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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01-23 ㅣ No.743

회칙 「찬미받으소서」의 올바른 이해 1

 

사회교리의 연장선인 최초의 생태 회칙

 

 

“이번 총회에 지구와 인류의 미래가 걸려 있다. 협약이 타결되면 미래세대에 평화를 보장하고 난민 숫자도 줄어들 것이다.”

 

앞에 인용한 말은 지난 11월 30일부터 12월 11일까지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21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의 개회사에서 주최국인 프랑스의 올랑드 대통령이 한 말이다. 생태계 파괴가 지구와 인류의 생존을 좌우할 상황에 이르렀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총회는 지구의 온도 상승 폭을 2도시(C) 이내로 제한하고자 회원국들이 법적 구속력이 있는 합의를 이끌어내려는 협의의 자리였다. 선진국과 개도국이 의견 차이를 보이며 진행된 이번 회의는 생태 문제의 본질을 보여주었다.

 

196개 당사국 대표와 국제기구를 비롯한 산업계와 시민사회 대표 등 4만여 명이 참석한 규모가 보여주듯, 생태 문제는 특정 독립 분야의 문제나 한 국가와 대륙의 문제가 아니며, 한 세대만의 문제도 아니다. 생태 문제는 많은 세대에 걸친 영향이 축적되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가치관, 생활양식이 총망라되는 집약점이며, 인류 발전이라는 화살의 화살촉에 해당한다. 환경과 관련한 정책이나 사업이 어느 방향으로 흘러가는지를 보면 사회, 정치, 경제 정책의 오늘과 내일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2011년 기준 온실가스 배출량 세계 7위를 차지하며 매우 낮은 대체에너지 비율을 갖는 우리나라는 전 국민과 교회의 반성과 변화의 요구에 직면해 있다.

 

 

회칙 「찬미받으소서」 연재를 시작하며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6월 18일 ‘공동의 집을 돌보는 것에 관한 회칙’이라는 부제를 단 회칙 「찬미받으소서」를 반포하였다.

 

분명히 이번 회칙은 생태 문제를 중심으로 교회 밖의 사람들의 동참을 호소하고 모든 분야의 개선과 인식 전환을 통한 변화를 찾는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가진다.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와 그리스 정교회 존 지지울라스 대주교 뿐 아니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등 세계 지도자들이 지지성명을 발표하였고, 유수한 환경 관련 기구들이 환영하였다.

 

선진국 내 보수적인 단체들과 관련 업계의 반발도 있었지만,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을 인간의 전 영역을 아우르는 자세의 반성과 전 세계의 연대를 통해 해결하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그런데 극히 일부에서 이번 회칙의 일부 구절만 강조하거나 인용하며 회칙이 이전까지 발표된 사회교리 문헌과 큰 차이나 구별이 되는 주장이 있는 것처럼 잘못 말하는 것을 보게 된다. 그러하기에 「찬미받으소서」가 생태 문제를 다룬 최초의 회칙이지만 교회의 사회교리나 환경 관련 문헌들과 비교할 때 분명히 연속성 안에 있음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연대성’과 ‘공동선’ 그리고 ‘보조성의 원리’를 주축으로 전개되는 사회교리의 연장선에 있으며, 지금까지 환경과 관련하여 보여준 방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연속성과 함께 회칙의 전체적 이해를 통해 세부 항목에 접근한다면 더욱 풍부하고 실천적인 이해와 행동이 가능할 것이다.

 

이에 따라 교회와 사회의 현실에 비추어 회칙의 전체적 구성을 개괄적으로 조망하고 다달이 한 부분씩 그 내용을 꼼꼼히 살펴보고자 한다. 특히 학문적이라기보다 실천적인 차원에서, 구체적인 삶과 사목의 지평에서 접근하여 ‘사회교리’와 ‘회심’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그래서 ‘무엇을’ ‘왜 해야 하는지’를 정리하려고 한다. 아울러, 세계 각 교회와 우리나라 교구들의 회칙 관련 활동도 부분적으로 소개하려고 한다.

 

 

회칙의 출발점과 구성

 

교황청이 밝힌 것처럼, 회칙의 밑바탕에 깔린 근본적인 질문은 “우리 후손들, 지금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어떤 세상을 물려주고 싶습니까?”이다. 이 질문은 결코 부분적으로 접근할 수 없다. 또한 환경만을 따로 떼어놓고 던질 수 있는 질문도 아니다.

 

이러한 질문 자체가 우리가 어떤 목적으로 세상을 살아가는지, 세상에 온 목적은 무엇이며, 무엇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며 사는지에 관한 고민이기 때문이다. 이는 인간 전체와 개인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의미, 그리고 가치에 관한 고민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회 안의 우리 뿐 아니라 전 세계인을 그 물음과 방향전환의 자리에 초대하고 있다.

 

회칙은 6개의 장으로 나누어 전개된다. 우리의 환경파괴 현실을 파악하고(1장), 유다-그리스도교 전통과 성경을 분석하며 피조물에 대한 인류의 책임을 돌아보도록 한다(2장).

 

또한 기술 관료제가 가진 문제의 뿌리를 살펴보고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인 우리의 자세를 분석한다(3장). 회칙은 통합적 생태론을 대안으로 제시하며(4장), 실제적인 접근법과 행동양식을 제안한다(5장).

 

마지막으로 교황은 우리 모두를 회심의 자리로 초대한다(6장). 구체적인 교육과 훈련의 장에서 어떻게 우리 삶의 습관과 행동을 개선해 갈 수 있는지를 모색하는 것이다.

 

이처럼 회칙은 문제의 진단, 신학적 성찰, 대안과 방법의 제시로 구성된다.

 

 

두 개의 축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회칙

 

회칙을 자세히 분석하면 두 개의 축을 중심으로 그려지는 타원과 같은 구조가 감지된다. 현재의 위기가 해결되는 실질적 변화를 희망하며 이를 가능하게 하는 구체적인 행동을 불러일으키려 한다. 교회는 생태문제의 진단이나 신학적 성찰을 진행하면서 지금 우리의 행동을 지배하는 가치관을 버리고, 전일적인 생태계에 입각한 가치관으로 전향할 것을 촉구한다. 여기서 두 개의 축이 나타난다.

 

첫 번째 축은 우리가 당연하고 옳은 것으로 받아들이며 행동하는 가치관의 비판이다. 회칙의 비판은 지금 현재의 상황이 우연적인 결과가 아니라 우리가 생각하고 행동하는 모든 것의 결과적 집약물이라는 판단 아래 놓인다.

 

회칙에 따르면, 정의와 자연 모두를 무시하며 더 이상의 번영을 꿈꾼다는 것은 이제 불가능한 시점에 다다랐다. 또한 현대인들이 보여주는 삶의 모습은 도덕적이지도 않을뿐더러 이성적이지도 않은 모습이다. 가치관의 반성과 재정립을 통해 당면한 문제에 대한 대안을 제안하는 가운데 전 세계의 동참과 논의, 곧 변화의 행동을 요청하는 것이 이번 회칙의 궁극적 목표라고 볼 수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번 회칙에서 근대가 미신처럼 빠져드는 진보와 기술 관료적인 패러다임을 되돌아보기를 요청한다. 더불어 우리가 비판적인 사고 없이 그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가치들을 되돌아보라고 촉구한다. 교황이 가장 비판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우리가 가진 기술 만능주의와 자유시장에 대한 긍정적인 환상이다.

 

회칙에 따르면, 이러한 허상적인 신념이 모두 작용한 결과, 우리는 내 앞에 놓인 무언가가 나의 사용을 위해 존재하는 가운데 현재의 구조가 우리의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또한 그러한 기대를 지닌 채, 과학과 기술의 발전이 발전과 번영, 자유와 행복의 원천이라고 믿고 있다는 것이다.

 

회칙은 이러한 가치관들로부터 돌아설 것을 제안하며 촉구한다. 그 대안이 통합적 생태관이다. 이는 창조로부터 서로에 대한 연대성과 책임감을 강조하며 과학과 기술이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찾게 되는 가치체계이다.

 

이 지점이 두 번째 축인, 지구까지로 확대된 상호 연결성과 이에 따른 상호 책임성이 놓이는 지점이다. 회칙의 첫 항목에서부터 프란치스코 성인의 말을 인용하며 이를 명시한다.

 

“아시시의 프란치스코 성인께서는 이 아름다운 찬가에서 우리의 공동의 집이 우리와 함께 삶을 나누는 누이이며 두 팔 벌려 우리를 품어주는 아름다운 어머니와 같다는 것을 상기시켜 주십니다. ‘저의 주님, 찬미받으소서. 누이이며 어머니인 대지로 찬미받으소서. 저희를 돌보며 지켜주는 대지는 온갖 과일과 색색의 꽃과 풀들을 자라게 하나이다’”(1항).

 

회칙이 제시하는 상호 연결성과 책임성의 뿌리는 ‘창조’와 하느님의 모상을 지닌 ‘인간의 존엄성’이다. 그런데 연결성과 책임성의 대상이라는 점에서 환경과 인간이 양자택일의 상황에 놓이지 않는다. 곧 ‘환경이냐, 인간이냐?’ 하는 선택 자체를 없애는 데에서 모든 논의가 출발한다.

 

그러나 결코 인간 중심을 포기하거나 ‘청지기’로서의 인간 이해를 포기하지는 않는다.

 

또한 회칙은 ‘가난한 사람을 위한 우선적 배려’라는 원칙을, 이전의 사회교리들을 통해 언급한 것과 같이, 환경파괴로 말미암아 가난한 자들에게 가중되는 피해와 가장 약하고 가난한 형제로서 환경을 바라보는 점에서 적용한다. 이처럼 회칙은 사회교리의 견고한 축 위에 생태계 파괴의 진원과 해결을 위한 대안을 찾고, 논의를 전개한다고 말할 수 있다.

 

이번 글에서는 생태문제를 주제로 다룬 역사상 첫 회칙인 「찬미받으소서」의 구성과 출발점, 그리고 그 축을 살펴보았다. 앞으로 다달이 각 장의 내용을 세부적으로 살펴보기 전에 이처럼 전체적인 구도를 먼저 바라보고 파악하는 것은, 각 장의 내용을 다루는 가운데 전체 그림을 놓칠 수 있는 실수를 피하는데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또한 이번 글을 포함해 앞으로 연재할 글이 회칙의 신학적 깊이와 선구자적인 실천 행동의 제안, 그리고 영성적 깊이가 많은 사람에게 제대로 전달되기를 바란다. 그래서 한국교회의 생태문제에 대한 성찰과 환경운동의 성숙에 기여하게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 유흥식 라자로 주교 - 대전교구장, 현재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장을 맡고 있다.

 

[경향잡지, 2016년 1월호, 유흥식 라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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